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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가 점을 그리는 시간
[김은성의 연극데이트] 배우 박하늘

김은성_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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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교 때 짝꿍의 얼굴을 그리는 시간이 있었는데 짝꿍의 그림에는 점이 없었어. 어른이 되고 캐리커처 그리는 데 갔는데 이번에도 화가가 점을 안 그린 거야. 그래서 다시 그려달라고 했어. 나는 내 얼굴의 점을 계속 가지고 살아갈 거야. <두뇌수술>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로 잇달아 뚝심 있는 연기를 보여준 극단 그린피그의 들꽃, 박하늘을 소개한다.

    배우 박하늘


    두뇌수술, 빨갱이, 박하늘의 탄생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 출연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8월 21일에 남산희곡페스티벌에서 발표되는 전성현 작 <철수연대기> 연습 중이다. 9월 6일부터 29일까지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될 극단 그린피그의 신작폴라 보겔 작, 박상현 연출 <데스데모나>에서는 조연출을 맡았다.

    조연출을?
    처음은 아니다. 조연출을 오랜만에 하는 건데, 연출에 뜻이 있어서 하는 것은 아니고 극단 작품인 만큼 극단 식구로서 도울 일이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 조연출을 하는 게 배우를 하는데도 공부가 많이 된다. 특히 이번에는 극단 자체 프로덕션이라 단원들끼리 스탭 일을 나눠서 맡으면 좋겠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두뇌수술>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가 연이어 대학로의 화제작이 되면서 박하늘이라는 이름도 관객들에게 각인이 되기 시작한 것 같은데, 어떤가?
    크게 달라졌다고 느낀 건 없다. 공연을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두 편 모두 양식적인 연기를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연습량이 많았다. 극단에서 긴 시간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다행히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연 전후로 이런저런 조언도 많이 받았던 게 앞으로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연기의 폭이 넓어졌다는 말을 들을 때는 기분이 좋다.

    <두뇌수술>에서 독특한 말투로 관심을 많이 받았는데?
    배경이 40년대라, 당시 영화 두 편 <마음의 고향>과 <자유만세>를 반복해 보면서 영화의 말투를 따라하며 연습을 시작했다. 김민승 드라마터그가 당시 말의 특징적인 것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많이 주었다. 작품의 형식상 말의 표현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감정이 들어가면 말이 망가지더라. 말의 표현에 연기를 맞춰야 말맛이 유지되더라.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느라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재밌는 과정이었다.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에서 여러 개의 안경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최후변론을 했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처음에는 뭔지도 잘 모르고 연습할 때는 눈물이 나기도 했었는데 눈물에 갇히다 보니 헤매게 되더라. 어느 순간부터 눈물이 나지 않기 시작했다. 다만 점점 분노가 커지면서 정말 화가 나더라. 물론 당사자 박정근 만큼의 분노는 아니겠지만, 박정근이 나랑 동갑이라서 최후변론 내용 중에 동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다.

    배우 박하늘


    가슴으로 번진 얼룩

    언제 어디서 태어났나?
    88년에 서울 중랑구에서 태어나 계속 살았다. 지금도 살고 있다.

    순하고 순한 아이였을 것 같은데?
    아니다. 엄청 사납고 드센 아이였다. 3일 동안 쉬지 않고 울어서 엄마 힘들게 한 적도 있었고, 욕을 너무 많이 해서 나중에 죽으면 지옥 갈 거라는 생각도 했었다. 고집 세고…… 아직도 고집이 세다..

    연극과는 언제 처음 만났나?
    유치원 다닐 때 놀이동산, 아마도 지금 ‘북서울 꿈의 숲’ 자리에 있던 ‘드림랜드’였던 것 같은데, 거기 놀러갔다가 퍼포먼스 공연이 열리고 있는 야외무대 앞에 앉아 있다가 손을 잘못 들어서 무대 위로 불려나간 기억이 남아있다. 벌벌 떨다가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왔었다. 남 앞에 잘 서지 못하는 아이였다.

    사춘기는 어떻게 보냈나?
    중고등학교 동창들 만나면 네가 배우가 될 줄 몰랐다는 말을 듣는다. 장래희망을 써내라고 하면 막연하게 선생님, 한의사를 써냈던 기억이 난다. 평범하고 소심한 학생이었다. 고등학생 때는 작가가 되고 싶어서 책을 많이 읽었다.

    작가?
    중학교 때 신경숙의 장편소설 <깊은 슬픔> 읽으면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스르르 스며든 이후로 막연하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결심을 하지는 않았다. 수학을 좋아해서 이과를 선택해 공부를 하다가 고3 여름 때 문예창작과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고 진로를 수정했다.

    그래서 문창과로 진학을 했는가?
    그렇다. 시 동아리에 들어가 시 쓰는 재미를 붙였다. 처음에 열심히 썼던 시가 칭찬을 많이 받아서 되게 기분이 좋았는데…… 전체적으로 학교생활을 잘하지는 못했다. 잠시 휴학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때 어려운 일이 많이 생겼다. 음…… 그 전까지는 얼굴의 점을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다녔는데, 다시 복학 할 때 처음으로 세상에 노출시켰다. 머리를 싹둑 자른 것이다.

    얼굴의 점은 언제부터 있었나?
    태어날 때부터 있었다.

    놀림도 받고, 상처도 많이 받지 않았나?
    초등학교 때 짓궂은 남학생들에게는 더러 놀림을 받았다. “점박이다” “괴물이다” (웃음) 아무래도 가리고 싶은 마음에 줄곧 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

    가리고 싶었던 점을 세상에 노출시킨 이유는?
    일단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내가 궁금했다. 이 점이 내 눈에는 잘 안 보인다. 이번 생에 이왕 이렇게 태어난 거 이 걸 가지고 살아가야지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주변에서, 특히 어머니가 빼자고 하시는데, 의학적으로 가능한 일이지만, 나는 싫다.
배우 박하늘
  • 배우 박하늘


    또 하나의 식구를 만나다

    어쩐지 이 무렵, 연극과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했을 것 같은데?
    그렇다. 복학을 하고, 뭘 할까, 연극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 연극반 문을 두드렸다. 연극반 이름이 ‘들꽃’이었다. 머리가 짧아서 그랬는지 남자역할을 주로 맡게 됐다. <출세기>에서 홍기자 역할을 시작으로 쉬지 않고 연극을 했다.

    무엇이 쉬지 않고 연극을 하게 하던가?
    같이 연습하고 훈련하고 라면 끓여먹는 게 재밌었다. 같이 어울려 노는 거! 지하철에서 대본을 들고 대사를 외우며 다니는 내 모습. 뭐 그런 것들……

    졸업 후에도 연극을 계속 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건가?
    그렇다. 졸업하기 전인데, <사람은 사람에게 늑대>라는 작품을 보러갔다가 작품 속에 노숙자가 여러 명 나오는데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을 같이 보러간 연극반 친구에게 듣게 됐다. 이후에 극장에 놀러가게 될 일이 있었는데 윤한솔 연출이 “그냥 해봐!” 해서 그때부터 출연하게 됐다.

    극단 그린피그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 된 건가?
    졸업 직후였다. <의붓기억. 억압된 것의 귀환>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게 됐다. 처음에는 되게 애매했다. ‘단원이 되긴 된 건가?’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자연스럽게 단원이 되어 있더라. 지금은 또 하나의 식구라는 생각이 든다. 연습실에서 함께 밥해먹는 시간이 참 좋다. 연습이 없을 때는 그리울 만큼.

    그 이후 출연작들을 돌아본다면?
    극단 작품으로는 <연변엄마> <아무튼 백석> <사이코패스> 등에 출연해 왔다. 극단 밖 작업으로는 올해 박근형 연출의 <빨간버스>에 출연했었다.

    배우 박하늘


    점을 그리는 시간

    연극을 한다는 거, 돈도 많이 못 벌고 힘들 텐데?
    돈을 많이 안 쓰는 편이다. 옷도 잘 안 사 입는다. 그냥 조금씩 쓰면서 버틴다. 알바도 한다. 전단지, 서빙, 텔레마케팅도 했었고. (웃음)

    앞으로도 연극을 계속할 생각인가?
    아마도 할 것 같다.

    배우로서 꿈이 있을 텐데?
    잘 모르겠다. 진짜 오래 걸릴 것 같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보는 것, 혼자 연기하지 않는 것…… 지금은 알 수 없는 어떤 세계에 도달하고픈 마음이 있다.

    닮고 싶은 선배 배우가 있다면?
    강애심 선배님. 정말 열심히 하신다. <연변엄마> 공연 함께 했을 때 생각이 많이 난다. 마지막 공연 날까지 연변말 녹음 된 걸 듣고 계시더라.

    가장 친한 친구를 꼽자면?
    황미영, 정양아, 두 언니. 오늘도 여기까지 바래다줬다. 극단 언니오빠들을 다 좋아한다. (웃음)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욕심나는 역할이 있다면?
    음...... 지금은 생각이 안 난다.

    글을 다시 쓰고 싶은 생각은 없나?
    그렇다. 미련 없다.

    후진 질문, 오늘도 계속 간다. 박하늘에게 연극은 뭔가?
    그 속에서 무궁무진 펼쳐지는 세계. 이게 뭐냐 싶기도 하고, 그런데 하고 있는. 잘 모르는 세계.

    배우로서 자신의 얼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내 얼굴에는 관심이 없다. (웃음) 배우로서 고쳐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주변에서 고치자고 많이 하고, 고칠 수도 있지만…… 저항일 수도 있고, 고집스러움 일수도 있는데, 태어난 대로 살자! 현재로는 고칠 생각이 없다. 음…… 내 얼굴에 관한 시를 쓴 적이 있었다. ‘나는 계속 이 점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라는 마음으로 썼던 것 같다. 그때 정리됐다.

    아, 그 시를 우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가? 꼭 보고 싶다.
    음…… 싫다. 부끄럽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시를 보여 달라고 계속 조르고 졸랐다.
    다음날 오후, 메일로 한편의 시가 도착했다.
    좋은 시, 좋은 마음을 소개할 수 있게 해준 박하늘 배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는 당신의 시로 인해 어떤 힘을 얻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배우 박하늘
  • 배우 박하늘
  • 배우 박하늘
  • 박하늘 (배우)
    극단 그린피그 단원

    주요작품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 <빨간버스> <비밀친구> <나무는
    신발가게를 찾아가지 않는다> <사이코패스> <두뇌수술> <아무튼백석>
    <현진건의 고향> <연변엄마> <의붓기억-억압된것의귀환>
    <사람은 사람에게 늑대>

태그 극단 그린피그, 박하늘,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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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김은성 극작가
극단 달나라동백꽃 대표
주요작품 <로풍찬유랑극장><뻘><목란언니><연변엄마><순우삼촌><시동라사>외 다수
본지 편집위원.
웹진 30호   2013-08-14   덧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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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정
두뇌수술에서 보여준 너무나 사랑스러운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

2013-08-14댓글쓰기 댓글삭제

홍문숙
두뇌수술에서의 천연덕 스럽고 귀여운 모습 넘 예쁘고 감동이였어요

2013-08-19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