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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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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말금

반 병째

세혁
늘 커피 마시면서 인터뷰 하다가 처음으로 술 마시면서 하네요. 좋네요. (웃음)
말금
저는 술이 좋습니다. (웃음)
세혁
사진작가님이 임진원 작가님에서 장우제 작가님으로 바뀌셨어요.
말금
저는 친구 공연 사진에서 작가님 성함을 본 적이 있는데… 장우재 연출님이 사진도 하시나? 생각했었어요. 오늘 보니 아니네요.
세혁
근데 나름 얼굴이 비슷하세요. 특히 눈망울이 (웃음) 옆자리에서 편하게 술 드시면서 편하게 찍어주시면 되겠습니다.

한 병째

세혁
오늘 공연 잘 봤습니다. <경숙이, 경숙아버지>(이하 <경숙이…>)는 어떤 계기로 출연하셨나요?
말금
작년 말 같은 수현재 컴퍼니 제작의 <민들레 바람되어>에 일주일 정도 출연 했었어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할머니 역이었는데, 사람이 급한 때에 거기 출연하는 친구의 추천을 받아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제가 부산 출신이고 할머니 역 경험이 있어서… 그런데 그 인연으로 다시 수현재에서 박근형 연출님께 저를 추천하신 거 같습니다. 제가 맡은 ‘자야’가 경상도 사투리를 쓰거든요.
세혁
박근형 연출님하고는 이번이 처음인가요?
말금
네. 제 공연을 보신 적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세혁
근데 참 놀랐어요. 원래부터 골목길 배우 같은 느낌이었어요. 박근형 월드의 시민 같았어요. (웃음) 연출님이 배우님 연기를 참 좋아하실 것 같은데?
말금
싫어하시지는 않는 것 같아요. 술도 잘 먹고 하니까. (웃음) 근데 제가 황영희 배우님 더블인데, 언니와 제가 사람이 완전히 달라요. 언니가 <경숙이…>의 초연멤버신데, 그러니까 ‘원조 자야’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극중에서 ‘자야’는 경숙 아베의 애첩으로 후반에 등장하는, 애교 많은 화류계 여인이에요. 젓가락 장단을 특기로 갖고 있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언니의 젓가락 장단은 뭐랄까… 하나의 타악 장르에요. 들으면 귀가 열린다고 할까… 더블로서 언니의 공연을 보면서 젓가락과 쟁반의 관계를 안다고 느꼈어요. 언니는 평소 늘 주변을 살피고 웃겨주시고 편안히 해주시는 편인데, 그런 언니의 태도가 젓가락을 대할 때도 드러난다고 느꼈습니다. 반면 저는 분장실에서도 저 할 일만 하고… 주변으로 퍼진다기보다는 수렴하는 쪽의 인간이라… ‘자야’를 언니처럼 풀 수 없어 공연이 다가올수록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에게 ‘화류계 여인’이라는 힌트는 할수록 너무 막연했고, 결국 ‘사랑에 빠진 여인’을 연기해야겠다 생각하게 됐어요. 연애의 가장 좋은 순간에 있는 여인은 오만방자한 면이 있으니까. 자야의 꿈은 사랑하는 사람의 본처가 되는 것이고, 그 꿈이 실현되는 바로 그 시간에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자야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시간. 나에게는 그런 접근이 몸에 맞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잘 됐나 모르겠네요. (웃음)

두 병째

세혁
박근형 선생님 연습방식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말금
일단 연습을 많이 안 하시고. (웃음) 자잘한 코멘트는 많이 안 하세요. 애교, 사투리, 노래, 식으로 화두를 던져주시는 거 같습니다. 첫 리딩 때 던져준 화두가 ‘애교’였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평생 애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애교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인터넷에 쳐봤어요. 애교. 귀여워 보이려는 말과 행동. 정의에 이어 애교의 동영상들이 나오더군요. 한예슬의 애교, 한예슬의 애교를 본 20대 남성의 반응 등… 참 좋았습니다. 평생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게 돼서.
세혁
애교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웃음) 함께한 배우들과는 어떠셨나요.
말금
<경숙이… >는 2006년에 초연했는데 그 해에 상도 많이 받고… 이후 2-3년간 참 많이 공연되었다고 해요. 이번에 거의 7-8년 만에 초연멤버가 모였다는데 저는 새로 들어와서, 그럼 뭔가 서로 불편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었어요. 저를 상대해주신 배우들이 너무 좋았어요. 초연때 만들어진 느낌들이 있을 텐데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마음대로 하라고 했어요. 정말로 마음대로 해도 다 받아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때 연습에서는 머리도 막 풀어헤치고, 드러눕기도 하고. (웃음)
세혁
<경숙이… >에서 특별히 사랑하시는 장면이 있으신가요.
말금
건빵 장면 다음 전환이요. 경숙이가 건빵을 먹으면서 울다가 건빵 봉지를 무대 너머로 확 집어던지면서 매미소리가 나면 바로 다음 장면으로 전환이 돼요. 보통 그런 장면 전환은 암전을 하는데... 암전 없이 천연덕스럽게. 참 연극적이랄까… 재미있어요. 경숙엄마가 경숙이에게 어떻게 경숙아버지를 만났는지 얘기해주는 장면도 좋아요. 경숙아버지가 나무 얘기 하는 장면도 참 좋고.
세혁
저는 맨 마지막 장면이 참 좋았어요. 경숙이가 아버지한테 또 어디 가냐고, 그 신발 언제 벗을 거냐고, 그 가방 무겁지도 않냐고 울면서 물어보는 장면. 근데 아버지는 대답을 못 하고 그냥 떠나잖아요. 그 장면이 저한테 너무 와닿더라고요. 설명할 수 없는 방랑의 저주랄까.
말금
그 장면 참 좋지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는 거 같아요. 그런데 어떤 관객 분은 비판하기도 하시더라구요. 그런 아버지랑 왜 같이 살자고 하느냐고. (웃음) 가치관에 따라 다 다른 거 같아요. 그만큼 중요한 장면이구.

세 병째

배우 강말금

말금
저 인터뷰 처음 해봐요. 그래서 인터뷰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라는 사람의 인터뷰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어요. 두 가지가 떠올랐어요.
세혁
그 두 가지가 뭐죠?
말금
첫 번째는 엄마예요. 엄마가 저를 검색했을 때 볼 것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는 저 같은 사람의 인터뷰가 가질 수 있는 의미는 특별한 지연도 학연도 없이 이 바닥에서 인연들만으로 배우를 해온 과정이 어려운 젊은 배우들에게 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였습니다. 정말로 아무 것도 없는 바닥부터 늦게 연극을 시작했으니까. 근데 그러려면 제가 살아온 얘기를 좀 해야 합니다.
세혁
참 좋네요. 그럼 이렇게 하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보세요. 저는 술 마시면서 계속 받아 적을게요. (웃음)
“저는 경남여고 연극반에서 연극을 시작했어요. 들어간 이유는 너무 단순했어요.
언니들이 1학년 교실을 돌면서 쩌렁쩌렁한 발성으로 연극반을 홍보하는데 그 모습이 멋져서 들어갔어요.
연극반은 군대식 문화였고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버텼지만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결국 연극반 2학년들이 견디지 못하고 다 나갔어요.
고3들이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제가 고등학교에 가서 남은 1학년들 연출을 했는데…
끝나고 나니 너무 허전했고, 그게 극예술연구회의 문을 두드린 계기가 됐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두 번째 정기작품을 하면서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 그게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저같이 생긴 사람이 무슨 배우를 하나,
부끄럽기도 해서 입 밖에 내지 않았고 집안 사정도 너무 안 좋았어요.
졸업 후에 취직을 했습니다. 회사도 좋은 곳이 아니었고 일도 못했습니다.
스물여덟 때인가 우울증 같은 게 찾아와 하루 종일 울고 다니다가
직장 상사에게 그만둘 힘도 없다는 내용의 면담을 요청했어요.
그 사람이 저를 서울로 발령 내주었습니다. 갑작스런 독립이 정신을 차리게 해주었어요.
엄마와 떨어져 지내면서… 뭔가 저지를 용기가 생겼습니다.

서른이 되던 해에 회사를 그만두고 극단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어요. 대사를 앞에 두고 입도 떼지 못했어요.
대사 있는 역할을 거의 해보지 못하고 2년 반 후에 극단을 나왔습니다.
나오니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제가 저를 배우라 부르기에도 머쓱했습니다.
거의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고 저조차도 저를 믿을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누가 나를 배우라고 불러주는 것이 꿈이었어요.
지금은 극단에 있는 시간 동안 인형과 마임을 경험한 것,
인형 조종을 하면서 손이 풀린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몸이 갇힌 서른 살을 시작하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극단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때 나를 믿어주었던 단 두 사람, 송추향과 박근태 형의 이름을 인터뷰에서 말하고 싶어요.

극단을 나와서 두 번의 연극 오디션에 떨어지자 연극할 힘이 나지 않아서 단편영화를 찍었습니다.
그러다 연극 <시동라사>를 보고 전인철 연출에게 공연을 잘 보았다는 메일을 보냈어요.
연출에게 보낸 처음이자 마지막 팬레터였어요.
몇 달 후에 전인철 연출이 한번 보자고 해서 술을 한 잔 했습니다.
그게 인연이 되어 2010년에 연극 <순우삼촌>의 조연출로 들어가게 돼요.
거기서 아직도 가까운 이두성, 윤상화, 황석정 등 훌륭한 배우님들과 김은성 작가를 만나게 됐어요.
또 그해에 고재경 이태건 선생님을 만나 마임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에는 부새롬 연출을 만나게 돼요.
부새롬 언니는 제가 사람들이 많이 보는 무대에 계속 설 수 있게 해준.
가장 고마운 연출입니다.
언니가 아직 연극원에 있을 때인데, <로풍찬 유랑극장>을 인큐베이팅 작품으로 시작하는데
학교 밖의 배우를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부산의 어느 공연 뒤풀이에서 하셨나 봐요.
극회 선배가 저를 추천했고 그 계기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연극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늘 마트에서 일했는데,
당시에는 거의 고정이어서 공연을 못하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공연 연습 들어가기 직전에 마트에서 잘렸어요. 신기하게도.
그렇게 연극원의 외부 배우로 공연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공연의 동료들이 졸업 후 <달나라동백꽃>을 만들어 공연에 초대해주었고,
그 덕에 사람들이 저를 알게 되어 지금껏 공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활은 늘 힘들었고, 검증되지 않은 배우를 향한 대우는 거칠 때가 많았고
저는 능력에 비해 자존심이 너무 세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늘 여차하면 서울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언제라도 떠날 수 있도록 세탁기랑 냉장고 없이 살기도 했어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시골에 가서 지내기도 했습니다.

작년 말인가… 한 후배가 너무 힘들어하기에, "난 몇 년 동안 대사가 없었어" 라고 말해줬더니 놀라면서 동시에 힘을 얻은 거 같았습니다. 그런 사람이 또 있다면 제가 개긴 세월에 힘을 좀 얻었으면 하고 얘기해봤습니다.

어떤 사람은 저처럼 늦게 배우가 되고 싶어 직장을 접을 결심을 하고 문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학교를 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라고 했습니다. 제가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학교를 한 학기만 다녀도 어디를 다녔다고 하면 적어도 사람들이 당신을 배우라고 봐주지 않겠느냐. 그런데 그것도 모르지요. 제가 학교를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배우는 누구나 될 수 있으며 자기가 갖고 있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겁니다.
거기서 출발해서 어디로 갈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나쁜 선생은 배우를 향한 100가지의 접근 중 학생이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존재를 위축시키는 선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지만 그런 사람도 많이 만났어요.

장황하게 얘기했지만, 저같은 사람도 배우가 되었다는 것은 지금 원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저는 입도 떼지 못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웃음)”

배우 강말금

네 병째

세혁
어이구, 아주 잘 들었습니다. 한 잔 하시죠.
말금
세혁 씨는 날 왜 인터뷰하고 싶어 했어요?
세혁
좋은 배우니까요. (웃음)
말금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대학로에 있어서 가장 좋은 것은 좋은 배우님들과 함께 하는 거예요. 그분들께 많이 배웁니다.
세혁
“배운다”는 말씀을 참 좋아하시네요.
말금
그런가요? 모르는 세계로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웃음) 그러고 보니 참, 아코디언 얘기도 하고 싶습니다. 아코디언을 연주하게 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예요. 아코디언을 하루 삼십분 기준으로 손에 잡은 지 2년 반 정도 됐습니다. 지금은 몇 곡 연주하는데 참 행복하기도 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결코 잘 하지는 않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는 그 곡을 이렇게 연주하는 것을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세혁
하루 30분이라. 쉽지 않은 건데. 팔굽혀펴기 30개도 귀찮을 때가 많은데. (웃음)
말금
연극하다 만난 음악가 남수한 오빠가 기타에 대해 두 가지 얘기를 했어요. “기타를 케이스에서 빼두어라. 그리고 하루에 삼십분 연습하라.” 이걸 실천해봤어요. 일주일에 세 시간이 아니라 하루에 삼십분. 피아노 배운 사람이 아니라서 느리고, 특히 공연용으로 쓸 곡을 연습할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작년 <로풍찬 유랑극장> 공연 때 처음으로 ‘손이 풀린 느낌’을 받았어요. 너무 행복했어요.

다섯 병째

세혁
경남여고 연극반 선배들 중에 아직도 연극을 하고 계시는 분도 있나요?
말금
<연희단거리패> 이윤주 연출님이 네 살 위 선배님이세요. 제가 고1 때 선배님은 졸업하셨으니까, 만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모습이 있는데, 우리가 공연을 코앞에 두고 헤맬 때 연습을 도와주러 오셨습니다. 우리는 선배의 목소리가 큰 집단이었는데, 선배님은 조용히 연습을 지켜보시다가 캐릭터들의 헤어스타일을 그려서 연출에게 주셨어요. 그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목소리가 큰 사람이 아니라, 작업의 빈 곳을 보고 채우는 분이시구나. 이십년 전의 일인데도 그분의 그림과 그 그림을 내밀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세혁
제가 연극정신을 가장 많이 배운 사람입니다. 연극집단과 연극하는 개인이 어떻게 일체화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람이기도 하고. <레드 채플린>때 많이 혼나기도 했고. (웃음) 만약 내가 여자로 태어난다면 이윤주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웃음)
말금
소주 한 병 더 시켜도 돼요? 술이 참 잘 들어가네요. (웃음)
세혁
배우님은 제가 아는 ‘술 잘 마시는 여자연극인’ 베스트5에 들어가십니다. (웃음)
말금
또 누가 있죠?
세혁
문삼화, 부새롬, 이은준, 최현미 등. (웃음)
말금
근데 이제 또 무슨 얘기 하죠?
세혁
아무 얘기나 막 하세요. 다 적을 테니까. 술 마시면서 하니까 참 좋네. 안 물어봐도 술술 나오고. (웃음)
말금
이 얘기 하고 싶습니다. 저는 옛날부터 배우는 레퍼토리와 장기 공연으로 성장한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로풍찬 유랑극장>을 4년에 걸쳐 3회 하면서, <헤르메스>를 원캐스트로 석 달 하면서 오랜 꿈을 이뤘습니다. 달나라동백꽃과 김태웅 연출님께 감사드려요.
세혁
레퍼토리는 이해가 가는데 장기공연이라. 안 지겹나요? (웃음)
말금
예전에 도시를 떠나서 귀농하신 분들하고 연극을 만든 적이 있어요. 그 분들이 물으시더라고요. "넌 왜 힘들게 도시에서 버티면서 연극을 하니?" 제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어요. “장기공연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그 전까지 두 달 연습하고 삼 일 공연하는 공연들에 지쳐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막연한 믿음이 있었는데, <헤르메스>를 통해서 그걸 해봤습니다. 두 달이 지나고 석 달에 접어들었을 때, 자유가 찾아왔어요. 무대에서 무엇을 해도 가능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한 달의 즐거움을 잊을 수 없습니다. 텍스트가 몸에 배고, 배우들과 어우러지고, 무대와 객석의 규모가 충분히 체화된 시간 이후, 내가 무대에서 경험하는 새로움. 그 때 모르는 곳으로 갔다고 생각합니다.

막잔, 그리고 서비스 안주

배우 강말금

세혁
서비스 안주도 나온 김에 한 잔 더 하시죠. 그리고 또 말씀하시죠. (웃음)
말금
제가 지금 서울에서 연극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주 훌륭한 배우동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지현 언니가 떠오르네요. 좋은 배우의 기술은 참으로 덧없다고 할까요. 하지만 신비로워요. 좋은 배우들은 상대 배우가 잘 되지 않을 때 다그치지 않습니다. 같이 놀아주고 웃겨줘요. 그렇게 놀고 나서 안 되던 게 잘 될 때가 있습니다. 좋은 배우는 그렇게 연극에서 가장 소중한 ‘앙상블’을 만듭니다. 연극은 연습기간이 공연기간보다 긴 장르인데, 그 시간을 보내는 기술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배우분들 참 존경하고 저도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또 일본인 비눗방울 마임이스트 오쿠다 마사시 상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오쿠다 상은 육십이 다 되어가는 연세에도 청년처럼 연구하고 만드시고 놀고 한국과 세계의 소외된 곳곳에서 공연하십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연극할 수 있도록 그가 만든 아름다운 극장 ‘스튜디오 QDA'를 무료로 빌려주십니다. 나도 그처럼, 그가 소개해주신 50대의 청년 마임이스트들처럼 늙지 않고 싶습니다. 그가 ‘연극은 어디에서나 할 수 있어야 해요’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요즘 들어 복이 터져 조명을 켜주면 연기하는 배우 노릇을 많이 해서 행복하지만, 이러다 스스로 연극을 발생시키는 힘이 약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러면서 그 말씀을 떠올립니다. 전쟁이 나도 어느 구석에서 연극을 발생시킬 수 있는 힘이 제게 언제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세혁
오늘 정말 이야기가 술술 나와서 너무 좋아요. 다음 인터뷰도 마시면서 해야겠어요. (웃음) 더 마시고 싶은데 안산 막차 때문에 (웃음) 마지막 질문입니다. 강말금 배우에게 연극이란?

배우 강말금

[사진: 장우제 woojejang@gmail.com]

배우 강말금

강말금(배우)
주요작품
<경숙이, 경숙아버지> <로풍찬 유랑극장> <헤르메스> <뻘> 외

태그 배우 강말금,오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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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혁

오세혁 작가, 연출, 배우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에서 작가 연출 배우로 활동중.
트위터 @gulpanart
홈페이지 www.gulpan.com
제65호   2015-04-02   덧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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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연극인
연극人이 나오면 가장 먼저 보는게 이 인터뷰인데. 제가 좋아하는 강말금 배우님의 인터뷰라 떨리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소중하게 읽었습니다. 강말금 배우님은 배우들 사이에서도 팬이 많답니다. ^^
늦게 연극을 시작한 것과 술을 좋아하는 것 그리고 연극을 계속 하는 이유, 학창 시절 이야기까지 많은 부분이 저와 비슷해 놀랍기도 하면서 저 또한 힘을 얻게 되네요. 공연 하는 날보다 안 하는 날이 훨씬 많지만 이 시간도 그냥 지나가는 건 아니겠죠? 언젠가는 함께 무대에 설 날을 감히 기대해 보며... ^^

2015-04-02댓글쓰기 댓글삭제

kmy
왠지 눈물난다

2015-04-02댓글쓰기 댓글삭제

강말금
소중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이스북을 했다 안했다 하지만 친구 맺어주시고 때로 메세지 보내주세요 ㅎㅎ
저는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니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안이 있다면 편히 얘기 나눠요.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고 무대에서 만나뵐 수 있길.

2015-04-03댓글쓰기 댓글삭제

hello
이번 연극데이트는 '연극데이트의 자유'를 본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고 깊은 대화에 함께 하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강말금 배우님의 매력에 풍덩! 감사합니다.

2015-04-03댓글쓰기 댓글삭제

ㅇㅇ
오늘 경숙이 경숙이아버지를 보고 왔는데 이 인터뷰를 보니 따스하고 뭉클하네요.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으로서 좋은 배우 좋은 작품에 물을 주었다는 느낌이 들때 표값이 참 알차게 쓰인다 싶습니다. 오늘은 보람있는 관극을 하고 왔네요. 강말금배우님 앞으로도 좋은 작품에서 또 보고싶습니다.

2015-04-04댓글쓰기 댓글삭제

말브수의 브
인간냄새 향기로이 팍팍 풍기는 배우 강말금씨를 언제나 응원합니다~
이전 작품들도 좋았고, 앞으로 공연하는 모든 작품들도 오래오래 많이많이 보고싶어요!

2015-04-06댓글쓰기 댓글삭제

후~~
<민들레 바람되어>에서 말금님을 처음 뵀습니다. '이 망나니를 내 옆에 끼고 살며 세상 모든 불쌍한 여인들을 구하겠노라' 하듯 남편을 위풍당당하게 채 가 50년 동안 함께 살았을 듯한 강단 있는 할머니 연기였죸ㅋㅋ 말금님의 노부인 연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경숙이, 경숙아버지>에서 뵀죠. 레코드판에서나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던 목소리가 무대 위에서 울려퍼지다니(..) 놀라운 경험 뒤에 말금님 공연을 기다려 왔습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대해 질문도 할 수 있었곸ㅋㅋ 좋은 시간이었죠. 인터뷰를 보고서 더욱 더 많은 연극에서 더 많은 연기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같이 앉아 술 한잔이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ㅠㅠㅠ팬 됐습니다.

2015-04-07댓글쓰기 댓글삭제

강말금
따스한 응원의 말씀들 감사합니다!
덕분에 내일 공연할 힘을 또 얻어갑니다. ㅎㅎ
후~ 님은 관객과의 대화 때 질문해주신 분인가요? 한 번의 질문 기회를 저를 위해 써주셔서 참 고마웠는데...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서 고맙다는 말씀을 못 드렸어요. 마음에 걸렸는데 덧글로 존재를 드러내주셔서 너무나 좋습니다.
저와 술 한 잔 하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입니다. ㅎㅎ 페북에서 친구 신청해주시고 원하시는 때에 메세지 보내주세요. 페북 안 하시면 badamorae@naver.com으로 메일 주세요.
좋은 작품을 만나 이런 사랑을 받고 복이 터졌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세요.

2015-04-08댓글쓰기 댓글삭제

여전히말금
반가워요 ! 인터뷰보러 들어왔는데 언니가 있네요 ^~^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 못봐서 아쉬워요...쿠다스튜디오 여인의 시간이 생각나네요
어느구석에도 연극을 발생시키는 고자 하는 힘에 이끌립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2015-06-28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