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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니 연극도 하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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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연극상 연기상 받으신 거 축하 드려요.
정호
감사합니다
어떠셨어요?
정호
글쎄요, 전혀 예측도 못했고 기대도 안 했는데, 기분이 되게 좋았죠. 특별히 메인 캐릭터를 했던 게 아니어서요. <가지>는 누가 알려줬는데 54분만에 등장하는, 잠깐 나오는 역할이었고, <나는 살인자입니다>는 다같이 했으니까요.
이런 말이 좋진 않지만 보통은 ‘주인공’을 해야 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역할이 아니었는데도 상을 받으셔서 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정호
기분은 잠깐 좋고 또 다시 삶은 시작되니까. (웃음)
어떤 삶이 시작되시던가요?
정호
또 다시 작업에 들어가고, 연극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고, 새로운 작품은 똑같이 어렵고, 했던 작품도 쉽지는 않고, “잠깐 기쁘고 또 시작이구나” 그랬죠.
아, 그러고 보니 <손님들>에서 소년 역했던 김하람 배우가 아드님이시죠? (<손님들>은 2017년에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다.) 연말, 연초에 너무 좋으셨겠어요.
정호
너무 기뻤죠. 동아연극상 시상식 할 때 아들이 “아버지한테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울컥해가지고 나도 울컥하고, 웬만하면 그런 얘길 안 하려 했는데 저도 나가서 “아들하고 같이 상 받게 돼서 기쁩니다.” 그랬죠.
2대가 같이 상을 받는 게 흔한 일은 아니죠.
정호
얘도 고생길에 접어드는구나, 그랬어요.
<손님들> 보실 때, 어떠셨어요?
정호
배우가 (그 역할로서) 고통스러워하고 괴로워하면 이입이 되잖아요. 그런 걸 느껴가지고 울컥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내 아들이라 그런가, 싶어서 딴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그 친구도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초연만 봐서 하람 씨가 하는 건 못 봤지만, 그 역할이 너무 안타까운 처지에 있죠. 선배님 얘길 물어봐야 되는데 자꾸 궁금한 게 생기네요. 조금만 더 질문할게요. (웃음) 아들이 하는 연기를 보는 마음은 어떤가요?
정호
깜짝 놀랬어요. 아들이란 걸 떠나서 너무 잘해서. “넌 최고의 배우구나, 나보다 낫다. 진짜 훌륭하다” 제가 그랬어요. 지가 나이를 더 먹으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배우는 관객한테 공감이나 감동을 줘야 하잖아요. 그게 아픔이든 고통이든, 또 이겨내는 거든, 거기에 처한 배우한테 관객이 몰입이 돼야 가능한 건데, 저를 완전히 몰입시키더라고요. 너무 아들 자랑인가?
제가 못 봐서 뭐라고 딴지를 걸 수가 없네요.
정호
예전에 거창연극제에서 같이 광대로 출연한 적이 있어요. ‘벼랑끝날다’라는 팀의 이용주 대표님이 제 선배인데, 하람이 데리고 놀러 오라고 해서 갔다가 하게 됐죠. 걔가 “어떻게 연기해요?” 그래서 내가 “그냥 즐겨.” 그랬어요. 공연을 딱 들어갔는데 내가 긴장하고 걔는 즐기고 있더라고요. (웃음) 재밌었어요. 대표님이 잘 한다고, 니 아버지보다 낫다, 칭찬을 많이 해주셨죠. 너무 칭찬하나?
네. (웃음) 아들이 아버지 따라 놀러 다니다가 연극을 하게 된 거잖아요. 아까 선배님이 말씀하셨지만 너무 가난하고 힘든 연극판에 아들을 끌어들이신 건데, 고민 안되셨어요?
정호
고민은 요즘 들어요. 너 이거 왜 하냐, 고 물었더니 보고 자란 게 이거래요. (웃음) 어쨌든 지금은 되게 재밌어 해요. 일단은 건강한 게 최고고, 다른 건 다 중요하지 않고 자기 인생 행복하면 제일 좋은 거죠. 요즘은 연기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기도 해요. 그 전엔 내가 주입식으로 가르치려고 한 적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대화를 많이 하게 됐어요.
좋겠네요. 집에 참고서가 있어서. (웃음)
정호
나도 몰라요. 그냥 대화만 하는 거죠. “그 순간에 잘 듣고 잘 말해라.” 이런 말은 해주죠. 그게 최고더라고요. 저도 제일 어려운 거고.

그렇죠. 이제 선배님 얘기를 좀 해볼까요. 선배님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됐어요?
정호
초등학교 때 교회 연극을 처음 했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잘했다고 칭찬 받고, 박수도 많이 받고. 사람들 앞에서 나를 표현했던 게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 고등학교 때 짝꿍 따라서 연극반을 들어갔어요. William Inge작가의 <처분(The Disposal>이라는 작품에, 아이큐 160에 변태, 연쇄살인마가 나오는데 그 역할을 한 적이 있어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세상에 대해서 막 떠드는 게 굉장한 대리만족이 있더라고요. 제가 연영과 간다 그랬을 때, 아마 애들이 다 놀랬을 거예요. 너무 수줍음이 많고, 있는지도 모르는 애였거든요. 니가 무슨 연영과냐, 집에서도 잠깐 난리가 났죠. 학교를 정해두고, 거길 떨어지면 안 하기로 하고, 인생을 걸고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다, 가족을 설득했어요. 대학 졸업하고 연극 몇 년 하고 났더니, 이제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봤으니 그만 다 때려치워라, 그러더라고요. (웃음)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하면 베짱이처럼 놀고 즐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돈을 벌어야 일이다, 직업이란 그런 것이다, 너가 하는 건 일이 아니라 취미다, 형한테 그런 얘길 들었죠.
그런 말 한 적 있어요. 직업은 없고 취미로 연극하고 있다고요. (웃음)
정호
이번 명절에 형이 헤어질 때 그래요. “큰 변화를 바라거나 욕심 부리지 말고, 지금처럼 하던 대로만 해” 맞구나, 싶더라고요. 하던 대로 가다 보면 상도 받고,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생기는 거고요. 상을 받으면 인생이 좀 달라질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고요. (웃음)
상 처음 받으신 거예요?
정호
아니요. 어렸을 때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 서울연극인대상 연기상, 이래저래 연극계 상은 좀 받았어요. 어렸을 때 받은 건 어려서 안 바뀌는 건 줄 알았는데, 지금 받아도 안 바뀌네요. 철딱서니 없죠? (웃음)
그래야 연극 하는가 싶기도 하고요.
정호
예전에 오현경 선생님 화술 수업을 들었어요. 연기상 받고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서 “선생님 가르침 덕분입니다.” 그랬더니 “그래, 옛날에 수업들을 땐 하나도 모르다가 어느 날 깨닫잖아. 인생이 그런 거야. 배우 하다 보면 두 번 정도 깨달으면서 변화가 와야 그 때 배우가 되는 거야. 그런 깨달음이 한 번도 없으면 배우 안 된다” 그러셔요. 그 말씀이 맞는 거 같아요.
어떤 깨달음이었어요?
정호
첫 번째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거예요. 옛날엔 연극하면서 자기 관리를 잘 한다고 연습 끝나면 집에 바로 갔어요. 작품 분석해가서 그만큼 딱 하고, 술도 먹으러 안가고, 사람 만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동료들하고도 우린 연극하려고 만났으니까 서로 힘들게 안 하는 선에서, 그렇게 작업을 했어요. 이 얘긴 다른 인터뷰에선 한 적이 있긴 한데, 어느 날 연극할라고 태어난 게 아니고 살다 보니 연극을 하게 된 건데, 사람들하고 잘 지내고 소통하고 그게 제일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고 나니까 좀 달라지더라고요.

연기에도 변화를 일으키게 되던가요?
정호
나보다 상대가 더 많이 보이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같이 하는 사람이 소중하고, 팀워크, 앙상블, 팀 분위기도 중요하죠. 잘 화합하면서 내가 어떻게 기능을 잘 할까, 역할을 잘 수행해 낼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해요. 전에는 항상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하고 창조해낼지, 행동, 말 한마디, 다 분석하고 찾고, 저절로 될 때까지 몸에 붙이는 작업을 했죠. 근데 “넌 왜 자꾸 눈에 보이냐? 연극이 아니라 니가 하는 인물이 보인다” 그런 욕을 좀 먹었어요. 나는 내 역할을 충실히 한 건데 무슨 말인지 이해를 잘 못했어요. 안보이게 하는 게 뭘까, 그게 화두였어요. 그러다가 이 작품이 어떻게 가고, 뭐가 보여야 되고, 그 안에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고민을 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죠. 나를 좀 잊어버리고, 대상만 남아 있는 게 그게 더 행복하기도 해요. 내가 나를 생각하는 건 인식이고 머리로 아는 건데, 몸으로 상대랑 부딪히면서 모르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요. 내가 디자인할 수 없는 게 있구나, 라는 걸 알게 된 거죠. 행동, 눈빛, 표정, 터치 하나, 관객이 어떻게 볼 것인가, 관객이 이렇게 보고 있으니 여기에 포인트를 줘야겠다, 굉장히 꼼꼼하게 다 계산해서 디자인하다가… 얘기하다 보니 이상한 사람이었네. (웃음)
굉장히 성실하셨네요. 공을 엄청 들이면서 연기를 하셨던 것 같아요.
정호
1년에 두 작품, 많이 해야 세 작품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작품을 고르게 되고, 한 이십 년 그랬더니 작품이 점점 없어지는 거예요. 몇 개월씩 놀게 되기도 하고. 친구녀석한테 맨날 논다 그랬더니, 가만 있으면 되냐, 연출도 찾아 다니고, 오디션도 보고 그래야지, 그래요. 그때부터 오디션 열심히 보러 다녔죠.
그게 언제쯤 이야기예요?
정호
몇 년 안 돼요. 4, 5년 전쯤?
좀 전에 말씀하셨던 첫 번째 깨달음을 얻었던 시기랑 이 때가 맞물리는 거죠?
정호
그렇죠. 나를 좀 내려놔야 되더라고요. 국립에서 시즌단원 하면서, 내가 고르는 게 아니라,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야 되니까, 그게 공부가 많이 됐어요. 주인공은 드라마가 쭉 있으니까 갈 수 있는데, 잠깐 나오는 역할이지만 인간을 보여주는 건 어떻게 해야 되나, 뒤에 서있는 역할이래도 한 존재가 무대에서 어떤 식으로든 살아있어야 작품이 튼튼해지니까 생각해보고 찾아보면서, 공부가 많이 됐죠. 예전에 왕 옆에 창들고 서있는 사람은 극단 막내가 했잖아요. 근데 사실 왕 호위무사면 최고의 무사잖아요. 비리비리하게 대충 서있으면 안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죠. 그런 걸 발견하게 됐어요. 요새는 넌 어떤 캐릭터가 맞냐, 어울려?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잘 모르겠어요. 전에 이성열 예술감독님이 <조치원 해문이>를 보고 평상시에는 참 수더분하고 착해 보이더니 연기할 때 진짜 나쁜 놈처럼 보인다고, 악역은 창조가 아니라 본성 안에 있다고. (웃음) 너무 쎈 역할 많이 할 때는 옆집의 친근한 사람 같은 역할은 모할 꺼다, 또 친근한 역할을 자꾸 했더니 반대로 쎈 역은 못할 꺼다, 그런 얘길 들으니까 어떤 게 잘 맞는지 모르겠어요.
보여지는 모습에서 캐릭터가 강하게 느껴지질 않아서 두루 다 잘 어울리실 꺼 같아요. 첫 번째 깨달음을 얘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요. 두 번째 깨달음은 아직 안 왔나요?
정호
글쎄요. 구부능선에 걸려서 넘어갈 듯 안 넘어갈 듯 하고 있는 거 같아요. 캐릭터의 창조는 어떤 건가, 내가 갖고 있는 건 뭔가, 그런 질문들이 있어요. 이제는 머리로 접근하면 디자인이 뻔하니까, 몸이 머리보다 좋다는 건 알게 됐고 그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그리고 저도 젊지만, 젊은 친구들하고 작업을 많이 해봐야겠다, 왜냐하면 인식의 틀과 생각과 표현하고자 하는 게 굉장히 다르고 다양하니까, 그 안에서 저도 더 자유로워지고 깨지는 것 같거든요. 원하는 목적지를 정해놓고 해결해야 되는 것보다는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좀 넓어진다고 할까요? 두 번째 깨달음은 이 과정에서 얻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서로 나누고 영양분을 주고받아야죠. 그러니까 저 좀 써주세요. 너무 영업을 하나요? (웃음)
젊은 연출가분들은 김정호 배우한테 주저 없이 연락하기 바랍니다, 제가 대신 광고해드릴게요. (웃음)

잠깐 쉬는시간

연극계에 미투 운동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호
세상이라는 게 모든 것이 다 밝혀지는구나, 숨길 수가 없는 거구나, 생각이 들어요. 저도 돌아보게 되고, 더 조심스러워지고요. 사람이 작업을 하는 거니까, 동료로서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되는 거고, 인격을 침해하면 안 되는 거고, 권력이든 뭐든, 그걸 이용해서 그러면 안되죠. 용기 있게 잘 얘기해줘서 고맙고, 그게 세상에 정착이 돼야 되겠죠. 많이 속상하죠.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약자가 피해를 입을 상황이 왔을 때 두려워하지 말고 싫다고 말하고 혼자 속으로 삭이지 않아도 된다는 게 너무 당연한 건데…
정호
작업을 하면서 배우의 인격을 건드리면서까지 연기를 만들어야 한다, 는 강한, 쎈 연출을 만났을 때가 있죠. “저건 아닌 것 같은데, 너무 심한데” 하면서도 묵인했던 게 있어요. 저도 당했을 수도 있고요. 근데 연극은 이렇게 해야 되는 건가 보다, 묵인했던 것도 있고 감내를 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점점 말을 못하게 된 게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젊은 작업자들은 얘기를 들어주고 대화하고 다른 걸 인정하면서 찾아가는데, 예전엔 정답이 이거야, 이걸 해, 숙제가 이걸 하느냐 못하느냐, 딱 하나 밖에 없었죠. 그걸 못했을 때의 좌절감, 해냈을 때의 짧은 기쁨, 그런 작업이 주였으니까 자꾸 눈치를 보게 되고, 일방적인 관계가 됐던 건데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연습 과정이 행복해야 작품도 잘 나오더라고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힘들 수는 있지만 사람들 간에 서로상하지 않아야죠.

앞으로 어떤 작업 하고 싶으세요?
정호
저도 이제 중견이 돼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나, 싶은데 김재건 선생님 보면서 많이 배워요. 연세가 있으시지만 항상 열려있으시고 말씀을 많이 하시기보다는 잘 들어주시고, 당신 역할 충실히 하시면서, 분위기를 따뜻하게 해주시고,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웃음) 선배의 모델을 다 보여주세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그리고 알아가는 거, 세상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그런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인 배우의 욕심으로는 서브를 잘 해주는 역할도 좋지만, 인생을 뚫고 끌고 나가는 역할도 하고 싶죠. 이렇게 얘기하면 좀 웃길 수도 있고 건방질 수도 있는데, 뛰어다니고 에너지 좋을 때, 힘이 있을 때 그 힘을 쓸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게 시점이, 나이대가 지나면 힘이나 에너지가 안돼서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혹시 덧붙이고 싶은 얘기 있으세요?
정호
항상 고민인데 연극은 왜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을까. 상황이 참 안 나아지는 구나. 근본적으로 어떻게 안 되는 건가, 그 질문이 계속 돼요. 뭔가를 얘기하고 주장하고 그래야 세상이 바뀌는 건데 너무 배우로서 주어진 역할만 하면서 살았구나, 싶고, 후회는 없지만, 그런 게 필요하구나, 요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연극데이트 마지막 질문입니다. 김정호한테 연극이란?
정호
어떻게 얘기하든 다 재수없다 그럴 텐데. (웃음) 아까도 얘기한 건데 “연극하려고 태어난 거 아니잖아. 살다 보니 연극도 하게 된 거지.” 어떤 형님이 한 말인데, 제 생각의 전환점이 됐어요. 전에는 연극이 전부였어요. 스스로 합리화시킨 건데, 내가 느끼는 기쁨도 있지만, 작품으로 세상에 대해 뭔가를 얘기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기여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너무 좋아하는 거죠. 근데 좀 덜 좋아해야 될 것 같다, 너무 좋아하면 집착이 생기니까, 너무 잘 만들려고 하면 시야가 자꾸 좁아지는데, 우리 되게 행복하게 재밌게 놀자, 그러면 품이 넓어지면서 잘 만들어지더라고요. 그리고 여러 가지 역할을 해보긴 했지만 보통 사람들이 겪는 직장생활, 사회생활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이, 맨날 연극하는 사람들하고만 지내면서 살았구나, 나이를 먹으면서 경험의 한계치를 느껴요. 후회되는 건 없지만 세상을 좀더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래서 연극이란 나한테 뭘까? 이 세상을 좀더 보고,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이) 뭐라고 얘기를 못하겠네요. (웃음) 아들이 배우라서 느끼게 된 건데 집에 들어올 때마다 다른 애가 들어와요. 하루는 늘 알던 걔고, 하루는 고민에 푹 빠져 있고, 하루는 막 대사를 하고 있고. 나도 예전에 그랬겠구나. 아빠가 아들한테 안정감을 줘야 되는데 매일 다른 사람이 집에 들어왔으니 애가 많이 힘들었겠다, 싶더라고요. 연습실에 갈 땐 집안 고민 같은 거 다 털고 들어갔는데 집에 들어올 땐 그렇게 못하고 너무 무대 중심으로 살았던 거죠.
사실 정신 건강에도 연습실 들어갈 때처럼, 집에 들어갈 땐 좀 털고 들어가는 게 좋은데 그렇게 잘 못하죠.
정호
털 때 털어야 다시 환기가 되는 건데, 그렇게 하는 게 연극인 줄 알고 계속 쥐고 다녔던 거죠. 그래서 제가 엠티를 좋아해요. (웃음) 연극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김정호(배우)
주요작품
<가지> <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나는 살인자입니다> <간혹 기적을 일으킨 사람>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외 다수

태그 연극,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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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새롬

부새롬 연출가, 무대디자이너
달나라동백꽃 대표
주요작품 <뺑뺑뺑> <달나라연속극> <로풍찬 유랑극장> <뻘> 외
puromy@gmail.com
제134호   2018-02-22   덧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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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머리
김정호 배우님 작품 항상 챙겨보고 있는 팬입니다. 평소 같으면 인터뷰기사가 무척 반가웠을텐데, 참담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참 어울리지 않는 기사라 생각됩니다.매일 매일 새로운 일이 터지고 분노하고 있는데 여긴 아무일도 없는것 같아서... 참 씁쓸 하네요.

2018-02-22댓글쓰기 댓글삭제

ㅇㅅㅇ
사자머리님! 그런 논리라면 7,80년 대에는 모든 로맨스 소설과 음악들도 멈추어야 했던 건가요?

2018-02-23댓글쓰기 댓글삭제

사자머리
같이 연극하는 사람들이 피해자로 오랜시간 고통받고 있었음을 폭로하고 있고...많은이들의 선생이었던자가, 누구보다 선량한 줄 알았던 배우가 가해자라는 참담한 현실을 보면서 관객들도 아파하고 있는 지금, 연극인은 그 문제에 좀더 집중 할 수 없었는가를 이야기 하고 있는겁니다.
아픈시대에 로맨스나 음악을 멈출 필요는 없겠지만...예술이 시대를 이야기 할 수 있으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2018-02-23댓글쓰기 댓글삭제

이선민
세월호 이후 시대를 안고 가는 예술의 살아있는 힘을 본 것도 연극에서입니다. 미투운동이 제대로 성과를 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기 바랍니다만 그 일 하면서도 일도 하고 밥도 먹고 인터뷰도 하고... 살아나가면서 힘내서 해야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2018-02-23댓글쓰기 댓글삭제

지나가다
전 조금 논지에서 벗어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늘 연극인의 인터뷰를 보면 인터뷰하시는 분과 친한 분들 위주로 인터뷰가 진행되는 것 같아서 조금 불만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궁금해하는 분들, 궁금해하는 이야기가 먼저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밥도 먹고 인터뷰도 하고 힘내면서 연극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김정호 배우 인터뷰인가? 싶네요. 왜 연극 원로의 인터뷰는 아닌겁니까? 왜 연극 평론가의 인터뷰는 아닌겁니까? 그 오랜 세월 연극을 하시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모르시고 계셨던 건지, 진실로 몰랐다면 왜 몰랐던 것인지가 제일 궁금한데요.

2018-02-23댓글쓰기 댓글삭제

댕로파
미투운동애 대해서는 기획연재와 칼럼 부분에서 꼭 기사를 올려주셨으면 합니다. 정호 배우님 수상 축하드리고, 연극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진솔한 면모가 참 좋으네요. 그런 부분이 아드님께도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배우님 올해에는 좋은 작품에 주연으로 자주 뵙고 싶습니다^^

2018-02-24댓글쓰기 댓글삭제

웹진 연극in
인터뷰를 비롯한 웹진의 모든 콘텐츠는 한 달에 한번 진행되는 편집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습니다. 김정호 배우님의 인터뷰도 1월 편집회의를 통해 결정됐고, 그 이후 필자에게 알려드린 후 미리 인터뷰가 진행되었습니다. 오해가 없으시길 바라며, 웹진 연극in에서도 최근 진행되고 있는 연극계의 참담한 상황들에 대해 분노하고 있으며,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8-02-27댓글쓰기 댓글삭제

나는, 평론가
어느 순간부터 김 배우님이 비약하시데요.
노력하는 배우에서 살아있는 배우로 ㅎㅎ,
출렁 거리는 리듬을 같이 느꼈죠.
지켜보겠습니다. 언제나 화이팅하세요.

2018-03-01댓글쓰기 댓글삭제

개나리
세월호 이후 시대를 안고 가는 예술의 살아있는 힘을 본 것도 연극에서입니다. ??이 봐요. 세월호를 본인들 공치사나 하려고 공연 올렸나요? 다른 시민단체가 본인들 공을 높이 세우던 가요? 연극인 인터뷰 전부터 봤는데 신인작가들 외면하다사피 하더군요. 정신 좀 차리세요. 당신들 친목질 모르는 관객들이 없는 마당에.....사과문은 못쓸망정. 왜 세월호를 언급 합니까?

2018-03-02댓글쓰기 댓글삭제

개나리
세월호 이후 시대를 안고 가는 예술의 살아있는 힘을 본 것도 연극에서입니다. ??이 봐요. 세월호를 본인들 공치사나 하려고 공연 올렸나요? 다른 시민단체가 본인들 공을 높이 세우던 가요? 연극인 인터뷰 전부터 봤는데 신인작가들 외면하다사피 하더군요. 정신 좀 차리세요. 당신들 친목질 모르는 관객들이 없는 마당에.....사과문은 못쓸망정. 왜 세월호를 언급 합니까?

2018-03-02댓글쓰기 댓글삭제

개나리
세월호 이후 시대를 안고 가는 예술의 살아있는 힘을 본 것도 연극에서입니다. ??이 봐요. 세월호를 본인들 공치사나 하려고 공연 올렸나요? 다른 시민단체가 본인들 공을 높이 세우던 가요? 연극인 인터뷰 전부터 봤는데 신인작가들 외면하다사피 하더군요. 정신 좀 차리세요. 당신들 친목질 모르는 관객들이 없는 마당에.....사과문은 못쓸망정. 왜 세월호를 언급 합니까?

2018-03-02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