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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와 만물상과 모험과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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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이대웅

0. 이대웅

나는 이대웅입니다.
극단 여행자의 연출이고
프로젝트 만물상의 멤버입니다.

<정글북>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라쇼몽> <해롤드핀터되기>
등등을 연출했습니다.

나를 나타내는 키워드는
여행자, 매니아, 민새롬, 만물상, 모험, 장난감입니다.

1. 여행자

여행자에는 2010년도에 들어왔어요.
서른 초반까지 자리를 못 잡고
이곳저곳을 전전했었죠.
어쩌면 자리를 안 잡은 것을 수도 있어요.
워낙 하고 싶은 것이 많았거든요.

물 흐르듯이
이게 하고 싶으면 이곳에
저게 하고 싶으면 저곳에.

각 국립단체, 뮤지컬 제작사, 문삼화 연출님, 김관 연출님 등등.
아주아주 즐겁게 배우며 다녔어요.

그러다가 양정웅 연출님을 만났어요.
밀양 연극제 때였는데 내 앞에서 밥을 드시고 계셨어요.

바로 인사를 드렸어요.
워낙 좋아하니까.
솔직히 제 인사가 상당히 좋으셨대요.
세대가 다른 연극 후배가 독대하듯이 인사한 건 처음이었다고.
그 이후
자연스럽게 전화가 왔고
자연스럽게 연출님을 만나고
자연스럽게 연습실을 구경하면서
자연스럽게 여행자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짧은 시간동안
정말로 많은 자양분을
쏙쏙 얻었죠.

여행자는
상당히 적은 수의 인원이 내밀한 집단으로 시작을 해서
작업이 점점 커져가면서
동인제로 거듭나고 많은 단원들이 들어오게 되고
정립과 재정립을 통해서 끊임없이 새롭게 거듭나고 있어요.

레퍼토리 극단으로서의 지향과
새로운 실험집단으로서의 지향을 동시에 가지고 있죠.
상당히 유나이티드한 집단이죠.
단일민족보다는 다인종. 고유성보다 다의성.
여행자는 정말로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통해서
새로운 여행을 하고 있어요.

2. 매니아

연출가 이대웅

나는 백수광부 키드였어요.
연극을 알기 시작하면서
극단 백수광부의 거의 모든 작업들을 모조리 봤어요.
백수광부라는 팀이 너무 좋아서
그 팀에 관련된 것은 모두 몰입했죠.

나중에 현장에 나왔을 때 백수광부 형님들이 물어보더라고요.

너 왜 백수광부 안 들어왔냐.
너무 좋으면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죠.

나는 매니아성이 너무 강해요.
한 번 빠져버리면 사정없이 몰입해버려요.

어느 날 백수광부의 <고래가 사는 어항>을 봤는데
미칠 듯이 좋더라구요.
기타무라 소오라는 일본 작가였어요.
기타무라 소오에 대해 미치도록 파고들었어요.

그런데 기타무라 소오는 미야자와 겐지를 가장 좋아한대요.
미야자와 겐지에 대해 다시 미치도록 파고들었어요.

알고 보니 미야자와 겐지는
일본의 거의 모든 문학인 예술가들의
아버지 같은 사람이었어요.

'아톰'의 데츠카 오사무도
'원령공주'의 미야자키 하야오도
그에게서 영향을 받았죠.
'은하철도 999'는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모티브로 나온 거예요.
일본판 어린 왕자 같은 소설이죠.
그런데 알고 보니
생 떽쥐베리도 비슷한 시기에 어린 왕자를 발표했어요.

이런 사실을 알게 될수록 미치도록 좋은 거예요.
그래서 다시 계속 파고들죠.

어렸을 때부터 책을 정말 많이 봤어요.
보려고 본 게 아니라 친구처럼 봤어요.
눈에 보이면 모조리, 사귀듯이.
목동 도서관에서 상도 받았어요.
그 해에 책 대여를 가장 많이 했거든요.
한 가지 장르에 꽂히면 모조리 섭렵해야 직성이 풀려요.
역사면 역사물을 쫙
추리면 추리물을 쫙
한국 문학도 쫙
세계 문학도 쫙

그 당시에
아버지가 신촌에서 직장생활을 하셨어요.
토요일마다 아버지를 만나러 갔는데
그때마다
아버지가 예매한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아버지가 사준 카세트테이프를 듣고

그렇게 점점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그 친구들과 다시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그렇게 계속 무언가에 쭉 몰입하면서 살아왔어요.
그 몰입의 마지막이 바로 연극이에요.

3. 민새롬

연출가 이대웅

저는 극단 청년단의 연출 민새롬과
모든 도모를 함께 하고 있어요.
성북동에 함께 만든 아지트인
일명 <대롬 하우스>는 모든 작당이 쑥덕거리는 곳이죠.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민새롬을 만난 이후로
인생의 전기가 바뀌었어요.
혼자 생각하고 혼자 추구하건 것들이
민새롬을 만나면서
하나 둘 가시화되기 시작했죠.

무대 디자이너 오태훈이
“너랑 완전 다른데 완전 같은 사람이 있다”고
늘 얘기했었는데
그게 민새롬이었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의
<지하철의 연인들>이라는 작품을
누가 한다고 해서 너무 궁금했는데
그게 민새롬이었어요.

내 주변의 꽤 많은 사람들이
정말 괜찮은 친구가 있다고 해서
이름을 들어보면
그게 민새롬이었어요.

그렇게 민새롬과 친해지고
청년단 술자리에 항상 가게 되면서
이런 저런 도모를 하고
그게 현실로 나타나서

<산울림 고전극장>을 하고
<서울 프로젝트>를 하고
<팝업 씨어터>를 하고
<화학 작용>을 하고
<15분 연극제>를 하고
<서울 연극 박람회>를 하고

너무나 즐거운 시도들을
너무나 즐겁게 하고 있죠.
수면 아래 있던 나를
끌어올려주고 같이 걸어준
친구이자 은인이에요.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가장 이해해주려고 노력하고
표면이 아니라 내면을 보려고 노력하는 친구죠.

다른 극단이지만
같이 연극을 하고 있다는
같은 근본을 가지고 있다는
든든한 생각이 들어요.

정말 부끄럽지만
가끔, 새롬이가 없으면
연극을 어떻게 하지 싶을 정도에요.

내가 평소에 가장 많이 하는 말도
“새롬아”

4. 만물상

프로젝트 <만물상>은
극단 여행자의 연출 이대웅과
밴드 고래야의 작곡가 옴브레와
이십대의 젊은 연출가 한아름
이 세 명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즐거운 창작집단 이에요.

여행자 이대웅의 색깔이 있고
고래야 옴브레의 색깔이 있지만
이대웅 개인의 색깔도 있고
옴브레 개인의 색깔도 있죠.

우리들 개인의 색깔을 마구마구 발현해보는
모든 작당들을 품어줄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이대웅과 한아름이 만든 놀이터에 옴브레가 합류했고 멤버가 셋이 됐죠.

그게 바로 <만물상>이에요.

모든 것이 있을 수 있는 곳
모든 존재를 인정하는 곳
만물의 상을 맺을 수 있는 곳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케미들이
뭐든지 맺힐 수 있는 곳.
실은 어제 처음으로 본격적인 발동을 걸었어요.
옴브레네 집에서 밤새 들국화주를 마시면서
온갖 아이디어를 뿜어냈죠.

재밌는 거 많이 할 거예요.
일단은 옴브레가 쓴 소설을
한아름이 연출해서 낭독공연을 할 생각이에요.

그 후에도 각자의 아이디어를
서로서로 발현시켜 줄 거예요.
서로가 서로를 조망해주는 팀이 될 거에요.
장르도 연극을 넘어서 문하 음악 미술 애니메이션 등등으로
마구마구 넘나들 거예요.

즐거운 것들은 모조리 노크해보는
크리에이티브 집단.

유럽 캬바레 시대에 나타났던 다양한 창작집단들처럼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집단이 아니라
무슨 생각으로 하느냐가 중요한 집단이 될 거예요.

연출가 이대웅

5. 모험

저는 작업 자체가
끊임없는 모험이 되고 싶어요.

듣도 보도 못한 일명 <듣보잡 음악극>도 하고 싶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 <정글북>처럼
고전 소설들을 계속해서 연극으로 만들고 싶고
내 나이가 육십 칠십이 되면
<피노키오>나 <인어공주>를 하면서
어린이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고
최규석의 <습지 생태 보고서>같은 멋진 만화들도
연극으로 만들고 싶고.
<엽편 소설>이라는 초단편 소설들도
연극으로 만들고 싶고
성석제의 소설들도 연극으로 만들고 싶고

아아!
만들고 싶은 연극이 너무 많네요!

나한테는 대단한 미학은 없지만
내가 새롭게 만나는 아티스트들과 플레이어들과
어느 날 번쩍 교집합이 튀기는 순간이 오면
거침없이 만들어버리는 그 능력 하나는 있어요.

새로운 동료들과
끊임없이 모험하면서
끊임없이 작업들을 할 거에요

배우와 연출과 작가가 모두
평등하게!
모두가 제로에서!
그 속에서 서로가
충돌하고 성장하면서!
진심과 장난이 부딪히고!
사실과 비사실이 부딪히고!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땀과 호흡과 눈물!

극단 <신주쿠 양산박>의 기치처럼

“잃어버린 로망의 복귀를 위해!”

6. 장난감

연출가 이대웅

[사진: 장우제 woojejang@gmail.com]

연출가 이대웅

이대웅(연출가)
주요작품
<정글북>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라쇼몽> <해롤드핀터되기> 외

태그 연출가 이대웅,오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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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혁

오세혁 작가, 연출, 배우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에서 작가 연출 배우로 활동중.
트위터 @gulpanart
홈페이지 www.gulpan.com
제71호   2015-07-02   덧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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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익
정글북을 보러 갔을때 극장 입구에서 뵜던 연출님 모습이네요.
저와 저희 단원들도 언젠간 인터뷰될 날을 꿈꾸며 글 재밌게 읽고갑니다용

2015-07-03댓글쓰기 댓글삭제

반하다
아~ 이번 인터뷰 너무 좋았습니다. 읽어 내려가는 내내 이대웅 연출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직접 만나보고 싶어졌어요~^^

2015-07-03댓글쓰기 댓글삭제

대웅사마
대웅연출님에 대해 모르던 것들을 이렇게 또 알게되네요
연극에 올바르게 미친, 참 순수한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5-07-03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