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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조금 넓어진 상태, 그 세계를 거스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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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용준

한 포스터 디자이너가 “대학로가 이 배우에게 빚을 지고 있다. 포스터에 이 배우얼굴이 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사적 대화였고 검증된 평이랄 수 없지만 우리는 동감하며 웃었다. 그는 4월 공연이 잡혔는데 그 사이 5~6개 작품의뢰가 들어와 거절해야 했다고 한다. 일반관객들이 얼마나 이 배우를 아는지는 모르지만 김용준 배우는 연극업계에서 신망이 높고 참으로 인기가 크다. 인터뷰 장소에 그는 먼저 와있었다.

꽃점은 관객을 부르는 광고

얼마 전까지 이 매체에서 꽃점 평가를 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안 보인다?
잘렸다. 안 그러겠나, 만날 5점만 줘서 그런 것 같다.
왜 그랬나?
5점만 주는 사람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모든 공연에 왜 다섯 개의 꽃점을 주게 됐나?
나는 꽃점을 평가 도구가 아니라 일종의 선전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취지도 그런 거였다. 어려운 말이 아니라 잔치 분위기처럼 좋은 점을 얘기해주는, 평점이 아니라 꽃점. 거기에 우열을 가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꽃점 개수는 왜 있다고 생각하나?
공연 소개만 늘어놓으면 관심이 없으니까 경쟁 올리는 것처럼 형식을 가져온 거라고 생각한다. 그건 가격표에 붙여놓은 꽃그림 같은 거다. 그런데 거기에 한 줄 평을 쓰기 시작하면서 성격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반대로 5점을 줬다. 포스터 하나로 광고해야 되는 공연들이 관객 만날 길을 열어주는 서비스로서 꽃점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예술 같지 않은 거, 연극 같지 않은 거, 전혀 그 축에도 못 낄만한 움직임을 하는 것들을 도와줘야 된다는 생각. 왜냐면 이쪽 안에서는 판단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이 있기 때문이고, 그걸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건가?
시스템 안에 들어와 있는 것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언어로 비판을 하고, 우리가 아니다 라고 생각했던 것들에는 무조건 클 때까지 기다려 설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사람들을 만날 자리를 만들어 줘야한다. 그것이 관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꽃점이 그런 식이 되기를 바랐고, 다 똑같이 다섯 개를 줬다. 그걸 자꾸 평점이라고 인식하는데 그건 아무 것도 아닌 거다.

배우 김용준

그가 싫어하는 것들, 다른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

김용준 배우를 다 좋다고 한다. 싫다는 사람이 없다. 뭘 어쨌길래 그런 소리를 듣는 거냐?
어쩌라는 거냐?
싫어하는 사람 없이 이구동성으로 김용준은 최고라고 한다. 어떤 정치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지 솔직히 말해달라. 어떤 카드를 쓴 것인가?
(사이) 나는 남 앞에 얼굴을 드미는 것도 싫고, 사람들 모여 있는 데 앞에 나와 얘기하는 것도 싫고, 다른 사람들도 할 말 있을 텐데 내 말 먼저 하는 것도 싫고, 늦는 것도 싫고, 한사람 따돌리는 것도 싫고, 암만 무능해도 무능한 사람한테 무능을 이유로 죄를 묻는 것도 싫고, 그런 것들이 다 싫은데 내가 싫어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것 같다.
그 싫어하는 행동을 안했다는 건가?
내가 그런 걸 싫어하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안 하더라.
아니다. 목에 힘들어가고 불의한 사람한테는 온갖 쌍욕에 침을 뱉어준다.
그건 의로움이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의식행동 이외에 알 수 없는 감성이나 기분이란 게 있고 그런 것 때문에 누가 좋고 싫은 것이 생기는 건데 그걸 어떻게 조절하고 있는 건가?
나도 갈등 많이 있는데,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자존감이 별로 없는 거 같다. 내가 별 잘못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거 같다. 내가 잘못한 경우가 너무 많다.
그래도 다른 사람한테 화가 난다거나...
사람 다그쳐서 해낼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본다. 놔두면 나중에 다 알아서 간다. 이십년 후에 해결될 일을 지금 안 된다고 난리를 칠 필요는 없다.

배우 김용준

연기는 모르는 것을 끝까지 끌고 가 질문하는 것

요즘 고민은 뭔가?
연기적인 고민이다. 연기를 한다면서 나한테 익숙한 거를 생각하고 말해버린 순간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정말 용기 있게 아랫배에다 딱 힘주고 내가 집에서 상상한 거, 대본 보면서 온 첫 느낌을 실천한 게 몇 번 있었나... 정말 고민 고민해서 모르는 거를 질문한 적은 몇 번이나 있었나… 스스로 그런 반성을 했다. 내가 정말 모르는 데까지 끌고 가서 모르는 걸 질문한 적도 없었구나. 그냥 할 수 있을 만한 것도 했고 아는 것만 질문했구나. 연기라는 것도 잔재주 그 뿐이었구나, 그런 생각...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으려면 연습과정이 어때야 되나? 연출은 어때야 되나?
일단은 기다려야하고. 열심히 공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어떤 과제 상황이 일단 있어야 될 거 같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발버둥치는 상황이 첫 번째일 거 같다. 큰 문제 밑에서는 다 헐벗게 되니까 솔직해질 거고. 그 다음에는 할 수 있는 모든 것, 모든 말을 다 하는 거다. 정말 모두가 모르는 문제를 찾지 못한다면 리허설이 한 발짝도 가지를 않더라.

배역은 내 안에서 좀 넓혀진 모습으로 접근해가는 거

김용준은 사실적인 연기에서 아주 빛난다고 본다. 과장되었다거나 극적인 부분보다 일상의 어느 곳에 있는 듯한 자연스러움이랄까? 어떤 연기 접근법인건가?
나도 그 부분이 필요하다. 상상으로는 되는 걸 삶으로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한데, 겁이 나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거 같다. 근데 기본적으로 인물을 접해서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조금 넓어진 상태, 그 세계를 거스르지 않는 것을 믿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인데,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다가 다른 한 사람을 조금 이해해서 내가 나서는 방식이 조금 달라지는 거. 그 조금 0.1이 달라진 그 상태를 보여주는 거지. 그런데 연출이 180도 다른 걸 요구한다면 그만큼 시간과 어떤 것이 많이 필요하겠지. 그러나 그런 것들이 억지로는 될 수 없는 거고 내가 조금 달라진 그 상태?
그걸 억지로 안 하는 거 같다. 배우들은 자신의 진실성이 미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더 표현해야할 게 있는데 멈추는 걸 본다. 내가 하려는 얘기는 연기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다.
진실이다.
진실이란 말을 좋아하는 거지. 거기 갇히는 거지.
먼 얘기지만 6개월 동안 뉴욕 조계사에 살면서 절을 많이 했었다. 스스로도 믿겨지지 않지만 7일 동안 매일 3천 배를 한 적이 있었다. 일주일 동안 무릎이 아스러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걸 안하면 그거보다 더한 고통이 찾아오니까 그거가 오히려 나를 편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 때 연극 때려 치고 기술 배워서 먹고산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을 때인데, 그렇게 일주일 쯤 지나고 하루 천 배를 하던 시절에 새 두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것을 봤는데 ‘자신이 뭐다’라는 생각 없이 있는 게 보였다. 그런데 나는 그 눈물 콧물 흘리면서 고통을 감내하면서 ‘나는 연기를 포기한 놈이다 잊어버려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나 생각이 들면서 이러고 있다가 의미 없이 사라져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창피한데 그때 내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열심히 살지 않았다. 칭찬도 별로 기쁘지 않고 비난도 별로 맘이 상하지가 않는 상태, 그냥 무미건조한 건 아닌데 재밌는 일도 많아지고 그러더라. 그러다가 숭산 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연극을 링컨센터 2500석 극장에서 하는 연극을 하는데 나를 주인공으로 세우더라.
그 사람들이 연극하는 사람으로 안 건가?
서울에서 연극배우고 지금 여기 요리 배우러 온 사람으로 안 거지. 나는 뉴욕의 불법체류자 식당 종업원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고. 그 때 연극을 관둬야지 하는 상태에서 연극을 만나게 되더라고. 그것도 내 인생에서 가장 크게 가장 많은 돈을 받고. 불법체류자가 링컨 센터에서. 지금 생각하면 왜 다 포기했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신기하긴 한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소진해버리니까 내가 조금 변했고 내가 조금 변한 모습을 밖에서 바라보는 지점이 있었던 거 같다. 그 뒤로 계속 연기가 이뤄지고, 뉴욕주립대 대학원에도 입학하고... 그런데 이 얘기를 왜 하고 있는 거지?
연기가 진실이냐고 물었었다.
그런 경험이 특별했는지 다시 돌아와서도 배역을 맡으면 내 안에서 좀 넓혀진 모습으로 접근해가는 거 같다.
나무에 앉아있는 새 두 마리처럼 그렇게 살아도 되나? 여기 안 살고 시골 내려가서 살면 그렇게 살 수 있다. 그런데 너의 삶도 그렇지가 않다. 인간이 그렇게 살아도 되나?
그렇게 살아도 되는 것은 분명하다. 나한테 물어봤다. 그렇게 살길 원하는 건지, 의미 없긴 하지만 남한테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길 원하는 건지. 생각을 해봤는데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로 남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원하더라. 근데 누구한테 도움을 준다는 게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거든. 그래서 조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고맙다는 말 듣고 싶어서 설치는 거 같다.
관객들이 김용준을 얼마나 알고 있나?
무대에서 보이는 모습으로 알고 있겠지?
요즘 팬클럽 있는 연극배우들 많은데, 김용준이 나온다면 찾아오는 관객들이 있나?
모르겠다.
있었으면 좋겠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많은 사람들 보다는... 요새 관객에게 가끔 편지를 받는데 그런 정도가 좋은 거 같다. 편지를 보면 고맙다는 편지가 많다. 쉽게 쓴 글이 아니라 길게 쓴 글이라 그런 것들이 나한테 고맙다.

배우 김용준

연극은 보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이 많기를

연극이 어땠으면 좋겠는가? 연극에서 네가 바라는 것은?
연극이 보는 연극에서 하는 연극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자기들끼리 만들어보는 연극이 더 가치 있다고 본다. 처음부터 연극은 아마추어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로라는 사람들이 아마추어라고 하는 사람들이 연극으로 진입하는 것에 대해서 본게임과 아마추어리그로 분리한다면 나는 그걸 끊임없이 욕할 것이다. 이건 본류가 아마추어고 아무나하는 연극이 본류고, 소수의 전문가들이 자기들끼리 높은 예술성이라고 하는 것을 유지하면서 좀 심금을 울리는 일이 있을 수 있는 거고 이것이 지류고, 본류는 아마추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연을 보러오는 사람이 지역주민이 아니지 않나. 그런 연극은 관객을 만족시킬 수 없을 텐데? 관객은 어떤 연극을 지향해야 되는 거야?
나는 극장을 세상전체로 보고 그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경험했으면 하고 바라는 거지 극장으로 와서 관극을 많이 했으면 하고 바라는 거와는 다른 거 같다.
흥행성을 말하는 게 아니라 심도 있는 본질 같은 연극을 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나도 그런 욕구 있는데, 한 인간이 자기 삶에서 연극을 경험하면서 자기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는 경험이 1500명이 한꺼번에 심금을 울리는 어떤 소극장을 들었다 놓는 훌륭한 예술 활동과 견주어서 전혀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보는 거다.
그렇다면 너는 그걸 위해 매진하지 않고 왜 프로세계에 있나?
배우니까. 촌극이나 아마추어 연극 운동을 하는 연극교육자의 역할과 전문적인 배우로서의 역할 두 가지가 나한테는 왼발 오른발처럼 중요한 거다.
보는 연극은 하는 연극과 다르다. 그럼 보는 연극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거지?
내가 하는 연극으로 배우로 나서는 게 중요하듯이, 관객들도 할 줄 알고 볼 줄도 아는 거다. 왜 내가 관객이 될 생각은 안 하나? 관객도 계속 보는 것만이 아닌, 하는 연극도 하는 것이다. 많은 관객들이 극장에 소외돼있다. 특히나 20-30대 관객들이 극장에 와서 보고 또 보고, 월급을 거의 다 쓴다. 연극은 일 년에 한 번 봐도 괜찮아요. 좋은 연극을 하게 되면 직장인들이 가족하고 같이 와서 보고, 지역에서 역할 바꾸기 하면서 연극하고. 이게 나의 이상이다.
좋아하는 음악 하나 추천해 달라. 다른 사람이 좋다는 음악 들을 때가 좋더라.
좀 창피한대. 꼭 생각나는 음악은 없다. 최백호가 신곡 낸 게 있는데 드라마 주제가로. 제목 까먹었다. 요즘 “낭만에 대하여” 2탄처럼 인기 있다고.

배우 김용준

연극은 내가 먹고 사는 돈을 벌게 해주는 수단

당신한테 연극은?
으허허 헤헤헷. 나한테 연극은 돈 버는 수단. 내가 먹고 사는 돈을 연극으로 버는. 다른 데서 내 생활을 영위할 생각은 해보지 않은 거 같은데. 나 생활하는 수단. 그것밖에 할 줄 모르니까 감사하게 생각하고 전문적이어야 될 거 같고.
연극이 너한테 돈을 주지는 않잖나?
먹고살 만큼 주잖아
그러면 돈을 더 많이 주는 연극을 해야 되는 거냐?
배부르고 좋은 음식만 먹고 싶은가? 나는 그런 욕심 없다. 연극을 가르치면서 월급을 조금씩 받는데, 그걸로 생활이 가늘지만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고, 그걸로 자식하나를 기를 수 있다.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으로 하면 극빈자지만, 그것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이지만 그것도 감사하고 그리고 나를 찾아주신 분들이 있어서 계속 할 수 있어서 그걸로 번 돈으로 거기에 플러스 시킬 수 있으니까 감사하고. 그런 것들로 생활을 이루고 있는 것에서 더 큰 욕심은 부리지 않는 거 같다.

[사진: 장우제 woojejang@gmail.com]

배우 김용준

김용준(배우)
주요작품
<여자는 울지 않는다> <괴물> <환도열차> <사랑을 묻다> <해무> <칠수와 만수> <리어왕> <1동 28번지 차숙이네> 외

태그 배우 김용준,최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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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아

최진아 작가·연출가
<사랑,지고지순하다> <그녀를 축복하다> <1동 28번지 차숙이네> <예기치 않은> <본다> <홍준씨는 파라오다> 등을 쓰고 연출함. 극단 놀땅 대표. 연극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음.
제64호   2015-03-19   덧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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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
팬이라고 드러내진 않지만 저도 김용준배우님 출연하는 작품이라면 믿고 봅니다. 꼭 드러내지 않아도 찾아가는 관객들 많을거에요 ^^

2015-03-20댓글쓰기 댓글삭제

소지곡지
김용준 고고!

2015-03-20댓글쓰기 댓글삭제

갓용준
길위에서라는 노래일거같슿니다 많이 배우고가겠습니다

2015-03-21댓글쓰기 댓글삭제

박씨
화이팅입니다~^^ 팬

2015-03-23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