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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단거리패의 차세대 경성스타
[김은성의 연극데이트] 배우 배보람

김은성_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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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보람

  • 그리스비극에 나오는 여신? 아니 미소년처럼 중성적인 목소리와 카랑카랑 호탕한 웃음소리가 인상적이었던, 짙은 흑갈색 눈동자가 빛나던 젊은 여배우는 인터뷰 말미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의 일정표를 펼쳐 열심히 극단홍보를 시작했다. “대학로를 벗어나 색다른 연극의 장을 보고 싶다면 밀양으로 오세요! 호호호” 연희단거리패의 차세대 에이스? 차세대 살림꾼! 배보람을 만나보자.


    카산드라의 접신을 받다.

    출연하고 있는 <오레스테스 3부작>이 공연 마지막 주로 접어들었다. 소감이 어떤가?
    그동안 접해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희랍극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특히 <오레스테스 3부작>을 한꺼번에 공연한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었다. 보통 이렇게 올리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 연희단거리패-우리극연구소의 20주년 기념공연 작품으로 1기 선배부터 20기 후배들까지 함께 공연한 것도 기억에 남을 일이다. 김소희, 김미숙, 이승헌 등 연희단거리패의 주축 배우들이 연출을 맡았다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세분 배우가 1,2,3부를 나눠 연출을 맡은 건가?
    아니다. 화술은 김소희, 소리와 굿은 김미숙, 신체 움직임은 이승헌 배우가 주로 맡아서 연출을 분담했다. 세분 선배님의 장기가 발휘되었다고 보면 된다.

    카산드라를 맡았는데 어땠나?
    진실을 말하지만 끊임없이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인물이다. 무당인데 1부에서 25분간 떠들다가 죽는다. 뭔가 테크닉만으로도 해결을 할 수가 없고, 정신적으로 소모가 많은 인물인데 공연초반에 갑자기 죽어버리니까…… 연습할 때 어떤 우울함이 찾아와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때 예술감독인 이윤택 선생님이 너는 이미 카산드라가 되어버렸다고, 그러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 돌아보니 차갑게 연기하라는 말씀이셨던 것 같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감성적인 연기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연기의 온도를 조절하면서 인물을 만나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 같다.

    연희단거리패는 왜 이 시점에서 <오레스테스 3부작>을 세상에 내어놓았을까?
    음…… 이 작품이 지금의 정치적 상황을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이윤택 선생님이 연출을 맡았던 숭례문 복원기념 행사에 참여했었는데 행사 주제가 ‘비나리 상생’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쌍생의 개념이 중요하게 자리매김했다. 대립과 갈등을 넘어 공존과 화해를 모색해 가야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쌍생? 혹시 이윤택이 만들어낸 신조어인가? 상생보다 쌍생이 훨씬 강한 의미로 들린다.
    아니다. 상생이 맞다. 발음을 잘 못한 거다. (웃음)

    카산드라라는 인물이 갖는 동시대적 의미가 있다면?
    지금 이 시대가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뉴스와 신문을 접할 때 어떤 것을 믿어야 하는지, 대체 진실이 무엇인지, 진실을 원하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이 외면당하는 현실이지 않은가? 카산드라는 그런 상황과 인물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배우 배보람
배우 배보람
  • 살판 만난 연극아이

    언제 어디서 태어났나?
    1986년에 대구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인가 일곱 살 때 대전으로 이사를 가서 줄곧 대전에서 자랐다.

    어떤 아이였을까? 개구쟁이였을 것 같은데?
    의외로 조용했다. (웃음) 다 믿지 않는다. 카산드라 같다. 진실이 외면당하는! (웃음) 조용하고 내성적이고 용기도 없고 수줍음도 많았는데. (웃음)

    연극과는 언제 처음 인연을 맺게 됐는가?
    초등학교 6학년 학예회 때 <흥부와 놀부>에 놀부 마누라 역할로 출연했다. 출연했던 친구들 중에서 혼자 대사를 다 외워서 했다. 연극을 본 친구들이 너무 좋아하는 걸 보고 굉장히 신이 났다. 무대에 서니 말할 수 없게 용감해지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그 이후로 연극을 찾아다녔다.

    어떻게 연극을 찾아다녔나?
    중학교 2학년 축제 때 연극을 봤는데, 그러고 보니 그때도 <흥부와 놀부>였다. 남장을 하고 놀부역할을 했던 언니가 너무 잘 하더라. 그래서 연극반에 들어가 3학년 때 마임극에 주연으로 출연하게 됐다.

    중학생이 마임을?
    연극반 담당선생님이 연극을 하시던 분이었는데 <냉면>이라는 마임극을 구성해주셨다. 마임은 아니고, 뭐랄까 코믹스러운 움직임 정도? 촌년이 상경을 해서 냉면집에 갔는데 냉면이 목에 걸려서 면발이 코로 나오고 입으로 나오고 하는 코믹 마임극이었다. 끝나고 나니까 사람들이 나를 너무 좋아하더라.

    당연히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연극반 활동을 했을 것 같은데?
    그렇다. <춘향전>이 기억난다. 대본각색을 직접하고 완전 발랑 까진 춘향 역할을 맡았다. 함께 출연했던 친구들이 센스도 좋았고, 호흡도 서로 잘 맞았다. 놀라울 정도로 히트를 쳤다. 한 때 학교에서 숨어 다녀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약간 코믹적인 것에 재주가 있었던 것 같다. (웃음)

    연기자의 꿈을 갖게 된 건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잘 하는 게 없었고 다른 것에는 관심도 없어서 자연스럽게 연기를 전공하게 됐다. 아직도 다른 건 잘 못한다.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못한다.

    뭘 그렇게 못하는가?
    우선 컴맹이고, 악기도 다룰 줄 아는 게 없고 말도 잘 못한다. 극단 들어와서도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 배우가 연기에만 관심이 있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

    대학생활은 어땠나?
    우리사회가 아직도 학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전문대를 나온 게 후회가 될 때도 있지만 돌아보면 정말 중요한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 2학년 때 뮤지컬 <페임Fame>을 공연하게 됐는데, 연습기간만 4-5개월 될 만큼 학교 차원에서 야심차게 준비하던 공연이었다. 하루하루가 지옥훈련이었다. 운동장 10바퀴 도는 건 기본. 윗몸일으키기, 쪼그려 뛰기, 팔굽혀펴기…… 그때 생긴 복근이 아직도 안 없어진다. (웃음) 기초체력훈련부터 정말 열심히 했다.

    어린나이에 혹독한 훈련이 지겨웠을 법도 한데?
    연출이 4년 선배였는데 그때는 정말 미웠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버텨냈던 정신력 때문에 아직도 계속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동기들 중에 10명 가까이 연기자로 살아남은 이유도 그때 그 시간의 덕이 아닐까 싶다.


    배우 배보람
배우 배보람
  • 연희단거리패 7년차

    졸업 후에 어떤 과정을 거쳐 연희단거리패에 들어갔나?
    대학 룸메이트가 연희단거리패의 열성팬이었는데 친구 덕분에 공연을 보러 다니다가 친구 따라서 나도 극단에 들어가게 됐다. 그 친구랑 지금도 같이 산다. 이번에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한여름 밤의 꿈> 연출하는 김하영이다.

    연희단거리패 몇 기로 들어간 건가?
    2007년에 14기로 들어갔다. 배우 홍민수, 박정무, 작가 김지훈 등이 동기다.

    극단 생활은 어땠나?
    처음에 선생님들과 선배님들에게 많이 혼났다. 그때가 스물 둘이었는데 정말 철이 없었다.

    왜 그렇게 혼났나?
    연기로 혼나는 경우 보다는 그냥 생활하면서……. “너, 그렇게 살면 안 돼!”

    어떻게 살았기에?
    우리 극단은 같이 먹고 자고 같이 사니까 어떻게 사느냐를 많이 보게 될 수밖에 없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성격 탓에 오해도 있었던 것 같다. 김소희 선배님이 처음 내가 들어갔을 때 나를 별로 안 좋아했다. 그러다 3년쯤 지났나? 함께 공연을 하는데 “오해였다. 네가 표현이 굉장히 서툰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하시더라.

    2007년에 입단 했으니 올해로 7년이 됐는데?
    맞다. 7년차다. 나도 깜짝 놀란다. 이렇게 오래 있을 줄 몰랐다..

    지난 7년간 출연작품을 돌아보면?
    데뷔작 <탈선춘향전> 이후에 <하녀들> <경성스타> <4중주> <햄릿> <꿈> 등을 거쳤다.

    그중 대표작으로 딱 한 작품만 골라 보자면?
    예상했던 질문이다. (웃음) 미리 골라봤는데 정말 못 고르겠더라. 한 작품 한 작품 모두 의미가 크다. (긴 고심 끝에) 그래, 하녀들! <하녀들>로 하자.

    왜 <하녀들>을 골랐나?
    <하녀들>을 2009년, 입단 3년차에 했다. 스물다섯이었다. 서울 게릴라극장에 입성하기 위해 밀양에서부터 서바이벌 식 훈련을 했다. 본래 총 다섯 팀이 있었다. 배우훈련도 많이 받았다. 이윤택 선생님에게 강의도 많이 받았다. 그 어린 나이에 장쥬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내가 어떻게 알았겠나?(웃음) 그런데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김소희, 황혜림, 배보람 셋으로 꾸려진 <하녀들>이 탄생하게 됐다. 김소희 선배가 연습 정말 많이 시켰다.

    무슨 역을 맡았나?
    동생하녀 끌레르를 맡았었다. 황혜림 언니가 쏠랑쥬였는데 둘 사이가 정말 좋지 않았다. 정말 많이 싸웠다. 치열하게 싸웠다. 아, 이것이 분노의 감정인가를 일깨워준 동료배우였다. (웃음) 연극에서도 갈등의 관계지만 현실에서도 실로 애증의 관계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연극적 대립? 연기를 접근해가는 방식의 대립? 언니가 나보다 나이, 경험, 학식 정말 많은 게 뛰어났지만 나도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를 배우라고 생각했다. 자존심이 셌다. (웃음) 지금은 언니와 사이가 아주 좋은 편이니 이런 말도 할 수 있다.

    대선배 김소희는 둘의 관계를 몰랐나?
    알았다. 현명하게 대처를 잘 해주셨다. 어떻게 보면 그냥 그대로 놔둔 것 같기도 하다. (웃음) 둘 사이가 좋지 않은 게 연극에도 도움이 됐으니까. (웃음) 다시 <하녀들>을 한다고 해도 황혜림 언니만한 파트너는 없을 것 같다.

    <하녀들>이 준 연극적 성취는?
    연극이라는 것을 내가 뭔가에 주목받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해, 어떤 관심을 갖는 것이 좋아서 계속 이어가고 있었던 시기에 <하녀들>을 하면서 연극이 나를 치유해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연극이 이 극장 안에 있는 사물과 사람을 정화시키고 있다. 아, 이런 것이 연극인가? 라고 생각했던 계기가 됐다. 어떤 연극의 놀라운 힘을 경험했다고 할까? 계속 연극에 미쳐서 열심히 하고 있는 기운의 원동력을 그 때 처음으로 만난 것 같다.

    지난 7년간 맡았던 역할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인물을 꼽자면?
    <경성스타>의 혜숙.

    이유는?
    연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웃음) 혜숙이는 그냥 나 자신이었다. 임선규 작가와 동양극장 배우들의 이야기인데 목포에 사는 혜숙이가 경성에 상경해 임선규 작가를 만나는 과정을 거치며 배우가 되는 스토리다. 혜숙 역할을 하면서 ‘아, 연기를 안 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를 처음 느꼈다.

    본인과 혜숙, 어떤 점이 닮았는가?
    일단 시골에서 올라와서 배우가 되겠다고 무작정 뛰어든 모습 자체도 나랑 비슷하고……., 혜숙이 대사 중에 이런 게 있다. “오빠, 나는 키가 작고 못나가지고 배우 되기는 틀렸나 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어느 날 그 장면을 연습하는데 너무 나 같아서 눈물이 나더라. 배우가 되고픈 청춘, 그 모든 것들이 나와 닿아있는 이야기였다.

    배보람에게 임선규는 이윤택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 존경한다. 의외로 사람에 대한 관심도 굉장히 많다. 정말로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다. 말 그대로 연극이 삶이 되어버린 그런 분이다.


    배우 배보람
배우 배보람
  • 연극을 빼면 아무것도 없다

    존경하는, 닮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극단 안의 이윤주 선배. 연출이자 배우다. 지금 많이 아프다. 투병중인데…… 연극 쉬고, 뭐든 쉬고, ……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냥 연극을 계속 한다. 정말 대단하다.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삶을 대하는 자세, 타인을 대하는 자세……. 그 사람의 모든 것은 대단하다. 그 앞에 가면 작아진다. 한마디로 목숨 걸고 연극하고 있다. 가만 생각을 해본다. 나는 과연 목숨 걸고 연극을 할 수 있을까? 존재 자체가 나를 감동시킨다.

    배보람은 목숨 걸고 연극 할 수 있는가?
    (오랜 침묵) 할 수 있겠지만 이윤주 선배처럼은 못할 거다. 못할 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게 하고 싶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되고 싶다고 되나? (웃음)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까요? 좋은 배우가 되어야겠지. (웃음) 어떤 존재 자체만으로도 뭔가 타인을 정화시키고…… 본인을 가차 없이 희생시킬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될 수 있을까? (웃음)

    배보람에게 연극은 뭔가?
    연극을 통해서 뭔가 구원 받는 것 같다. 처음에는 어떤 재미와 관심을 얻기 위해서 시작했는데 연극을 하다보면, 연극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깨닫게 된다는 믿음이 있다. 연극은 매일매일 놀라운 기적을 만드는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다. 연극을 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연극이 나를 구원 했다고 믿고 있다. 아마 연극을 안했으면 벌써 죽었을지도 모른다. 사는 게 너무 재미없지 않았을까? 나는 연극을 빼면 아무 것도 없다. 내 삶에서 지금 연극을 뺀다고 생각하면 이 세상, 너무 우울하고 재미없다.
  • 배우 배보람
  • 배보람 (배우)
    연희단거리패 14기
    주요작품
    <어머니> <햄릿> <하녀들> <경성스타> <탈선춘향전> <사중주>
    <서툰 사람들> <오구> <베를린 개똥이> <꿈> 외 다수
    수상 2010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

태그 배보람, 연희단거리패, 경성스타, 오레스테스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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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김은성 극작가
극단 달나라동백꽃 대표
주요작품 <로풍찬유랑극장><뻘><목란언니><연변엄마><순우삼촌><시동라사>외 다수
본지 편집위원.
웹진 27호   2013-07-04   덧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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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무대에서 항상 에너지 넘치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2013-07-04댓글쓰기 댓글삭제

아침향기
오레스테스에서 인상적이었어요..^^

2013-07-11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