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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무대가 저 넓은 바다가 될 때까지 노래하고 춤추는 고래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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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브레

아- 세상은 참 가혹해
평범한 인생 어쩌다
한 번 불행에 빠지면
해를 볼 수가 없네연극 <아버지를 찾아서> 노래 中

세혁
만날 술자리에서만 보다가 아침에 맨정신으로 보니까 어색하네.
옴브레
그러게. 이 분위기 좋은 카페 하며. 포차도 아니고. 어색하군.
세혁
편하게 얘기하자. 부족한 게 있으면 다시 연락할게.
옴브레
응, 근데 이틀 안에 연락해야 돼. 나 떠나.
세혁
떠나? 어디로?
옴브레
싱가포르랑 방글라데시랑 파키스탄으로.
세혁
오오! 아시아 투어?
옴브레
외교부랑 국제 교류재단이 보내주는 거야. 전통이나 국악은 가기 쉬워. 나라를 대표하는 음악이니까. 락은 좀 힘들지만. (웃음)
세혁
‘걸판’도 갈 방법이 있나?
옴브레
연극에 탈춤을 섞어봐. (웃음) 그나저나 타법이 빠르네.
세혁
세이클럽 출신이라. (웃음)

부뚜막 솥단지에 하얀 떡을 입 속으로 넣어버렸네
입 속에 떡이 요물처럼 붙어서 철썩 들러붙어 버렸네
나는 본능적으로 떡을 먹은 걸 후회하네연극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노래 中

세혁
음악인인데 [연극in] 인터뷰에 나오니까 기분이 어때?
옴브레
너무 좋지. 공연 음악을 시작한 때가 2006년이야. 게릴라극장이 처음 생길 때였지. ‘연희단거리패’가 극장 공사를 하면서 동시에 <바보 각시>(이윤택 작/연출)를 준비했어. 기타로 참여했는데 너무 좋은 거야. 연극이! 그 땀하고 침이! (웃음) 그 이후로 공연 음악을 본격적으로 파고들었지. 트러스트 무용단, 공연창작집단
뛰다, 극단 여행자 등등.
세혁
<아버지를 찾아서> 음악이 너무 좋았어.
옴브레
<바보각시> 이후 ‘연희단거리패’의 배우 이승헌 형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어. 형이 어느 날
‘고래야’ 콘서트를 보러 왔는데 너무 좋아하는 거야. 끝나고 술도 같이 마셨지. 그러다 갑자기 "<아버지를 찾아서>라는 공연이 있는데 해볼래?"
세혁
승헌 형이 역시 보는 눈이 있군. 아니 듣는 귀인가. (웃음)
옴브레
근데 사실 그렇게 믿지는 않았대. (웃음) ‘그냥 있는 음악 쓰고 이 아이 것 몇 개 써야지’라고 생각 했었대. (웃음) 근데 완전 음악극이 돼버렸지. 한마디로 인정받은 거지. (웃음) 이윤택 선생님도 그 전에는 인사도 잘 안 받아주시다가 <아버지를 찾아서> 이후로는 저 멀리서 먼저 “옴브레!” 를 외치시지. 음악 들어갈 일 있으면 “옴브레 불러라!” 하시고. (웃음)

삼나무 너머로 그대가 있을까
두리번 두리번
내 걸음은 사랑에 취해

울타리 틈으로 그대가 보이네
두리번 두리번
내 걸음은 그대를 향해연극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노래 中

세혁
연극이 좋아진 이유를 좀 더 설명해줄래?
옴브레
<바보각시>를 하면서 ‘연희단거리패’의 열정과 광기에 감동받았어. 나는 음악을 하니까 나름 세상 현실에 대한 욕을 마음껏 하며 살았지. 결국 욕으로 그치는 거야. 근데 ‘연희단거리패’의 연극에는 세상에 대한 욕을 넘어서 세상에 대한 어필이 있더라고. 너무나도 치열하고 절박한 어필. 내가 저렇게 치열하고 절박하게 음악 한 적이 있었나 싶더라고. 저들은 가난과 열정이 있는데 나는 가난과 여유가 있더라고. 나는 <바보각시> 때문에 사람 된 거야. (웃음)
세혁
이번 ‘뛰다’ 작품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 음악 감독을 했지? 어떤 것 같아?
옴브레
음, 설명하기 좀 어려워. 아마 연출님도 설명하기 어려울 거야. (웃음) ‘뛰다’를 아는 사람들은 더 견고해진 뛰다, 더 새로운 ‘뛰다’를 느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뛰다’의 연극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그 신선한 충격에 너무 열광하거나 너무 불편하거나 둘 중 하나일 거야. 참 좋은데, 참 어려워. (웃음) 확실한 건 지루하지 않고 계속 신선한 파격이 있어. 보러 오시오. (웃음)
세혁
음악 작업은 만족스러웠어?
옴브레
음, 공연 2주 전에 대본이 나와서. (웃음) ‘뛰다’의 스타일이 원래 정해진 걸 찾지 않고, 안 정해진 걸 찾거든. 배요섭 연출과 배우들이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연구하고 훈련하고를 반복해. 대본을 일부러 안 쓰고 즉흥으로 계속 찾아가는 거지. 처음 작업했을 때는 좀 힘들었는데 이제 익숙해졌어. 나도 그 작업이 재밌기도 하고. 이번엔 라이브를 해. 플라멩코 기타 박세환과 피리 최소리. 둘 다 아주 끝내주지.
세혁
박세환? 술자리에서 본 그분?
옴브레
머리 길고 허세를 부렸었나?
세혁
음, 그랬나. (웃음)
옴브레
그럴 거야. 기타 실력 빼고는 다 허세거든. (웃음)

옴브레

세혁
‘고래야’ 멤버들 얘기도 좀 들어볼까?
옴브레
여섯 명이야. 보컬 권아신, 거문고 정하리, 장구 김초롱, 퍼커션 경이, 대금 퉁소 김동근, 작곡 기타 옴브레.
세혁
혼자만 외국 이름이네.
옴브레
그러게. (웃음) 이 멤버들로 4년째야.
세혁
음악은 언제부터 한 거야?
옴브레
내가 19살 때부터 학교 안 가고 밴드 활동만 했어. 고1때부터 음악 하는 거랑 노는 거를 배워가지고 열심히 음악하고 열심히 놀았지. (웃음) 근데 음악만 하니까 돈을 못 벌잖아. 그래서 알바를 열심히 했어. 술집, 노래방, 해골 닦아주는 일도 하고. (웃음) 그러다 문득 '음악만 하면서 돈을 벌수는 없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어. 그래서 음악감독 일도 몇 개씩 하고 ‘고래야’ 밴드도 활동하고. 근데 안 벌려. (웃음)
세혁
작업의 횟수가 곧 수익은 아님을 연극에서 깨달았지. (웃음)
옴브레
나도 그래. 내가 공연하러 외국도 가고 대사관도 가고 하니까 친구들은 성공한 줄 알아. 하지만 술값을 내지 않기 위해 현실을 얘기해주지. 그러면 그들이 술값을 내줘. (웃음)
세혁
‘고래야’는 어떻게 결성이 된 거야?
옴브레
2010년도에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에 나갔어. 매년 열리는 국악창작곡 경연대회야. 상금이 무려 천만 원이었어. 거기에 나가려고 몇몇이 팀을 꾸렸는데 내가 섭외된 거지. 국악 작곡가 말고 새로운 느낌의 작곡가랑 하고 싶다고 해서. 열심히 작업했지. 그래서 대회에 나갔는데 완전히 이슈가 된 거야. 예선 때부터 사람들이 놀라고 “이건 대상감이다!”, “이건 이미 예정되어있다!”라는 말들이 파다했어. 뭔가 잔잔한 호수에 돌 던진 느낌이었지. 선생님들이 와서 먼저 인사하고.
세혁
국악계의 무한궤도 느낌이로군. (웃음)

놀아보세 놀아보세
우리 한번 놀아보세
숨 한 번 들이쉬고
전폭적으로 놀아보세
흘리리릿디 라리요 호
흘리리릿디 라리요 호
고래야 <전폭적으로 놀아보세> 中

옴브레
그렇지. 그래서 뭔가 굉장하게 될 줄 알았는데. (웃음) 너무 기고만장해서 그랬는지 본선에서 실수를 했어. 너무나 엄청난 실수였어. 관객들이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그래서 장려상을 받았어. 결과적으로는 잘 된 것 같아. 대상을 받았으면 콧대가 참 높아지고 재수 없는 사람들이 돼서 팀이 금방 끝났을 수도 있어. (웃음) 근데 그렇게 돼버리니까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오기가 생기더라고. 그래서 팀을 꾸렸지.
세혁
멋진 이유로 팀을 꾸렸구나.
옴브레
국악 하면 돈이 된다는 달콤한 말에 현혹된 것도 있어. 유언비어였어. (웃음)
세혁
그러면 멤버들은 공연 말고도 여러 활동을 하는 건가?
옴브레
그렇지. 밴드 안 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레슨도 하고, 애도 키우고. 음악은 즐겁지만 인생은 힘들지. (웃음) 나도 원래 ‘고래야’ 활동에만 올인 해야겠다, 다짐하고 2년을 열심히 했는데 2년 연속 돈이 안 벌리는 거야. (웃음) ‘안되겠다. 벌러 가자’ 다짐하고 공연 음악계로 복귀했지. 복귀작이 <아버지를 찾아서>(이승헌 연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이대웅 연출)야.
세혁
복귀작 치고는 너무 성공적인데?
옴브레
너무 힘들었어. 동시에 2개를 맡았거든. 만날 밤새고, 잠도 못 잔 상태에서 반 미친 상태로 공연하고. (웃음) 근데 하고 나니까 뿌듯해. 물론 밖에서만 뿌듯해. 언제나 예술가들은 집안의 죄인이니까. (웃음) 밖에서나 선생님 소리 듣지. 집에 오면 정신 차려라 소리 듣고. (웃음)

별을 타고 내려온 우주소녀
그대가 전해준 바람 한 줄기
지구의 모퉁이에 걸터앉아
시를 쓰던 선비님
우주 소녀의 노래를 들었네
고래야 <우주 소녀> 中

세혁
그동안 작업했던 연출들의 매력을 말해본다면?
옴브레
이윤택 선생님은, 음, 동물로 따지면, 백호랄까. (웃음) 크게 포효하진 않지만 숨소리만으로도 뭔가 굉장한 콧김을 뿜고 있는. 그래서 그런지 칭찬받으면 되게 기분이 좋고, (웃음) 음악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셔서 아니다 싶으면 악기를 뺏어서 직접 연주하셔. “이렇게 하라고! 이렇게!” 다행히 나는 아직 한 번도 뺏기지 않았어. (웃음) 이승헌 형은 늑대 느낌이야. 속도가 정말 빨라. 감이 오면 필이 꽂혀서 혼자 막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연기는 이렇게! 장면은 이렇게! 음악은 이렇게!’ 막 외치고 다니고 (웃음) 생각도 명확하고 표현도 명확해서 아니면 가차 없이 아니고 좋으면 가차 없이 좋아. ‘연희단거리패’의 철저한 삶 때문에 차가워 보이지만 그건 삶이 철저하기 때문이지. 마음은 정말 따뜻해. 그는 ‘따뜻한 늑대’야. 다만, ‘백호가 굴을 비우면 늑대가 이빨을 드러내지’ (웃음)
세혁
아 이거 너무 재밌는데 써도 되나?
옴브레
그럼, 그는 따뜻한 늑대니까. (웃음) 사실 <아버지를 찾아서> 하면서 형의 연출에 놀랐어. 연출로서 정말 잘 될 것 같다고 하니까 민망해하고 화내고 못들은 척 하더라고. (웃음)
세혁
배요섭, 이대웅 연출은 어때?
옴브레
배요섭 연출은, 음, 스님이야. (웃음) 정말 평등해. 심지어 작품에도 주인공이 없어. 꼭 주인공을 뽑아야 되면 가위바위보를 할 정도로 평등해. (웃음) 언제나 배우들이 가야 할 길을 물어보고, 그들이 스스로 생각해서 찾아나가는 과정을 중시하지. ‘연희단거리패’가 직선이라면 여기는 곡선이야. 굉장히 스님 같은 느낌. 언제나 맑은 공기가 흐르지(웃음) 이대웅 연출은 뭐랄까. 힘센 초식동물 느낌? (웃음) 혼자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같이 살을 맞대고 부비면서 만들어. 통찰력도 좋고, 끌어내는 능력이 너무 좋아. 무엇보다 너무 착한 평화주의자야. 욕도 하고 거친 말도 하지만 그건 착한 동물들의 장난 같은 느낌이야. 늘 물어본 다음 결정하고 생각해본 다음 꺼내는 스타일이야. 상당히 폭력이 없는 연출이지. 그러면서 확실하고, 배려 때문에 선택을 주저하지 않고, 해봐서 아닌 것 같으면 과감히 빼고, 확실히 사과하고. 뭐랄까 힘은 센데 아주 착한 동물. 곰이나 하마랄까. (웃음)

옴브레

세혁
인상 깊은 배우들 얘기도 좀 해볼까?
옴브레
일단 ‘연희단거리패’에서는 홍민수 배우. 옛날부터 되게 인상적이었어. 목소리 톤이 높으면서 카랑카랑해서 성악가 같으면서도 연기가 늘 인상적이야. 말이 너무 맛있게 들리고. 너무 과묵하고 인사를 잘 안 받아줘서 좀 그렇긴 해. (웃음) 이번에 <바냐아저씨> 작업하러 밀양에 갔었는데 밥 먹고 설거지하려니까 “그냥 두세요, 손님이잖아요” 거의 처음으로 말을 걸어준 거였어. (웃음) 배보람 배우도 너무 좋은 배우야. 너무 노래를 잘해. 음정이 정확해. 악보 안 써주고 대충 불러주는데 정확히 캐치해서 불러. 작곡자로서 기분도 좋지. 연기를 봐도 모든 역할을 너무 잘 하더라고. 귀엽게 생겼는데 못생긴 역할도 잘하고. <탈선춘향전>에서 향단이를 하는데 ‘아니, 저렇게 예쁜데 저렇게 못생긴 연기를 하다니!’라는 감탄이. (웃음)
세혁
윤정섭과 배보람을 보면 참 기분이 좋지. 그 밝은 에너지의 연기가.
옴브레
윤정섭은 완전 반대되는 이유로 칭찬하고 싶어. 사실 굉장한 음치, 박치야. (웃음) 한 번 못내는 음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끝까지 못 내. 근데 나중에는 그게 그대로 고정돼서 완전한 정섭 스타일의 노래가 되지. (웃음) 틀린 음을 완벽하게 연습해서 완벽히 틀리게 고정이 돼버린 달까. 정말 미묘한 박자 밀림과 정말 미묘한 피치의 틀림을 정확하게 구사하지. 틀림의 완벽한 연습을 통한 완벽한 틀림이랄까? 노력의 승리를 통한 실패의 완성이랄까? 실패를 향한 끊임없는 완성이랄까? 아무튼 너무 굉장해! (웃음)
세혁
‘뛰다’랑 ‘여행자’ 배우들 중에서는 누가 인상 깊지?
옴브레
‘뛰다’ 배우는 아닌 듯한데, 이번에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에 나오는 유종욱 배우가 있어. 뭔가 그동안 한 번도 못 본 에너지야. 뭔가 상당히 남성적인 동시에 뭔가 상당히 어설퍼. (웃음) 근데 그 어설픔이 상당히 매력적이야. 누구지? ‘연희단거리패’ 출신 중에 마치 ‘흑마’같은 느낌의…
세혁
지현준 배우?
옴브레
그래 그분! 그분처럼 뭔가 ‘말’ 같은 호흡이야. (웃음) 상당히 재밌게 보고 있지. 그리고 ‘여행자’에서는 김호준 배우. 이 친구는 일상이건 연기건 항상 웃겨. (웃음) 특히, 완벽할 정도로 놀리기가 너무 좋은 배우야. (웃음) 놀리는 족족 다 받아치는데, 공격적으로 받아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주고받음의 꺼리를 만들어 준달까. 심각하지 않은 실수를 잘해서 더 놀리기 좋고. 아주 굉장해! (웃음) 어느 날 이대웅 형이 술자리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어. “옴브레, 나는 정말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음악을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 같다. 고맙다” 근데 갑자기 호준이가 옆에서 “죽으면 잊을걸요. 뇌가 정지되는데 당연히 잊지”, 그때 호준이를 바라보던 대웅형의 눈빛! (웃음)

이 땅에 사람 권리 있는가
인생의 행복은 잠시뿐
그저 재미나 보고
돌덩이 대신 빵 먹으면 그게 인간의 권리 연극 <아버지를 찾아서> 노래 中

세혁
앞으로 예정된 작업 좀 얘기해볼까?
옴브레
일단 ‘연희단거리패’의 <바냐아저씨>가 있어. 내년에 서울에서 할 것 같아. 승헌 형이 전화와서 “요거 너 스타일이다. 기타 들고 와서 3곡만 만들자”고 해서 갔더니 이윤택 선생님이 리딩 중간 중간에 계속 “옴브레! 여기” “옴브레! 여기!” “옴브레! 여기!” 결국 15곡이 되었지. (웃음) ‘바냐’의 마지막 독백을 노래로 만들고 있는데 잘 되면 정말 끝내줄 것 같아. ‘여행자’ 이대웅 형하고 <정글북>을 작업하는 중이고. 이건 내년에 <산울림 고전극장>에서 할 예정이야. 개인적으로도 어떤 작품을 하나 만들어보려고 구상 중이야.
세혁
어떤 작품?
옴브레
어떤… 종합적인 작품이야. (웃음) ‘Unhappy Circuit’([MV] Unhappy Circuit - My Happy Valentine:)이라고,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절묘하게 하는 친구가 있어. 자기가 만든 음악에 자기가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뮤직비디오도 만드는 끝내주는 친구인데, 이 친구랑 뭘 하나 만들어 볼까 해. 내가 원래 중학교 때까지는 만화도 그렸었거든.
세혁
뭘 참 많이 했네. (웃음)
옴브레
연극 연출이 꿈인 적도 있었어. 한예종도 알아보고 하다가 ‘고래야’가 바빠져서 포기했었지. 혼자서 인형 가지고 <구멍>이라는 영화도 만들었고. 내가 20대 때 <고도를 기다리며>나 <코뿔소> 같은 부조리극에 빠졌었거든. 시중에 있는 책이랑 대본을 다 구해서 읽었지. 부조리극의 그 묘한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도전을 해봤지. 찰흙이랑 배우 한 명으로 3일 만에 영화를 만들었어. 실험영화제랑 인디영화제에 출품했는데 다 떨어졌지. 주변 연극인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의견을 물었는데 단 한명의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어. (웃음) 물론 난 지금도 계속 이런저런 창작 구상중이야. 단편소설도 계속 쓰고. 내 홈페이지 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어. 혹시라도 이런 작업이 땡기는 분들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 주세요. 같이 합시다!

http://www.ohmbre.co.kr
세혁
음악인이 아니라 종합예술인이로군. (웃음)
옴브레
물론 난 음악인이지. 근데 음악 자체만으로는 뭔가 자꾸 한계를 느껴. 음악이라는 장르에 포부를 갖는 동시에 포기하는 지점들도 있어.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듣고 LP 한장을 구하기 위해 온몸을 바치던 시대는 끝난 거지. 대부분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어. 소유가 아니라 대여지. 한 달 내내 들을 수 있으니 귀하지도 않고, MP3라(엘피나 테잎처럼) 닳지도 않고, 영상이 아니면 듣는 것도 재미없고, 그것도 1분 안에 재미없으면 끄고, 우드스탁 때 부흥했던 락커도 2000년부터 점점 멸종해가고. 내가 좋아하는 장르와 정신의 음악은 이제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그래서 연극을 더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세혁
마지막 질문이야. ‘옴브레’에게 연극이란 뭐지?

[사진 : 임진원 limjinwon@gmail.com]


연극은 연극 그 자체인 것 같아.
다른 장르는 유행을 타지.
유행을 타서
사라지거나 식상하거나
유물처럼 보존되거나 하지.
연극만 유일하게 그게 아닌 것 같아
무대에서의 그 공기와 그 느낌이
영원히 유행을 안탈 것 같아
너무 간단하고 기본적이라
배우와 무대와 관객이 있으면 되는 것이라
그 간단함 때문에
세월이 지나도 힘이 있을 것 같아
크게 번영은 못하겠지만
계속 자기 힘으로 살아갈 거야
목소리가 들리고
눈으로 보이는 공간까지는
계속 힘을 발휘할 거야
소극장에서의 그 공기의 파동이
움직일 때 그 옷깃의 바람이
침을 흘리면 그 침이
그 생생함이
연극을 그대로 계속
연극으로 만들어 줄 거야
연극은 유일하게
살아있는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을 보는 거잖아
음악도 계속
장르가 생기고 변하고 발전해서
쫒아가야 하는데
연극은
뭐가 많이 안 생겼으면 좋겠어
쫒아가지 않고
연극 그 자체로 머물렀으면 좋겠어
배우 무대 관객만으로 계속
무언가를 해나갔으면 좋겠어

연극은 연극 그 자체야.

옴브레

옴브레_공연음악 작곡가
퓨전음악그룹 ‘고래야’ 리더

주요작품
<아버지를 찾아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 외

태그 공연음악 작곡가,퓨전국악그룹 고래야,옴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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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혁

오세혁 작가, 연출, 배우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에서 작가 연출 배우로 활동중.
트위터 @gulpanart
홈페이지 www.gulpan.com
제55호   2014-11-06   덧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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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빛바다
옴브레라는 분 음악만 잘 만드는 줄 알았더니 연극에 대한 식견도 대단하시군요.놀랬어요.

2014-11-07댓글쓰기 댓글삭제

오세혁
장미빛 바다-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대단한 친구!

2014-11-07댓글쓰기 댓글삭제

박일섭
와... 정말 멋진 종합예술인! 항상 많은 자극 받고 있습니다!

2014-11-10댓글쓰기 댓글삭제

namba01
브라보-! ㅎㅎ

2014-11-15댓글쓰기 댓글삭제

윤남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보러갔다가 공연 중에 하이쿠 짓기에 응해 연극음악 담긴 씨디를 받았어요.고래야 2집 사서 열심히 들었고요

2014-12-05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