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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방진 전법의 뜨거운 선봉장
[김은성의 연극데이트] 배우 이명행

김은성_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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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명행
  • <칼로막베스>의 레이디막베스, <푸르른 날에>의 오민호를 거쳐 <뜨거운 바다>의 기무라 덴베 부장형사 자리에 오른 극단 마방진 창단 멤버 이명행은 불어선생님을 꿈꾸던 대학 연극반 시절, 선배 고선웅에게 "너는 배우를 해라"는 말을 듣는다. 그 후 십여 년간의 절차탁마, 오민호와 뜨거운 바다를 거치며 대학로 무대의 선봉장으로 떠오른 핫한 배우를 만났다.
  • 뜨거운 바다, 뜨거운 만남

    <뜨거운 바다> 그야말로 뜨겁게 열연중이다. 어떤가?
    공연 일주일 전부터 살이 쭉쭉 빠지기 시작하더라. 3킬로 빠졌다.
    공연 뒷풀이도 거의 안한다. 술을 조금이라도 마시면 다음날 공연을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공연이다. 뿐만 아니라 공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다른 공연과는 다르다. 정말 긴장하면서 하고 있다. 처음 배역을 맡게 됐을 때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다.

    올 것이 왔구나?
    그렇다.
    아르코 대극장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르코 대극장은 내게 꿈의 무대였다. 꿈에 그리던 무대에 처음 서게 된 것도 가슴 벅찬 일인데 그 작품이 <뜨거운 바다> 라니, 맡은 역할이 기무라 부장형사라니, 떨리지 않을 수 없더라.
    <뜨거운 바다>는 일본 현대연극의 전설이라 불리는 재일교포 츠카 코헤이(김봉웅) 선생님의 작품으로 27년 전에 같은 극장에서 한국 초연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전무송(부장형사), 최주봉(젊은형사), 강태기(범인), 김지숙(여형사)이 출연했었는데 정말 쟁쟁한 선배들 아닌가?

    부담도 컸겠다?
    물론이다. 진짜 걱정도 많이 했었고 떨면서 연습을 한 적도 처음이다.
    대사만 간신히 외웠을 즈음에 전무송 선생님이 연습을 보러오셨는데 완전히 얼었다. 고선웅 연출이 나를 보더니 "얼굴이 왜 그렇게 창백해졌냐" 며, 귀엽다고 뽀뽀를 해주더라. (웃음)
    배우들 모두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다. 배우들이 잘 놀아야 하는데 처음에는 놀지도 못했고 여유를 가지고 해야 하는데 여유가 정말 없었다. 대단한 작품을 우리가 하고 있다는 마인드가 있었다. 물리적으로도 대사량이 많고 움직임도 많고 하니까, 정신없이 무조건 열심히 한다는 생각으로 연습, 또 연습. 그렇게 공연까지 온 거다.
    공연이 시작되고 오히려 부담감이 덜어지는 느낌이 든다. 관객들을 만나면서…… 뭐랄까…… 관객들에게 기대게 된다. 그들에게 위로를 받게 된다.
  • 배우 이명행 배우 이명행
  • <뜨거운 바다>를 본 후배가 "고선웅 연출이 이명행이라는 배우를 정말 사랑하더라. 그게 느껴져 이명행이 너무 부럽더라. 질투심이 생기더라"고 하던데?
    고선웅 연출이 나를 사랑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웃음)
    음…… 그런데 고선웅 연출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이명행이라는 배우를 잘 경영해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돌아보면 작은 역할부터 차근차근 내게 숙제와 기회를 안겨줬다. <칼로막베스>의 레이디막베스, <푸르른 날에>의 오민호를 거쳐 그 정점이 <뜨거운 바다>가 아닌가 싶다.
    기무라 덴베라는 역할은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역인데, 그 역할을 내게 줘서 고맙다.
배우 이명행
  • 왜 기무라 덴베 부장형사가 탐나는 역할인가?
    일단 <뜨거운 바다>의 공간은 이 사람의 공간이다. 취조실에서 왕은 이 사람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극을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배우로서 힘든 지점이 있지만 무대를 쉼 없이 채우면서 끌고 가는 쾌감이 있다.
    리딩 캐릭터라는 매력뿐만 아니라, 기무라 부장형사, 이 사람 재미난 사람이다. 굉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지만 초등학생 같이 귀여운 면도 있는 사람이다.
    "죄지은 너는 정확히 벌을 받아야 한다." 는 냉정도 가지고 있고, "너는 어머니한테 다시 돌아가야 한다" 는 온정도 있는 사람이다.
    아무도 모르게 뒤로 손 써주는 마음씨 넓은 큰 선배 같기도 하고, 때론 아주 신경질적으로 작은 일에 예민하게 구는 찌질이 이기도 했다가, 깊은 고독에 잠겨있는 우수에 젖어있는 낭만적인 남자이기도 하다. 또, 깡충깡충 촐싹거리면서 잘 뛰노는 인물이기도 하다.
    (웃음) 얼마나 매력적인 인물인가? 남자 캐릭터가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정말 탐나는 역할이 아닐 수 없다.
  • 순수로의 회귀

    에너지가 넘치는 무대는 인상적이었지만, <뜨거운 바다>의 메시지는 이미 오래전 이야기가 아닌가, 느낀 점이 있다. 이 작품이 2012년과는 어떻게 닿아있다고 생각하는가?
    일본에서의 초연은 1974년으로 알고 있다.
    당시 일본사회, 그러니까 산업화 시대에 치인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로 당시에는 굉장히 핫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85년 한국 초연 당시 뜨겁던 호응도 그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음…… 우리는 지금 이 이야기를 왜 다시 하는가?
    고선웅 연출이 연습 중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순수로의 회귀"
배우 이명행
  • 순수로의 회귀?
    그렇다.
    작품 속에 교토라는 지명이 나온다. 우리나라로 치면, 저 남해바다에 있는 지방도시 쯤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순수한 기억이 남아있는 낭만적인 마음의 고향이 하나는 있는데, 바로 그곳을 품고 있는 순수한 마음. 그곳을 다시 음미해 보자는 의미로, 나는 "순수로의 회귀"를 이해하고 있다.
    한편 "순수로의 회귀"는 내용적인 면만이 아니라 <뜨거운 바다>가 추구하는 연극의 스타일로도 구현된다. 배우의 땀방울을 보여주는 것. 배우들의 뜨거운 열기로 무대를 채우는 것. 바로 그것이다.
    온 에너지를 쏟아서 연극을 한다는 것, 연극의 순수성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 핫한 후배들

    <뜨거운 바다>에 출연하고 있는 새얼굴들이 요즘 대학로의 핫이슈다. 소개를 부탁한다.
    맏형인 내가 서른 일곱, 범인 역할의 마광현이 서른, 젊은형사 역할의 김동원이 스물 아홉, 여형사 역할의 이경미가 스물 셋이다. 동생들이 모두 매력덩어리다.
    우선 다 잘생기고 예쁘다. 나도 목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데, 이 친구들과 비교하면 댈게 아니다. 모두 목도 강하고 성량도 크다.
    나야 고선웅 연출의 스타일을 잘 아는 편이지만 동생들은 처음 경험해 보는 건데 모두 잘 따라와 줬다. 하얀 백지처럼 깨끗한 배우들이다. 앞으로 쭉쭉 커나갈 후배들이다.
    광현이랑 동원이는 그간 연극작업을 몇 편 해 본 경험이 있지만 경미는 대학로 데뷔작으로 참여했다. 212대 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 된 거다. 막내 경미의 앞날이 무척 궁금하고 기대된다.

    배우들 모두 오디션을 거쳐 모였다. 모두 처음 만난 작업이었는데 팀워크는 괜찮았는가?
    경미가 분위기 메이커였다. "야!" 반말도 잘하고 (웃음) 까불까불 홍일점 역할을 잘해줬다.
    동생들이 모두 과할 정도로 착했다. 작업이 워낙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보니, 기댈 곳이 우리들 밖에 없었다. 서로서로 기댄 거다.
    김동원은 올드하고 보수적인 (웃음) 예의바른 청년이고, 마광현은 살가운 여자후배 느낌이 나는 부드러운 남자고, 이경미는 귀엽고 터프한 막내로, 각자의 개성이 잘 어우러진 최상의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 마방진으로 간 불문학도

    연극과의 첫 만남은 언제?
    수원고등학교 연극반. 막연하게 뭔가를 터트리고 싶은 학창시절, 어쩌다 연극을 하게 됐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에서 체육선생님 역할을 했었다. 고2때 축제 공연을 하고 수원 고등학생 연극제 그런 데도 나가고 하면서 즐거운 경험을 했지만 당시에는 연극영화과에 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불어를 좋아해서 불어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불문과에 들어갔다.
배우 이명행
  • 중앙대 극회 영죽무대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입학 후 처음에는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영죽무대 들어가면 대학생활 쫑난다는 소문이 있었다. (웃음)
    음악, 악기를 좋아해서 펜플룻 동아리에 들어가 활동했는데…… 그런데 뭔가 뜨거운 어떤 게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연극을 다시 하고 싶더라. 2학기 때 영죽무대를 찾아갔다.

    영죽무대가 대학생활에 쫑을 내던가?
    그렇다. 1학년 1학기 학점은 정말 좋았는데…… 학점이 점점 죽죽 떨어지더라. (웃음)
    아, 낭만적인 연극반이었다. <유토피아를 먹고 잠들다>라는 작품에 작가 역할로 무대에 선 게 첫 작업이었다. 이후에 많은 공부, 연습, 공연을 했다. 선배들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 졸업생이었던 87학번 정인겸 선배에게 특히 많은 걸 배웠다. 당시 대학로에서 활동하던 선배님의 화술수업은 아직도 큰 도움이 된다.
    고선웅 연출과의 인연도 그곳에서 시작됐다. 2000년에 동문 합동 공연을 했는데 고골리의 <검찰관>을 개작한 <펄프코미디>에서 연출과 배우로 처음 만난 거다. 작은 역할을 맡아서 했는데, 공연이 끝난 후 선웅이 형이 그러더라. "명행아, 너는 배우해라."

    불어선생님의 꿈이 배우로 바뀌게 된 건가?
    그렇다. 군대 갔다 오고 결심을 했다. “나는 배우가 되겠다.”
    졸업을 하고 연극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연극원 전문사에 입학했다. 영죽무대 선배였던 배우 김동완, 박희은이 당시 연극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 영향이 컸다.
    2006년에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논문을 쓸까, 고민하던 차에 극단 마방진에서 단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마방진 창단 1기로 입단하게 됐다.

    마방진에서 보낸 5년을 돌아보면?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단원이 한 서른 명 가까이 되는데 그들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지금까지의 인연만으로도 정말 고맙다.
    음…… 나는 영죽무대와 연극원을 거치면서 연기공부를 했는데 그것이 리얼리즘에 기반한 연기법을 공부한 과정이었다면, 고선웅을 만나 그의 연출스타일을 체화시켜나가면서 좀 더 풍성한 배우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배우 이명행 배우 이명행


  • 배우의 땀방울

    그동안 맡았던 역할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인물을 꼽자면?
    <뜨거운 바다>가 끝나면 당연히 기무라 부장형사를 꼽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푸르른 날에>의 오민호. 아, 오민호…… 그를 연기할 때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마지막 퇴장하고, 커튼콜 하고도 눈물이 그치지 않은 날이 많았다.

    다음 출연작품은?
    국립극단 삼국유사 프로젝트 중 한 작품에 출연한다. 최치언 작가, 이성열 콤비의 작품으로 처용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다.
    그동안 고선웅 연출 작업 외에는 별로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성열 연출과의 첫 작업, 굉장히 기대된다. 이남희, 유연수 등 쟁쟁한 선배님들과 무대에 서게 되는 것도 큰 영광이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꾸준히 작업하면서 늙어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진정으로 땀을 흘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더 열심히 해서 극단 마방진을 더 힘 있게 만들고 싶다.

    만나고 싶은 연출, 배우는?
    이성열 연출과 만나고 싶었는데 이번에 만나게 돼 좋다. 최용훈, 박근형 연출과도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다.
    같이 해보고 싶은 배우는 백수광부의 박완규, 목란언니에 나왔던 박지환.

    연극의 매력, 어디에 있는가?
    나는 재미없게 본 공연이 단 한 편도 없다.
    배우의 땀방울, 그 자체가 연극의 매력이다.
  • 배우 이명행
  • 이명행 (배우)
    주요작품
    연극 l <뜨거운 바다><푸르른 날에><칼로막베스><춘성>
    <들소의 달><거트루드><우리사이><샤이닝시티>
    <옥탑방 고양이><오월엔 결혼할거야><강철왕><살>
    <70분간의 연애><팔인>>
    뮤지컬 l <원더풀 라이프>
    영화 l <갈림길><인 굿 컴퍼니><아따쿨>

태그 이명행, 뜨거운 바다, 극공작소 마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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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김은성 극작가
극단 달나라동백꽃 대표
주요작품 <로풍찬유랑극장><뻘><목란언니><연변엄마><순우삼촌><시동라사>외 다수
본지 편집위원.
웹진 6호   2012-08-16   덧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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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여왕
목란언니 재미있게 봤었는데.. 작가님이 여기계시네요! 그냥 왠지 반갑습니다~ㅎㅎ

2012-08-16댓글쓰기 댓글삭제

오유진
제목처럼 뜨겁게 연기 한다고 누군가 그러던데 웃는 모습이 참 개구쟁이 같으시네요. 연극 마무리 잘 하셨으면 좋겠네요.^^

2012-08-23댓글쓰기 댓글삭제

김낭만
뜨거운바다에서 너무나 매력적이었던 이명행씨 ^^ 웃으시는 모습이 너무 멋져요!!

2012-10-30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