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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감히 청년예술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청년예술가의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연극 분야만 하더라도 이들의 공연을 다 챙겨 보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단과 최초예술지원 사업 덕분이었다. 이러한 사업들을 통해 청년들은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볼 수 있는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었고, 참신하고 도전적인 작품들로 연극계의 지평은 풍성해졌다.
그런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즈음, 지원 대상자인 청년예술가들은 조금은 어리둥절한 요구를 받았다. ‘프로젝트 궁리’(이하 ‘궁리’)에서 ‘현장평가단’을 보낼 테니 객석을 마련해달라는 요구였다. 물론 사업에 대한 현장평가가 이루어지리라는 것은 이미 안내 책자를 통해 공지된 사실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단체에서는 이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수용했으리라고 추측된다. 안내 책자에는 해당 현장평가의 내용은 이듬해 심사기준에 반영된다는 말도 있었다.
‘궁리’에서 보낸 현장평가단이 극장에 다녀가고서 사업 종료에 임박해 청년예술가들은 현장평가위원들의 현장평가 보고서를 받았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청년예술가와 현장평가위원들만이 알 수 있게 되어 있었으므로, 당사자가 공유하지 않는 이상은 그 실행 과정과 평가 내용의 문제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황당무계한 평가를 받았다고 해도 당사자 외에는 모르고 지나갈 가능성이 더 높았던 것이다.
그러나 청년예술단 중 ‘연극비평집단 시선’(이하 ‘시선’)과 ‘프로젝트 레디메이드’(이하 ‘레디메이드’) 등이 서로의 현장평가 내용을 공유하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졌다. 다큐멘터리 연극을 시도한 ‘레디메이드’에 날아온 현장평가 보고서는 작품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을 뿐더러 오로지 평가위원 개인의 취향에 의거하여 ‘이런 작품은 연극이 아니다’, ‘어떠어떠한 단체들의 작품을 보고 배워라’라는, 편협과 오만에 물든 주먹구구식 가르침으로 가득했다. 그 외에 작품을 상연했는데도 현장평가자가 오지 않은 경우, 현장평가자가 공연을 보고 갔지만 보고서를 받지 못한 경우, 상연/제출한 다수의 작품 중 일부만을 평가받은 경우, 창작자의 이름과 역할을 비롯한 기본 정보를 틀린 경우 등 현장평가 보고서의 결함들은 실로 각양각색이었다. 만일 이처럼 부실한 현장평가 내용이 내년도 사업 심사에 반영된다면 더더욱 큰일이었다.
이에 연극비평집단 시선이 공동질의문 초안을 작성하고, 2018년도 서울청년예술단 선정 팀들을 대상으로 연락을 돌려 공동질의자로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문의했다. 결과적으로 시선과 레디메이드 외에 ‘창작집단 너다워서 아름답다’가 공동질의팀을 구성하고 이 명의로 서울문화재단 측에 공동질의문을 전달했다.
국가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예술 활동이니 사전 심사 외에도 사후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에도 논쟁의 여지는 있으나, 그것은 최소한 그 사후 평가가 공정하고 타당하게 이루어졌을 때에만 할 수 있는 주장이다. 우선 현장평가를 주도한 ‘궁리’에 대해서 이들이 어떠한 단체인지, 어떤 경로로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사업 평가를 위임받았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또 서울문화재단 혹은 ‘궁리’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현장평가위원들을 선정하고 배치했는지, 현장평가위원들의 평가 활동과 그들이 쓴 보고서의 내용을 얼마나 착실하게 검토했는지, 내년도 사업에는 어느 정도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남았다.
공동질의문에 대한 응답으로 서울문화재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서울문화재단 예술기획팀장이 설명한 바에 따르면, 우선 현장평가위원을 매칭한 것은 서울문화재단 측이었다. 이 과정에서 ‘궁리’는 전문평가위원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일정을 수합하고 청년예술팀에게 메일을 발송하는 등 다소 행정적인 업무만을 담당했다. 재단 내 서울청년예술단 담당 부서 내에서 이러한 행정적인 업무를 모두 처리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기존에 재단과 일한 적이 있는 ‘궁리’를 편의상 섭외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평가체계는 2018년 8월이 되어서야 마련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8월 이전의 활동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아예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처럼 시간과 인력이 부족했던 탓에 서울문화재단은 현장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실제로 예술기획팀장은 현장평가위원들의 무성의한 모니터링과 보고서의 사례를 전해 듣고 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서울문화재단 측은 본 현장평가 보고서가 2019년도 심사에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심사에 반영되지도 않을 현장평가는 재단의 시간과 인력의 부족을 감수하면서도 도대체 왜 시행됐어야 했는가? 분명히 안내 책자에는 심사에 반영될 것이라고 적혀 있지 않았던가? 서울문화재단은 이 현장평가 제도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 사업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성장하는 청년예술가들에게 따를 만한 지표가 되어주어야 한다. 좋은 말만 써달라는 것도 아니고,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편견에 가까운 예술관을 강요하는 평가서,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평가서, 아예 도착하지도 않은 평가서를 통해 과연 청년예술가들은 무엇을 얻을 것인가.
그간 청년예술지원사업은 과연 이 일시적인 지원 형태가 청년예술가들을 지속 가능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피하지 못해 왔다. 이들의 지속 가능성을 북돋기는커녕 꺾어버리는 현장평가의 행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한 가지 가능한 방식으로, 청년예술단 및 최초예술지원 대상자들 간의 피어 리뷰(peer review:동료평가)를 제안할 수 있다. 2018년도의 현장평가위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의 정체가 끝까지 숨겨져 있다는 것이었고(서울문화재단 지원사업의 경우 심사위원은 심사 후에 공개된다), 두 번째 문제는 추측건대 이들이 지원 대상자인 청년예술가들보다 윗세대의 사람들이라는 점이었다. 청년 세대가 가진 문제의식과 그것을 작품으로 풀어내는 방식을 이해하고 평하기 위해서는 같은 청년예술가끼리의 의견 교환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평가보다 훨씬 효과적일 뿐 아니라 생산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공동질의 사태마저도 청년예술가들이 부당함과 불공정함에 떳떳이 맞설 힘을 가졌음을 방증한다. 그들은 예리한 눈과 유연한 귀, 힘찬 혀를 가지고 있다. 자신들과 서로에 대한 평가를 함에 있어서도 타자보다 뛰어날 수 있다.

태그 누구와 무엇을 위한 평가인가?, 현장평가, 최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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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은

최하은 연출가, 비평가
어바디오브씨어터의 연출이자 연극비평집단 시선의 평론가. 연극 <판소리극 두다>, <43kg만큼의 상아>, <뱀파이어와의 하룻밤> 등을 연출했으며, 연극평론집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이미 선택된 좌석입니까?를 공동 집필했다.
helenchoi90@gmail.com
제155호   2019-03-14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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