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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의 연극데이트] 극작가 백하룡

김은성_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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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상북도 금릉군 출생 청년사업가 하룡은 스물여섯에 당구장과 메밀묵 가게를 말아먹고 매형의 정육점에서 고기를 썰다가 문득 고민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삼 개월 간의 심사숙고, ‘사람은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하룡은 식칼을 놓고 펜을 뽑는다. 2004년, 나이 서른에 난생 처음 쓴 희곡으로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먹으며 단박에 승천하는가 싶더니 다시 잠수, 그 후 8년, 오랜 시간 벼르고 벼르던 잠룡이 전명출을 등에 업고 돌아왔다.
  • 차기작은 쌍권총을 든 바리

    <전명출 평전>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음... 그냥 무조건 좋다. 공연이 더 길어졌다가는 위장병 걸릴 것 같기도 하다. (웃음) 애초에 작품을 쓸 때 관객들이 재밌게 보다가 문득 서늘한 느낌이 드는 공연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이루어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

    <전명출 평전>은 우리들의 과거를 이야기 해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공연을 본 후 술자리에서 한마디씩 자기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 연극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썼다. 그렇게 된 것 같아 흡족하다. 내가 내 이야기를 하니까 가족들도 보러온다. 좋다.

    전명출에게도 마지막 한마디 하자면?
    명출아, 넌 나쁜 놈이 아니다. (웃음)
    나는 <전명출 평전>이 착한 사람들의 착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전명출은 어떤 슬픈 내 모습, 불행한 내 얼굴이다. 전명출을 따뜻한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봐 준다면 좋겠다.
    명출아, 넌 비난받고 욕먹기 위해서 태어난 인물이 아니야.

    백하룡의 다음을 기대하게 된다. 구상중인 작품은?
    세편의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하나는 우리 아버지 이야기다. 제목은 <팔레스타인>. 일제시대 만주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할아버지의 유골을 찾아오려는 아버지 이야기다. 다른 한 작품은 <기동전사 바리> 라는 작품이다. 지옥으로 향해가는 바리데기에서 큰 인상을 받아 구상한 작품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는 연극이 머릿속에서 뛰어다닌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 박사와 기계인간 바리의 모습이 두 눈에 생생하다.

    혹시 바리로 가상 캐스팅한 배우가 있는가?
    신민아! 신민아가 권총 두 자루 양손에 들고 무대에서 덤블링하는 모습, 매력적이지 않은가? 아주 투명하고 예쁜 아이가 지옥을 향해 뛰어가는 모습! 나머지 한 작품은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다. 비밀이다. 야심작이 될 것이다.

    <전명출 평전> 전까지 사극만 발표해왔는데?
    데뷔 후 10년 동안 거의 사극만 썼다. 사극을 통해서 희곡의 구성과 형식은 나름 공부했다고 생각한다. 희곡을 공부하고 연마했던 시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이제 내 이야기를 좀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10여 년 간 희곡에만 집중했는가?
    그렇다. 카드빚 때문에 3개월 동안 광고회사 다닌 것 말고는 희곡만 썼다.
공연 포스터
  • 백하룡은 어떤 희곡을 쓰는 작가인가?
    희곡작가는 연극의 매체적 특성을 분명하게 생각해야 한다. 희곡과 연극이 보여줄 수 있는 매체의 방식을 많이 고민한다. 스토리보다는 극성에 집중한다. 극성이란, 연극만이 보여줄 수 있는 형식을 말한다. 그 극성을 표현하는 재미가 좋다. 무대는 일상하고 다르다. 연극은 극성이 중요하다. 오태석 선생님의 작업들을 좋아한다. 극성이 잘 구현된 연극이기 때문이다.
  • 정육점 아저씨, 펜을 뽑다.

    전명출의 일대기로 승천한 백하룡의 잠룡기가 궁금하다.
    1974년에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은 지명에서 사라진 금릉군 출신이다. 고등학교는 거창에서 다녔다. 이때 동급생 신용목 시인, 류승진 감독과 “이어도는 멀다”라는 문학동아리를 함께 만들어서 재밌게 어울렸다. 친구들과 문학을 논하면서 여학생들이랑 신나게 놀았다.

    그때도 희곡을 썼는가?
    아니다. 고등학생 때는 시만 썼다. 대학에 진학했지만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군대를 다녀와서 정육점, 당구장에서 일하면서 살았다. 분당 야탑에서는 메밀묵을 팔기도 했었다. 그때까지도 글을 쓰면서 살 거라는 생각은 못해봤다. 매형이 사장인 정육점에서 일할 때였다.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눈앞에 매달린 고기들을 보면서 사는데 하루는 정말 내가 왜 사는가 싶더라.

    매형에게 3개월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고시원에 들어갔다. 3개월 동안, 틀어박혀서 고민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결론에 이르렀다. "인간은 죽는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자고 결심했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그림을 그리는 일. 화가가 되고 싶었다. 그때가 스물여섯인데 화가가 되는 건 조금 늦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희곡을 써서 무대 위에 내가 그리고 싶은 이미지를 구현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00학번으로 서울예대 극작과에 입학했다.

    본격적인 습작기가 시작된 건가?
    그렇다.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오태석 선생님의 <태>를 봤는데 내가 꿈꾸던 무대에서의 이미지 구현, 그 가능성을 목격했다. 연극에 더욱 매력을 느꼈다. 한편, 저 정도 작품은 나도 쓸 수 있겠다 싶었다. (웃음) 연극과 희곡을 전혀 모르는 백지였기에 그런 자신감과 치기가 있었을 것이다.

    음…… 돌아보면 희곡 공부를 하는데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학교에는 좋은 선생님이 계셨고, 집에 오면 좋은 친구가 있었다. 홍대 앞에서 시인 신용목과 같이 자취를 했었는데 서로 큰 힘이 되었다. 용목이가 시를 써서 상 위에 쓰윽 올려놓고 나가면, 밥 먹으면서 슬쩍 보고, 내가 희곡을 써서 머리맡에 두고 나가면, 용목이가 일어나서 봐줬다. 가끔 맥주 마시면서 서로의 글에 격려해주고 띄워주고……. 그런 친구가 곁에 있었기에 습작기가 외롭지 않았다.

    데뷔는 언제 어떤 작품으로?
    난생 처음 쓴 희곡 <파행>이 2002년 신작희곡페스티벌에 당선되었다. 이후 <파행>은 2004년 서울연극제에 극단 인혁의 이기도 연출로 무대에 올라 희곡상을 받았다. 이후에 신진예술가에도 선정되었고, 대산창작기금도 받았다. 희곡상은 좀 받았는데 이상하게 공연 운은 별로 없었다. 개의치 않고 희곡작업을 꾸준히 하면서 공연예술아카데미에 다니면서 연출을 공부했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되었다. 배우라는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된 시간이었고 그 후로 희곡을 쓰는 호흡에 조금 여유가 생기더라.

    작품 구상이 끝나면 단숨에 쓰는 스타일이라 들었는데?
    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준비기간은 길다. 작품에 대한 준비기간이라기 보다는 작업에 임하는 나를 만드는 시간이다. 나는 시놉시스를 쓰지 않는다. 생각을 정리하고 작품을 꼼꼼하게 구성해놓고 쓰지 않는다. 다만 나의 상태를 극단으로 몰고 간다. 예민한 상태로 밀어 넣는다. 어떤 에너지를 만들어서 빨리 거칠게 긴장감 속에서 글을 밀고 나간다. 머리로 쓰지 않으려고 애쓴다. 극단까지 가보는 거다. 그래서 쓰고 나면 건강이 많이 나빠진다.
병사이야기
병사이야기
  • 속사포 나무늘보

    앞으로 어떤 희곡을 쓰고 싶은가?
    콜테스의 <로베르토 쥬코> 같은 작품! 하이너 뮐러의 작품. 사라 케인 작품들도 좋아한다.
    아, 말의 강력함!
    어떤 텍스트가 좋으면 나는 외울 정도로 읽고 또 읽는다. 그런 작품들처럼 압축적 힘이 있는 희곡을 쓰고 싶다.

공연 포스터
  • 백하룡이 진단하는 우리사회의 문제, 그러니까 희곡을 통해 내놓고 싶은 화두는?
    자본주의 사회. 지금 우리의 자본주의는 너무 극악한 자본주의다. 돈이 무서운 것은 착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과거 독재의 얼굴은 확실했다. 확실히 독재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돈의 얼굴은 선하다. 그 속에 악랄함이 숨어있다. 나는 이런 돈의 세상은 끝나야 한다고 믿는다. 돈의 세상을 끝내고 싶다.

    연극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가?
    아니다. 연극은 못 바꾼다. 다만 연극은 약간의 균열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 균열이 점점 큰 변화를 만들 것이다.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은 연출가가 있다면?
    젊은 연출가들을 만나고 싶다. 부새롬 연출과도 해보고 싶고……. 많다. 젊은 연출들에게는 새로운 희곡이 필요하다. 내 희곡이 필요한 분들에게 작품을 주고 싶다. 부지런하게 돌아다니는 젊은 연출가.

    작품에 출연했으면 하는 배우가 있다면?
    많다. 한국에는 정말 좋은 배우들이 많다.

    연극 작업에서 스트레스 받을 때는?
    연출이건 배우건 무조건 고쳐야 된다고 고집을 피울 때. 어떤 부분을 고치면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또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결국 계속 고치다가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작품이 나오고 만다.

    성취감을 느낄 때는?
    사실은 단 한 번도 좋은 적이 없다. (웃음) 많이 즐기려고 한다.

    희곡을 쓰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회적 인식, 자기 세계관이 확실해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매워야 한다. 과연 희곡에서 스토리가 중요한가? 아니면, 극성이 중요한가? 고민하길 바란다. 극장이라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지난 10년 전업으로 희곡을 썼다. 무척 외롭고 고독했다. 누구하나 알아봐 주지 않지만 희곡이라는 거 쓸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너무 슬퍼하지 말자. 선배 작가들이 바라보고 있다. 함께 힘내자.

    말이 굉장히 빠르고 명쾌하다. 내심 속사포란 별명을 붙였다. 별명이 있는가?
    속사포? 나를 잘 모르는군. (웃음)
    음…… 내가 지은 나의 별명이 있다. 나무늘보.
공연 포스터
  • 나무늘보?
    나무늘보는 최소한만 누리며 산다. 경쟁하기 싫어서. 나뭇잎 중에서도 제일 맛없는 것만 골라 먹는다. 대신 잠을 많이 잔다. 그건 게으른 게 아니다. 느린 거다. 평화주의자.
    나는 나무늘보가 좋다.
    그렇게 살고 싶다.
  • 공연 포스터
  • 백하룡 (극작가)
    서울예대 극작과 졸
    공연작품 l <화장><한중록><파행><이날 이때 이즈음에>
    <돈키호테><춘부><팔베개의 노래>외 다수
    작품집 l <꽃피자 어데선가 바람불어와>평민사 2005년 刊
    주요수상 l 2001년 예장문학상 희곡부문
    2004년 서울연극제 희곡상
    2006년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 선정
    2007년 거창국제연극제 세계초연 희곡 공모 우수상

태그 백하룡, 전명출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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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김은성 극작가
극단 달나라동백꽃 대표
주요작품 <로풍찬유랑극장><뻘><목란언니><연변엄마><순우삼촌><시동라사>외 다수
본지 편집위원.
웹진 5호   2012-08-02   덧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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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좋아
전명출 평전을 볼 때 상상했던 것보다 인터뷰에서의 작가님이 더 매력적인거 같아요. 다음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2012-08-02댓글쓰기 댓글삭제

전혜민
전명출 평전을 보신 부모님께서 참 재미있었다고 하셨는데 작가님을 뵈니 괜히 반갑네요~ 다음 작품을 올리실땐 저도 극장에서 봐야겠어요~

2012-08-09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