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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환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_‘이십할 페스티벌’ 슬로건 中

윤환
형, 부탁이 있어요.
세혁
뭔데?
윤환
오늘 제 얘기보다 ‘이십할 페스티벌’ 얘기를 더 많이 해도 될까요.
세혁
그럴 줄 알았어. (웃음) 그럼 그러지 뭐. ‘이십할 페스티벌’을 한 번 자랑해봐!
윤환
‘이십할 페스티벌’은 ‘대한민국 20대들이 최초로 SNS를 통해서 모이고, 만들고, 펼치는, 자발적인 연극페스티벌’이에요. 더욱 놀라운 것은 ‘팀이 아니라 개인들이 신청하는 페스티벌’ 이라는 거죠. 원래 연극제는 ‘팀’이 신청하는 거잖아요. ‘심사’도 있고. 하지만 우리는 하고 싶다고 신청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모임에 나와서 팀을 구성하고 작품을 만들어서 공연을 하는 거죠. 작가들이 작품 소개를 올리면, 연출들은 마음에 드는 작가와 매칭을 하고, 배우들이 출연하고 싶은 작품에 신청을 해요. 모든 게 자유롭죠. 자격은 딱 하나에요. ‘20대일 것’
세혁
듣고 보니까, 정말 이런 게 없었던 것 같은데!
윤환
정말 없어요! 어쩌면 세계 연극계에서도 없었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이걸 꼭 한국연극계에서 조망해줘야 됩니다! (웃음)

무대에 청춘을 이식하다! _‘이십할 페스티벌’ 슬로건 中

세혁
‘이십할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몇이지?
윤환
처음 모인 사람들은 180명이고, 지속적으로 모이는 사람들은 100명 정도요.
세혁
그렇게나 많아? 며칠 동안 모인 거야?
윤환
거의 일주일 동안에 다 모였어요.
세혁
20대 연극인들이 180명이나! 완전히 굶주려들 있었군!
윤환
그렇죠! 그러니까 꼭 한국연극계에서 조망을 해줘야 된다니까요. (웃음)
세혁
정말 대단하군! 그럼 이제 확 해버리면 되겠네!
윤환
그런데, 처음에는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만드는 과정이 좀 힘드네요.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네트워킹부터 페스티벌까지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이
세혁
당연히 힘들겠지. 그래도 막은 오르겠지. (웃음) 그 1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두 연극 전공자들인가?
윤환
아니요. 스펙트럼이 너무 크고 다양해요. 거대프로덕션이나 국공립 극장에서 활동했던 거물들도 있고, (웃음) 난생처음 연극을 접하는 새내기도 있고. (웃음) 대학에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1학년도 있고, 절반이상이 프로 경험이 아예 없는 친구들이죠. 이 페스티벌을 통해 경험을 하고 싶거나, 과정을 통해 동료를 만들고 싶거나, 학교 밖에서 현장을 경험해보고 싶거나, 관객으로만 연극을 보다가 아예 연극인이 되고 싶어서 왔거나.

전윤환

하룻강아지들 으르렁대다! _‘이십할 페스티벌’ 슬로건 中

세혁
‘이십할 페스티벌’을 맨 처음 떠올린 건 언제야?
윤환
2년 전 겨울이었어요. 페이스북(facebook)에 글을 썼어요. ‘벽만 보고 있는 청년들에게’라는 제목이었어요. 그때 제가 겨울 내내 방에 틀어박혀 있었거든요. 작업이 없으니까. 누가 조연출로라도 불러줘야 작업을 할 수 있는데 없었던 거죠. 나는 정말 연극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겨울에 방에서 벽만 보고 있는 제가 너무 슬픈 거예요. 나는 누가 불러주지 않으면 연극을 할 수 없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 하염없이 저를 불러주는 전화를 기다려야 하는 게 너무 슬펐어요. 마침 그때 유행하고 있던 단어가 대통합이었어요. (웃음) ‘솔로대첩’처럼 20대 솔로들이 SNS에서 자발적으로 모여서 크리스마스날 단체로 미팅을 하기도 하고. (웃음)
세혁
아! 그걸 보면서 연극 대통합을 생각했군!
윤환
그렇죠. 그런 걸 보면서 ‘아니 왜 우리는 안 모이지? 우리가 모이면 더 재밌고 더 훌륭한 기획을 할 수 있을 텐데! 왜 우리는 안 모이지?’ 그래서 페이스북에 확 질렀어요. “자 모이자! 난 당신들이 보고 싶다! 필요하다! 모여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모이면 적어도 동지가 생기고 관객이 생기고 힘이 생길 것 같다! 내가 지금 너무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다! 혼자 있으면 뒤로 넘어질 것 같은데 동료가 하나라도 있으면 그 사람 앞으로 넘어지고 싶다! 서로의 앞으로 쓰러지면 서로가 일으켜줄 수 있지 않겠느냐! 뒤로 쓰러지지 말자! 앞으로 쓰러지자! 메일을 보내 달라! 그럼 만나러 가겠다!”
세혁
그래서 결과는?
윤환
딱 한 명한테 메일이 왔어요. (웃음)
세혁
정말? 딱 한 명?
윤환
네, 딱 한명. ‘좋아요’나 공유는 엄청나게 많았지만, 메일을 보낸 사람은 딱 한 명이었어요. 그래서 포기를 했어요. 그런데 올해 여름부터 갑자기 그때 그 글이 공유되기 시작하는 거예요. 제 의도와 상관없이. 그러더니 누군가한테 메일이 왔어요. ‘지금도 그때 그 생각이 유효하냐고. 유효하다면 만나고 싶다고.’ 그 사람이 바로 ‘이십할 페스티벌’의 모든 시스템과 프로그래밍을 담당하는 구은서예요.
세혁
구은서씨? 나도 알아. 잠 안 자는 분 아닌가? (웃음)
윤환
네, 정말 안자요. (웃음) 그 친구가 제 결심을 다시 한 번 페이스북에 올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올렸더니 우르르 모이기 시작해서 180명이 된 거고 ‘이십할 페스티벌’이 탄생한 거죠.

해본 적은 있는가! _‘이십할 페스티벌’ 슬로건 中

세혁
윤환이 너는 요즘 잠 좀 자냐?
윤환
엄청 자요. 전 요즘 계속 잘 놀고 다녀요.
세혁
‘이십할 페스티벌’이 이제는 윤환이 네가 없어도 잘 굴러간다던데. (웃음)
윤환
완전히 잘 굴러가요! 너무 멋진 게 뭐냐면, 팀들이 완전 세분되어 있어요. 프로듀서 팀, 작가 팀, 연출 팀, 배우 팀, 홍보 팀, 아카이브 팀, 기술 팀 등. 그들이 일을 엄청엄청엄청나게 많이 하고, 또 엄청엄청엄청나게 잘해요. 하고 싶어서 모였기 때문이죠. 밤을 새서라도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사람들인데 누구도 하자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에서 벽만 보고 있었던 거죠.
세혁
그들이 벽을 보고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윤환
글쎄요.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한국연극에는 20대 씬들이 없는 것 같아요. 다른 예술 장르들에는 20대들이 독보적으로 펼치고 향유할 수 있는 씬들이 형성이 되어있는 것 같은데 연극만 없는 것 같아요. 20대가 연극 한다고 하면 ‘20대가 뭘 알아’, ‘20대가 해봤자 뭘 잘해’, ‘20대는 좀 더 배워야지’라는 편견이 암암리에 있는 느낌이에요. 20대가 낼 수 있는 지원금도 거의 없어요. 서류에서 거의 모조리 떨어져요. 경력이 없기 때문이죠. 보여줄 기회도 없었고, 보여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지원도 못 받고. 뭔가 뫼비우스 같은 느낌이죠.
세혁
뭔가 장그래씨 같은 느낌이구나.
윤환
거의 유일하게 나갈 수 있는 페스티벌은 ‘프린지 페스티벌’인데, 여기도 ‘팀’이 있어야만 나갈 수가 있죠. 그런데 20대는 팀을 만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팀을 만나려면 선배들이나 선생님들 극단에 들어가거나, 대학 동기 동문과 팀을 만드는 방법 정도인데, 이마저도 힘든 사람들이 있어요. ‘팀’을 만나지 못하면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없는 시스템이 너무 안타까워요. 그러니까 계속 20대가 어린애처럼 여겨지고.
세혁
구조가 그런데 늘 ‘외국에는 20대의 훌륭한 작가 연출들이 많은데 한국은 왜 없을까’라는 허무한 문제제기를 하곤 하지. 그들이야 초등학교 때부터 희곡을 읽고 연극을 배우는 나라의 젊은이들이고, 우리는 우연히 연극을 접해서 어떻게든 연극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연극을 해야 할지 한참 동안 헤매고 다니는 젊은이들이고. (웃음)
윤환
그렇죠.

전윤환

청춘은 왜 청춘에 주기에는 낭비인가요? _‘이십할 페스티벌’ 슬로건 中

세혁
각 파트의 팀장들 소개 좀 해볼까?
윤환
연출 팀 팀장은 극단 청년단의 양정현 연출. 청년단 대표인 민새롬 형하고 어울리면서 가끔 인사한 게 전부였어요. 그런데 얘기를 하면 할수록 내공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그동안 꾸준히 묵묵하게 해왔던 것들이 쌓이면서 엄청난 대인이 되어버린 거죠. (웃음) 전체 연출 팀을 총괄하는 역할도 아주 여유 있게 잘 하고 있어요.
세혁
영화 <폭력서클>의 당구장 싸움 씬에 일진역할로 나와. 난 팬이었어. (웃음)
윤환
작가 팀 팀장은 김세한. 20대인데 벌써 원로작가 같은 느낌이죠. (웃음) 진짜 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세한이가 쓴 작품이 12월에만 세 편이 올라간다고 하더라고요. 벽산희곡상도 탔었고, 열정이 어마어마해요. 제가 지금 ‘이십할 페스티벌’ 참가자들을 하나하나 인터뷰 중인데 한번 말을 시작하면 멈추지를 않아요. (웃음) 쏟아내고 싶은 말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말이 너무 많아서 다시 인터뷰를 할 정도로. (웃음)
세혁
세한이가 희곡을 하도 많이 쓰다 보니 별명이 ‘희곡계의 다이소’라더군. (웃음) 지난번에 어떤 연출 분이 작품을 찾길래 내가 세한이 한테 ‘좋은 작품 있으면 한두 편 보내봐 달라’고 했는데 다섯 편이 넘게 왔더라고. ‘혹시 몰라 두세 편 더 보내봅니다’ 메시지와 함께. (웃음)
윤환
홍보팀장은 이동근. 형도 아시죠?
세혁
알지. 회사를 다니는데 연극이 너무 좋아서 평생의 전공을 연극으로 정한 친구잖아.
윤환
이 친구가 1년에 250편의 연극을 봐요. 연극공부의 최고는 연극을 보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래요. 이 친구의 꿈은 극장을 세우는 거죠. 그래서 좋은 연극을 하는 분들한테 그 극장을 열어주고 싶대요. 누구나 꿀 수 있는 꿈이죠. 하지만 꿈꾸기만 할 뿐이지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이 친구는 그 꿈으로 한 발 한 발 걷고 있어요. 누가 250편을 보겠어요. 평론가 선생님도 아니고. 전 이 친구의 꿈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하자고 했어요. 직장 생활이 힘들 텐데도 묵묵히 홍보팀을 잘 이끌어주고 있죠.
세혁
예전에 걸판 공연을 보러 왔었어. 끝나고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걸판의 지향은 이러이러하고 이러이러하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을 흘리더라고. “아아, 너무 좋네요. 고맙습니다”는 말과 함께. (웃음)
윤환
저도 그랬어요. ‘이십할 페스티벌’의 취지를 말해주니까 갑자기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아아, 너무 좋은 취지야”라는 말과 함께. (웃음)
세혁
생각 같아서는 모두 소개하면 좋겠지만 지면 관계상 딱 한 명만 더 소개하자.

우리 같이 놀면서 까불자! _‘이십할 페스티벌’ 슬로건 中

세혁
극작가 김은성 형이 이런 말을 했었어. 이제 연극도 ‘씨네키드’처럼 ‘씨어터키드’가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고. 잘 보이고 싶어서 연극하는 게 아니라 잘 놀고 싶어서 연극을 하는 인류의 등장이랄까. (웃음)
윤환
여기 모인 모두가 그래요. 잘 놀고 싶은 거예요. 근데 그동안 주위의 시선이 불안했었나 봐요. 괜히 흘겨볼 것 같고, 비판할 것 같고, 혼낼 것 같고, 지레 겁먹은 거죠. 근데 이번에 너무 놀랐어요. 페스티벌 소식을 올리자마자 정말 많은 선배님과 선생님께서 많은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시더라고요. 극장을 무료로 빌려주겠다거나, 기자재를 무료로 빌려주겠다거나, 어떤 방법으로든 참여하고 싶으니 뭐든 말해달라거나. 어떤 선배님은 제 글을 보시고 마음이 아프다면서 계좌번호 좀 알려달라고 하시더라고요. 후원하고 싶다고.
세혁
임은정 작가? (웃음)
윤환
말해도 되나. (웃음) 그 외에도 엄청나게 많아요. 그러면서 느낀 게 ‘아, 선배님들이랑 선생님들은 우릴 그렇게 바라보지 않았는데 우리가 그렇게 생각했구나. 그분들은 바라봐줄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우리가 두드리지 않았구나. 두드리지도 않고 겁먹었구나’
세혁
내가 너한테 전화했던 얘기를 해도 되지? 네가 한창 힘들었을 때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었잖아.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그때 나도 마음이 안 좋아서 여기저기 공간을 알아봤었어. 근데 어떤 분이 나한테 이런 말을 하더라고. “사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공간을 빌려줄 수도 있고 알아봐 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만 물어보자. 먼 훗날 그들이 ‘이십할 페스티벌’을 떠올릴 때 ‘아 그때 맨땅에 헤딩하면서 우리 힘으로 잘해냈지!’라고 떠올리는 것과 ‘아 그때 선배들이 여기저기서 공간도 빌려주고 지원도 많이 해줘서 잘해냈지!’ 라고 떠올리는 것 중 무엇이 더 값진 기억인가?” 나도 그때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
윤환
저도 형한테 그 전화를 받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이후로 멤버들을 다시 만나가면서 얘기를 나눴어요. “홍대에서 버스킹하는 친구들은 연습실이 없고 공연장이 없어서 거리에서 연습과 공연을 하는데, 우리는 연습실이 없고 공연장이 없다고 징징거리기만 하는 것이 아닐까. 처음에 결심했던 것처럼 거리에서 한판 벌여보고 나서야 징징거릴 자격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첫 결심을, 그 정신을 이어가자. 지금 이곳저곳에서 너무나 고마운 분들이 여러 공간과 장비를 빌려주겠다고 하시는데, 정말로 고마운 일이지만 이번 한번 만큼은 맨땅에 헤딩을 하자. 바닥을 치고 울더라도 일단은 거리로 나가자”
세혁
…멋지구만. 정말로.
윤환
그때 형한테 그 말씀을 해주신 분에게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중심이 흔들리고 있을 때 중심을 잡아주셔서. 그리고 끝없는 제 번복을 끝없이 받아들여준 페스티벌 멤버들한테도.
세혁
걱정 마. ‘이십할 페스티벌’은 역사에 남을 거야. 유래가 없는 시도니까. 좋게 남을지 안 좋게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아마 다들 놀라고 있을 거야.
윤환
예, 그러니까 꼭 조망을 좀 해주십쇼! 180명이 자발적으로 모이고, 그들이 15팀을 만들어내고, 그 15팀이 한겨울의 맨땅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꼭 바라봐주십쇼!
세혁
백여 명의 20대 연극인들이 하나의 연극가족이 되어가고 있군.
윤환
실은 우리 멤버들 전체를 인터뷰하겠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만나가고 있어요. 솔직히 <화학작용> 인터뷰집의 영향을 받기도 했어요. 인터뷰를 모두 마치면 책으로도 낼 생각입니다.

전윤환

울더라도 무대 위에서, 죽더라도 무대 위에서 _‘이십할 페스티벌’ 슬로건 中

세혁
‘이십할 페스티벌’ 자원봉사자 명단에 오경택, 김광보 연출님들 이름이 있던데. (웃음)
윤환
네, 두 분이 흔쾌히 맡아주셨어요. 우리는 ‘멘토’라는 단어 안 쓰려고요. 말 그대로 봉사를 해주시기로. (웃음) 사실 이 두 분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분들이에요.
세혁
그럼 두 분 얘기 좀 잠시 해볼까.
윤환
오경택 연출님은 배운 적은 없지만 은사라고 생각하는 분이에요. 2008년(23살)때 극단을 만들면서 서울로 올라왔는데 너무 힘든 거예요. 1년에 한편 올리기도 힘들고, 올리면 빚지고, 그래서 알바하고 돈 걷어서 올리고. 모든 연극제랑 모든 지원금 심사는 다 떨어지고. 뭔가 계속 허공에 두드리는 느낌이었죠. 7년이 넘도록 계속 힘드니까 이제 그만 포기할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저희를 챙겨주신 분이에요. 조연출로 불러서 작업할 기회도 주시고, 극단의 멤버들도 꼭 불러서 작은 역할이라도 함께 할 수 있게 해주고, 술 먹고 싶어서 전화하면 술도 함께 먹어주고, 힘들다고 전화해서 울면 다 울 때까지 받아주고.
세혁
나는 <벚꽃동산> 보고 완전히 팬이 되었지. ‘저 뭔가 진지하면서 뭔가 웃긴 저 포인트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저분이 저걸! 너무 부럽다!’ 라고 생각하면서. (웃음)
윤환
김광보 연출님도 우리 극단에게 언제나 힘을 주시고, 나아가서 함께 ‘조망’을 해주시는 분이에요. 작년에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에 <미래도둑>이라는 작품으로 참가했었어요. 김광보 연출님을 한 번도 뵌 적은 없는데 너무 좋다보니까 꼭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어요. ‘공연을 보러와 주십쇼! 선생님!’ 이렇게. (웃음) 그런데 정말 오신 거예요. 더군다나 일본에서 레지던시를 하고 계셔서 한국 일정이 2박 3일 뿐이었는데 그중의 하루를 쓰신 거죠.
세혁
이야! 파격 초청에 파격 관극이로군!
윤환
그 이후로 <줄리어스 시저> 조연출을 함께 하자고 해주셨고, 저희가 <사천의 선인>을 준비할 때 연습실에 오셔서 연습도 봐주시고. 근데 웃긴 건 정말 ‘봐주기만’ 하셨다는 거. (웃음)
세혁
말없이 보고만 가셨다고?
윤환
네, 정말로 계속 지켜보기만 하시고. (웃음) 그리고는 회식을 시켜주셨죠. 그러면서 한마디를 하셨는데 그 말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야, 나 같은 사람이 후배들 작업에 와서 할 수 있는 게 뭐겠느냐. 그냥 술 한 잔 사고 가는 거지”
세혁
오오!
윤환
연습 때 보셔서 본 공연은 안 오실 줄 알았는데 보러 오시더라고요. 그리고는 “잘했다. 난 너희 때 이렇게 못했다”고 지지해 주시고.
세혁
음, 김광보 연출님은 후배들 공연을 정말 많이 보러 다니시는 듯. 그것도 불시에, 초대도 아닌 지인 할인으로! (웃음)
윤환
맞아요. 정말 많이. 그래서 제가 물었어요. “연출님, 후배들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시는데 재밌으십니까?” 그랬더니 연출님이 “윤환아, 후배들 공연은 무조건 봐야 되는거야. 왜인지는 모르겠어. 아무튼, 그래야 될 것 같다. 너도 그렇게 해”

기회 없고 경력 없고 연륜 없고 열정 있다! _‘이십할 페스티벌’ 슬로건 中

세혁
그래서 두 분은 어떠한 자원봉사를 하시나? (웃음)
윤환
끝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이른바 ‘합격 없는 오디션’이라고, 서류 전형은 전혀 없고 ‘이십할 페스티벌’ 참가자들은 누구나 볼 수 있어요. 근데 합격, 불합격 이런 게 아니에요. 이 두 분 앞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과 가지고 있는 것을 다 토해내는 거예요. 그러면 이 두 분이 이들의 장점과 보완해야 될 점을 차근차근 말해주는 거죠.
세혁
너무 좋구나! 이런 천재 예술감독 같으니! 그래서 페스티벌은 잘 될 것 같아?
윤환
아직은 몰라요. 작품들이 너무나 천차만별이라.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모두가 모두의 공연을 모두 봐줄 거라는 것. 예전에 연극제에 참가하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자기 작업에 힘을 쏟다가 남의 작업을 놓치는 거였어요. 이번에는 그러지 말자. 서로의 작업에 힘이 돼주자는 목표가 있죠. 15팀 모두가 랜턴을 들고, 서로의 공연에 빛을 밝혀주면서 함께 할 겁니다.
세혁
서로가 서로에게 빛을 주는 페스티벌! 멋지다! 이게 바로 ‘이십할’ 정신이지! 이제 마지막 질문이야.
전윤환에게 연극이란 무엇이지?

[사진 : 임진원 limjinwon@gmail.com]

전윤환

세혁
그런데 윤환아, 극단 얘기 정말 안 해도 돼? (웃음)
윤환
‘아날로그 앤 디지털 씨어터(앤드씨어터)’ 여러분!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웃음)

전윤환

전윤환_연출가
극단 아날로그 앤 디지털 씨어터

주요작품
<미래도둑>, <스크립트>, <69, 플럭서스 괴짜들> 외

태그 연출가 전윤환,극단 아날로그 앤 디지털 씨어터,오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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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혁

오세혁 작가, 연출, 배우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에서 작가 연출 배우로 활동중.
트위터 @gulpanart
홈페이지 www.gulpan.com
제57호   2014-12-04   덧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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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혁
이십할 페스티벌 정보를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이십할 페스티벌은
12.18~28일까지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서 펼쳐집니다.
자세한 정보는 페이스북에서 [이십할] 을 검색하시면 됩니다!

2014-12-04댓글쓰기 댓글삭제

김세한
참 멋지신 전윤환 연출님

2014-12-04댓글쓰기 댓글삭제

하씨
본받고 싶네요.

2014-12-08댓글쓰기 댓글삭제

이동수
이십할 페스티벌 너무 멋지네요 멀리서 동경만 하는 20대 관객 중 한명입니다 페스티벌 구경하러 갈게요.. 아아, 너무 좋은 취지에요(눈물을 흘리며)

2014-12-10댓글쓰기 댓글삭제

이십할페스티벌
18일 ~ 28일까지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서!!
24, 25일 공연 없습니다.

2014-12-16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