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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여기가 집이다
[김은성의 연극데이트] 작가, 연출가 장우재

김은성_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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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연출가 장우재

    인터뷰 말미에 “이제 막 연극을 좋아하기 시작한 분들을 위해 꼭 권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물었더니 “그런 것 말고, 삼선교 농협 뒤에 있는 ‘정든집’을 추천하고 싶다. 거기가면 좋은 사람들이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 장우재가 돌아왔다. “대학로, 여기가 집이다”며 다시 돌아온, 아니 애초에 우리를 정든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뭔가 그럴 듯한데 가짜 인 것 같고, 뭔가 남루한데 진짜인 거 같은 극단 이와삼의 주인장을 만나보자.
작가, 연출가 장우재
  • 극장에 와서 한마디씩 하세요

    요즘 연극동네에 “장우재가 돌아왔다”는 말들이 많았는데, 어땠나?
    모르겠다. 작업에 대한 반가움의 표현일 거고, 힘을 주는 말이긴 한데, 고맙기는 한데, 그런 어떤 말들에 갇히고 싶지는 않다. 장우재가 작업을 계속 하는 구나. 네! 작업 좀 하려구요! (웃음)

    웹진 [연극인]에 뜬 <여기가 집이다> 꽃점은 봤는가?
    ‘장우재, 고맙다’, 심채선씨가 그래가지고……. 평소에는 데면데면 눈인사 정도 하는 사이인데 너무 고맙더라. 저도 고맙습니다!

    <여기가 집이다>, 제목을 그렇게 지은 이유는?
    보통 작업할 때 제목을 먼저 떠올리고 시작하는 편인데 작업실이 동숭아트센터 뒤다. 작업하면 가끔 낮잠도 자고 부스스 일어나서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 있으니 슬리퍼 신고 담배 사러 내려가곤 하는데 하루는 친구인 배우 최덕문을 만났다. 보자마자 “술 먹었냐?” 하더라. “술 먹었구만.” “아니야.” 갑자기 화가 났다. “낮잠 잤다. 어쩔래?” “넌, 뭐 그런 거 가지고 화를 내고 그러냐?” 작업실에 다시 올라갔는데 ‘여기가 내 집인데…….’
    대학로가 거대한 성공의 장도 아니고 왜 나는 내 집에서 나답게 살지 못하는가. 갑자기 반성을 하게 됐다. 혹시 나는 미래가 있을 것처럼, 거대한 사업을 하는 것처럼 살지는 않았을까? 돌아보면 다 식구고 가족인데……. 앞으로 크게 세상이 바뀔 것 같지도 않고, 여기가 집이다. 그게 다다. 여기서 사는 거다. 이게 다다. 더 이상은 없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다.

    <여기가 집이다>에 나오는 동교를 보면서 비현실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동교, 내가 아는 청년 중에 이런 청년이 있다. 아주 번듯한 학교를 나온 번듯한 청년인데 시민연극교실에 연극을 배우러 왔더라. 공연이 끝나고 나서 “넌 앞으로 뭐 할 거니?” 물었더니 “별 생각 없어요” 하더라. “넌 연극은 왜하니?” 물었더니 그냥 웃어. “그래 알았다.” 그 만남이 몇 번 더 지속이 됐는데 “넌 정체가 뭐냐? 연극인이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취직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저는 돈이 싫어요.” “왜?” “세상이 모든 문제가 돈 때문에 발생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지 않은 길을 걸어가 보려구요.” 귀여웠다. “근데 돈 필요하잖아?” “필요 한만큼 벌고, 그것에 쫓기지 않고 사는 뭔가가 있을 것 같아요.” 일종의 청년의 치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 친구가 돈과 상관없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지내는 모습을 보게 됐다. ‘너도 현실에 부딪히면 그걸 잊어버릴 거야.’ 그렇게 생각하다가 ‘아니야 어쩌면 저게 현재 청년의 모습인지도 몰라.’ 내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청년의 상이 생겨나고 있는지도 몰라. 나중에 시간이 가서 그들 또한 어떤 벽에 부딪히더라도……. 되게 자극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그런 인물을 등장시키고 싶었다. 일단 그 새로운 청년을 등장시키고 싶었던 거다.

    동교 역을 맡은 배우를 소개해 달라.
    강병구, 극장에 조명오퍼로 와서 처음 만났는데 일을 잘하더라. 맘에 들었다. 이야기를 해보니 배우를 해보고 싶다고 하면서 별별 질문을 많이 하더라. “넌, 생각이 너무 많아” 그랬지. 얼마 후에 그 친구가 워크숍 하는 걸 보러 갔는데 생각이 많으니 무대에서 행위가 없고 생각만 있더라. “넌, 조명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깊이 생각을 해봐.” “네, 알겠습니다.” 또 얼마 후에 우연히 만났는데 “그래도 배우를 해야 되겠습니다” 하더라. 그리고 또 얼마 후, 다음 워크숍을 한다고 해서 보러 갔는데 세 달 만에 확 달라져 있었다. 진중하고 맑은 사람이 되어있더라. 배우로 보였다. 깜짝 놀랐다. “보통 그거 깨는데 배우들이 십년 걸리는데 넌 어쩌면 그렇게 했니?” 그러다가 이번 공연에 동교 역할까지 인연이 만들어진 거다. 동교가 가지고 있어야 할 이미지, 맑음. 그것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여기가 집이다>가 가져다준 선물은?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그동안 내가 선배들이나 선생님들한테 빨아먹을 만큼 빨아먹었구나. 내가 이제 후배가 아니구나. 받은 것을 이제는 후배들에게 되돌려주고 작업을 계속 해야 되겠다는 생각. 극장이 사람들이 와서 한마디 하는 장이 되게 해야 되겠구나. 한 마디씩 하세요. 그게 나의 일이 되겠구나, 그런 생각.

    작가, 연출가 장우재


    너의 글은 고백체다

    <차력사와 아코디언> <그때각각> 등으로 한참 주목받고 있을 때 대학로와 멀어졌는데? 어떤 길을 갔다 온 건가?
    연극은 결국 세상이라는 밭에서 원재료들을 구해 와야 한다. 연극과 무관한 것, 날 것 같은 세상에서 재료를 구해 와야 한다. 어느 정도 작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이 생겼던 시절, 뭐랄까? 연극 안에서 답을 구해야 될 것 같은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지, 이런 연극이 있지.’ 그것들이 조금 불온해 보였다. ‘다시 세상에서 구해 와야 한다. 한 번 더 밭을 보고 오자.’ 그래서 그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이것저것을 했다. 밭이 조금 더 넓어지는 경험을 한 것 같다. 이것도 보이고 저것도 보이고. 후배들이랑 서양미술사를 강독하면서 공부했던 시간도 기억나고, 영화도 공부했고, 시민연극교실 강사 경험을 하면서 드라마 속에 없는 정말 날 것인 삶의 이야기들을 목격하기도 했다.

    세상의 밭을 다시 보고 와 만난 관객은 어떤가?
    내가 돌아왔다고 한다면, 그것이 내 연극을 보는 긍정적인 평이라면…… 아마도 연극적으로 꾸미는 것 보다, 어떤 연극적의도가 제거된 상태의 작업, 그걸 보면서 사람들이 좋아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작가, 연출가 장우재
  • 언제 연극이랑 처음 만났나?
    대학교 1학년 때 친구 따라, 같은 기숙사 룸메이트 따라 연극반에 들어가게 됐다. 거기서 갑자기 너무나 재밌는 삶을 봤다. 허름한 런닝구를 입고 나를 받아줬던 선배가 지금 극단 차이무의 민복기 대표다. 학생회관에서 비눗방울 만드는 무대장치를 만들어 시험해 보고 있던 선배의 모습이 기억난다. 그걸 어떻게 만들어보겠다고 애쓰는 선배 모습. 비눗방울들……, 샤방하고 판타지스럽고…… 그 무언가도 여전히 내 정서 중에 한 부분이 있다. 늘어진 런닝구와 비눗방울.

    연극반에서 만나게 된 연극, 재미있었나?
    어떤 계기가 되는 순간이 있다. 진짜 연극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프랑스에서 아방가르드 한걸 보고 오신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랑 공동창작을 하게 됐다. 그분이 끊임없이 던졌던 화두는 “연극은 거짓말이 아니다. 너희는 연극을 할 자격이 있느냐?” 아주 격렬하게 그 문제와 마주한 시간을 경험한 다음, 다음 공연으로 이윤택 선생의 <시민케이>를 준비하는데 작품에 “네가 오장환의 시를 알아? 그 식민지 시대의 시인도 모르면서 DMZ에 오줌을 철철 갈기는 시를 써?” 이런 대사가 나오는데, 그 대사를 해야 하는데, ‘아, 나는 오장환의 시를 몰라!’ 그래서 사고를 쳤다. 나한테는 진실이 없으니, 공연을 할 수 없으니, 도망을 쳤다. 그때 써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씀으로 해서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

    어떤 작품을 썼나?
    수은 중독으로 죽은 소년 노동자 이야기를 쓰게 됐다. 여하튼 그 문제. “진실해야 한다.” 그게 희곡을 쓴 계기다. 문학적 출발이라기보다는 혼자 연극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래서 희곡을 쓰게 됐는데 ‘어, 나랑 맞네?’

    대학로에는 어떤 작품으로 데뷔했나?
    94년에 <지상으로부터 20미터>로 했다. 당대 이윤택 선생의 연극을 정말 좋아했다. 날이 서 있었다. 사회에 대해서 참여 정도가 아니라 뭔가 치고 들어오는 시기였다. 이윤택 선생에게 희곡을 들고 찾아갔다. “희곡을 공부하는 학생인데 한번만 봐주세요.” 보여드렸는데 “공연을 하자.” 하시더라. 그때가 연출가 김광보 형님이 부산에서 연출하다가 서울 올라와서 작품을 찾고 있었던 과정이었는데…… 그렇게 만나게 된 거다. <지상으로부터 20미터> 혜화동1번지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

    당시의 반응들이 기억나는가?
    안치운 선생님의 말씀 “다 좋은데 몸의 말이 없다”도 기억나고, 이윤택 선생님은 “너의 글은 고백체다”고 하셨다. 기국서 선생님은 슬쩍 지나가면서 “니가 장우재야?” 신인 때 누구나 보통 그렇듯 좋아하는 선생님들의 말씀을 힌트로 잡고 늘어지게 되더라. 엉뚱하게 해석하기도 하고. ‘몸의 말이 뭐지? 아, 마임이구나!’ 그래서 마임을 배우러 다니고. (웃음) 이윤택 선생님의 고백체라는 말은 여전히 되게 뭔가 좋은 말이다. ‘고백한다’, 마치 박근형 형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듯이 그 안의 사랑과 회한을 까발리면서 찌르듯이……. 연극은 행위이기도 하고, 고백이기도 한 것이고, 또 관찰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이양구 연출이 어떤 사심도 없이, 어떤 원망과 회한도 없이 그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작가, 연출가 장우재
작가, 연출가 장우재
  • 이와삼? 둘이 있어도 좋고 셋이 있으면 더 좋고

    데뷔작 이후에 어떤 작품들로 세상과 만났나?
    맨 처음에는 진실의 문제에 매달렸다. 뭔가 그럴 듯한데 가짜 인 것 같고 뭔가 남루한데 진짜인 거 같고, 그것을 찾았던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 이후에는 우리의 곡소리를 찾는 문제.
    그 문제가 뭐냐면, 한국 사람이 햄릿을 하는 것과 서양 사람이 햄릿을 하는 게 다른 거다. 뭐냐면, 서양 사람이 햄릿을 하는 것은 자기 아버지나 자기가 살아온 나라에 대해서 반추하고 고백하는 곡소리 같은 거다. 그런데 우리는 그 곡소리 자체만 가지고 와서 곡소리를 못한다. 우리는 우리 곡소리를 찾아야 한다. 우리식의 곡소리. 햄릿에서 브레히트에서 답을 찾지 말고 우리만의 곡소리를 찾자! 그래서 탈춤도 배우고, 그러다가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그게 뭔가?
    삼분박. 장구 칠 때 배운 박자다. 사 분의 삼박자가 아닌 우리만의 박자다. 삼분박, 천-지-인天地人 삼수분화三數分化적 세계관, 그게 ‘이와삼’의 삼이다. 그리고 이수분화二數分化 적 세계관, 즉 음과 양이 ‘이와삼’의 이다. 정리하자면, 혼돈을 이미 받아들이는 세계관! 거기서 무한한 매력을 느끼고 작업들을 했는데 그런 것들의 결과가 아마 <차력사와 아코디언>으로 나오지 않았나…….
    거기서 출발되긴 하는데 길게 말하려면 끝이 없다. 배우 윤상화는 “두세 명만 모여도 일이 된다는 뜻 아니야?” 라고 하기도 하고 (웃음) 누군가는 “지금 투 스트라이크 쓰리 볼이라는 거지?” 하기도 한다.

    ‘이와삼’에 대해 보충설명이 더 필요한 것 같다.
    2003년에 만들게 됐다. 2003년에 만들어서 이와삼은 아니고. (웃음) 모르겠다. 그걸 쉽게 설명할 수가 없다. 잘 설명이 안 된다. 이수분화적 세계관, 음양. 삼수분화적 세계관, 천지인.

    극단 이와삼의 다음 작품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내년 3월에 <환도열차>라는 공연을 한다. 6.25때 서울수복이 되고 나서 부산 피난민들이 부푼 꿈을 안고 서울로 돌아오는 환도열차 이야기다. 서울로 돌아오는 열차가 출발을 했는데 열차의 일부가 실종된다. 그 열차가 2014년 서울 수색역에 나타난 거다. 그런 이야기다. 아마 후질 거다. (웃음)

    극단 이와삼 단원들은?
    김정민.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고, 나도 아직까지 그 친구를 15프로 밖에 모를 정도로 무궁무진한 친구다. 성종택. 아까 말한 “돈이 싫어요” 그 청년. 이은정이라는 친구는 놀라운 감수성의 소유자. 주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이다. 아, 그리고 이말 좀 꼭 전해 달라. 미래에 대한 비전보다는 지금 마음 안에 어떤 좋은 씨앗이 있는 분들이 우리극단에 와 줬으면 좋겠다. 같이 하고 싶다. 그런 친구들이 오면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 일들이 조금 많이 있는데 지금 현재 단원들로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그런 친구들은 어디로 연락하면 되느냐, 극단 기획자인 성종택. 공일공 칠삼칠육 오이칠육.

    연극을 이제 막 좋아하긴 시작한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나 연극인이 있다면?
    그런 것 말고…… 삼선교 농협 뒤에 있는 ‘정든집’을 소개하고 싶다. 가게가 아직 코딱지만 한데 그곳에 아마 자주 있을 것 같다. 거기,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 그곳을 소개하고 싶다.

    장우재에게 연극은 뭔가?
    질문 참…… 질문들이 왜 이리 구린가? (웃음) 연극? 연극이라는 판타지로 현실을 일깨운다.
  • 작가, 연출가 장우재
  • 장우재 (작가, 연출가)
    現 극단 이와삼 대표

    주요연출
    <여기가 집이다><모퉁이 가게><굿닥터>
    <이형사님 수사법><그때각각><차력사와 아코디언>
    <악당의 조건> 외

태그 장우재, 극단 이와삼, 여기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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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김은성 극작가
극단 달나라동백꽃 대표
주요작품 <로풍찬유랑극장><뻘><목란언니><연변엄마><순우삼촌><시동라사>외 다수
본지 편집위원.
웹진 29호   2013-08-01   덧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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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진
꿈과 낭만의 거리 대학로, 엔돌핀이 마구마구 샘솟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013-08-01댓글쓰기 댓글삭제

웃음의 여왕
이번 주말엔 장우재 연출님 집에 놀러가야 겠어요~^^ 대학로로 go!go!

2013-08-01댓글쓰기 댓글삭제

땡칠님
킄킄 질문이 왜이리구린가????☞이게 젤 웃기다..... 좀 근사한 질문 없나요 김작가님.....

2013-08-02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