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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서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김은성의 연극데이트] 배우 김소진

김은성_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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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소진
  • 연애 안 한 지도 10년,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일찍이 미스강원 출신 어머니로부터 '헛똑똑이'로 불렸던 서른넷 여배우의 관심사는 오직 연기뿐이다. <풍찬노숙>의 짐승소녀와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의 막내딸을 치열하고 야무지게 소화해내며 '똑똑이'로 반전에 성공한 ‘무대스타일’, 김소진을 만났다.
  •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의 <거기>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극단 차이무 작품 <거기> 공연 중이다. 서울에서 강원도의 조용한 마을로 이사 온 '김정' 역할을 맡고 있다. 오유진, 송선미와 트리플 캐스트Triple Cast로 출연하고 있다. 일주일에 3일 정도 무대에 오른다. 공연 없는 날은 공연도 보고, 산책도 하며 지낸다. 요즘에는 주로 청계천을 걷는다. 바람도 느끼고 풀도 보고 물소리도 듣고 때로는 지나가는 사람도 구경도 하고 직업병인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에 대해서 관찰하게 되고 이미지가 떠오르면 집에 와서 글도 좀 써보고… 공연이 없는 날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트리플캐스팅, 어떤가?
    익숙하지 않아서 뭔가 몰입이 안 되거나 집중이 안 되면 어떡할까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꽤 재미있다. 쉬는 날은 다른 배우가 하는 것을 보면서 나의 연기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어 좋다. 매번 출연배우의 조합이 다른 만큼 공연도 매일매일 새롭다. 색다른 경험이다.

    <거기>는 어떤 작품인가?
    글쎄,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다. 우연히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마음을 열게 되고 위로도 받고 격려도 받고 각자 삶의 무게는 다르겠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도 나누게 되는 이야기다. 글쎄… 뭔가 살고 싶게 하는 공연 인 거 같다. 관객들이 그걸 느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털어놓고 열어놓는 게 쉽지 않은데 털어 놓음으로 해서 치유를 받고 위로를 받을 때가 있지 않은가? 그런 순간을 보여주는 연극이다.
  • 차이무 노는 물에 퐁당

    차이무와의 만남, 어떤가?
    차이무에서의 작업은 <양덕원이야기> <연> <씨,베토벤> 이후 네 번째다. 처음 가서 작업했을 때는 조금 힘들었었다. 그들의 호흡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들과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첫 작품 때 특히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몇 작품을 같이 하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지금은 굉장히 편해졌다. 집중해서 연기만 생각하게 된다.

    어떤 배우들과 함께 만들고 있는가?
    민복기, 이대연, 김승욱, 김중기, 이성민, 정석용, 오용, 진선규, 송재룡, 김훈만, 오유진, 곧 송선미와 강신일도 합류한다.
  • 배우 김소진 배우 김소진
  • 연기 잘하기로 유명한 선배들과 하고 있는데, 어떤가?
    선배님들이 겪어왔던 시간, 다시 말해 내가 앞으로 겪어야 할 시간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된다. 또래들과 같이 하는 것보다 발전적인 고민을 많이 할 수 있게 돼 너무 좋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충동을 무대 위에서 거침없이 토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 표현에 있어서 소극적인 면이 있었는데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게 된다. 무언가 용기를 내어 시도했는데 새로운 느낌을 찾게 되었을 때, 희열을 느낀다.
    차이무의 파이팅 구호가 "놀자, 놀자, 차이무 만세" 다. 배우들이 거침없이 표현하고, 그것을 서로서로 잘 받아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극단이다. 차이무에서 처음 연습했을 때 "좀 놀아" "막 해" "그냥 해"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더라. '뭐? 어떻게 막하라는 거야?' 그런데 이제는 조금 그 말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많이 편해졌다. 차이무에 물든 걸까? (웃음)

    이상우 연출가와의 만남은 처음인가?
    그동안은 모두 민복기 연출가랑 만났었다. 이상우 선생님과는 처음이다. 이상우 연출은 배우가 할까 말까,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그것을 하게끔 자신감을 주는 연출가다. ‘아, 저 연출이 지금 나를 보고 있구나. 연습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내 생각을 읽고 있구나. 같이 보고 있구나.’ 그런 신뢰를 주는 연출가다.
  • 화제작의 중심에 서다

    올해 <풍찬노숙>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등 화제작에 잇달아 출연하고 있는데?
    <풍찬노숙>에서는 '주워 먹는 그애' 로 출연했다. 무대에서 계속 기어 다녔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느끼지 못했던 감각을 일깨워주는 공연이었다. 신체적으로는 아무래도 네발로 걷는 역할로 설정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일단 네발로 걷는 동물들 관찰을 많이 하면서 익숙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내가 익숙하지 않으면 보는 이들도 어색하게 볼 것 아닌가? 다른 배우들 대본 읽을 때 연습실을 계속 기어 다녔다. (웃음)
    그런데, 처음 극장 경사무대 앞에 섰는데 "헉!" 했다. 경사무대에서 연습을 해 본적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맡은 역할도 그 누구보다 공간에 밀착된 인물이어야 해서 부담이 더욱 컸다. 다른 인물들이 대사와 블로킹에 신경 쓸 때 나는 끊임없이 그 공간과 익숙해지기 위해서 노력해야했다.

    정신적으로는 어떤 감각을 일깨워주던가?
    사람이 네발로 걸으니까 생각도, 보는 시각도 달라지더라. 땅과 가까이 붙어있으니까 사람을 볼 때는 다 위로 올려다보게 된다. 생각이 달라지더라. 생각이 달라지니 마음이 달라지더라. 새롭게 다가오는 감각에 집중했다. 느껴지는 그대로의 감각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두 달이라는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는 극과 극으로 나뉜 관극평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정의신 작가의 역사의식이 그 쟁점의 복판에 있었다. 처음 대본을 볼 때 어땠는가?
    아,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깊게 하지 않았다. <야끼니꾸 드래곤>을 보고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 처음으로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이었다. 작품보다도 정의신이라는 사람과 그 사람의 작업이 너무 궁금해 선택한 작업이었다.
    음… 작품에서 나오는 이미지와 정서가 좋았다. 작품이 풍기는 분위기가 그냥 좋았다. 공연을 연습하면서 정의신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많이 생겼다.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작품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내리게 되었다. 정의신은 치열하고 뜨겁게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 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 배우 김소진 배우 김소진
  • 연출가 정의신과의 작업은 어땠나?
    정의신은 연극을 굉장히 사랑하고 열정이 넘치는 그런 분이다. 자신이 원하는 인물의 본질에 대하여 배우가 이해하고 그 것이 표현되어 나올 때까지 연습하고, 노력하고, 절대 후퇴하지 않는 분이다. 본인 생각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배우 입장에서는 부담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배우가 가야하는 목표점을 확실하고 분명하게 제시받는 것도 사실이다. 배우로서 당연히 수행해야 되는 거긴 한데, 잘 안됐던 나로서는 좀 힘들었다. 그런 나를 겪었던 연출가도 몹시 힘들었을 것이다. 선생님이 원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다. 고마운 부분도 있고 미안한 부분도 있고 아직 속상한 부분도 있고 좀 복잡한 심정이다. (웃음)

    연달아 화제작에 출연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실감하는가?
    진짜? 아니, 아니다. 민망하다. 기분은 좋다. 내가 한 공연을 잘 봤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도 보이는 거 아닐까?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웃음)
  • 커튼콜의 신비함, 배우를 만들다

    김소진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
    고향은 서울인데 유치원 때부터 고3때까지 강원도 현리에서 자랐다. 학교 다닐 때 공부만 잘하면 친구들도 많고, 좋은 학교도 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사랑과 돈과 명예를 다 얻는 줄 알았다. 원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저 공부만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중학교 국어시간에 어쩌다가 시낭송 발표를 하게 됐는데 선생님께서 칭찬해주시더라.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에 대해서 바라봐 준 것은 그 선생님이 처음이었다. 소진이는 이 시에 담긴, 어떤 정서를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 이후로 선생님이 책을 읽거나 그럴 때 자꾸 나를 시키시는 거다. 좋았지만 부끄럽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친구들이 괜히 나를 막 미워할 것 같더라. 초등학교 때 왕따여서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 (웃음)

    왕따?
    친구들이 어느 날부터 나한테 말을 안 걸었다. 어떤 친구에 대한 험담에 동참하지 않은 게 발단이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그런 일에 아예 신경을 쓰지 말라며 너는 잘 못한 게 없다고 하더라. 그 일이 컸다. 그 친구를 통해서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잘 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어, 갑자기 눈물이 나냐?
    (김소진의 눈에 눈물이 핑 도는 걸 보았다.)

    원래 연출을 전공했다던데?
    원래 영상제작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방송국 피디나 영화를 하고 싶었었다. 그런데, 스무 살 때 아룽구지극장에서 극단 목화의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를 봤다. 별 생각 없이 당시 나를 따라다니던 오빠랑 같이 보러갔었다. (웃음) 공연보다는 커튼콜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연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커튼콜 때는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더라. 아, 저게 뭐지? 신비로웠다.
    중앙대 연극학과에 연출 전공으로 편입을 했다. 주로 스태프로 활동했는데 배우를 하는 느낌은 어떤 걸까? 호기심이 가시지 않더라. 4학년 때 처음으로 무대에 섰다. <문제적 인간 연산>에 출연했다. 틀리지 않기 위해 집중하며, 실수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배우 김소진
  • 그럼 졸업 후에 연기를 시작한 건가?
    졸업하고 나니, 앞으로 뭘 해야 할까 고민이 찾아왔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연기를 하고 싶더라. 연기를 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희뿌연 안개가 걷히면서 길이 쫙 펼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대학로에 나오려고 하니 아는 데도 없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더라.
    함께 연극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출구를 찾고 찾다가 마침 ‘아리코리아’라는 해외공연 프로젝트 그룹을 만나게 됐다. 1년을 유럽과 남미를 돌면서 공연했다. 에딘버러, 아비뇽 페스티벌에도 참가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현실은 이전과 똑같더라. 연기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실기과정이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전문사에 입학하게 됐다. 차근차근 연기수업을 받았다.

    데뷔작은 어떤 작품이었는가?
    삼일로창고극장에서 공연 된 <이상, 열 셋까지 세다>(노성 작, 리 브루어 연출)이다. 처음으로 오디션 봐서 출연한 작품이다. LG아트센터에서 <인형의 집>을 연출했던 리 브루어Lee Breuer, 미국 현대연극의 거장를 그때 만났다. 금홍이 역할을 했었다.

    이후에는 어떤 작품들과 만났나?
    <한밤의 세레나데> <오월엔 결혼할 거야> <양덕원 이야기> <산티아고 가는 길> <갈매기> 등에 출연했다. 그렇게 지금 2012년 까지 왔다.
  • 고민을 함께 나누는 배우

    배우 김소진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장점이 별로 없는 거 같다. 단점은 낯을 많이 가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에 가까이 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내가 먼저 다가가고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배우 김소진
김재엽
  •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
    이성민 선배님 좋아한다. 그분의 연기 좋아한다. 변화되는 것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배우다. 상대방의 호흡을 받아들이는 열려 있는 모습도 존경스럽다.

    만나고 싶은 연출가가 있는가?
    있다. 리 브루어와 다시 만나고 싶다. 배우와 연출의 경계를 두지 않고 같이 고민하고 창작해 가는 동료로서의 뿌듯함을 주신 분이다.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서로를 신뢰하게 되는 관계로 만났던 것 같다. 칠순이 넘으셨는데도 매력적인 아이디어가 넘치는 열정적인 분이다. 달라질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연출가다. 내가 꺼내놓을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을 꺼내놓게 해주는 힘이 있는 연출가다. 다시 만나고 싶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사람들과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바로 지금, 동시대의 사람들과 함께 사는 배우가 되고 싶다.


  • 배우 김소진
  • 김소진 (배우)

    주요작품
    연극
    <거기><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씨베토벤><갈매기>
    <연> <풍찬노숙><양덕원 이야기><산티아고 가는길>
    <시동라사> <이상, 열셋까지 세다>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외 다수

태그 김소진, 극단 차이무, 거기, 코너맥퍼슨,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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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김은성 극작가
극단 달나라동백꽃 대표
주요작품 <로풍찬유랑극장><뻘><목란언니><연변엄마><순우삼촌><시동라사>외 다수
본지 편집위원.
웹진 9호   2012-10-04   덧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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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ie
[거기]에서의 담담한 연기도, [봄의노래는바다에흐르고]에서의 담대한 연기도, 모두 좋았어요 :-) 멋진 배우님이십니다~

2012-10-04댓글쓰기 댓글삭제

samadbi
'한밤의 세레나데'에서 처음 봤던 김소진배우~ 함께 얘기도 나눴던 기억이~^^

2012-10-04댓글쓰기 댓글삭제

김낭만
인간적으로 너무나 멋있는 배우! 매력적 김소진씨죠 ^^

2012-10-30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