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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오스! 김은성!
극작가 김은성

오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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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진 [연극in]이 생겨난 이후, 가장 화제의 코너는 「김은성의 연극데이트」였다. 그가 한 달에 두 명씩 꼬박꼬박 데이트를 해 준 덕분에 우리는 ‘연극 사랑’을 넘어 ‘연극인 사랑’의 길로 갈 수 있게 되었다. 보통의 인터뷰가 그 사람의 작업과 스케줄과 계획에 집중하는 반면, 그는 그 사람의 어린 시절과 그 사람이 살던 고향과 그 사람이 만나왔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물어보았고, 그 사람이 보고 느끼고 겪어왔던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였다. 그건 정말로 인터뷰가 아니라 데이트였다. 2년 동안 42명과의 뜨거웠던 데이트를 끝내고, 그가 「김은성의 연극데이트」를 떠난다. 2014년에 새롭게 시작하는 「연극데이트」의 주인공으로서 손색이 없다. 깊고 뜨겁고 맑고 질퍽하고 은은한 희곡들로 관객들의 가슴을 훔쳐가 버리는 남자! 새벽과 소주와 국밥과 고독과 등산을 좋아하는 남자! 극작가 김은성!

    연출가 김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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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김철승
  • 일이 아니라 정말 데이트였다

    2년 동안 42명의 인물을 인터뷰했다.
    와! 그렇게나 많이 했나?

  • 정말 고생하셨다. 너무 너무 잘 읽었다. 처음에 어떻게 참여하셨는지?
    웹진 [연극in]이 생겨나면서 제안이 왔다. 편집위원으로 참여해 달라고. 첫 회의를 가보니 연극센터 직원분들이 가안을 만들어 왔더라. 거기에 「김은성의 연극데이트」 코너가 들어가 있었다. 처음에는 고사했다. 인터뷰도 엄연한 기사인데 기자도 아니고 작가인 내가 그런 코너를 맡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더군다나 ‘김은성’ 세 글자가 들어가 있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대단하시다. 나였다면 바로 하겠다고 했을 텐데.(웃음)
    하지만 오래전부터 블로그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연극인들에 관한 블로그. 한 명 한 명을 천천히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술자리에서는 나오지 못했던 공적인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나누고 정리하는 작업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연극 데이트」가 그러한 작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하겠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거나 아쉬웠던 인터뷰가 있었나?
    빈말이 아니라 모두 모두, 너무 너무, 좋은 공부가 되었다. (김은성은 계속해서 ‘너무 너무’와 ‘모두 모두’를 반복했다.) 하나같이 다 드라마 같은 연극 인생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소중하다. 그래도 굳이 뽑아보자면 가장 재미있고 웃겼던 인터뷰는 백하룡 작가, 가장 진지하고 근엄했던 기억은 이양구 작가, 눈물이 나오는 감동은 정인겸 배우의 코뿔소 이야기, 가장 정감이 느껴졌던 분은 박노식 배우, 가장 겸손했던 분은 이윤재 배우. 가장 나를 압도했던 분은 이지하 배우. 인터뷰를 하고 나서 이틀 동안 앓았다. 기운과 매력이 너무 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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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우는 순간, 연극이 뜨거워졌다

    자신이 연극을 할 것이라는 확신은 언제 들었나?
    연극을 맨 처음 경험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다. 학예회를 하는데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직접 각색해서 연극 대본으로 만들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희곡 양식을 보고 그대로 한번 해본 거지. 연극이 딱히 좋아서는 아니었다. 내가 워낙 까불이였다. 학예회며 오락부장이며 다 내가 맡아서 했다. 이것저것 하면서 노는 게 좋았다. 아마 연극도 그래서 도전했을 것이다. 그게 나의 연극 첫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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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경험이 참 빨랐다.(웃음) 그럼 연극을 좋아하게 된 건 언제부터?
    솔직히, 연극 안 좋아했다. 연극을 직접 본 것도 대학교 2학년 때 처음이다. 국문학과 친구들이 학생회관에서 무슨 연극을 올린다는데, 조명기도 없고, 허름한 무대에서. 그걸 처음 봤다. 제목도 잘 생각 안 난다. 연극하기로 마음먹은 건 글쎄, 한예종에서 연극을 공부할 때였을 텐데. 사실 그때도 처음에는 연극 안 좋아했다. 연출 전공으로 들어갔는데 나보다 더 뛰어나고 미친 친구들이 많았다. 나보다 잘하는 친구들이 워낙 많아서 흥미를 못 느꼈다. 연극을 해야 될지 방송을 해야 될지 영화를 해야 될지 도무지 모르겠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극작 수업을 듣게 되었고, 그때 희곡 쓰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연극이 뜨겁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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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겁게라면?
  • 희곡을 쓰면서 드디어 연극의 재미를 알게 된 거다. 얼마 전에 필요가 있어서 성적 증명서를 뽑아봤는데 어떤 학기는 학점이 0.91이더라. 전성기 때 선동열 방어율이지.(웃음) 학사경고도 두 번이나 받고, 얼마나 공부를 안 했으면 이렇게 엉망진창이었겠나. 근데 그런 내가 희곡을 쓰면서부터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숙제도 해가고 칭찬도 받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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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곡의 어떤 점이 재미있었나?
  • ‘싸움’이 재미있었다. 싸우는 장면을 쓰는 게 너무 좋았다. 내 안에 쌓인 것들이 많았는데 그런 장면에 모두 터져 나오더라. 쌍욕들도 마구마구 터져 나오고.(웃음) 내가 누구를 미워하거나 싫어했던 마음을, 극 중 인물을 빌어서 토로하면서 해소도 되더라. 줄기차게 써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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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출가 김철승
  • 그 악다구니들, 그 삶의 절실한 에너지, 면목동

    김은성의 인터뷰들을 읽어보면 ‘면목동’ 시절을 자주 얘기한다. 가장 좋아하는 술안주도 면목동 시절에 먹었던 야채곱창이고.(웃음) 그 시절 얘기를 좀?
    우리 집이 원래 전라도 보성에서 좀 사는 집이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 때 집이 완전 망했다. 거의 공중분해가 됐다. 그래서 면목동에 있는 이모네 집에 얹혀살았다. 86년 가을이었을 것이다. 면목천, 그러니까 면목동 뚝방 옆에 있는 주택가였는데 지금 돌아보니까 정말 서민들의 동네였다. 이모 집도 다세대 주택이었는데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살았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많은 어른을 보게 되었다. 정말 다양한 어른. 이모는 늘 바빠서 나를 돌봐줄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무방비로 어른들 세계에 노출되었다. 나를 보호해 줄 어른이 없었기 때문에 어린이가 일찍 세상을 보게 된 거지.

    김은성 희곡의 정서는 거기서 나온 것인가?
    그 악다구니들. 못 배우고 못 살고 가난하기 때문에 나오는 삶의 절실한 에너지가 있다. 싸워도 대충 안 싸우고 정말 죽기 살기로 싸운다. 다 때려 부순다. 미싱 집을 하던 부부가 있었는데, 내 또래 친구도 있었고, 그 부부는 한번 싸우면 정말(김은성은 계속 ‘정말’을 반복했다.) 그런데 거꾸로 삼겹살 한 근이라도 번갯불에 같이 구워먹는 정도 있고. 악다구니와 정을 오가는 삶의 에너지. 그런 정서들을 배웠다.

    관객들도 작품을 보면서 그런 정서를 느끼는 듯하다.
    우리가 문명의 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결국 불쌍한 측면들이 있지 않나. 취직을 못하니까 부모한테 용돈을 타 쓰면서 쿠사리 먹는 청년 백수의 슬픔도 있고, 구두를 사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사지 못하는 젊은 아가씨의 슬픔도 있다.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고 여전히 변하지 않는 인간의 드라마가 있다. 세상이 깔끔해진다고 인간의 삶이 깔끔해지나. 아니다. 세상이 깔끔해질수록 깔끔함의 바깥에서 인간은 슬퍼진다. 관객들도 그걸 보는 듯하다. 나 저 감정 알아. 나 저 상황 알아.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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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새롬하고 할 때는 전인철이 그리워지고
    전인철하고 할 때는 부새롬이 그리워진다


    김은성을 떠올리면 자동으로 전인철 연출과 부새롬 연출이 떠오른다.
    부새롬하고 할 때는 전인철이 그리워지고 전인철하고 할 때는 부새롬이 그리워진다. 현미경과 망원경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부새롬은 현미경처럼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싶어 한다. 전인철은 망원경처럼 멀리멀리 굵직하게 잡고 싶어 하고. 두 사람의 서로 다른 바라봄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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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나라 연속극> 얘기를 해보자. 배선희 배우가 하던 은하 역할을 이지혜 배우가 맡았다. 두 배우의 은하는 각각 어떤가?
  • 배선희는 4차원적인 기질이 있다. 얼굴은 예쁜데 성격은 괴상하다.(웃음) 얼굴과 성격이 안 어울려서 자기만의 4차원적인 세상을 가진 매력이 있다. 그런 느낌이 은하랑 잘 어울렸다. 이지혜는 현실에 훨씬 더 발을 딛고 있는 느낌이다. 세상에 대한 쏘울이랄까?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상당히 따뜻한 정서를 품고 있다. 그런 느낌이 은하와 잘 어울린다. 배선희 얘기가 나오면 칭찬해주고 싶은 것이, 배역을 후배에게 물려주는 것이 어찌 보면 쉽지 않은데 오히려 기획, 홍보를 도맡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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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기획, 홍보가 극단에서 가장 힘들고 궂은일 아닌가?
  • 그렇다. 가장 힘들고 궂은 동시에 가장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배우들은 원래 잘 안 하려고 하지. 왜 배우가 그런 일을 하냐며 혼내는 선배들도 있고. 그런데 선희는 본인 스스로 자청했다. <달나라 연속극> 첫 공연 때 자기가 은하를 하고 지혜가 스태프를 했으니 다음 공연 때는 지혜가 은하를, 자기가 스태프를 해야 하지 않겠냐며.

    강기둥 배우는 팬들이 상당히 많다. 심지어 남자 팬도 있더라. 그것도 남자배우.(웃음) 강기둥의 매력은?
    얼마 전 단원들끼리 술자리를 하면서, 상대방에게 서로 싫은 점을 얘기해보자고 했었다. 나는 그때 기둥이에게 얘기했다. 넌 너무 어른스러운 게 가끔 싫다고. 나보다 형 같은 느낌이랄까. 본인 나이를 넘어설 정도의 어른스러움이 있는 거다.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웃음) 어쨌든, 기둥이는 정말 정말 열심히 하는 배우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연습량이 엄청나다. 자신이 연기할 인물에 대해 몰입이 될 때까지, 그 인물에 대해 확신이 들 때까지 계속해서 연구하는 배우다.

    연출가 김철승

연출가 김철승
  • 바라보는 김은성, 분노하는 김은성

    <시동라사>, <목란언니>, <순우삼촌>, <연변엄마>, <찌질이 신파극>, <달나라 연속극> 등등. 제목이 곱다. 기억도 잘 되고. 거의 네 글자 아니면 여섯 글자고.(웃음)
    내가 좀 이상한 고정관념이 있다. 문장형, 물음표, 혹은 ‘뭐 뭐의 뭐 뭐’ 식의 제목들이 속된 말로 구리게 느껴지는 거다.(웃음) 제목은 그저 담백하게 명사로 하는 게 가장 깔끔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는 전략적 차원인데 인터넷 검색을 했을 때 맨 위에 떠올라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제목 후보들을 계속 검색창에 쳐본다. <로풍찬 유랑극장>도 고생 많이 했다. ‘노풍운’으로 쳐봐서 뭐가 나오면 다시 ‘노풍찬’으로 바꾸고 그러다가 다시 ‘로풍찬’으로 바꾸고.(웃음)

    내가 생각하는 김은성은 달려가기보다는 머무르고 바라보는 작가다. 그런데 <뺑뺑뺑>의 느낌은 좀 다르다. 뭔가 달려가고, 화나고, 치솟고, 뛰어오르는 느낌이다. 혹시, 요즘에 화가 좀 나 있는 상태인가?
    뭐 이렇게 계속 역사가 반복되나? 나아가야 할 역사가 왜 자꾸 뒷걸음 치나? 상식적으로 너무 안타깝고 답답하다. 그래서 화가 난다. 난 늘 친구들에게 말한다. 이제 작품 세계가 좀 넓어지고 싶다고. 역사, 정치 이런 거 말고. 비판, 풍자 이런 거 말고. 더 재밌고 더 연극적이고 관객들이 더 즐길 수 있는 작품들. 그런데 세상은 아직도 이런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난 계속 연극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극을 하는 이유를 정리해보고 싶었다. 한 번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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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기 많은 김은성, 머리 좋은 김은성

    내 정보에 의하면, 극작가들 중에 거의 유일하게 팬들을 보유한 작가라 할 수 있다.(웃음) 실제로 고백들이 많이 들어오는지?
    아니다. 억울하다. 정말로 실감을 못하겠는 게, 희곡을 썼다고 인생이 바뀐 게 거의 없다. 팬레터도 없고 메일도 없고 페북 메시지도 없다. 나보고 팬이 많다고 묻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그 수많은 팬은 어디에 있나?(웃음)

    극단 '달나라 동백꽃'은 만들어진 지 3년 밖에 안 되었는데 애정하는 관객들이 많다. 활동도 다양하다. 희곡을 들려줘, 독백 백일장, 공개방송, 심지어 패션잡지 화보까지. 상당한 마케팅 능력이다.(웃음) 이건 다 본인의 전략인가?
    부새롬 연출과 내가 극단 공동 대표다. 실질적인 극단의 운영은 부새롬 연출이 하고, 그런 전략적 기획은 모두 나의 두뇌에서 나온다.(웃음) 창단을 준비할 때부터 그런 전략을 세워나갔다. 이왕 시작하는데 잘 알리고 잘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또, 연극을 통해서 좋은 활동들도 많이 하고 싶었다. 그런 것들이 희곡을 들려줘, 독백 백일장 등으로 나타난 거다.

    달나라 동백꽃도 만남과 헤어짐을 자주 하는가?
    우리 극단은 정말 분위기가 좋다. 서로 좋아하고, 술도 잘 마시고. 하지만 모든 극단이 그렇듯 늘 위기가 있다. 사실 극단이라는 게 돈 벌려고 모이는 건 아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인간적 유대와 연대로 뭉치는 게 전부인데, 아무래도 사람끼리 만나면 부대끼고 지치기도 하니까. 그래도 아직까지는 좋다. 당분간은 신입도 안 뽑을 예정이다. 지금 있는 단원들하고 아주 잘 지내보고 싶다. 그게 올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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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과 소주와 국밥과 고독

    문학관을 거의 1년 내내 전전하시는 문학관 마니아신데.(웃음) 어느 곳에서 어떠한 작품들이 탄생되었나?
    주로 가는 곳들이 토지문학관, 만해마을, 부악문원, 글을 낳는 집, 21세기 문학관, 연희창작촌이다. 토지문학관에서 <찌질이 신파극>. 토지문학관에 들어가면 뭘 많이 읽는다. 공부하려고 들어가는 곳이다. 만해마을에서는 <뻘>. 글을 낳는 집에서는 <목란언니 초고> 부악문원에서는 <목란언니> 공연 대본 21세기 문학관에서 <뺑뺑뺑>. 연희창작촌에서는 <로픙찬 유랑극장>. 연희창작촌이 기가 제일 세다. 땅 기운이 가장 세서 그걸 이겨내면 잘 써지는데 거기에 밀리면 힘들게 있다가 나온다. 그래서 작년 겨울은 완전 힘들게 있었다.(웃음)

    김은성을 떠올리면 새벽 국밥, 새벽 소주, 새벽 문자, 새벽 페북이 떠오른다. 그것도 늘 혼자. 새벽과 고독을 사랑하시나?
    1년에 절반 이상은 낮밤이 바뀌어서 산다. 특히 작업할 때는 거의 새벽에 글이 써진다. 그런 이유가 하나 있고, 우리 극단 단원들이 다 술꾼이다. 공통점이 참 많다. 다 차가 없고 다 담배를 피우고 다 술꾼이고.(웃음) 연습이 끝나면 보통 밤 11시인데 새벽 3~4시까지 함께 마신다. 그렇게 마시고 혼자 집에 들어갔는데 아직도 기력이 남아있으니까 혼자 술 마시고 혼자 노트북 켜고 혼자 페북에 분노의 장광설을 퍼붓고.(웃음) 그런 게 아닐까.

    이건 좀 사적인 질문이다. 패션이 상당히 훌륭하신데.(웃음) 직접 코디하시나.
    옷을 멋지게 입는 게 좋아 보인다. 타고 나기를 좀 고급스럽게 타고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대충 다녀도 티가 잘 안 난다. 잘 안 씻고 잘 안 입어도 상당히 고급스럽다. 하지만 난 정 반대다. 촌놈 유전자를 타고났다. 머리를 한 번만 안 감아도 구질구질해 보인다. 찬바람을 한 번만 쐬어도 얼굴이 빨개진다. 추리닝 같은 걸 입고 나가는 순간 곧바로 촌놈 서울 상경기가 되어버린다. 한마디로, 아주 신경 쓰지 않으면 아주 초라하게 보인다.(웃음) 그게 싫어서 신경을 좀 쓰는 편이다. 근데 그것도 돈이 있어야.(웃음)

    연출가 김철승

    • 김은성에게 연극은

      초기 습작들 얘기 좀 해주겠나?
      내가 쓴 첫 작품의 제목이 <국군의 날>이다. 두 번째는 <수금날>. 둘 다 군대 이야기다. 내가 제대하고 막 복학한 직후라서 군대 이야기 말고는 쓸 게 없었다.(웃음) <국군의 날>은 군 의문사에 관한 이야기다. 모든 장병이 어떤 죽음을 은폐하려고 하는 이야기. 겉으로는 상당히 평온하고 조용한 모임이지만 알고 보니 잘 은폐한 것을 확인하려고 모인 자리였던. <수금날>은 군대에서 만난 고참이 가혹하게 다뤄서 주인공 '나'가 폭력적으로 변한 이야기이다. '나'가 폭력적으로 변한 이유는 그 고참 때문이었다고 생각해서 고참을 린치하기 위해 찾아간다. 그 고참은 나이트에서 영업실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분장실로 찾아가서 아주 잔인무도하게.(웃음) 그 당시 작품은 모두 하드코어였다.

      실제로 공연도 했었나? 반응은?
      학교에서 공연 발표를 했었는데 지도교수님이 지나가시면서 “희곡 재밌더라”라고 하셨다는 얘기를 누군가에게 들었다. 확실치는 않다.(웃음) 다시 가끔 읽어보면 웃기지. 부끄럽고.

      올해 계획이 어찌 되나?
      극단 작업으로는 3월 6일부터 30일까지 연우소극장에서 <달나라 연속극>을, 6월에 선돌극장에서 신작 <뺑뺑뺑>을, 10월에 안산문화예술의전당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로풍찬 유랑극장>을, 12월에 워크숍 공연이었던 <파인 탱큐, 앤드유?>의 2탄 <아임, 파인 투>를 공연한다.

      개인 작업으로는
      그동안 너무 공부를 안 했다. 물 먹기 바빠 우물 팔 시간이 없었다. 요즘 들어 바닥이 보일 거라는 위기의식이 느껴지고 있다. 몇 가지 작업 제안을 받은 것들이 있는데, 겸허하게 사양하고 공부를 열심히 할 때가 아닌가 생각 중이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면서. 근데 사실 작가들이 쉬다가 써야지 하다가도, 몇 달만 작업을 못하면 금세 안달이 나고 그러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이겨내 볼 생각이다. 심호흡을 제대로 한번 해야지.

      ‘일이사이’라는 극작 교실을 진행하고 있다고?
      공연을 너무나 사랑하시는 분들이 있다. 꼭 언급이 꼭 되었으면 좋겠다. 김성길, 소행성612, 전혜선 님 같은 분들. 이분들은 연극인들보다 더 연극을 사랑하시는 것 같다. 이런 분들 중에 김성길, 정지윤, 황정은 세 분이 극작 모임을 하고 계시다가 지도를 좀 해달라며 부탁을 하셨다. 단, ‘지도’가 아닌 ‘안내자’의 역할로. 돈받고 하면 부담스러우니 만날 때마다 맛난 밥을 사 달라 했다. 2주에 한 번씩, 아주 재밌게 하고 있다. 1월 2일에 첫 만남을 해서 팀 이름이 ‘일이사이’다. 참 일리가 있지?(웃음)

      존경하는 선배 연극인과 애정하는 후배 연극인을 물어보고 싶다. 단, 작가이니 작가로만 한정을 해서.
      선생님들로는 오태석, 이강백, 이윤택. 이분들이 한국 연극에 계신다는 자체가 힘이 될 때가 있다. 기둥들이시다. 작가적인 태도나 삶으로서는 윤영선. 후배 작가들은 사실 많이 알지 못한다. 더 애틋하게 관심을 가져주고 챙겨줘야 되는데 작업만 하다 보니 여력이 없어서 참 미안하다. 살갑게 대해주지도 못하고. 인터뷰하고 있는 너한테도 미안하다.(웃음) 후배들 중에는 이오진과 김윤희가 생각난다. 오진이는 대사를 구사하는 감각이 아주 좋다. 좋은 희곡을 잘 쓸 수 있는 조건이 보인다. 에너지도 뜨겁고. 윤희는 세상을 희곡으로 바라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세상을 비라보는 눈이나 호흡이 아주 따뜻하다. 세상에 대한 큰 애정이 있는 것 같다. 세상에 대한 애정이 곧 희곡을 잘 쓸 수 있는 힘이겠지.

      김은성이 꼽는 최고의 희곡은?
      아리엘 도르프만의 <과부들>. 마지막 장면에서 소피아가 손자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감옥에 갇혀서 둘 다 처형당하기 직전이었는데. 그때 해주는 말이다.
      “벽을 만져봐라. 그 안에 손이 있다. 잡아라.”
      너무나 끔찍하면서도 너무나 감동적이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순교하라는 이야기다. 그 말을 하는 할머니의 심정은 어땠겠나? 그걸 받아들이는 어린 손자는? 하지만 그들은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온갖 생각이 들더라. 삶이 그렇게 극단까지 갔을 때 나약한 인간이 어떻게 신의 영역까지 가는가. 인간은 어떻게 영원해지는가. 신의 아들이 신이 되는 게 아니라 인간의 힘으로 신까지 갈 수 있는 게 아닌가. 도르프만의 삶 자체가 작품과 비슷하다. 삶과 작품이 일치가 되는 작가다. 그런 작가들을 보면 마냥 부럽지. 부끄럽고.

      김은성에게 연극은 00이다?
      나도 늘 마지막 질문을 그렇게 했었는데, 살려줘서 고맙다. 나에게 연극은 ‘삶의 스승’이다. 사실 인격적으로 결함이 많다. 겸손한 척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좀 더럽다.(웃음) 내 삶을 생각하면 조금 아찔할 때가 있다. 만약 연극을 안 하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면 아주 치밀한 악당이 될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부정선거로 반장된 적도 있고.(웃음) 아무튼 아주 영악한 악마성이 있다. 연극하면서 사람이 됐다. 정말 연극하면서 착해졌다. 연극은 사람 예술이니까 많이 배운다. 연습, 공연, 배우들의 인격, 희곡에 등장하는 삶의 세계들. 결함 많은 나를 가르쳐줄 수 있는 스승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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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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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임진원]
      [캐리커쳐 : 이동슈]
  • 연출가 김철승
  • 김은성 (극작가)

    극단 달나라동백꽃 작가
    주요작품 <로풍찬유랑극장><뻘><목란언니><달나라 연속극>
    <연변엄마><순우삼촌><시동라사><찌질이 신파극>

태그 김은성, 달나라동백꽃, 연극데이트, 달나라연속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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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혁

오세혁 작가, 연출, 배우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에서 작가 연출 배우로 활동중.
트위터 @gulpanart
홈페이지 www.gulpan.com
제 39호   2014-03-06   덧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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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남수
2기에는 오세혁작가가 필자인가요? 김은성,오세혁 다 좋아하는 작가라 이번 데이트 퍽 잘 읽었어요.달나라연속극은 지난 토요일에 봤어요.<과부들>이 년전에 자다보다했는데 김작가가 최고의 희곡으로꼽으니 이번 공연 다시 볼까 싶어요.

2014-03-11댓글쓰기 댓글삭제

오세혁
윤남수님-올해부터는 저와 김지현 기자님이 번갈아 가면서 데이트를 진행합니다. <과부들>은 너무나도 좋은 작품. 아리엘 도르프만 희곡집-'죽음과 소녀'를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2014-03-12댓글쓰기 댓글삭제


고맙습니다...

2014-04-01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