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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습 - 성수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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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성수연

성수연.
내 이름은 성수연입니다.
나는 배우예요.
크리에이티브 VAQi(이하 VAQi)의 창단멤버로 활동 중이에요.
연출가 이경성, 배우 나경민을 비롯해서 수많은 작업자들이 VAQi와 함께 하고 있어요.

바키의 작업은 공동 토론과 공동 창작이에요.
모두가 배우이자 작가가 되죠.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져요.
VAQi는 상시적으로 만나고 헤어지면서 새로운 작업을 만들어내는 극단이에요.

나와 이경성과 나경민이 가끔 운영회의를 하는 것 빼고는
다들 자유롭게 지내요.
작업이 없을 때면 알바도 하고 레슨도 듣고
다른 극단과 작업을 하기도 해요.

가끔 누군가가 농담조로 "우리 같이 모여 살까"라고 얘기하면
저도 농담조로 "싫어어어어!"라고 답해요.

작업과 생활이 얽히면, 그래서 가족처럼 되면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서로 잘 싸우지 않을까 걱정돼서요.

가족이란 가끔 치약만 이상하게 짜도 싸우는 게 가족이잖아요.
이 좋은 사람들과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아서요.
내가 궁금한 건 그 사람의 생각이지
그 사람이 슬리퍼를 어떻게 벗어놓는지가 아니니까.

우리 엄마가 김민기 선생님의 팬이었어요.
내가 중학교 때, 대학로의 학전 소극장에 와서
<지하철 1호선>이랑 <의형제>를 보여줬죠.
너무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아마 고등학교 때 연극반에 들어갔나 봐요.
대학교도 연극영화과로 갔어요.
그렇게 되고 나니까
엄마는 저한테 연극을 보여준 걸 후회하신다고 했어요.
후후.

그래도 딸이 출연하는 공연은 거의 다 보러 오시죠.
보고나서 별 말씀은 없어요.

"잘 봤다."
"무슨 장면이 좋더라."
"무슨 장면은 지루하더라."

아, 예전에 대학교에서 공연할 때
아버지 어머니가 둘 다 오셨었는데
아버지가 한 말씀 하셨어요.

"너, 못생겼더라."

두 분이 공연을 보시면서 계속 저를 찾으셨대요.

"우리 딸 어딨어?"
"저기 저 뒤에 있잖아."
"이야, 못 생겼다."

하긴, 저 어렸을 때도 동네 어른들이 볼 때마다 함께 걱정을 해주셨대요.

"어이구, 얘 정말, 못생겨서 어떡하냐."

배우 성수연

저는 어릴 때부터 책을 정말 좋아했어요.
중독 수준이었어요.
외동딸이라서 집에서 놀 수 있는 건 책뿐이었어요.

엄마가 일부러 책을 조금씩만 사줘서
더더욱 책에 목말랐어요.
1, 2, 3 편이 있으면 1편만 사주고
상, 중, 하 편이 있으면 상 편만 사줬어요.

그래서 저는 책이란 책만 보면
물마시듯이 허겁지겁 읽기 바빴어요.
읽을 책이 없으면
산수 교과서에 나오는 수학자 일화들을 읽으면서 버텼어요.

그렇게 저는 「떡배 단배」로 시작해서「15소년 표류기」를 거쳐서
「그리스인 조르바」까지 안착했어요.

VAQi의 작업이 매력적인 이유도 작업과 책읽기를 함께 하기 때문이에요.
많은 책들을 함께 읽었어요.

「승효상의 지문」, 「한병철의 피로사회」,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면의 도시」, 「20세기 우리 역사」, 「정의란 무엇인가」, 「숨겨진 차원」, 「브레히트의 서사극 이론」같은 책들이에요.

저는 이야기가 정말 좋아요.
이야기를 읽으면 다른 세상으로 가잖아요.
요즘에는 소설가 황정은에게 빠져있어요.
뭐랄까.
머릿속에 뭔가 떠오를 듯 안 떠오르는 어떤 복잡한 감정을
가장 정확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느낌이에요.

예를 들어,

"그녀가 그년을 x발 년이라고 말할 때 그년은 진정 x발이 된다."

이런 문장을 읽으면 너무너무 와 닿아요.
<피로사회>에 나오는 "깊은 심심함" 같은 단어도 너무너무 와 닿아요.

배우 성수연

VAQi 창단멤버가 된 이유는 허무할 정도로 간단해요.
대학 시절에 등나무 밑에 앉아있는데
학교 선배인 이경성 오빠가 옆에 와서 앉더니

"창단공연 준비 중인데 같이 할래?"
"네"

그게 끝이에요. 창단공연을 같이 하고 그 후의 모든 작업을 함께 했어요.

<몇 가지 방식의 대화들>, <남산 도큐멘타-연극의 연습 극장 편>, <연극의 연습-인물 편>, <서울 연습-모델, 하우스>,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 <강남의 역사-우리들의 스펙, 터클 대서사시>, <24시 밤의 제전>, <산초의 꿈> 같은 작업들이죠.

학교에서는 극장과 대본 위주의 연극을 배웠는데
경성 오빠는 리서치와 토론으로 연극을 만들어가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게 좋아서 그 후로도 계속 함께 했나 봐요.
물론 힘들 때도 많았어요.

바키의 작업은 배우가 인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인물과 배우를 동시에 가져가거든요.
무대에서 곧바로 "나는 지금부터 누구입니다"라고 시작하기도 하고,
내가 바라본 무엇을 토대로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내기도 하죠.
힘들어하는 배우들도 많아요.
왜 내가 무대 위에 생짜로 나와서 내 얘기를 해야 하나.
관객들이 내 얘기를 궁금할 것 같지도 않은데.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찾아지고 보이는 게 있더라고요.
텍스트가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배우들은
정말로 무대에서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 수도 있어요.

"배우는 역할이 중요하지 내 생각이 뭐가 중요할까 그 역할만 잘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역할 뒤에 숨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방식으로 내가 무대 위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역할에 빠져서 무대를 살아갔을 때,
그 역할이 끝나면 모든 걸 쏟아낸 상태로
허전해지고 텅 비고, 다음날 뭘 해야 할지 모르고
계속 이렇게 되는 게 아닐까.

배우 성수연

물론 역할에 집중하는 연기도 중요하고, 저도 좋아하고 존중해요.
하지만 만약 VAQi에서 역할에 집중하는 작업만 했더라면
나는 오래 갈 수 없었을 거예요.
무대 위의 삶과 무대 밖의 삶을 연결하지 못하고, 연관하지도 못하고
생각을 하고 싶은데 작업하고 알바하느라 생각할 시간이 없고
나는 현실에서 이런데 왜 무대에선 이럴까.
이런 고민을 계속 하면서 힘들게 살았을 것 같아요.

사실, 헷갈리기는 해요.
동아리 연극 지도를 나간 적이 있어요.
자기 삶에 기반해서 자기만의 대본을 만들어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 분들의 대다수는 자기 삶을 말하기가 싫으시다고 했어요.

"선생님, 저는 무대에서 햄릿이 되고 싶어요.
힘들게 현실을 살다가 잠시라도 무대에 섰는데
무대에서마저 제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요.
다른 인생을 살고 싶어요."

그래서 다음 시간부터
각자가 좋아하는 인물의 독백들을 하나씩 찾아오라고 했어요.
너무들 즐거워하시는 거예요. 너무들 잘 하시는 거예요.
어떤 아저씨가 경상도 말투로 유리동물원의 톰을 연기하는데
세상에, 최고의 톰이었어요.

어쩌면
가장 즐거운 연극이란
이런 연극일 수 있겠구나.
어쩌면
전문가는 다 없어지고
이렇게 동호인들만 남는 게
가장 이상적인 연극이 아닐까.
잠시 생각도 해봤어요.
하지만 그건
너무 극단적인 생각이죠.
사실은
모든 연극이 즐거우면 되는 거죠.

내가 배우라고 해서 크게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저 제 작업이 제 삶을 허무하지 않게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작업을 통해서 삶이 변화되고 삶이 변화되면서 변화된 작업을 하고
그렇게 계속 삶과 작업이 순환되었으면 좋겠어요.
작업을 위한 삶, 삶을 위한 작업.
할머니가 될 때까지.

배우 성수연

[사진: 장우제 woojejang@gmail.com]

배우 성수연

성수연(배우)
주요작품
<몇 가지 방식의 대화들>, <남산 도큐멘타-연극의 연습 극장 편>, <연극의 연습-인물 편>외 다수

태그 배우 성수연,VAQi,오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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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혁

오세혁 작가, 연출, 배우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에서 작가 연출 배우로 활동중.
트위터 @gulpanart
홈페이지 www.gulpan.com
제69호   2015-06-04   덧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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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맛있어요
따뜻하게 쏟아내는 마음 잘 봤습니다 ^^

2015-06-05댓글쓰기 댓글삭제

연꽃친구릴리
고등학교 때부터 남다른 빛이 나던 그녀~ 진정 원하는 인생을 사는 멋진 예술가의 모습에 대리만족하곤 한답니다! 항상 응원할게 성션!

2015-06-05댓글쓰기 댓글삭제

jj
매력있으심! 멋져요~

2015-06-05댓글쓰기 댓글삭제

복태
저 배우님 공연 여러차례 봤답니다.
열심히, 묵묵히, 가고 있는 배우.. 순환하는 삶은 어떻게 변해갈까요.
기대하고 있을께요 ^o^

2015-06-05댓글쓰기 댓글삭제

윤남수
대화체로 안 쓰고 이렇게 독백 형식으로 해도 좋군요

2015-06-17댓글쓰기 댓글삭제

신수영 수아언니
멋있는 동생...연극에 대한 그대의 열정 이렇게 접하게 되다니...너의 꿈을 향한 시선이 따뜻하다....^^

2015-06-17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