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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끝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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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스타일을 엄청 짧게 바꾸셨네요.
연재
(웃음) 한 번 잘라보고 싶었는데. 엄청 후회 했어요. 자르고 나서는 후회 안 했는데 인터뷰하고 사진 찍힐 걸 생각하니까...(웃음) 저희 외할머니가 예비군 군복 입고가라고 하시더라구요. 하하.
하하. 저는 제 인생에서 제일 머리가 길었던 시기에 사진이 제일 많이 찍혔는데...(울적) 아! 아마도 연극인 데이트 역사상 최연소 게스트가 아닐까.(웃음) 작가님 죄송하지만 몇 년생이세요?
연재
95년생이요. 스물네 살 됐어요.
아, 그럼 지금 재학 중이세요?
연재
이제 졸업하고. 저는 스트레이트 졸업했거든요. 휴학 안 하고. 이번에 대학원에 들어가게 됐어요. 극작과.
<언덕을 오르는 마삼식을 누가 죽였나>가 데뷔작이세요?
연재
네. 이전에 10분희곡릴레이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정식공연은 그 작품이 처음이에요. ‘서산 대한 청소년 개척단’ 이야기인데요. 제가 중고등학교를 서산에서 나왔거든요.
고향이 서산이세요?
연재
아, 고향은 서울인데. 아버지 직장이 서산에 있어서. 전학을 갔거든요. 고등학교 때 기자단을 했었어요. 그때 ‘서산 대한 청소년 개척단’에 대해서 알게 되고 언젠간 써야겠다고 생각만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대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 그냥 막 썼어요. 아무래도 저 같이 습작기에 있는 사람(작가)들은 한해 한해가 많이 다르잖아요. 일단 처음에는 그냥 썼어요. 그때는 충분한 자료조사가 이뤄지지도 않았고. 그냥 썼는데. 그걸 고쳐서 다음해 여름에 작은 신화 우리 연극 만들기 공모에 냈고 그게 당선이 돼서 그 다음해인 작년에 공연이 올라갔죠.
그럼 22살, 23살에 첫 데뷔를 하신 거네요.
연재
공모에 당선된 건 22살이고 공연은 23살에 올라갔어요.
극작은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되셨어요?
연재
하하. 이게 좀 어려워요. 사실 어떻게 시작하게 된지 잘 모르겠는데...(웃음) 그냥 어렸을 때부터 글을 써 왔고 계속 글을 쓰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 동화책을 읽으면 동화작가가 되고 싶었고, 중고등학교 때 소설책을 읽으면서 소설가가 되고 싶었어요. 근데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까 공연예술을 접할 기회가 없는 거예요. 그러다가 대학을 서울로 오면서 ‘내 환경의 한계로 하지 못했던 일을 해보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희곡에 관심이 있기도 했구요. 그리고 대학 와서 배삼식 작가님과 고연옥 작가님 수업을 들으면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어떡하다가 희곡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어요?
연재
그냥 책을 읽었어요.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을 읽는데 그 중에 희곡도 있잖아요. 희곡을 처음 읽었을 때. 소설 읽었을 때와 또 다른 ‘자유로움’ 같은 게 느껴졌었어요. 그리고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극회에 들어갔었거든요. 근데 신입생 워크샵하고 (그만두고) 나왔어요. (웃음) 작품 고를 때 그중에 제가 하기 싫은 작품이 있었는데 그게 너무 하기 싫은 거예요. 근데 꼭 제가 하기 싫은 작품만 선정 되서...(웃음) 동아리에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주제가 명확하고 길이도 적당하고 사람이 많이 안 나오는 작품을 할 수 밖에 없잖아요. 근데 저는 우리가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고 해도 좀 더 어려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자꾸 남자역할 시켜서...(웃음)
본인이 쓴 대본이 처음 무대화 된 거예요?
연재
네. 10분희곡릴레이 말고 제대로 공연 된 거는 처음이에요. 사람들에게 저는 뭔가 혼자 틀어박혀서 (작업)하는 이미지였나 봐요. 제가 시를 쓰진 않았으니까 소설을 쓸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희곡을 쓴다고 하니까 ‘너 같이 독단적이고 사회성 없는 애가 왜 희곡을?’ ‘별로 안 어울려.’ 이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웃음) 근데 (실제로 공연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런 점을 많이 배우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 창피했던 적이 있는데요. 내 희곡에 허점이 있다는 걸 제가 알잖아요. 자다가 등에 뭐가 배기는 것처럼 그걸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는데 손을 못 댔거나 타협해 버린 부분들이 있어요. 근데 연습 때 그 부분이 꼭 얘기가 나오게 되잖아요. 그럴 때, 뭔가 다 뜻이 있어서 그렇게 쓴 것처럼 얘기해야 될 때가 있더라구요.(웃음) 그럴 땐 스스로 너무 창피해요. 그리고 공연을 보면서 그제서야 느껴지는 게 있는데 그것을 내가 원래 의도했던 것처럼 얘기하게 되는 순간도 있고(웃음) 그럴 때 너무 창피했어요.
첫 작업인데 어색하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연재
팀 내에서 막내였는데 존중받는 느낌이 좋았어요. 외롭지가 않은 느낌이었어요. 방에서 혼자 글 쓸 때는 외로울 때가 많은데. 작가로서 내가 이걸(대본 혹은 문제의식)생각 하는 만큼 그들이 함께 소중하게 생각해 주고 있고 같은 방향을 향해 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작가님은 어떻게 보면 연극을 시작하는 시점이잖아요. ‘글쓰기를 좋아하는 어린이였다.’ 라는 것으로만은 좀 짧고, 궁금해요.(웃음)
연재
초등학교 때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셔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살았거든요. 근데 집에 투니버스도 안 나오고(웃음) 할머니, 할아버지랑 노는 건 재미없고.(웃음) 그냥 엄청 꾀죄죄하게 하고 나가서 놀거나. 그게 아니면 당시 제가 서교동에 살았는데 맨날 ‘마포 평생 학습관’에 가서 책 읽고 그랬어요. 근데 이건 저의 어떤 성향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책을 읽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같은 건 있었어요. 끊임없이 공책 위에 내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그런 것들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했던 것 같아요. 거의 글을 처음 쓸 수 있게 되었던 시기부터. 사실 저는 글 쓰지 않는 저를 상상하기가 어려워요. 좀 건방진 말일 수 있는데.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제가 또래에 비해 활동을 일찍 하게 되기도 했고. 사실 저는 ‘이 길이 내 길인가. 내가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그리고 내가 이 길에 대해 의심을 한 적이 없다고 해서 ‘이 길은 내 길이야. 나는 이 길을 가야만 해.’ 라고 하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한 적도 없어요. 단지 저는 그냥 하는 거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어요. 쓰는 일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책상에 앉아 있을 때나 내가 왕이지.(웃음) 사실 밖에다 내놓으면 혼자 겨우 지하철 탈 수 있는 정도 밖에 안 되고. 하고 싶은 일도 이것 하나 밖에 없어요. 다른 거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인 것들이어서 저한테는... 음... 있다면 맛있는 거 먹는 정도?(웃음) 그런 거 말고는 하고 싶은 게 없고 쓰는 일만 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자연히 이걸 하게 됐고. 어떤 의심 없이. 그렇다고 해서 어떤 확고한 다짐도 없이. 그냥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책상에 앉으면 내가 왕이다.’ 라는 말이 참 좋네요.(웃음)
연재
하하. 근데 이건 제가 고쳐야 되는 태도인 것 같아요. 세계나 어떤 사람을 만날 때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만나는 태도가 저한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내가 왕이다.’여서 그게 제 작품의 큰 문제 인 것 같아요.(웃음)
좀 더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다치지 않게라는 말은 어떤 의미인지?
연재
무언가를 쓰려고 생각한 게 있으면 쓰는 과정에 있어서 ‘내가 이걸 본다.’라고 하는 순간 (내 고정된 시선으로) 그 대상을 해치게 되는 거잖아요. 최대한 그런 것을 하지 않고 맑은 시선으로 다가가야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청년예술가를 말하다’ 집담회를 하면서 제 기억에 작가님이 까만 옷을 입고 불만에 가득 차 있었고, 뭔가 토로하고 싶은 에너지가 확 느껴졌었거든요.(웃음) 그 때는 연출들이나 다른 창작자들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 되었던 자리라 작가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싶어 했던 그 부분을 더 상세히 듣고 싶었어요.
연재
제가 제일 하고 싶었던 얘기는 젠더폭력에 대한 문제였던 것 같아요. 예술계 내 성폭력에 대해서 다른 분야들은 고발이 이루어지는데 연극계가 제일 조용한 것 같아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저 또한 경험이 있는데.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저 역시 말하기가 어려워요. 견고한 남성 카르텔이 존재하기 때문에 희생해야 할 것이 너무 많으니까 목소리를 낼 수가 없어요. 겉보기 성별과 성정체성이 같은 이성애자 남성들을 제외한 다른 성에는 아예 목소리가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의아했던 게 성희롱이라는 것이 이 곳에서는 하나의 로맨스이거나 우스갯소리 혹은 구애 정도가 되어 버리는데 정작 그것을 성희롱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목소리를 갖지 못한다는 거예요. 다른 성들의 목소리가 지워지는 게 저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 그런 것들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말 할 거예요. 지금 몇몇 분들과 같이 연극계 내 성폭력, 위계폭력을 제보 받고 비밀 보장 하에 고발하고 조치하는 연대를 준비 중이거든요. 우리가 성폭력 고발을 하지 못했던 건 그런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익명성이 보장되는 창구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혹시 작가로서도 그것에 관련한 글을 준비 하고 계세요?
연재
저는 우선적으로 오랫동안 뻔하게 소비되어 온 방식으로 여성 캐릭터를 대상화하지 않고 쓰려고 노력해요. 의식적으로요. 젠더 문제에 관련된 작품들에 저는 계속 빚을 지고 있지만, 저 개인에게 있어서는 이 문제가 아직 제 안에서 끓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작품화하기 보다는 이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야할지 속으로 굴리는 단계에 있어요.
연극계 안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신 거잖아요.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나요?
연재
저는 작가라서 그런지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대우 해 주는 게 있더라구요. 하지만 여자 조연출이나 여자 스텝, 여자 크루들에게는 저보다 더 많은 부조리한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듣기도 했어요.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거대자본이나 독재정권의 피해자였던 사람들이 동시에 젠더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는데 ‘왜 이것을 간과하고 스스로가 절대 가해자가 될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요.
연극계 자체가 벌어진 사건 혹은 진실 보다 이미 맺고 있는 관계들이 더 견고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나오기 어려운거 아닌가 생각하기도 해요.
연재
만약에 저랑 정말 친하거나 제가 존경하는 분이 있는데 누군가 ‘그 분이 나에게 이런 잘못을 했으니 함께 고발하자.’라고 말을 한다면 저는 고발할 것 같아요. ‘고발하지 않는다.’ 라는 선택지는 저한테 없을 것 같긴 한데. 다만 ‘당연히 그 사람은 벌을 받아야 돼.’ 라는 생각 보다는... ‘아...’ 하는 괴로움이 너무 클 것 같더라구요. 그렇다고 해도... 좀 떨어뜨려서 생각해야 될 것 같아요. 우리의 선배나 후배, 스승이나 제자, 혹은 친구라는 관계를 떠나서 생각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제가 처음 접했던 이 연극계는 너무 마초적이라서 놀랐어요. 그런 분위기는 기성세대들이 저한테 물려 준 거잖아요. 근데 저는 물려받고 싶지 않아요. 저는 세입자가 되고 싶지 않은 거예요. 저 뿐 아니라 모두가 세입자가 되어서는 안 되고 집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인은 집을 고칠 수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저는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아직은 힘이 없지만. 물론, 힘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요.
네. 저도 요즘 그런 움직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느껴요. 다만 솔직히 말하면 그게 충분히 동의를 얻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다양성 면에서 ‘그런 목소리도 있을 수 있지.’ 하고 용인 해야지 그게 더 젠틀한 느낌이 드니까 이해해야만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느낌이 있는 것 같고. 이전에는 훨씬 더 심각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구요.
연재
맞아요. 선배연극인한테 그런 얘기를 했을 때. 정상적인 반응이라면 “그 자식 누구야. 이름 대.” 라고 말하는 게 정상인 것 같은데. “이 판 다 그래.” 하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게 실망스러운 것 같아요.
작가님이 글을 쓰게 되는 동력 같은 건 무엇인가요?
연재
제가 뭔가 쓸 때 항상 생각하는 느낌은... 떠오르는 것은 이런 거예요. 제가 벌레를 되게 싫어하거든요. 잡으려면 터트려야 하잖아요. 저는 너무 무서워서 싫거든요. 모기 같은 건 쉽게 잡을 수 있는데. 정말 너무 징그러워서 잡을 생각조차 못하는 벌레가 집에 나타났어요. 그럼 그걸 못 본 척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게 기어서 분명히 집안 어디론가 들어갔어요. 그런데 전 그것이 집 밖으로 기어 나갔을 거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믿게 되어버리죠. 그런데 가끔, 문득. ‘이집에 얼마나 많은 벌레가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지난여름 언젠가 내가 기어가는 벌레를 봤는데 모른척했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살다가 어느 순간, 이곳 어딘가에 엄청 커져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느낌. 그래서 갑자기 모든 게 징그러워 질 때가 있어요. 그런 느낌을 받으면서 쓰는 것 같아요.(웃음) 사람들한테 ‘벌레를 잡아라.’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데. 그냥 몇 마리의 벌레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작가님이 글을 쓰게 되는 것은 ‘모른 척 할 수 없어서, 모른 척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연재
제가 생각하는 연극은 그런 것 같아요. 연극이 덮어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편에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연극은 우리안의 날것들을 마주하게 해주는 하나의 의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기만하고 싶지 않고, 기만하지 않으려는 결벽적인 태도가 저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남을 기만하지 않는 것, 남을 속이지 않는 것은 쉬운 것 같아요. 말을 안 하면 되니까. 그런데 저 스스로에 대한 자기기만은 예방이 아예 안 되는 거예요. 예방은 하지 못하고 수정과 대처밖에 할 수 없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필수불가결적으로 내 안의 추한 것을 마주하게 되요. 저는 내 안에 있는 그 추함들을 들여다보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자꾸만, 자꾸만 보고 싶기도 해요. 제 안의 추한 것들을요. 내가 얼마나 추한 사람인지를 보고 싶고 그걸 통해서 가늠할 수 있는 인간의 범주가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시도를 계속하고 싶구요.
한편으로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 세상의 추한 것들을 들여다보다보면 그것들을 끝까지 마주보아야만 하는 책임감과 동시에 아름다운 것으로 고개를 돌리고 싶은 욕망들이 생겨나진 않을까 궁금해지기도 해요.
연재
뭐든지 세상이랑 동 떨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판타지적인 작품이라고 해도 그게 좋은 작품이라면 현실에 원관념이 있기 때문에 훌륭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어떤 작품을 쓰던 간에 발을 튼튼하게 붙이고 있어야겠다.’ ‘나 혼자서 천진난만하게 낙관하진 않아야겠다.’ 하는 생각을 해요.

그렇다면... 김연재에게 연극이란?(웃음)
연재
그 벌레이야기가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에 가장 가까운 것 같아요. 싫거나 무섭거나 더럽다는 이유로 봤는데도 모른척하고 넘어가버리거나 외면해버렸던 그 벌레가 내 집에 있다고 느끼게 되어버린 순간들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저는 되게 결벽적으로 살고 싶어 하는 것과 덮어놓고 살고 싶은 그 사이의 간극에서 스스로 모멸감을 느끼거든요. 나의 불편함을 내가 덮어 놓으려고 하는 순간 느끼는 모멸감. 그런 것들이 글로서 태어나고 그 글이 다른 사람을 통해서 완성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 모멸감을 느낄 때 연극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내가 하게 될 연극을.
조금 더 나가 본다면. 작가님에게 대본을 무대화 시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연재
어렵네요. 음... 제가 항상 절망감을 맛보는 건 그런 거예요. 뭘 해도 ‘나는 나’인거예요. 그러니까. 누가 뭘 해줄 수가 없고 내가 스스로 나를 구원한다고 해도 그것 역시 내가 나를 구원하는 거기 때문에 절망적인 거예요. 근데 연극작업을 하면서 내가 만든 세계이긴 한데 꼭 나는 아니고, 여러 사람의 세계이긴 한데 또 그게 나이기 때문에 그런 절망감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는 나의 세계 밖에 경험 할 수 없지만 내 글이 무대화됨으로써 새로운 세계로 태어나고 그걸 목격하면서 그런 절망감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그래서 타협하고 싶지가 않아요. 뭔가를 쓰다보면 저 스스로 ‘아, 그래 여기까지.’ 할 때도 있고 ‘오, 좋아’ 생각했는데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발견 되었을 때 가끔 그냥 넘어가고 싶고. 그게 벌레 같은 걸 수도 있어요. 그걸 굳이 끝까지 마주하지 않아도 아무도 모를 수도 있는데. 그런 게 쌓여서 저를 망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타협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끝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연극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드네요. 글을 쓰는 것으로 그치기에는 끝까지 갔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웃음)
연재
사실 저는 제 자신이 너무 지겹기 때문인 것 같아요.(웃음) 왜냐하면 나는 계속 나로서 사니까. 근데 내 글이 무대화 되었을 때만은 그렇지 않으니까. 그런 점이 짜릿한 것 같아요.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김연재(극작가)

주요작품
<언덕을 오르는 마삼식을 누가 죽였나>

태그 김연재, 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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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

김정 연출가
'프로젝트 내친김에' 연출

주요작품 <광장의 왕>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꿈> <손님들> 외
shinji8406@naver.com
제133호   2018-02-08   덧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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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고은도 드러나는 판국에 오태석, 이윤택은 왜 말 못하냐?
지들끼리 감싸주고 감춰주고, 그러면서 입으로는 민주정의투사지?
선배라 쓰고 꼰대라 읽히는 연극계 선배들아
재능 있는 후배들 자리 비켜줄 염치는 없더라도
최소한 더러운 놈들 덮어주고 추앙하진 말아라

2018-02-09댓글쓰기 댓글삭제

지화자
지나다가 보고 갑니다
자르신 머리가 맘에 안드신다기 드리고 싶어진 말인데요
마지막에 하신 이야기에
"사실 저는 제 자신이 너무 지겹기 때문인 것 같아요.(웃음) 왜냐하면 나는 계속 나로서 사니까. 근데 내 글이 무대화 되었을 때만은 그렇지 않으니까. 그런 점이 짜릿한 것 같아요."
짧은머리, 머리카락이 없는것도 지겹지만, 온전한 나를 볼수있는 짜릿한 것인것같아요. 어떤 머리카락모양을 할 때 보다도 얼굴이 또렷이 드러나 보여서요
아마도 경우에 따라서는 거기에 덧붙여서, 머리카락을 다 자르는 경험을 해본 사람으로서 느낀, 세상의 흐름, 생각, 고정관념들과, 그것과 대조대는 스스로의 실재가 있는 상황을 접하고 느끼고 접하게 되는 경험들을 하게 되면서, 시각적, 외형적 뿐만 아니라, 내적, 보이지않는 그런 흐름들까지도 볼 기회를 가지게 되서 좋다고 저는 느껴서 좋았는데, 글쓴이분은 어떠시려나요?

2018-02-09댓글쓰기 댓글삭제

그사람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쓰기 기대할게요. 머리카락 길어나는 것처럼 경험도 필력도 행복도 늘어가길 바랍니다.

2018-10-03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