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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이 만난 사람]강훈구X아지트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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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세월호 #나 자신을 연기하기
아지트, 틴스+프로젝트그룹 쌍시옷 @혜화동1번지
훈구
혜화동 1번지에서 하는 기획공연들은 늘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번 기획 공연 홍보물을 보는데, 가장 눈에 먼저 들어왔던 작품이 <아지트, 틴스> 였어요. 첫째는 청소년들이 직접 출연해서 공연하는 작품이라는 것이 흥미로웠고, 둘째는 ‘아지트틴스’가 정릉에 있다는 거예요. 저도 정릉 살거든요. 여기 이런 공간이 있어? 동네 주민으로서 공연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저도 청소년이 아니게 된지가 점점 오래되어 가고 있는데요. 청소년의 삶에 익숙하고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공연을 보니까, 벌써 오래 전부터 청소년을 만나지 못했구나, 그래서 제가 청소년이었을 때의 고민과 경험을 많이 잊고 있구나, 했어요.
진수
그런 고민보다도 사람들이 이 어려운 걸 이해할까, 이런 고민을 했어요.
진석
저희는 여기서 지내 와서 다 알지만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이 이런 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죠.
지성
정해진 시간 안에 이 많은 걸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많이 했죠.
진수
연극을 본 친구들도, 이 연극이랑 세월호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거야? 라고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지아
우리 아빠도 잘 모르겠다고 그랬어.
훈구
꼭 모두가 다 이해해야하는 건 아니니까요.
지아
근데 사실 보통 연극 볼 때 생각 많이 하지 않고 보잖아.
훈구
저는 처음 연극을 한 게 고등학교 2학년 때 영어연극 동아리에서였어요. 졸업한 대학교 1학년 선배들이 와서 지도해주는 그런 시스템이었는데요. <피터팬>을 했는데 후크선장이었어요. 사실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연극을 거의 본 적이 없었어요. 그 이후로도 연극을 떠올리면 유명한 극작가가 쓴 작품을 사실적으로 연기하는 건 줄로만 알았어요. 우리 이야기로 연극을 만들 수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 같아요,.
지성
저희도 그랬어요. 연극수업에서 자기 이야기를 글로 써본다던가, 속마음을 이야기한다던가, 이런 걸 계속 했단 말이에요. 대체 이런 걸 연극 시간에 왜 시키지. 이게 연극이랑 무슨 관계가 있지. (웃음).
진수
어떤 연극을 하던 캐릭터에 감정 이입하고 분석해야 되잖아. 만약 자신을 연기하면, 나를 분석하는 시간을 가지는 거지. 이 말부터가 이상해. 나를 연기한다는 거..
지성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드러내야 되는데, 그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대본이 나오는 순간, 내가 한 말인데도 나를 연기하는데도 어색해진다든가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훈구
연극을 만들면서 어디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할까, 내 모습을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까, 고민이 들었을 것 같아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신중해야 하고,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있잖아요.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는 건 어려울 것 같은데요. 연극을 보면서 사실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별로인 모습들이 있잖아요. 그걸 어디까지 드러낼 수 있을 것인가, 이게 관건 아닐까요..
지성
저도 그런 모습을 스스로 인정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같이 생활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그런 모습이 드러나게 되더라고요. 아지트에서 그런 모습들을 천천히 생각하다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게 되고, 나를 하나의 사람으로 보게 될 때도 있었어요.
이지성
#학교규제 #프리 #두발자유화
훈구
고등학교 때 교칙이 엄격해서 빡빡머리로 다녔어야 했거든요. 그래선지 처음에 지성씨가 탈색한 머리로 무대에 등장했을 때, 이게 모든 걸 다 말해준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달라졌구나.
지성
작년에 두발 규제가 풀렸어요. 그래서 쌤한테 탈색해도 되냐고 하니까 하고 와보라고 하셔서 하고 갔단 말이에요. 그런데 샘이 너 머리가 그게 뭐야, 라고 하시는 거예요. 머리가 왜요, 그러니까, 머리를 학생답게 하고 다녀야지, 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학생다운 게 뭔데요, 라고 했어요. 두발 규제도 풀렸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뭐라고 하시냐고 했더니 다른 친구들이 이렇게 말했으면 벌점 매겼을 것 같은데 제가 말해서 납득이 간다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그런 샘의 반응에서 또 화가 났었죠.
지아
학교장 재량이라서, 저희 학교는 머리를 묶고 다녀야 돼요. 어깨에 안 닿는 짧은 머리는 괜찮은데, 어깨에 닿으면 무조건 묶어야 돼요. 염색하면 엄청 혼나고요. 염색 풀 때까지 매일 벌점이 있어요. 저희 학교는 취업을 바로 해야 하는 학교인데요. 아무래도 불이익이 있죠.
진선
제가 다녔던 학교는 다 프리했어요. 머리도, 화장도요. 혁신학교라서요.
진수
이 학교가 프리하다고 말로만 하는 학교인지 진짜 프리한지 확인해보려면 내가 가보면 알아. (일동 웃음)
진석
저희는 머리도 안 되고, 액세서리도 안 되고, 교복 똑바로 입어야 되고, 체육복도 체육시간 외에는 못 입어요.
진수
이 친구가 다니는 중학교가 제가 다녔던 중학교거든요. 이 학교가 사립이고 그래서 규정이 쎘어요. 투블럭컷도 안 되고요. 스포츠로만 다녔어야 했어요.
진석
머리가 귀에 닿으면 안 돼요. 잘라오라 그래서 잘라왔어요.
훈구
제가 지성씨의 머리만 보고 세상이 바뀌었다고 오해했나 봐요.
지아
그래도 이렇게 풀리고 있으니까, 좋아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오진석
#세월호기획공연 #연습하기 #소찬휘Tears
진석
처음에 아쌤(아지트틴스의 대장. 아지트틴스 선생님의 줄임말)이 연극한다고 했을 때, 저도 다른 역할을 연기하는 건 줄 알았어요.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세월호 기획공연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부담스럽더라고요. 근데데 승민쌤이 부담스러운 걸 이겨내야지, 방학이니까 바쁘게 살아야지 않겠니, 이렇게 설득하셔서 넘어갔죠. 해보니까 그렇게 부담감을 느낄 정도는, 겁먹을 정도는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진수
연습은 그렇게 길게 하지 않았고요. 대본 구성이 오래 걸렸어요. 4월 달에 대본이 나왔었는데, 우리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서 싹 뒤집어엎었죠. 저희끼리 이 연극을 왜 하는지 회의를 하고 다시 구성했어요.
훈구
원래 대본이 어떻게 나왔길래요?
지아
꾸며진 느낌?
지성
아지트 자랑하는 느낌?
진수
연극 보시면서 어떤 장면이 제일 인상 깊었어요?
훈구
진경씨가 소찬휘의 <Tears>를 부르는 장면이요.(일동 웃음) 우리 때도 한 세대 전 노래였는데, 아직도 부르는구나, 참 오래간다 생각했죠.
진수
1차 대본에는 그런 게 없었거든요. 각자 모습이라던가, 캐릭터라던가, 속얘기가 별로 없었어요. 그 장면도 추가된 거예요.
김지아
#아지트는연애다 #연극은연애다 #공동체생활 #아지트설립취지
훈구
연극 보면서 아지트 생활이 극단 생활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래된 극단들은 아지트에서 하는 것처럼 밥도 같이 지어먹고 합숙도 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찐하게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요새는 정도가 많이 약해졌지만, 그래도 연극은 공동 작업이니까 같이 붙어있는 시간이 많고, 그래서 좋지만 그래서 갈등도 많고 그만 두는 친구도 생기고, 다시 합류하는 친구도 있고 그렇거든요. 우리도 극단하는 게 연애하는 것 같다는 말. 많이 하거든요.
지아
저는 중1 때 잠깐 아지트에 놀러 왔다가 알게 됐고요. 친한 친구들이 아지트에 다니고 있어서, 따라서 2학년 때부터 중3 졸업할 때까지 다녔고요. 아지트 그만 둘 때, 아지트 사람들끼리 채팅방이 있는데, 저 그만둘게요, 메세지 남기고 나가버렸거든요.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닌데 아지트 생활이 힘들어서요. 사실 다닐 때만큼 열심히 오거든요. 나가도 나간 게 아닌 거죠.
지성
저희는 아지트가 하나의 관계라고 생각해요.
지아
연극 제일 마지막 장면에서, 유부초밥 만들잖아요. 이 얘기를 녹음해서 틀었는데...
진수
거기서 마지막 대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지트는 더 이상 공간이 아니다.”
훈구
연극 보니까, 지아씨는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요.
지아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망했어요. 원래 고3 때 실습을 나가야 되는데, 코로나로 못나가고, 졸업하고 시작해야 되니까요. 힘들어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훈구
지아씨가 아지트를 제일 오래 다녔다고 들었는데요. 아지트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아
원래 아지트의 설립 취지랑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연극에 나왔다시피, 세월호 사건을 보고, 이대로는 안 된다,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쌤이 세우신 건데...
지성
처음에는 와서 밥 먹고 놀다 가고 그럴 수 있었어요. 1년 회원제가 되기 전까지는요, 누구든 청소년이면, 친구 데리고 와서 밥해먹고 놀다가 시간 되면 집에 가고 그럴 수 있었거든요. 지금은 프로그램이 생기고, 진로동아리가 생기고, 프로젝트가 생기니까, 시간이 많이 없어졌어요. 그때부터 1년 회원제가 시작되기도 했고요. 뒹굴뒹굴하면서 놀 때보는 관계에 대해서 신경을 쓸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해서 화낼 수 있고, 싸울 수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예전 같으면 하루 종일 요리만 하다가 밥 먹고 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요새는 간단하게 요리 해먹고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돼요.
훈구
학교랑 조금씩 비슷해져 가는 건가요.
지성
저는 그게 되게 아쉬워요.
훈구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까요?
지아
그게 어려운 게, 처음 오는 친구들이 대부분 중학교 1, 2학년인데요. 저희 때는 부모님도 크게 신경을 안 썼는데, 요새는 좀 다른 것 같아요. 학원도 가야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진선
부모님도 애들도 이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지아
아지트에 공부방도 생기고...
진수
매년 들어오는 청소년들마다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문화라던가 가치관이라던가. 나이차이가 별로 안 나지만 저희끼리도 다 다르거든요.
지성
진수형이 저희 나이 때 이해 못하고, 제가 진석이 나이 때를 이해 못하고...
훈구
세상이 말세군요. 하하.
지아
어리니까 차이가 더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지성
유투브 같은 것들 때문에 바뀌는 게 빨라지고 커지는 것 같아요.
진수
밥해먹는 데에서 재미를 느끼는 친구들이 없으니까 공간을 예전처럼 유지하는 게 어렵죠.
지성
아쌤이 말씀으로는, 구청이나 기관에서 아지트를 구경하러 오시는 분들도, 좋은 공간이라고 하면서도, 이런 공간을 만들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거에요. 지원이 특정 방향으로만 이뤄지니까 유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하셨어요.
박진선
#입시 #세월호이후 #자유과 규칙 #다르게하기
훈구
우리나라 교육이라는 게 청소년 시절에는 입시에 몰빵이고, 나머지는 다 통제하고 유예시키는 거잖아요. 스무 살 넘어서 대학 가서 해라, 이런 거죠. 내 몸은 어떻게 생겼고, 내 몸에 맞는 운동은 뭔지,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그 음식은 어떻게 만드는 건지, 나는 뭘 좋아하고 싫어하며, 어떤 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이런 기본적인 고민들을 대신 해주는 거잖아요. 그때 못한 선택들은 이자까지 붙어서 언젠가는 찾아오는 것 같아요. 이 연극을 보면서 유부초밥을 같이 해먹는 모습 보면서 부러웠던 게 그 때문이었어요. 여러분들은 다 하나하나 다 다른 사람들이구나. 그 사람들이 같이 밥을 해서 나눠먹고 있구나. 사실 이 연극은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진 않는데도 세월호에 대한 다른 연극보다 울림이 있었어요.
진선
연극이 끝나고 난 후에 다시 세월호 사건을 찾아보니까, 아직도 달라진 게 없더라고요. 밝혀진 것도 없는 것 같고요.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바뀐 것도 없고, 여기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연극이 끝나고 나서 이상한 공허함이 있었어요. 연극 때문인지, 세월호 때문인지는 모르겠어요.
훈구
저는 빠른 년생이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은 다 스무 살이 됐는데, 저는 열아홉인 거죠. 스무 살 돼서 술 한 잔하려고 해도 저 때문에 못가고, 쫓겨나고 그랬거든요. 불만이죠. 딱 스무 살 일월 일이 되면 절제력이 생기고, 그 전날까지는 자율적으로 통제를 못하는 게 아니잖아요. 어쨌든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취지인건데. 저는 스무살 되기 한참 전에도 제가 다 컸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직도 잘 모르겠는 게,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 같은데, 청소년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도 맞잖아요.
진수
자유도 중요하지만 자유를 어떤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층에 있는 사랑방은 저희 스스로 운영하거든요.
지성
아지트에 규칙이 많이 생길 때가 있었어요. 그때 아쌤이, 이렇게 규칙이 많이 생기면 학교랑 다를 게 뭐냐고 하셨거든요. 우리가 조금씩만 배려하면 규칙이 필요 없잖아요. 그러면서 깨닫는 것 같아요.
훈구
처음엔 혼란이 많았을 것 같아요,
진수
그래서 첫 단계가 밥 먹기였죠.
지성
학교 요리실습에서 칼 쓸 때 애 취급 받을 때가 많아요. 칼이 위험한 걸 우리가 모르는 것도 아닌데.
지아
우리는 그래서 빵칼 줬어.
진선
칼 안 쓰는 요리를 하잖아.
진수
불 올리는 건 선생님이 하고, 불 못 쓰게 하고 그렇잖아. 학교는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해라, 대신 자유도 없어, 이런 거죠.
지성
학교에서 실습 때 잡채를 만든다고 하면, 재료를 조금 다르게 할 수도 있고 레시피를 다르게 할 수도 있는데 같은 레시피를 주고 이거 순서대로 안 하면 감점 이렇게 하죠. 여기서는 우리가 레시피를 찾아보고 우리가 하고 싶은 레시피를 골라서 만들 수 있는데...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나중에 혼자 해보려고 했을 때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진수
아지트는 평가가 없어요.
훈구
그럼 음식을 맛없게 하면 어떡해요,
일동
그냥 먹어야죠. (웃음)
지성
저희가 같이 맛없게 했으니까, 다음에는 다르게 해봐야지 생각하는 거죠,
훈구
생각해보면 제가 지금 속한 사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연극도 지원사업이나 극 장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거기엔 아주 강한 매뉴얼들이 있거든요. 그 매뉴얼들을 따라가다 보면 비슷한 연극이 나오기가 쉬운 거죠. 규칙을 지켜야하는 사람과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 같아요. 자치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규칙을 정하고 규칙을 지키는 건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아요.
강진수
#꼰대 #권력 #자율 #배려
훈구
혹시 아지트에도 선후배 개념이 있어요?
지성
처음에 오면 다 존댓말 써야 돼요. 친해지면 다 반말하지만요.
진수
아지트에는 꼰대문화, 군대문화 이런 게 없어요,
지성
학교에서는 선배가 잘못해도 뭐라고 못하잖아요. 그런데 아지트에서는 제가 진수형한테도 가끔, 그러면 안 되지, 라고 이야기하거든요.
진선
사실 밖에 나오면 한두 살 차이가 별 게 아닌데, 어렸을 때도 별 게 아니었는데 학교에서 갑자기 그렇게 되니까.
훈구
저만 해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꼰대가 되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제일 불안하거든요. 연극에서도 아지트 샘들 꼰대 같을 때가 있다고 했잖아요.
지성
저희가 하는 얘기가 뭐냐면, 모두 꼰대인데, 좋은 꼰대, 나쁜 꼰대가 있어요. 그리고 악성꼰대가 있어요. (일동 웃음)
진수
애정을 가지고 말을 해도 꼰대라고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무조건 가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이건 어때, 이렇게 방법을 제시하는데 꼰대라고 불려야 되는가,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지성
우리를 생각해서 말을 해주시는 분들은 좋은 꼰대고요. 관심도 없으면서 그런 말 툭툭 내뱉는 사람들을 나쁜 꼰대라고 하죠, 그리고 지나가면서 뭐라고 하고 가시는 분들을 악성꼰대라고 하죠.
훈구
관심이 많다고 좋은 꼰대는 아닐 수도 있잖아요.
진수
모든 일에 있어서 나이를 들먹이는 순간 꼰대인 것 같아요. 살아온 환경이 다르잖아요.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수용해아죠.
지성
지적들이 지적에서 끝나면 착한 꼰대고, 강요가 되면 악성꼰대?
훈구
연극계 내에서는 최근 몇 년 간 미투운동으로 인한 폭로가 있었고, 그 원인 중 하나가 연출이 가지고 있는 권력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평등하고 안전한 작업 문화를 만들 것인가, 이런 고민들이 있거든요. 이 작업에서는 아무래도 연출님, 작가님이 여러분과 세대차이가 있잖아요. 경험치도 다르고요. 어떤 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졌을지 궁금했어요.
진선
저는 그래서 정안쌤(송정안 연출)이 멋있다고 느꼈어요, 저희 대본이 참 프리했거든요. 저희 말투가 아니면 다 바꿔달라고 하는 것부터, 이런 대사 넣자 빼자, 동선 같은 것도 다 받아주시더라고요. 제안할 때마다 바로 실행하자고 하시는 것 보면서 대단하시다고 생각했어요.
지아
한 번도 연출님의 권력, 이런 건 느껴보지 못했어요.
지성
저희랑 대화를 할 때도, 배려를 해주시는 게 느껴졌어요.
훈구
요새 학교에서도 연극을 하는 편이라고 들었어요. 학교는 어때요?
지아
음악시간에 뮤지컬을 만들어라, 이런 것도 있고요.
진선
중 1때 교육과정에 있었는데, 국어, 음악, 체육 시간을 합쳐서 국어시간에는 대본을 만들고, 음악시간에는 노래를 정하고, 체육시간엔 안무를 짜고, 그랬어요,
진수
솔직히, 학교는요. 뭘 더 하려고 하면 안돼요. 뿌리부터 바꿔야 돼요.
지아
맞아. 맞아.
진선
개인적으로 좋은 기억이 아니었어요.
진수
학교에서는 절대 좋은 연극 안 나와요.
지아
하고 싶어야 제대로 나오지, 억지로 시켜서 평가에 넣어버리면 그냥 시험이 되어버리니까요.
지성
연극에 관심이 없는 친구들은 ‘버스탄다’고 하는데요, 열심히 하는 친구들에 얹혀서 가는 거죠. 좋아하는 친구들도 스트레스 받는 거고요.
심진경
#청소년연극 #폰팔이 #동아리연극 #아지트연극
훈구
이전에도 청소년 연극을 본 적 있나요?
지성
청소년 연극의 기준이 뭐에요?
훈구
청소년들이 직접 연기하는 연극도 있지만, 대다수의 청소년 연극은 청소년을 위한 연극인 것 같아요. 성인배우들이 청소년 연기를 하는...
진수
연출님도 청소년 연극 해보신적 있어요?
훈구
청소년들이 나오는 연극은 아니고, 청소년들을 다룬 연극인데요. 작년에 했던 연극 중에 <폰팔이>라는 연극이 있었어요, 2003년생들 이야긴데요. 2002년에 월드컵으로 사람들이 기분이 좋았던지, 2003년에 출산율이 조금 올랐대요. 월드컵 키드라고 부른다던데.
지성
제가 2003년생인데.
훈구
월드컵둥이군요. 이 작품은 학교에서 쉬는 시간마다 돌아다니면서 핸드폰을 파는 친구 이야기거든요.
지성
그런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학교 친구들한테 중고폰을 사서 또 팔아서 넘기고.
훈구
오. 진짜 신기하다.
지아
저는 직접 해요. 학교에서 연극 동아리를 하거든요.
훈구
연극 동아리에서 연극하는 거랑 아지트에서 하는 거랑 많이 달라요?
지아
완전 달라요. 공동체 개념도 다르고, 선후배 관계도 다르고, 규칙도 많고요. 예를 들어서 연극제가 다가오면, 선배들에게 전화를 돌려요. 그럴 때 선배라고 하면 안 되고, 언니라고 불러야 돼요. 제가 45기에요. 20기 선배한테 전화할 때도요. 어머니뻘인데도 언니라고 해야 됐어요. 그래도 이런 문화가 최근 2~3년 사이에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규칙이 공책으로 몇 장이 분량이 됐었는데, 요새는 메모장 수준이 됐죠. 하는 연극도 여기서처럼 같이 만들지는 않고, 유명한 대본을 가지고 연극해요.
훈구
그래도 재밌는 구석이 있나봐요.
지아
재밌어요. 그런데 마음에 안드는 것도 많죠. 작년에 제가 머리를 투블럭으로 잘랐는데, 언니들이 ‘너 남자 배역하고 싶어서 머리 잘랐구나’ 그러면서 남자 배역을 시키는 거 에요. 나는 그냥 자르고 싶어서 잘랐는데... 그래서 하고 싶은 배역도 못 맡고...
지성
진짜 그건 편견이다. 편견.
강훈구
#학교폭력가해자 #낙인 #반성 #공동체복귀 #공동체의역할
훈구
요새 아이돌이나 연예인 중에서 청소년 시절에 학교 폭력 가해자다, 이런 폭로가 나와서 활동을 그만두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잖아요. 피해자들의 고통이 정말 오래도록 깊구나 싶으면서도, 청소년 시절에 누구나 잘못을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언제까지 이걸 문제시할 것인가, 이런 게 고민이 되더라고요. 청소년들은 실수를 할 수도 있지만 계속 바뀌어나가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요새 사회의 분위기는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진수
잘못한 사람이 반드시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잘못한 사람을 수 천 수 만 개의 댓글로 비난하는 것도 엄청난 폭력이잖아요. 아지트에서는 잘못한 친구들의 잘못에 대해서 직접 이야기해요. 최대한 그 잘못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하고, 그 사람이 어떻다고 이야기하려 하지 않아요.
훈구
그 사람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지성
그러면 싸움이 되는 거죠. 그게 왜 잘못인지, 아닌지 서로 이야기 하는 거죠.
훈구
만약 잘못한 사람이 인정하고 뉘우친다면 다시 아지트에서 생활할 수도 있을까요. 잘못의 정도와 관계없이?
진수
그것도 잘못한 사람의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확히 알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그리고 아지트를 다시 다니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받아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지아
사람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고, 그 행동이 잘못된 거니까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확실하게 깨달으면 되지 않을까요.
지성
A군이 그런 케이스거든요. 아지트에서 저랑 나이가 같은 유일한 친구인데요.
진수
A군이 지성이한테 아픈 손가락이에요.
지성
선배랑 후배랑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진수 형은 친구들도 많고 아지트라는 공간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 부러웠거든요. 나이가 같은 친구가 네 명 있었는데 두 친구는 개인사정으로 못나오게 되고, A군이 걔의 잘못으로 1년 동안 아지트를 못나오게 됐어요. 아지트에서 저희가 함께 결정한 건데요. 저 혼자 아지트에 남게 됐어요. 갑자기 소외감을 느끼게 돼서 방황도 하게 되고 아지트를 뜸하게 다니게 됐었죠. 그때는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이랑 솔직한 관계를 맺어보려고 했는데, 연극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무리해서 같이 놀다가 어떤 친구가 잘못하면 그 친구는 다른 무리로 옮기고 다른 친구는 그 친구를 뒤에서 까고 그러는 거예요. 솔직한 관계도 아닌 것 같고 안좋아 보였어요. A군이 아지트에 다시 올 수 있었던 계기도, A군이 잘못을 했지만 스스로 반성도 했고, 바뀌려고 하는 모습이 우리에게 진실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그렇죠. 우리가 A군의 잘못된 점을 계속 지적해주고 얘기해줬기 때문에 A군이 바뀔 수 있었던 것 같거든요. 학교에서의 친구들의 관계는 말도 서로 안 해주고 뒤에서만 까니까 잘못한 친구도 바뀌는 게 없고, 불편한 관계로만 남았어요.
훈구
청소년들을 조금 더 관대하게 바라봐줘야 할까요.
지성
청소년들에겐 이런 연습을 할 수 있을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아지트 같은 공간이요.
지아
제가 아지트를 다니지 않은지 꽤 됐잖아요. 아지트가 세월호 때문에 생겼다는 걸 까먹고 있었어요. 다닐 때도 깊게 생각은 못했던 것 같아요. 우리끼리 연극을 하면서 이야기를 해봤거든요. 이번 연극이 아지트에도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진수
아지트 샘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라!”라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일들에 대해서 알아보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인 것 같아요.어른들이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소년들이 세월호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성
꼭 세월호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아지트 같았다면 세월호 사건이 발생해도, 누군가 사건의 진상에 대해 밝히고, 사과하고, 책임졌다면 유가족 분들도 울분을 토하고 지금까지 밝히러 다니셔야 되지 않아도 됐을 것 같아요. 최근에 518에 대한 영상도 봤는데요. 518 때도 잘못을 책임을 졌다면 우리 사회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렇게 우리 공동체가 그런 사건들과 연결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어떤연극을하게될까 #나의 이야기
훈구
마지막 질문이에요. 만약 다음에 연극을 하게 된다면, 어떤 연극을 만들고 싶어요?
지성
그 때의 아지트에 대한 연극을 하고 싶어요. 과거와 지금과 미래의 아지트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아지트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죠. 아지트가 관계로만 남아있을 수도 있고, 없어질 수도 있잖아요.
진수
‘내년에 아지트 망하는 거 아니야?’ 저희가 항상 이런 얘기 하거든요.
지성
안산에서 했던 아지트에 대한 연극과 올해 아지트에 대한 연극이 아예 달라졌거든요. 예전 연극에선 내가 누군지에 대해, 아지트에서 느끼는 우리의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관계를 맺고, 갈등을 해결하고, 다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했잖아요. 미래에는 분명히 또 달라질 것 같아요.
진수
우리가 아지트라는 소재로 세월호 연극을 한 거잖아요. 다음에 연극을 한다면 아지트를 모르고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이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친구들 이야기로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지아
좋네! 저는 무대에서 관객들이랑 소통하면서 하는 연극을 해보고 싶어요. 연극하면서 장면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고도 싶고요. 관객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진선
다른 연극을 해 보고 싶어요. 제가 모르는 인물을 연기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아지트에서는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진석
연극이라는 매체를 접하고 생각한 게 있는데요.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니가 뭔데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이럴 수도 있지만, 소수의 사람들의 마음을 전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성소수자나 장애인 분들요. 살면서 그런 분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사회를 살아가는지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그 사람들의 심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연극을 전달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진선
저런 연극은 필요할 것 같아요. 내가 지금은 건강하지만,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우리도 그런 입장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지아
그런데 나는 그런 연극을 하면서, 내가 이걸 할 자격이 있나, 그런 생각이 들 것 같아. 그분들의 심정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진석
당당하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닌 분들도 있잖아. 그 사람들 이야기는 대신 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으니까. 물론 어렵지. 내가 겪어본 적도 없고, 남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거니까.
진선
청소년 연극이랑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청소년 연극을 공연하면 어른들이 교복입고 청소년 연기를 많이 하잖아요.
훈구
저도 청소년 연극을 쓰면서, 제가 청소년이 아닌데 이걸 어떻게 쓰지, 고민해요.
지아
청소년에 대한 생각이랑 청소년의 실상이 달라서 그런가.
진수
청소년들은 청소년에 관심이 1도 없어요. 어른들이 괜히 그러는 거지. 청소년도 청소년에게 관심이 없고, 어른들은 관심 있는 척만 하잖아요.
진수
어색하게 느껴지기가 쉬운 것 같아요.
진석
엄청 어려워. 엄청 엄청 엄청 엄청 어려워.
지성
자칫 잘못하면 그분들이 기분 나빠할 수도 있으니까.
진경
다음에는 아지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제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아지트 이야기가 아닌 제 이야기요.
훈구
다음에도 연극을 하고 싶어요?
진석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진수
재밌었는데 다시 하기엔 겁이 나.
지아
연극은 할 때마다 너무 어려워.
지성
나는 이번에 하면서 연극의 재미를 알았어. 무대에 섰을 때 목 뒤가 찌릿찌릿한 느낌, 관객이 입장하기 전에 쫄리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진선
대본 다 외우고 대사 칠 때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훈구
빨리 코로나가 끝나서 연극도 보러 다니고 자유롭게 연극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일동
네!
진석
마스크가 제 웃음을 가리는 것 같아요.
진수
시적이다!
지성
그거 가사로 써라. 개 멋있었어.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본 코너의 진행을 위해 사전에 참여자 및 진행스탭의 체온을 측정하고 문진표를 작성하는 등 기본 방역수칙을 준수하였음을 밝힙니다.

태그 아지트틴스, 세월호, 강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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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구X아지트틴스
강훈구
<공놀이클럽> 회장. 전위적발라드하드락듀오 <정권교체> 리더. 주로 하는 일 없이 바쁘고. 가끔 희곡을 쓰고, 아주 가끔 연극 연출을 하고, 아주 아주 가끔 노래를 합니다.
saboramigo@naver.com

아지트틴스
이지성(고등학생)
강진수(아지트틴스 보조강사, 아지트틴스 졸업)
오진석(중학생)
심진경(고등학생)
김지아(고등학생)
박진선(고등학생)
제180호   2020-06-04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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