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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본 자의 무게
[김은성의 연극데이트] 배우 김동완

김은성_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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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누드의 살

    -왜 이리 날씬해졌는가?
    뭘? <빨간시>할 때보다 2킬로나 더 쪘는데, 뭘.

    -한 10킬로는 빠진 거 같은데?
    아이고, 아니다. 머리스타일 영향이 클 거다.
    파마를 해서 그렇게 보이는 거다.
    직모일 때 훨씬 쪄 보이는 스타일이다. (흐흐) 안철수 닮았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사실 살은 작년에 <살>을 끝내고 <빨간시>들어가기 전에 12킬로그램을 뺐었다.
    저염식 다이어트로 (히히) 재밌게 뺐지.

    -<살>이야기가 나왔으니, 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어땠는지?
    살찐 몸을 가진 인물로 살아야했다. 그러기에 살찌우는 과정부터 연습이었다.
    자연스럽게 연습 과정부터 살에 대해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살 이야기를 자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연 홍보도 되더라. 몸무게를 불리기 위해 탄수화물 보조제까지 섭취했다. 살이 쉽게 안 붙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무대에 서는 장면이 있었다. 어땠는가?
    연습 들어가기 전부터 벗고 나와야 한다는 건 알았다.
    오디션 볼 때 알았다.
    오디션 보러 갔는데 이해성 작가와 안경모 연출이 홀라당 다 벗을 수 있겠냐고 묻더라.
    벗어야 한다면 벗어야겠죠, 라고 답했다. 하지만 설마 했었다. 설마!
    연습 후반부까지는 팬티를 입고 연습했다.
    사실, 나는 함께 출연한 배우들을 믿었는데...
    배우가 배우를 지켜 주리라고...
    어떻게든 벗는 걸 막아 줄 거라 믿었는데!

    -믿었는데?
    흠... 믿었던 강애심 선배님이 강력하게 벗어야 한다고 하시더라. (흐흐)
    그 장면에서 만큼은 작품을 위해... 꼭 벗어야 한다고.
    선배님 말씀이, 설득력이 있었다. (크크)


    -그래서?
    고민이 있었지. 하루는 집에서 와이프와 상의했다.
    와이프도 나와 같은 배우 아닌가? (그의 아내는 이미지, 극단 코끼리만보의 배우다.)
    그녀에게 배우의 눈으로 봐달라고 했다.
    와이프 말이 "팬티만 입고 있을 때는 기러기 아빠의 불쌍함이 보이는데, 다 벗으니까 짐승 같다. 고로 다 벗고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고 하더라.
    벗고 하는 거 쉽지 않았다.
    공연 전, 리허설 할 때야 상대배우 보미에게 나, 벗고 할 거야, 알려 줄 정도였으니까.

    -다시 그 <살>이 공연될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
    작가 이해성에게 이번에는 저번처럼 몸무게를 늘릴 생각이 없으니 출연 안하겠다고 했는데,
    다시 공연을 하게 되면 살에 신경 쓰지 말고 연기적인 아쉬움을 해소하라고 하더라.
    그 말에 흔들린다. 다시 출연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최근 출연작 <878미터의 봄> 이후 어떻게 지냈는가?
    연희 문학창작촌에서 소설낭독공연을 연출했었고, 동국대랑 연극원에서 소리훈련, 발성과 화술을 강의 하고 있다.
    요즘 특히 재미있게 하고 있는 일은 기업에서 하는 연극수업? 연기수업? 뭐랄까?
    모 은행 직원들에게 다른 사람 눈을 보고 이야기 하는 법, 누군가가 이야기를 했을 때 그것에 대해서 호응하는 법, 재밌는 이야기를 말하는 방법, 이를테면 인터넷에서 검색한 유머를 재밌게 말하는 방법 등등을 가르치고 있다. 가르치면서 많이 배운다. 일단 재밌다.
    자기 자존감 키우기 수업에서는 크게 배우기도 했다. 나이 지긋한 어떤 분이 그러는 거다.
    "오십 넘게 사는 동안, 내 가슴에 손을 얹고 OO아 사랑해, 해 본 적이 처음"이라고.
  • 대학극장의 형님들

    -연극은 어떻게 하게 되었는가?
    1974년 개봉동에서 태어나 서초동에서 자랐다.
    어려서는 선생님,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중학교 때는 교회를 열심히 다녔다. 그때 기도모임의 만남을 통해서 음악과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소설가가 되고픈 꿈을 갖게 되었다. 밤새 꽁트를 하나 썼는데 문예반 선생님이 좋다고 하시면서 교지에 실어주시더라.
    그 무렵에 친구가 회장선거에 출마해서 연설문을 맡아 썼는데, 글 쓰는 일이 재밌더라.
    고3때 앞으로 소설을 써야겠다고 작심하고 국문과에 들어갔다. 그런데 국문과는 창작 보다는 이론 중심이더라. 과에 재미를 못 붙이다가 우연히 연극반 영죽무대를 기웃거리게 됐다.
병사이야기
병사이야기

-그 유명한 영죽무대?
그렇다. 연극반에 들어가서 처음 음향오퍼로 참여한 작품이 <보이체크>였는데, 지금은 배우가 된 정인겸 형이 연출을 했었고, 지금은 연출가가 된 고선웅 형이 배우를 했었다. 아, 선웅이 형이 연기한 보이체크 정말 좋았다.
2학년 때 <무용수>라는 작품에는 배우로 출연했는데 정말 지독한 연출을 만났다. 그가 지금 우리 극단 고래 대표 이해성이다.
연극에 미쳐 살던 형들을 만난 것도 사건이었지만, 극장이 참 좋았다. 극장에 앉아있는 걸 좋아했다. 오래된 철제지붕의 대학극장을 잊지 못한다.
비오는 날 지붕에서 들려오던 빗소리, 낡은 피아노가 놓여있던 그 극장이 그리울 때가 많다. 지금은 헐리고 없다. 그 자리에 중앙대 아트센터가 생겼다.
군대 다녀와 선배급이 되어서 작품을 쓰고 연출했는데, <무지개>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대학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큰 격려가 됐었다.

-비교적 순탄한 출발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니다. 부모님 반대도 심했다. 나 스스로도 연극에 올인 하겠다는 확신은 없었다.
내 능력으로는 조금 힘들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 고민이 있을 때 연극반 동문으로 대학로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던 조광화 선배가 "너 반만 생겨도, 너 반만 연기를 잘해도 나는 연기를 하겠다."고 하시더라.
그 한마디에서 큰 용기를 얻었던 것 같다.
광화 선배는 기억을 못하신다. (흐흐)
이후에 연극원 전문사 과정에 연기전공으로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 수업을 쌓았다.

-대학로 데뷔작과 이후의 행보는 어땠나?
극단 여백의 <살아간다는 것>의 주인공으로 대학로 무대에 처음 섰다.
학교에서의의 공부와 경험을 가지고 잘난 척 하다가 엄청 깨졌다.
그리고 극단 백수광부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내가 모르는 게 정말 많다는 걸 깨달았다.
연기는 연습하고 익혀서 리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매순간 살아있어야 하는구나.
그것이 진실한 연기라는 것을 알게 된 거다.
극단을 나온 이후에는 이영석, 성기웅 연출 등 또래의 동생뻘 되는 친구들과 몇 작품을 재밌게 했었다. 그러다가 작년 <살>공연 이후 이해성 형이 극단을 만든다고 해서 같이 하게 됐다. 형이 혼자서 극단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옆에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나의 아내, 나의 동생

    -아내도 배우다. 어떤가?
    서로의 연기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좋은 점이 있다.
    특히 와이프가 적극적이다. 이것저것 많이 묻고 상의한다. 그녀가 연습 들어가면 나도 그 작품에 연습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하하)

    -어떻게 만났나?
    대학원 선후배로 만났다.
    후배들의 요청에 의해서 논문지도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만났다.
    그녀의 논문은 『음역변화에 따른 캐릭터 만들기』 뭐, 이런 주제였는데 (흐흐) 강의를 하면서 엄청 잘난 척을 했다.
    그때는 그렇게 헤어졌는데, 후에 그녀가 도움을 청해 오더라.
    <갈매기>의 니나 역을 맡은 그녀와 작품과 인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좋아져 사귀기 시작했다. 연애 7-8개월 됐을 즈음 아버지가 결혼 말씀을 꺼내시더라.
    사실 그때 아내는 유학을 준비 중이었는데 결혼을 선택했다. 지금도 고맙고 미안하다.

    -어렵게 말을 꺼내본다. 작년에 갑자기 동생을 잃었는데...
    나는 삼형제 중 둘째다.
    형과 나는 우리들 마음대로 살아온 편이다. 반면에 동생은 정말 모범적으로 살았다.
    좋은 회사에 다니면서 결혼도 일찍 했다. 아이도 둘씩이나 있었고...
    부모님에게 사실상 가장 역할을 했던 막내였는데, 갑자기 사고로 떠났다.
    힘들었다. 동생이 그리우면 형을 불러 둘이서 술을 마셨다.
    형도 동생이 그리우면 나를 불러내 술을 마셨고...

    -지금은 어떤가? 아직도 많이 힘든가?
    음... <빨간시>가 그래서 나에게는 각별한 작품이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치유가 많이 됐다.
    동생의 죽음이 세계관이랄까? 나를 변화시킨 점이 있다.
    뭔가 자꾸 놓게 되는 게 있다.

    -자꾸 놓게 된다?
    원래 나는 굉장히 잘난 척하길 좋아하는 사람이다.
    말도 많고 욕심도 많고 목표도 뚜렷했던 사람. 그런데 일단 목표가 없어졌다.
    예전에는 목표가 없이 산다는 거, 상상도 못했었는데...
    이를테면, 전에는 교수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마음도 사라졌다.
    대신 자유롭고 싶다는 욕망이 강해졌다. 자유롭게, 내 마음 편하게 살고픈 자유랄까.
    그래서일까... 요즘 나의 여유로운 삶이 나는 매우 만족스럽다.
병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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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배들을 위한 역할

    -친한 연극인은 누구인가?
    정만식이 생각난다. 요즘 TV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만식이.
    백수광부 동기다. 술 마시면 욕하면서 싸우는 사이다. (흐흐)
    작가 김덕수와 한현주는 좋은 동생이자 술친구다.
    마임하는 이두성 형과 강애심 배우도 떠오른다.


    -연기를 참 잘한다고 생각되는 배우는 누구인가?
    아이고, 다 잘하지, 다 잘 하시지.
    음... 지금 딱 떠오르는 배우가 있다면,
    <과학하는 마음>에 출연했던 이지현과 <마호로바>와 <장석조네 사람들>에 나왔던 이정은.

    -존경하는 연극인은 누구인가?
    스승인 오순택 선생님이다. 40년 동안 헐리우드에서 활약하신 분이다.
    007 영화 등, 아시안 인으로서 맡을 수 있는 작은 역부터 큰 역까지 다 하셨던 분이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미국 본토 여성과의 키스 씬을 찍은 최초의 동양인 배우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아시아인 연극집단을 만드셔서 오랫동안 기획, 연출, 연기를 해오시다가 후배양성을 위해서 귀국하셨는데 운이 좋게도 스승으로 모시게 된 거다. 그분에게 배운 은혜가 정말 크다.
    김갑수 선배님도 존경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대학로로 돌아와서 연극하는 후배들을 키우는 일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고 박광정 선생도 멋있었다. 그래서 오달수 선배도 좋다.
    내 친구 정만식도 더 유명해지면 그렇게 할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연극배우로서 고민이 있다면?
    (한숨) 후배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는 편이다.
    연극을 계속 해야 하나요? 극단에 들어가야 하나요?
    (한숨) 딱히 해줄 말이 없다. (한숨) 말을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
    자, 여기에 아픈 현실이 있다. 뭐냐면, 후배 배우에게 연극을 열심히 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을 해 줄 확신이 없다. 그래, 배우로 성공하려면 뮤지컬을 해라, 영화를 찍어라,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대학로의 젊은 배우들에게는 너무 기회가 없다.
    극단의 제작 환경은 열악하다. 그나마 제대로 갖춰진 환경에서 적정한 출연료를 받으면서 연극에 출연할 수 있는 구멍은 너무나 좁다.
    수많은 젊은 연극인들이 설 자리가 정말 부족하다.
    어떻게 그들에게 연극을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연극을 하길 참 잘했구나, 할 때가 있지 않은가? 언제 행복한가?
    칭찬받을 때!
    (헤헤) 관객에게 구체적인 칭찬을 받을 때 행복하다.
    그냥 좋았어요! 최고였어요! 멋있어요! 그런 말이 아니라 디테일하게 구체적인 장면을 언급하면서, 이야기 해 줄 때 참 좋다. 힘을 얻는다.

    -앞으로 어떤 작품과 만나고 싶은가?
    나는 깊이가 깊은 작품, 고뇌가 깊은 인물이 좋다.
    그런 작품이 많이 공연 되었으면 좋겠다.
    영국에서 공부할 때 엄청 진지한 작품들에 관객들이 꽉꽉 들어차는 거 보면서 엄청 부러웠다. 우리나라 연극 환경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음...... 장민호 선생님 이야기를 하고 싶다.
    <3월의 눈>을 보고 있는데, 장민호 선생님이 정말 연기를 안 하시더라.
    그게 너무 감동적이더라.
    연기를 안 하시는 것이 아니라, 너무 준비가 잘 되어있는 배우였기 때문에 마치 연기를 안 하는 것처럼 보여 졌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연기를 안 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

 

  • 공연 포스터
  • 김동완 배우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
    MFA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연기전공)
    MA (Voice Studies,
    the Central School of Speech and Drama in London Univ.)
    출연작 l <달아달아 밝은달아><단풍소리><봄이 눈 뜰 때>
    <살아간다는 것> <未生者><벚나무동산>
    <자객열전><크리스마스 캐럴>
    <과학하는 마음3> <뉴욕안티고네>
    <우리 말고 누가 또 우리와 같은 말을 했을까>
    <살> <빨간시><878미터의 봄>

 

태그 김동완,김은성, 빨간시, 살, 영죽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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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극작가
극단 달나라동백꽃 대표
주요작품 <로풍찬유랑극장><뻘><목란언니><연변엄마><순우삼촌><시동라사>외 다수
본지 편집위원.
창간준비 4호   2012-05-3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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