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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속구 마무리 투수의 마지막 한 큐
[김은성의 연극데이트] 조명디자이너 최보윤

김은성_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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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래 각광을 받았던 연극 뒤에는 어김없이 그녀의 이름이 숨어있었다. 연습이 끝나고 무대가 들어선 후 시작되는 공연의 마지막 승부처에서 워밍업을 마친 마무리 투수는 무대에 올라 한 큐 한 큐 조명을 컨트롤하기 시작한다. 불 꺼진 무대, 구석에 앉은 조명디자이너 최보윤의 손에 콘솔버튼이 눌려지는 순간 이윽고 무대는 극장의 마술, 빛으로 채워진다.

    조명디자이너 최보윤
조명디자이너 최보윤
  • 스타 디자이너

    무척 바쁜 디자이너로 알고 있다.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하며 보냈나?
    얼마 전에 막을 내린 <알리바이 연대기>와 <말들의 무덤>의 조명디자인을 했다.

    최근에 가장 핫한 반응을 받았던 두 작품의 디자인을 했는데?
    <알리바이 연대기> 쫑파티에 갔더니 ‘<말들의 무덤>이 그렇게 좋았다며?’ 하더라. <말들의 무덤> 쫑파티에서는 ‘<알리바이 연대기>가 그렇게 좋았다며?’ 하고. (웃음)

    “최보윤이 조명디자인을 하면 작품이 잘 나온다.”는 말이 있다. 요 몇 년 디자인 해온 작품들을 돌아보면?
    <왕은 죽어가다>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 <파인땡큐앤드유> <칼집 속의 아버지> <나는 나의 아내다> <히스토리 보이즈> <영호와 리차드> <달나라연속극> <그을린 사랑> <정물화>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비밀경찰> <영원한 평화> <목란언니> <꿈속의 꿈> <벌> <상주국수집> <여기 사람이 있다> <디 오써> <장석조네 사람들> <해님지고 달님안고> ......

    참 많은 작품을 디자인했는데,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작품을 꼽아보자면?
    어려운 질문이다. 생각나는 작품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김동현 연출가와 함께 했던 <그을린 사랑>이 떠오른다. 명동예술극장이 작은 극장도 아니고, 내용 자체도 무겁고 힘든 이야기였는데 그 공간과 작품에 내가 폐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 큰 공연을 채워가는 것...... 내가 과연 그 정도의 실력이 될까? 해낼 수 있을까?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했던 작품이다.
    열심히 했다. 공연 개막전 일주일은 극장에서 밤12시까지 작업을 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면서도 끝내 버텨낸 보람이 있었던 작업이었다.

    많은 연출가들과 작업을 해왔는데, 인상적이었던 작업을 꼽는다면?
    <상주국수집>으로 처음 만났던 강량원 연출가와의 만남이 기억에 남아있다. 연습을 처음 보러 간 날 충격을 받았다. 연습실 기운이 놀라웠다. 정말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연습 분위기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배우가 힘든 순간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말없이 몸을 뒤틀면서 그 감정을 표출하더라. 낯설고 기괴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는데 순간 나의 이야기로 다가오더라. 아, 나도 힘든 일이 있었을 때, 방에 혼자 있는 내가 바로 저랬지!
    조명디자인을 배우들과 공유하는 과정도 좋았다. 배우들과 조명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저는 이 공간이 깊은 바다에 침몰해 있는 배, 물이끼가 많이 끼어있는 배의 느낌입니다.” 라고 했더니, 어떤 배우가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이 그런 곳일 수 있겠네요” 하더라. 조명디자이너가 배우와 자극을 주고받는 연습과정은 흔치 않은데, 재미있는 경험으로 남아있다.

    가장 호흡이 잘 맞는 극장은 어디인가?
    그림이 정말 잘 나오는 극장이 있고, 일 하기에 환경이 너무 좋은 극장이 있다. 전자는 명동예술극장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이다. 해보고 싶었던 도전을 시도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일하기에 좋은 곳은 두산아트센터. 디자이너가 원하는 것을 정말 많이 지원해 준다.

    조명디자이너로서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
    작품이 나와 맞지 않을 때.
    공연이 올라갈 때, 그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생리적으로 버티기가 힘들다. 다행히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다.

    가장 희열에 차는 순간은?
    내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을 누군가 확인 시켜줄 때 기분이 좋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다가 내 빛에 자극을 받을 때, 그 배우분이 내게 오셔서 그 빛을 받을 때 뭔가를 느꼈다고 말씀해 주실 때 기분이 참 좋다. 관객들에게 조명이 화제가 되기는 힘든데 <히스토리 보이즈> 때는 관객들에게 조명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반가웠다. 학창시절, 교실로 들어오던 자연광을 생각하면서 디자인 했었는데, 그 느낌을 알아보신 거다.

    무대에서 유독 조명을 잘 받는 배우가 있는가?
    무대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젊은 배우들과는 다르게, 경험이 많은 선생님들은 자신의 빛을 잘 찾으시더라. 이 빛을 여기서 이렇게 받을 때 더 잘 받는다는 걸 알고 계신 거다. 특히 남명렬 선배님을 보면 늘 놀란다.
조명디자이너 최보윤
  • 조명디자이너 최보윤


    컴퓨터공학도, 극장을 만나다

    연극과는 어떻게 처음 만났나?
    원래는 컴퓨터공학도였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해서 너무나 당연하게 컴퓨터공학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99년인가 휴학을 하고...... 아, 이야기 하자면 너무 긴데.

    컴퓨터공학도가 어떻게 연극과 만나게 됐는지 더욱 궁금해진다
    하루는 집에서 뒹굴뒹굴하다가 TV를 보고 있는데 NHK에서 방송되는 뮤지컬 공연을 보게 됐다.

    어떤 작품이었나?
    일본의 가극단 다카라즈카의 공연들이었다. 일주일 동안 매일 정오에 한편씩 방송되는 작품들을 보게 됐다. TV를 통해 본 그 무대가 잊히지 않더라. 검색을 해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한국팬들이 만든 홈페이지를 알게 됐고 결국에는 그 홈페이지의 운영자가 되었다.

    뭐가 그렇게 좋았나?
    글쎄, 그 시절 나의 감수성과 맞았을 수도 있고...... 이유 없이 그냥 좋았던 거다.
    좋아하는 배우의 은퇴공연을 보러 2박3일 일본에 다녀온 적도 있었다. 배우의 실물을 보며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운 기억밖에는 없다. (웃음) 그 정도로 완전히 푹 빠졌다.

    그 열병이 결국 연극을 하게 만든 건가?
    그렇다. 복학을 해서 강의실에 앉아있는데 도저히 극장을 향한 기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겠더라. 그래서 다시 수능을 보고, 연극영화과에 연출전공으로 입학을 했다.

    연극학도의 생활은 어땠나?
    선배들이 연출은 모든 분야를 알아야 한다고 하더라. 연출, 음향, 무대감독, 오퍼레이터 등 여러 파트를 경험하다가 3학년 1학기 때 조명디자인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 젊은연극제 출품작으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올라가는 공연이었다.

    조명디자인의 첫 경험을 국립극장에서 했다니, 그것도 학생 때. 범상치 않은 출발이었는데?
    달오름극장에서 첫 공연을 하는데 충격을 받았다. 객석 사이드에 있는 조종석에 앉아서 콘솔에 있는 버튼 한 개를 눌렀을 뿐인데. 그 작은 단추를 누르는데, 암전 중이던 극장이 환하게 밝혀져 오는데, 와! 감동스런 충격이었다.

    조명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건가?
    그렇다. 그 이후에 어떤 극장에 가서 조명을 다룰 일이 있었는데 내 실수로 작은 사고가 난 일이 있었다. 극장 관계자 분께서 조명하는 사람이 기본을 모른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자존심이 상했다. 기분이 퍽 좋지 않았지만, ‘그래, 제대로 기본부터 배워보자’는 각성이 오더라.

    그래서 어떻게 했나?
    무대예술 아카데미에 입학해 조명을 공부했다. 그곳에서 김창기 선생님, 조명예술의 스승을 만났다. 선생님께서 초보자와 다름없는 학생들을 데리고 다니시면서 엄하게 훈련을 시켜주셨다.

    대학로에서의 본격적인 활동은 언제부터?
    2006년부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김재엽, 신동인, 윤한솔 연출가와 작품을 많이 했다. 신동인의 연출의 <거미여인의 키스>가 기억에 남아있다.
    혜화동1번지에서 <착한사람 조양규>로 만났던 김동현 연출과의 유쾌한 만남은 지금까지도 즐겁게 연극을 할 수 있는 힘으로 남아있다. 밤늦게 연출님과 단둘이 테크니컬 리허설을 진행하는데 연출님이 마이크를 들고, 모든 배우의 역할을 직접 하면서 조명 리허설을 진행했다. 연출님의 모습이 재밌고 신기해서, 너무 신나서 오퍼실에서 엄청 웃었었다.
    윤한솔 연출은 내 조명에 대해서 첫 평가를 해준 연출가다.
    “나는 찬 느낌으로 공연을 만드는데, 보윤씨 조명은 따뜻해. 그래서 오히려 좋아.”

    이런 저런 힘든 순간도 많았을 것 같은데?
    극단 드림플레이의 <유령을 기다리며> 조명디자인을 하고 있을 때였다. 거창국제연극제에 지금은 연출을 하는 후배 이기쁨을 조명 어시스턴트로 데리고 갔는데, 공연 1시간 전에 조명 하나를 수정하게 됐다. 그런데 조명 바에 올라가 작업을 하던 후배에게 감전사고가 났다. 후배는 중환자실로 실려 가고 먹먹한 심정으로 나는 콘솔 앞에서 조명을 진행하던 일이 있었다. 그 작품이 그해 거창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모두들 기쁨이 덕분이라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조명디자이너 최보윤
조명디자이너 최보윤
  • 햇빛 달빛 보는 게 나는 참 좋아

    당신에게 빛은 뭔가?
    빛? 너무 거창한데?

    어쨌든 빛을 만들어서 먹고 살지 않은가?
    빛? 엄마에게 했었던 말로 대신하겠다.
    “엄마, 나는 조명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참 좋아. 조명을 하려면 빛을 알아야 하잖아? 수시로 빛을 관찰하게 되다 보니까, 아름다운 것을 보게 되고, 그런 부분이 참 좋은 것 같아. 나는 밝은 부분을 보면서 사는 거니까. 햇빛, 달빛 보는 게 나는 참 좋아.”

    조명디자인은 연극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는가?
    공연의 마무리 투수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극장에 와서 맨 마지막을 더해주는 것.
    정말 좋은 작품인데, 배우가 연기를 저렇게 잘하는데, 연출이 정말 아름다운 무대 풍경을 만들었는데, 조명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것을 조명이 살릴 수도, 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조명디자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연을 좋아해야 하지 않을까? 조명이 멋있고, 조명을 가지고 뭘 하고 싶은 것은 조금 뒤로 미뤄두고, 일단 어떤 공연이 좋고, 나는 어떤 공연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는 과정이 먼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최보윤에게 연극이란 뭔가?
    아직도 그것에 대한 생각이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다. 연극이 뭘까?
    사람의 힘으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
    환상! 순간순간의 마술.
  • 조명디자이너 최보윤
  • 최보윤 (조명디자이너)

    주요작품
    <알리바이 연대기><말들의 무덤><왕은 죽어가다>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파인땡큐앤드유>
    <칼집 속의 아버지><나는 나의 아내다><히스토리 보이즈>
    <영호와 리차드> <달나라연속극> <그을린 사랑><정물화>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비밀경찰><영원한 평화>
    <목란언니><꿈속의 꿈><벌><상주국수집><여기 사람이 있다>
    <디 오써><장석조네 사람들><해님지고 달님안고> 외 다수

태그 최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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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김은성 극작가
극단 달나라동백꽃 대표
주요작품 <로풍찬유랑극장><뻘><목란언니><연변엄마><순우삼촌><시동라사>외 다수
본지 편집위원.
웹진 33호   2013-10-10   덧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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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nadu
해님지고 달님안고... 빼고는 다 봤네. 반갑습니다.^^

2013-10-14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