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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들은 당연하지 않고 당연하지 않은 것들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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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혜 연출의 화법은 정겨운 욕이다. 하지만 지면에서는 그대로 적을 수 없기에 모든 종류의 욕을 ‘젠장’으로 순화시켰다. 많은 양해 부탁드린다.

구자혜

쉿! 예고편 나온다. 예고편 없으면 다음 방송 때까지 어떻게 버텼을까 몰라. 당신 그거 알아? 본방송보다 예고편이 더 재미있는 거. 다 안 보여주거든. 굉장하지. 드라마 끝날 시간이 다 돼 가면 미쳐버릴 것 같아. 그때는 시계 돌아가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누가 내 머릿속에 시한폭탄이라도 넣어 둔 것 같다니까. 그렇게 보는 사람 마음 졸이게 하다가 제일 결정적인 순간까지…… 으! 치고 올라가다가, 그 직전에 끝내버려. 그럼 보는 사람 기분이 어떻겠어? 다음 주까지 어떻게 기다리느냐고. 그러니까 예고편이라도 보여줘서 일주일 동안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거지.
- 구자혜 작 <먼지섬> 中
세혁
<디스 디스토피아> 연습 잘 되고 있냐.
자혜
몰라 젠장, 말 그대로 디스토피아야 젠장, 망할 거야 젠장. 형도 얼마 안 남았잖아?
세혁
난 늘 그렇듯이 오십 프로 좋고 오십 프로 안 좋을 거니까. (웃음)
자혜
오늘은 정말, 연습실에서 참패한 기분이야. 8시간 했는데 아무것도 못한 느낌.
세혁
대본은 좋던데.
자혜
대본은 좋죠. 연출을 못해서 그렇지. 젠장. 런 돌았는데 2시간 7분 나왔어. 배우들한테 욕먹고 젠장 피디님한테 욕먹고 젠장. 나 왜 연출한다 그랬지. 젠장.
세혁
네가 쓴 희곡들을 다 읽어봤어. <먼지섬>, <웨이팅 룸>, <여기는 당연히,극장> 이번에 공연하는 <디스 디스토피아> 너 좀 상당히 지성이 흘러.
자혜
지성은 무슨 젠장, 거짓말 마요.
세혁
정말이야. 대사에 쓰이는 단어들이 상당해. 맑스, 버틀러, 비트겐슈타인. (웃음) 전공이 뭐야?
자혜
국문과. 근데 잘 안 들었어요. 철학과 수업을 많이 들었지. 들었다고 아는 건 아니고.
세혁
희곡들에 계급의식이 흐르던데. (웃음) 실제로 있나? (웃음)
자혜
나 참, 뭔 질문이 그래. 인문학을 공부했으니까 그런 개념들은 남아있죠. 어떤 건 정석으로 보고, 어떤 건 필기하고, 근데 대본에 쓰인 건 그냥 다 소스로 쓰인 거예요. 양념으로. 계급의식 보다는 세대담론에 관심이 많아요.
세혁
<여기는 당연히, 극장>이라는 희곡이 정말 재밌었어. 엄청 웃었어. 근데 거기도 계급의식이 좀. (웃음)
자혜
아니 이 양반이 진짜(웃음) 아까 말했듯이 전 세대와 현세대에 관심이 많은 거예요. 각 세대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 <여기는 당연히, 극장>은 조연출 하면서 분장실에서 끄적 거리면서 쓴 거예요. 연극씬에 대해서 구리다고, 구리다고 불평불만을 엄청 늘어놓으면서도, 좋은 선생님들이랑 작업하면서 메인스트림에 들어가고 싶고, 이런 욕망들이 줄줄 흘러나오니까. 그런 얘기 하고 싶었죠. 이 판이 어떻게 돌아가고 어떻게 구린지 아는데, 그 안에 들어가고 싶고, 성공하고 싶고, 체제 안에서의 개인에 대해서.
일찍 일어나십쇼. 여러분의 주인이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외국어 공부를 한다면, 여러분은 여러분의 주인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여러분의 주인을 위해 커피 한 잔을 끓이고 그분이 신고 나갈 신발을 닦아야 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주인의 인정을 받아 여러분이 성공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 구자혜 작 <디스 디스토피아> 中
세혁
구자혜 희곡은 어떤 사상의 영향을 받은 거야?
자혜
난 왜 이런 질문만 해? (웃음)
세혁
아니, 거창한 질문이 아니고, 생각을 연극으로 하고 싶은 건지 연극을 하다 보니 생각이 나오는 건지 궁금해서.
자혜
음… 개인사를 풀어내는 희곡들을 대학 때 했었어요, 우울한 개인이나 우울한 젊은이 같은거. 연극을 하면서 점점 체제에 대해서 느끼는 것들을 쓰게 된 것 같아요. <디스 디스토피아>도 7년 전에 쓴 거예요. 연출수업을 책상에 앉아서 듣고 있었거든요. 주변에서는 광우병 반대로 다들 현장에 나가고 있었고. 그런데 나는 책상에서 연출공부를 하고 있는 거야. 기분이 참 젠장스럽더라고요. 그 기분으로 쓴 거예요. <여기는 당연히, 극장>도 조연출을 하면서 메인스트림에 나가고 싶다, 라는 욕망을 쓴거고. <웨이팅 룸>도 내가 겪었던 어떠한 연극집단에 대해서 쓴 거고, 그 집단 속에서의 불합리에 반발하는 동시에 너무나 인정받고 싶다, 라는 욕망이랄까.
세혁
이제 너를 알겠다, 너는… 경계인이구나. (웃음)
자혜
모르겠어. 내가 쓰면 다 그렇게 되나봐. 심지어 로맨틱코미디를 썼는데 사회극이래요, 제목도 말랑말랑하게 <데킬라 썬라이즈>인데 어떻게 사회극으로 비춰지는 거야. (웃음) 극 속에서 ‘원나잇’도 하고 그러는데. (웃음)
세혁
사회극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자혜
모르겠어요, 사회성이 들어가 있대.
세혁
그건 공연했나?
자혜
아니오! 누가 원한다면 바로 보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세혁
너의 작품을 보면 참 시크하고 시니컬해. 실제로 그런 거야 아니면 진짜 너를 감추려고 그런 척 하는 거야? (웃음)
자혜
젠장, 질문 정말. (웃음) 누가 나한테 말해줬어요. <디스 디스토피아>도 세계를 시니컬하게 바라봤다고들 말하는데,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세상을 바라보는 애정과 진중함이 보인다고. 아 근데 이런 자화자찬을 내 스스로 해도 되는 거야? (웃음)
세혁
괜찮아. 백하룡 형에 비하면 뭐. (웃음)
자혜
아무튼, 난 시니컬하고 시크하고 가볍고 발랄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요. 이것(<디스 디스토피아>)도 그렇게 해야 잘된다는 걸 아는데 그게 그렇게 안 돼. 정말 죽겠어. 난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야. 겁이 많아. 혼자 있을 때 불도 다 켜고 자고.
세혁
나도 다 켜고 자. 겁 보다는 외로움을 많이 타서.
자혜
갑자기 작아 보이네. (웃음)
세혁
아무튼, 예전에 너랑 잠깐 연극 스터디 했을 때, 너의 말과 너의 시를 읽고 ‘아! 참 따뜻한 친구로구나!’ 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작품은 반대라서 참 의외였거든. 그래서 물어본 거야.
자혜
나는 욕도 잘하는데
세혁
그 욕의 기운이 따뜻하다고! (웃음)

구자혜

세혁
구자혜는 구자혜 사상을 만들어준 은사가 있나?
자혜
아니 왜 자꾸 사상 물어봐! (웃음) 예전에도 질문 받았었는데 없어요, 감수성을 만들어준 영화나 소설은 있지만.
세혁
대본에 맑스랑 지젝이랑 버틀러가 막 나오니까. (웃음)
자혜
그건 인사이드 조크에요. 그걸 예전에 달달달 공부하고 필기하고 했죠. 그런 저를 까는 거죠, 아 큰일이네. 조하나 피디님이 인터뷰 멋있게 하랬는데, 자꾸 멋없어지네. (웃음)
세혁
그럼 너의 감수성을 만들어준 영화나 소설은 뭐야.
자혜
대학 때 학사경고를 두 번 받았어요, 남자들이 군대 다녀온 것만큼 대학에 오래 있었어요. (웃음) 그때 학구적인 세미나를 하면서 기호학도 공부하고, 미학도 공부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기억이 전혀 안 나요. 그런 고급진 세미나를 하는 게 너무 거시기해서 우리끼리 또 ‘저급문화세미나’라는 걸 만들었는데 거기서 잡글도 쓰고 이런 저런 시도 읽고 영화도 보고 만화도 보고… 지금 기억나는 건 김승옥과 페드로 알모도바르에요.
세혁
페드로 알모도바르?
자혜
<내 어머니의 모든 것>, <라이브 플래쉬>,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같은 영화들.
세혁
난 한 편도 못 봤군.

* 갑자기 끼어든 임진원 사진작가님.

진원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친구들 다 데리고 갔다가 맞아죽을 뻔 했어요. 지루하다고. (웃음)
세혁
구자혜는 역시 내공이 깊구만. 난 맨날 주성치만 보는데. (웃음)
자혜
주성치는 위대하지! 나도 하고 싶은 건 주성치야! 서유기 월광보합의 리플레이 장면 같은 거! 근데 그건 실력이 있어야지! 젠장!
세혁
희곡에서 영향을 받은 작가는 누구야?
자혜
음… 하이너 뮐러. <독일연극론> 수업을 들었는데 한 학기동안 하이너 뮐러만 공부했어요. 그 교수님이 하이너 뮐러를 전공하려고 독일에 갔는데, 가자마자 돌아가셔서 너무 슬프셨다고. 저는 독문과 애들 사이에 껴서 들었는데, 그때 정말 좋았죠. 근데 이건 안 쓰면 안 돼요?
세혁
아니야. 뮐러는 나도 너무 좋아. 2011년에 이윤택 선생님의 <햄릿머신> 강의를 들은 적이 있어. 그때는 대본이 너무 이해가 안 갔어. 솔직히 뭔가 잘난 척 한다고 생각했어. 근데 요즘에는 그 대본이 읽고 싶어지는 거야. 세상이 자꾸 답답해지고 분노가 마구 치미는 와중에 그 대본의 대사들을 소리 내서 읽으니까 속이 다 후련하더라고. <마라, 사드>도 마찬가지고. 언젠가 걸판에서 꼭 두 편중의 하나를 하고 싶어.
자혜
걸판과 <마라, 사드>라, 뭔가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안 어울리네. (웃음)
우리 이제 상상 같은 거 하지 말자. 상상만 하면 심각해지잖아. 자 모두 웃으라고. 내가 웃긴 얘기 해 줄 테니. 사실, 나도 상상해봤어. 내가 그가 있는 방에 들어가는 거야. 그는 나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서서 나에게 다가와. 그리고는 내 손을 잡지.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해. “너는 여기에 있을 수 있다. 함께 하자.” 그는 웃고 있었어. 그러다가 그는 너무 기쁜 나머지 결국 울음을 터뜨렸어. 나는 그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이지. 저기요, 전 당신이 뭐라고 하던 여길 떠날 거예요. 여긴 지긋지긋하니까요.
- 구자혜 작 <웨이팅 룸> 中
세혁
혜화동1번지 동인(혜화동1번지 극장을 주축으로 하는 연출가 동인) 얘기를 좀 해볼까? 이번에 6기로 뽑힌 거 축하해.
자혜
김수희 연출한테 갑자기 전화가 와서 너무 놀랐어요. 좋아서 놀란 것도 있고, 내가 '듣보잡'인데 어떻게 나를 뽑았는지에 대한 놀람도 있었고. (웃음)
세혁
에이, 아니잖아. 작업도 많이 했고, 5기 동인들이 가능성을 봤겠지.
자혜
모르겠어요. 안 물어봤어요. 누가 추천했는지도, 왜 뽑았는지도. 잘 하면 되지 뭐. (웃음)
세혁
6기들의 첫 페스티벌 소개 좀 해줘.
자혜
봄 페스티벌을 해요. 타이틀이 <총체적 난극> 4월 30일이 우리팀 공연이고.
세혁
공연 얘기 좀 잠깐 해줘.
자혜
제목이 <곡비>에요.
곡비가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래요. 남의 장례식에서.
곡비와 소비가 있어요.
울어주는 사람과 웃어주는 사람.
둘은 사랑하죠.
하지만 위대한 곡비가 있다.
곡비는 위대한 곡비에게 인정받으려고
안달이 나요.
지금으로 치면
위대한 연출이 젊은 애한테 와서
너 내 조연출 할래? 이러는 거죠
그래서 인정받으려고 온갖 노력을 하고
그런 얘기인거죠.
이것도 어쩌면
체제 안에서의 개인의 이야기네. (웃음)
세혁
이야기만 들어도 재밌다, 출연하고 싶다. (웃음)
자혜
재밌어요. <디스 디스토피아>는 자신 없는데 이건 자신 있어. (웃음)
세혁
6기는 시스템이 꾸려진 건가?
자혜
아직, 시스템이 꾸려진 건 아니에요. 서로를 탐색하는 시기죠. 전윤환이 극장장, 신재훈 형이 부극장장. 여름에는 극장의 공공성에 맞는 페스티벌을 기획할 예정이에요. 선배들이 이루어놓은 극장의 공공성을 존중하고, 그렇게 가야한다고 결심했어요. 5기 선배들의 예술감독제는 좋은 거 같아요. 김수희 연출께서 예술감독제가 있으니 그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이 던진 화두 혹은 주제, 형식을 준비하면서 평소에 해보지 않은 작업을 할 수 있어 신선하고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런 취지에서 예술감독제가 훌륭하고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가 예술감독제를 잇지 않은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엉덩이의 힘을 믿고 같이 모여서 코피 터지고 싸우더라도 끝까지 이야기해보고 싶어서예요. 우선은 우리끼리 끝까지 가보자는 취지로 예술감독제를 잇지 않기로 했어요. 그리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혜화동1번지 아카이빙과 극장 등록 문제에 대해서 방법론을 찾고 있고, 극장 개보수를 위해서 조명, 무대, 음향 디자이너들에게 직접적인 상담을 받고 있어요. 역시, 엉덩이의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자주 만나고 있어요.
세혁
봄 페스티벌의 가장 특징은 뭐야?
자혜
오프닝공연에 연출들이 출연할 예정입니다. (웃음) 새로운 기수가 탄생하면 선언문을 쓰는데, 우리는 선언문 대신 무대에 서려고요. 각자의 자기반영이랄까. 몸으로 쓰는 선언문이랄까. 그걸 오전 10시에 모여서 연습하는데, 내가 그걸 왜 하자고 했지. 젠장. (웃음)
세혁
아냐, 멋져.
자혜
뭐가 멋있어. 연출들이 무슨 연기를 해. (웃음) 근데 연기는 아니고 선언을 무대에서 하는 거니까. 잘하면 멋지고, 아니면 신세한탄 한다고 욕할 수도. (웃음) 예정, 예정입니다.
세혁
5기 기수 선배들 중에 멋진 말 기억나는 거 있어? (웃음)
자혜
윤한솔 선배 말이 기억이 나요. 엉덩이 힘에 대한 얘기였어요. 5기들도 다들 워낙 바빠서 모이기가 힘들었다고, 그런데 무조건 모이자고 했다고, 모여야 기운이 생긴다고. 어떤 때는 너무 스케줄이 안 맞아서 아침 7시에 모인 적이 있었다고요. 모여서 계속 얘기하고, 결론은 안 나도 모인 것 자체로 기운이 생긴대요. 우리도 어떻게든 계속 모이려고 하죠. 거기서 힘이 생기니까.
세혁
6기 연출들 공연은 다 봤어?
자혜
아니요. 탐색중이에요. (웃음)
세혁
5기 기수들 공연들은 어땠어?
자혜
음… 말을 짜낼 수가 없네. 미안해요. (웃음)

구자혜

세혁
너한테 의지가 되는 동료들이 많겠지만, 그 중에 특히 가장 생각나는 동료가 있어?
자혜
윤현길. 2년 정도 ‘팜씨어터’에서 함께 움직임 훈련을 받았어요. 윤성호가 그랬나? 구자혜 페르소나라고. 그때 제가 ‘아니야, 아니야’했는데 그건 너무 민망해서. (웃음) 개인적으로 친하기도 하지만, 삶의 태도나 연습 과정에서 많이 배워요. <일회 공연> 빼고 다 같이 했는데, 제가 처음 작업 한 <웨이팅 룸>도 윤현길이 없었다면 못했을 거예요. 지금도 마찬가지고. 만나면 싸우고 삐지고, 작업할 때는 핏대 올리기도 하고. 평소에 쑥스러워서 못하는 얘기를 이렇게라도 할 수 있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제가 물구나무서기를 못해요, 목이 꺾여서 죽을 까봐. 저한테 아크로바틱 가르쳐 준 사람들 중 짜증 안 낸 사람이 없었거든요. 제가 너무 겁이 많으니까. 그런데 윤현길이 몇 개월 동안 화 한 번 안내고 물구나무를 가르쳐줬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물구나무서기를 성공한 거예요. 그때 제가 박지성이 히딩크한테 달려가듯이 달려갔어요. 코끼리 만보 단원이기도 하지만, '여기는 당연히, 극장'을 꾸려 나갈 수 있는 것도 윤현길의 힘이 크죠. 그리고 둘 다 변태 같은 구석이 있어서 디테일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을 때의 쾌감이 엄청 나요. 누가 보면 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제가 연극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윤현길 배우를 만나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세혁
나도 그 분 알아. <모래의 여자> 너무 잘 봤어. 나는 배우를 못난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못난 사람이 안 못난 척을 필사적으로 하는 게 연기라고. 그런데 가끔 정말로 잘난 사람이 보여. (웃음) 저 사람은 정말 배우 아니면 할 게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얼굴에서 빛이 나. 그게 바로 윤현길 배우였어.
자혜
사실, 혜화동 1번지 동인 됐을 때 너무너무 좋았어요.
세혁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시는군. (웃음)
자혜
아니다, 좋았다기보다는 경악이다. 제가 대학에서 연극반을 했는데 1학년 때 단체 관람을 갔었어요. 그게 고연옥, 김광보의 <인류최초의 키스>예요.
세혁
2001년도에 1학년? 너 몇 살이야?
자혜
올해 서른넷이요
세혁
나보다 한 살밖에 안 어려? 난 너 스물여섯 정도로 생각했는데?
자혜
에이, 꺼지세요. (웃음) 아무튼 그걸 보고 연극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러고 얼마 후에 그리고 몇 년 후에 김광보 연출님 조연출을 하게 됐는데 막 연예인 같고, (웃음) 더군다나 혜화동1번지 선배이고, 그러니까, 혜화동1번지 동인 됐을 때 좋은 거 보다는, "이거 뭐지? 우왕", 이런 느낌이 있었죠.
세혁
나랑 길이 갈렸구나. 난 똑같은 연도에 과천 마당극제에서 마당극을 봤어. 그래서 마당극을 한 거야. 나도 그때 <인류최초의 키스>를 봤으면 너랑 더 일찍 만났겠네. (웃음)
자혜
그래서 동인 생각 있냐고 전화 왔을 때 나도 모르게 탄성을! 누가 그러더라고요. 연락 오면 “안 합니다!” 해야 된다고. 그게 멋있는 거라고. 웃기지 말라 그래. 난 할 거야. (웃음) 그들이 이루어놓은 것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하잖아. 젠장!
세혁
'여기는 당연히, 극장'에 대해서 이야기해 봐.
자혜
‘여기는 당연히, 극장’은 2012년에 <여기는 당연히, 극장>이라는 공연을 함께 한 사람들이 만든 젊은 작업자들의 협력체에요. 극단 시스템으로 가는 건 제가 좀 싫고, 구속력을 강제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갈 수 있는 협력체라고 생각하는데 잘 모르겠네요. 하하하. 엠티 가면 엄청 싸워요. 욕도 엄청 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워크숍도 하고, 탭댄스 워크숍도 하고 그래요. 제가 연극과를 나온 것도 아닌데, 이렇게 동료들을 만난 게 참 좋고 뭐 그렇습니다. 하하하하.
세혁
너랑 얘기하니까 상당히 시원하다. 욕설을 너처럼 정감 있고 의미 있게 쓰는 사람을 거의 못 봤다. 그걸 지면에 싣지 못해 아쉽구나.
자혜
뭐래, 젠장. (웃음)
세혁
마지막 질문이야. 식상하겠지만
자혜
나도 읽어봐서 알아요. 구자혜 연출에게 연극이란 뭐지? 이거죠?
세혁
그래, 그거야. (웃음)

구자혜

[사진: 임진원 limjinwon@gmail.com]

구자혜

구자혜(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 작가·연출)
주요작품
<여기는 당연히, 극장> <웨이팅 룸> <모래의 여자> <디스 디스토피아> 등

태그 여기는 당연히 극장,작가·연출 구자혜,오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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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혁

오세혁 작가, 연출, 배우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에서 작가 연출 배우로 활동중.
트위터 @gulpanart
홈페이지 www.gulpan.com
제61호   2015-02-05   덧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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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어서오세요 ^^

2016-11-29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