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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함과 명확함, 어눌함과 예리함이 한 덩어리로 반죽된 사나이들
연출가 전진모 그리고 작가 윤성호

오세혁_작가, 연출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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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호함과 명확함, 어눌함과 예리함이 한 덩어리로 반죽되어 구워진 사나이들

    오:
    어제 두산 아트랩 막공이었지? 쫑파티의 여파로 안색이 참 안 좋아 보이는군. 몇 시까지 했어?
    전:
    글쎄, 기억나는 건 새벽 네 시. 잠시 졸다가 일어나보니 여섯 시였어.
    오:
    대단하구먼. 아트랩 공연 설명좀 해줘.
    전:
    <이런 꿈을 꾸었다>라고, 나쓰메 소세끼의 <몽십야>를 윤성호 작가가 각색 및 재창작 및 재구성을 했지. 두산 아트센터라는 좋은 조건과 극장에서 여러 조명과 음향을 마음껏 썼지.
    오:
    첫 날 공연이었나? 조명 사고가 났다던데?
    전:
    공연 시작하기 직전에 조명기 하나가 터졌어. 그걸 해결하느라 30분이 딜레이 되었지.
    오:
    정말 아찔했겠네. 첫 공연인데.
    전:
    근데 재밌는 건, 그날 낮에 두산 기술감독님께 안전교육을 받았거든. 사고 시 대처법에 대해서. 그걸 몇 시간 후에 바로 써먹을 줄이야.
    윤:
    사고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배우가 전혀 동요하지 않고 무대에 그대로 앉아 있어서 고맙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더라고요.
    전:
    이 공연은 배우가 무대 위에서 잠든 상태를 보여주면서 시작하거든. 근데 30분 동안 고치고 있으니까 계속 잠들어 있는 거야. 다 고칠 때까지 전혀 미동도 않고. 주변에서는 청소기가 막 돌아가고 있고. (웃음)
    윤:
    관객들이 공연의 일부인 줄 알더라고요. (웃음)
    오:
    사실 두 명을 동시에 인터뷰 하는 건 연극데이트 사상 처음이야. 전진모와 윤성호가 항상 나란히 붙어 있어서 누굴 떼어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웃음) 누굴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니까 진모는 성호를, 성호는 진모를 하라고 고집을 부려서 결국 둘을 하게 된 거지. (웃음) 근데 누구 위주로 진행을 하는 게 좋을까?
    윤:
    진모 형이 연식이 더 있으니까 진모 형 위주로. (웃음)
    전:
    윤성호 작가가 나뿐만 아니라 여러 연출과 작업들을 벌여 나가고 있는 중이니까 더 좋지 않을까? 그래도 나보다는 성호를 더 궁금해하고, 나보다 덜 어눌하고. (웃음)
    오:
    그러게, 요즘 많이 하더라. 두산 아트센터에서 <이런 꿈을 꾸었다>, 정보 소극장에서<해맞이>, 선돌극장에서 구자혜 연출의 <일회공연>에도 작품이 나오고. 윤성호가 연극계를 장악한 느낌인데! (웃음)
    윤:
    밑천 다 쓴 느낌이죠. (웃음) 어쩌다 보니까 겹친 거예요. 다음 작업은 하나도 없어요. (웃음)
    오:
    구자혜 연출이 말하더라고. 자기 생각에는 가장 희곡을 잘 쓰는 작가가 윤성호라고.
    윤:
    실은 안지도 얼마 안 되었고, 만나면 말도 잘 잘 안하고, 주로 메일로만 주고받는 사이인데. (웃음)
    오:
    전진모 연출이 생각하는 윤성호 희곡의 매력은?
    전:
    성호 글 보면, 같은 팀으로 말하면 우스울 수 있지만, 일단 단단하고, 말에서 멋 부리려고 하지 않고, 애써서 꾸미고 이런 식이 아니라, 간단한 말들이 큰 의미를 가지게 하고, 위트가 있고, 그 위트가 이유 없는 위트가 아니라, 의미를 발생시키는 위트고, 그리고 엮음새, 이런 단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엮음새가 좋은 작가지.
    모호함과 명확함, 어눌함과 예리함이 한 덩어리로 반죽되어 구워진 사나이들
    오:
    진모는 원래 전공이 연극인가?
    전:
    아니, 놀랍겠지만 정치외교학이야.
    오:
    정말로 놀랍군! 정치외교에 뜻이 있었나?
    전:
    놀랍게도, 있었어. 대학원 갈 욕심도 있었고. 근데 졸업할 때 되니까 이것저것 생각하고 헤매게 되더라고. 영화도 해보고 싶었고, 방송국도 가고 싶고, 기자도 되고 싶고, 근데 생각만 하다가 취업준비를 아무것도 안한 거야. (웃음) 취업은 안 되고 알바를 해야겠는데 어디서 할까 고민하다가 극단 산울림에서 연구단원을 뽑는다고 하더라고. 어차피 연극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기 때문에 연극도 배울 겸 들어간 거지. 그때가 2008년이었어. 물론 극회의 영향이 가장 크지.
    오:
    극회? 학교는?
    전:
    내가 연세대 극회 출신이거든.
    오:
    아하! 그럼 김재엽 연출?
    전:
    아니, 서로 다른 극회였어. 내가 알기로 연세대는 활발한 극회가 7~8개 정도야. 국문과 극회는 성기웅, 김재엽. 중앙 극회는 양종욱, 손상규, 부새롬. 공대 극회는 박해성 등등이 있었지. 중요한 건 학교 다닐 때 서로 몰랐어. 학교 나와서야 알았지.
    오:
    신기하구먼. 산울림 시절은 어땠어?
    전:
    참 좋았어. 많이 배웠고. 잠시 제작실장 타이틀도 달고. (웃음) 그러다가 2009년에 성기웅 형의 <과학하는 마음>에 조연출로 참여하면서 12언어스튜디오 단원이 되었지. 그해 겨울에 시험 봐서 한예종에 들어갔고.
    오:
    전진모와 윤성호는 언제 어떻게 만나서 파트너가 된 거야?
    전:
    부새롬 연출의 조연출로 만났어. 새롬 누나가 한예종에서 <러블리 리타>라는 공연을 올렸는데 거기 조연출 두 명이 나랑 성호였어.
    윤:
    나는 한예종 학생도 아니었는데. (웃음)
    오:
    그래? 그럼 어떻게 조연출로 흘러들어 온 거야? (웃음)
    윤:
    저는 한양대 철학과를 다니다가 2010년에 졸업하면서 조연출을 했어요. 제가 온갖 일꾼으로 참여했던 작품에 새롬 누나가 무대 디자이너로 왔었는데, 그때 나중에 꼭 같이 하자고 약속을 했죠.
    오:
    새롬 연출님은 참 좋은 분이로군. 둘을 거두어주시고. (웃음)
    윤:
    사실 새롬 누나를 졸업시켜준 사람은 저에요. 새롬누나의 학교 작품 3개에 모두 조연출을 했죠. <러블리 기타>, <로풍찬 유랑극장>, <달나라 연속극>
    오:
    오오!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대표작이 두 편이나!
    윤:
    지금 달나라동백꽃의 시초가 되고 있는 작업들을 모두 한 거죠. 가만, 근데 난 왜 달나라동백꽃에 안 불렀지? 뼈 빠지게 일했는데! (웃음)
    모호함과 명확함, 어눌함과 예리함이 한 덩어리로 반죽되어 구워진 사나이들
    오:
    그럼 둘은 부새롬 연출의 조연출로 첫 만남을 했군!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 어땠어?
    윤:
    사실 별로 느낌 없었고. (웃음) 진모 형은 일도 별로 안 하고. (웃음)
    전:
    미안하다.
    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작업의 프로세스를 정확히 알고 있으니까 필요한 일만 한 게 아닌가 하는, (웃음) 집이 비슷해서 전철을 같이 타고 갔는데 그때마다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고, 프린지에 <미인>이라는 작품으로 작·연출을 했는데 진모 형이 드라마터그도 해주고, 그러다가 의기투합해서 진모 형 졸업 작품인, <여기, 바냐>에 작가로 함께 했죠. 진모 형이 연출하고. 나중에 혜화동 1번지에서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공연했고.
    전:
    우리는 줄여서 <람람람>으로 부르지. (웃음) 체홉의 <바냐 아저씨>를 지금 시대로 각색한 거야.
    오:
    첫 작업을 하면서 뭔가 정서가 비슷하다던가 그런 걸 느꼈나?
    윤:
    <람람람> 하면서 신기했던 게, 나는 바냐에서 아스트로프를 애틋하게 생각했는데 진모형도 아스트로프를 제일 애틋해 했더라고요. 그래서 서로의 아스트로프는 어떠냐 이런 얘기도 막 하고, 정말 신기했죠. 맞는 부분이 많다는 게.
    전:
    작업을 하면 할수록, 연극에서 취향이랄까 정서랄까 이런 게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그리고 뭔가 좀 연극에서 보수적인 부분도 비슷하고. (웃음)
    윤:
    아 이거 위험한 발언인데. (웃음)
    전:
    아니, 다시 말하자면, 연극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해야지” 이런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 연극 자체에 대해 치열하게 파고들고 이런 게 없었고, 연극 자체라기보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연극을 활용하는… 아, 이거 말할수록 위험해지네. (웃음)
    윤:
    다시 말하자면 연극이 목적이 아니라는 거죠.
    전:
    그렇지. 연극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연극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목적인 거지.
    윤:
    그렇죠. ‘연극을 말한다’가 아니라 ‘연극을 통해서 말한다’ 이런 얘기죠.
    전:
    음… 좋은 말이다. (웃음) 우리는 ‘연극’ 자체보다는 ‘연극으로 하려는 말’에 관심이 많아. 새로운 형식이 필요하다면 말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지. 형식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지.
    모호함과 명확함, 어눌함과 예리함이 한 덩어리로 반죽되어 구워진 사나이들
    오:
    이번에 선돌극장에서 했던 <오해>는 진모가 쓴 거지? 어떻게 쓰게 된 거야?
    전:
    <오해>는, 지금도 헷갈리는데, 모르겠어. 연극을 통해 말을 한다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말에 대해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면 연극이 되는 거지…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웃음) <오해>를 떠올린 건, 내가 카페에 앉아 있는데, 남녀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상상을 막 하기 시작했어. 내가 그런 게 좀 있어. 어떤 광경을 보면서 막 혼자 상상하고 소설 쓰고, 그런 소설들이 섞이고 섞이면서 그런 얘기가 떠오르고, 많은 콘셉트가 세워졌다가 사라졌다가…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웃음)
    윤:
    아마 진모 형이 <오해>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을 다 말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모 형이 생각하고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을 텐데. 내가 연출력이 부족하고.
    전:
    아니야. 내가 정리 안 된 상태로 넘겨서, 그걸 성호가 잘 수습을 해주고.
    오:
    둘이 참 아름답구나. (웃음) 작업할 때 말고도 잘 어울려 다니는 편인가?
    전:
    음, 거의 만날 같이 있다고 봐야지. <람람람> 이후로도 계속 작업으로 얽혀있어서. (웃음)
    윤:
    <람람람> 할 때도 두 달 내내 나흘 빼고는 카페에서 계속 만나서 밤새고, 진모형은 여자친구보다 나를 더 만났어요. (웃음)
    오:
    정말 치열하게 작업하는구나.
    전:
    그렇게 안 하면 작업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각자의 고민을 여기까지 하고 멈추겠다는 게 아니라 조금 더 극복을 해보자는 의미로 모였으니까. 전진모 혼자 있을 때보다 윤성호와 함께할 때 극복이 되고, 결국 ‘프로젝트 모호’가 만들어진 것도 이런 식으로 서로에게 시너지가 되고 싶었고.
    오:
    윤성호를 참 좋아하는구나.
    전:
    좋은 친구니까.
    오:
    이유가 참 명확하다. 좋은 친구. (웃음)
    모호함과 명확함, 어눌함과 예리함이 한 덩어리로 반죽되어 구워진 사나이들
    오:
    영향을 받은 작가라던가 이런 게 서로 비슷한가?
    윤:
    아마 아닐 거예요. 진모 형이 잘 안 읽기도 하고. (웃음) 나는 베케트랑 체홉, 그리고… 아무래도 아버지 작품이… (윤성호의 아버지는 故 윤영선 작가다)
    전:
    나는 뭐, 작업하면서 여기저기서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해. 영화감독은 홍상수고, 그리고 연극에서는 임영웅 선생님, 성기웅 형, 김동현 선생님
    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좋겠는데?
    전:
    임영웅 선생님은 어떤 텍스트를 해석해 들어가실 때, 국어 선생님처럼 깊이 들어가시고 해석하시는 치열함이 있으셔. 기웅이 형은 아주 드라마틱하거나 과장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가운데에서도 만들어지는 무언가가 있어. 김동현 선생님은, 극장이니까, 극장이기 때문에 가져야 하는 연극적 힘과 재미에 대한 명확한 생각이 있으시지. 다들 존경스러워.
    오:
    혹시 둘 말고도 작업해보고 싶은 작가나 연출이 있나?
    윤:
    음, 구자혜? (웃음) 제가 원래 작 연출로 시작해서 목마름이 좀 없었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 작품을 제가 연출해보고 싶기도 하고, 제 작품을 동년배 연출들한테 맡기고 싶기도 하네요. 제가 경력이 좀 일천해서 (웃음) 많이 만나고 싶어요.
    전:
    나는 학교 다닐 때도 성호 말고 다른 작가랑 했었고, 향후 다른 작가와도 할 수 있겠지. 그 와중에서도 가장 궁금한 사람은 적극 연출이야. 나랑 아주 다른 점도, 같은 점도 있는데, 뭔가 내가 영향을 받을 지점이 분명히 있는 듯해. 어떤 협업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근데 형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웃음) 근데 꼭 작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도모를 해보고 싶어. 하나하나 동료들을 알아가는 게 즐겁고, 같이 판을 벌이는 게 즐겁고, 화학작용도 그래서 아주 좋았고.
    오:
    ‘프로젝트 모호’의 이름으로 예정된 작업들이 있나?
    윤:
    낭독공연이 있어요. <희곡 탐사 프로젝트>라고, 2000년도 이후의 좋은 해외 희곡들을 번역하고 읽고, 낭독하는 프로젝트에요. 9.27일에 시작해서 1월 초까지 격주로. 제가 첫 연출인데, ‘애니베이커’ 라는 작가의 <외계인들>이란 희곡인데, 너무 재밌어요. 퓰리쳐 상도 받았고.
    전: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많이 채워나가려고 해. 이들이 거대 작가들이 아니라 동시대 젊은 작가들이잖아. 우리보다 어린 작가들도 있고, 거기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연극 하면서 살고 있나. 뭐 이런 걸 알자는 거지.
    오:
    더 얘기하고 싶은데 두 명 다 쫑파티의 여파로 안색이 참 좋네. (웃음) 마지막 질문이야. 전진모와 윤성호에게 연극이란 뭐지?


    모호함과 명확함, 어눌함과 예리함이 한 덩어리로 반죽되어 구워진 사나이들

    [사진 : 임진원 limjinwon@gmail.com]

  • 모호함과 명확함, 어눌함과 예리함이 한 덩어리로 반죽되어 구워진 사나이들
  • 프로젝트 모호

    전진모와 윤성호가 2013년 1월에 결성한 팀이다.

    주요 작품: <오해>, <이런 꿈을 꾸었다> 등

태그 연출가 전진모, 작가 윤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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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혁

오세혁 작가, 연출, 배우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에서 작가 연출 배우로 활동중.
트위터 @gulpanart
홈페이지 www.gulpan.com
제51호   2014-09-04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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