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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이 스머프와 모범생들의 화학반응
[김은성의 연극데이트] 연출가 김태형

김은성_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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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로 인기연극 <모범생들>의 연출가 김태형의 별명은 똘똘이 스머프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공부뿐이었던 똘똘이는 카이스트 입학이 결정된 과학고 2학년 겨울방학, 남들 공부할 때 띵까띵까 연극반에서 놀다가 무대와의 화학반응을 체험한다. 그 뜨거움을 잊지 못하고 결국 카이스트 3학년 때 자퇴를 결심한다. 다급해진 어머니는 그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한다. "애들아, 태형이가 미쳤어."
  • 모범생들? 내 새끼!

    <모범생들>이 어느덧 대학로의 장기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장기공연을 연출한다는 것, 어떤가?

    지난 3개월간의 공연이 끝난 후 새로운 배우들로 다시 3개월 공연을 진행 중이다. 같은 작품을 새로운 배우들과 만나 다시 연습 하는 게 힘들면서도 재미있다.
    전 팀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으로 해보고 싶은 배우들의 욕심도 있고, 연출 역시 전보다 새롭게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공연을 객관적으로 다시 볼 수 있게 되는 게 좋다.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점도 많다.
    음... 사실 <모범생들>도 그렇고, 4개월 공연된 <연애시대>도 그렇고 장기공연을 하기에는 배우들이 무척 힘든 공연이다. <연애시대>는 배우들을 너무 울리고, <모범생들>은 배우들에게 굉장한 에너지를 요구한다.

김태형의 대표작을 <모범생들>로 봐도 좋은가?
그렇다.
2007년 연극원 극단 돌곶이의 대학로 초연 이후 1000만원 지원금을 가지고 2009년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재공연을 하게 됐다. 재공연을 준비하면서 작품에 커다란 애정이 생겼다. 배우들과 재밌게 만드는 과정도 좋았고 제작과정에서 빚을 지기도 했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며 <모범생들>은 뭐랄까... 내 새끼가 된 거다.

공연 포스터
  • 빚?
    (웃음) 5년 상환으로 지금도 다달이 갚는 중이다.
    돈도 돈이고, 제작 여건상 공연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기획사 이다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 제안이 들어왔다. 이후 지금까지 온 거다. 초연 이후 5년째다.

    5년이라? 지겨울 만도 하겠다.
    지겹지 않다. 이번 공연은 7월 22일까지 하는데, 그때까지 하고나면 <모범생들>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했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여한이 없다고나 할까? 하지만 다시 공연을 할 기회가 오면 그때도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출로서 배우들과 신나게 놀 수 있는 공연이다.

    <모범생들>의 어떤 점이 관객들을 모으게 됐을까?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학창시절의 고통스러운 일들, 그러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돌아보면 끔찍한 대한민국 고등학교의 고통스러운 시간, 그것을 끄집어내는 방식이 신선하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을 지나간 추억담으로 가볍게 넘기지 않고 더 무섭고 끔찍하게 드러냄으로 해서 상처를 헤집어내는 것, 그것이 오히려 상처를 치유하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상류사회의 엘리트들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계속 던져주는 점도 동시대 관객에게 공감을 준 것 같다. 공연의 양식 면에서는 속도감과 긴장감을 살린 음악과 안무, 미니멀한 무대가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 같다.
  • 다음 연극은 카페에서

    차기작으로 준비하는 작품은?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주최하는 마로니에 여름축제가 8월에 열리는데,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바로 이곳, 대학로 예술극장의 씨어터 카페에서 공연을 하려고 한다. 예전에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커피숍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그때와 비슷한 공연이 될 것이다.

    어떤 공연인가?
    커피 값 때문에 싸우는 인물들 이야기다. 표면적인 갈등은 커피 값으로 드러나지만 실은 마음속에는 다른 갈등이 숨어있는 인물들이 등장할 것이다. 짧은 에피소드 여러 편이 묶인 공연이 될 것이다. 축제 기간에는 짧게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일주일에 한두 번, 계속 해볼 계획이 있다.

    그 외에 준비하는 작품은?
    배우 양동탁, 김미경 등과 함께 BBK 문제를 가지고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올려볼까 생각중이다. 올해 프린지 페스티벌에는 천안함 문제 같은 시사성 강한 작품이 꽤 선을 보인다고 들었다.

    극단을 만들었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극단 이름은 토마토. (웃음) 연극원 친구들과 만든 적이 있었다. 3-4년 전 일이다. 각자 150 만원씩 각출을 해서 큰 방을 하나 얻어 함께 살았었다.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 지금은 극단 이름과 사업자등록증만 남아있다.
    현재는 각개전투 중이지만 언제 어떤 형태로든 다시 뭉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 연극에 빠진 과학영재
공연 포스터
  • 별명이 똘똘이 스머프다. 똑똑하고 귀엽게 생긴 외모의 영향도 있지만 카이스트 출신이라는 이력에서 나온 별명인 것 같은데?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했다. 사촌형들이 과학고-카이스트를 다니고 있는 집안 분위기 때문인지 나 역시 자연스럽게 과학고에 들어갔다. 고등학생이 됐는데 공부 말고는 도무지 잘하는 게 없는 내가 싫더라. 뭔가 새로운 걸 찾고 싶은 마음에 연극반에 들어갔다. 한성과학고 연극반 '유리탈'. 연극반 활동을 재밌게 했다. 그러던 중에 2학년 때 운이 좋게 카이스트에 입학이 결정 됐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운이 좋아 카이스트를 들어갔다는 말이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들리는데?
    내가 다닌 과학고는 카이스트가 특별 자격을 준 학교였다. 적당한 내신 성적이 있으면 카이스트 입학시험을 볼 수 있었던 거다.

    그렇군. 당신이야말로 모범생이다. 공부하랴, 연극하랴 힘들었겠다.
    연극, 엄청 재밌었다. 이미 카이스트 입학이 결정된 2학년 겨울방학에 연출을 하게 됐다. 윤대성 선생님의 <신화 1900>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연출하는 거, 정말 재밌었다.

    공부보다 재밌던가?
    그렇다. 내 속에 남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있었던 것 같다.
    공부 외에는 특별하게 잘 하는 게 아무 것도 없었는데, 내가 만들어낸 창작물을 타인들에게 보여줬는데 그 사람들이 웃거나 울거나 감동받는 걸 목격하면서 놀라버린 거다.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너무나 강렬하게 남더라.
    연습하는 과정도 재밌었다. 배우들과 이야기 하면서 설득하고, 노력하고, 뭔가 함께 만들어내는 느낌이 참 좋았다. 연극반 선생님과 친한 친구들이 ‘너, 연극에 소질이 있어’라고 말을 해주었을 때 기분이 날아갈 것 같더라. 카이스트 합격보다 좋더라.

    카이스트 입학 후에도 당연히 연극반에?
    그렇다. 연극반 '이박터' 동아리방에서 살았다. 연극을 공부하며 동시에 사회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시간이었다. 카이스트를 졸업해서 자본주의의 개가 되어 사는 것은 아닌가? 불온한 고민이 공부하기 싫어하는 마음을 만들더라. (웃음)
    브레히트를 만나게 되면서 절정에 달했다. 연극으로 혁명을 꿈꿨던 브레히트를 생각하면 피가 끓어올랐다. 결심했다. 내 삶을 연극에 투자하자.
  • 카이스트에서 연극원으로
공연 포스터
  • 그래서 그 들어가기 힘들다는 카이스트를 박차고 나왔는가?
    그렇다. 3학년 때 연극원 시험을 보기로 마음먹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렸다.

    반응은?
    어머니가 친구들에게 태형이 미쳤다고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웃음)
    친구들도 처음엔 반대했다. 그러다가 내가 연극을 너무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것을 느끼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내편으로 돌아서자 어머니가 학교에 찾아오셨다. 교수님과 면담도 수차례 했다. 끝까지 반대가 굉장히 심하셨다. 그런데 사실 연극원 합격 비결은 부모님의 반대 때문이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연극원 연출과 3차 면접시험을 앞두고 부모님께 편지를 썼다. A4 5-6장 분량의 긴 편지였다. 부모님께 내가 왜 연극을 해야 하는지를 간곡하게 써내려갔다.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는 왜 연극을 하지?’가 정리 됐던 것 같다.
    편지를 드리고 면접을 보러 갔는데 교수님 질문이 그거였다.
    “왜 연극을 하려고 하느냐?”

    합격 후에도 반대가 심하셨는가?
    물론이다. 입학금을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하셨다. 알바 뛴 거랑, 연극반 선배들이 모금한 돈을 합쳐서 입학을 할 수 있었다.

    10년이 지났다. 지금은 어떠신가?
    친구 분들과 함께 공연 보러 오신다. 내가 재밌게 계속 하니까 서서히 관심을 보이시더라.
    부모님 생각하면 속이 아프다. 장남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연극을 하고 있다.
    몇 년 전에 아버지가 환갑이셨다. 돈이 하나도 없었다. 어머니가 알아서 음식점 잡아서 모임을 가졌는데, 친척 분들한테 그러시는 걸 들었다.
    “여기 음식점 태형이가 다 준비하고 돈도 태형이가 다 냈다.”
    돈을 못 벌면 마음이라도 드려야 되는데 그러지도 못한다. 부모님께 받은 사랑에 비해서 나는 정말 형편없는 자식이다.

    연극원 시절은 어땠나?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게 큰 재산이다. 평생을 같이 할 동료들을 많이 만났다. 연극에 임하는 기본적인 자세와 태도를 배웠던 것도 복이다. 연극이란 무엇이고, 연극성이란 무엇이고, 연출은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고, 텍스트는 어떻게 읽어야 하고... 이런 기본적인 것을 고민하고 체험한 순간이었다. 그게 엄청난 자산으로 남아있다.
병사이야기

병사이야기

  • 십년만 버텨라

    졸업 후에는 어떤 시간을 보냈나?
    고민이 많았다.
    연출이라는 자리가 연극학교 졸업했다고 누가 불러서 너 연출해라 이런 자리가 아니지 않은가? 어떤 성과를 계속 보여줘야만 누가 불러주든 할 텐데... 뭐랄까? 내가 가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나이는 서른. 어렸을 때는 서른이 되면 뭔가 이룰 줄 알았었는데 아무 것도 없었다. 그 당시 석 달 정도 시간이 지금까지 삶에 있어서 가장 우울한 침체기였다.
    굉장히 힘들더라. 삶을 돌아보게 됐다. 전까지 나는 늘 이른바 엘리트 집단에 소속 되어 있었고 소속 된 곳에서 잘 해왔는데 세상에 홀로 나온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더라. 바닥을 확 치게 되더라. 이러고 있다가 내가 죽겠구나 싶을 정도로 우울이 깊었다.

    어떻게 넘겼나?
    학교 선생님들과 상담을 많이 했다. 박상현, 이상우 선생님과 많이 했다. 지금 내 나이에 당신들은 어땠는가, 물었다. “그때는 다 힘드니까 당분간 십년만 버텨라.”고 답하셨다.
    그래, 십년은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해보자, 이 생각을 가지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다. 그러다가 운이 좋게 대학로 연출가로 데뷔를 하게 됐다. <오월엔 결혼할거야>에 조연출로 들어갔다가 어쩌다가 연출을 하게 된 거다.
    그 무렵,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커피 플레이>라는 커피숍 공연을 올렸고, 그 공연을 당시 아르코 예술감독 최용훈 작은신화 대표님이 보러오셨다. 잘 보셨는지 나를 기억해주시더라. 이후에 <봄 작가 겨울 무대>에서 연출을 맡을 기회를 열어주셨다.

    김태형 연출 팬클럽이 있다고 들었는데?
    (웃음) 팬클럽까지는 아니고, <모범생들>을 계속 하면서 관객들과 많이 만나기 시작했다. 공연을 계속 반복해서 보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 그분들과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심심찮게 만나고 있다. 온라인 공연 클럽에서 채팅도 하고, 직접 만나서 같이 놀기도 하고, 그러면서 친해진 거다.
    공연 문화를 즐기고 사랑하는 분들에게 큰 힘을 얻는다.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시는 관객들, 공연 끝나면 기다렸다가 격려해주시는 관객들, 그런 분들 때문에 배우들도 나도 힘이 난다.
    그래서 조금 더, 조금 더 해보자 하게 된다.
공연 포스터
  • 김태형 연출은 어떤 연출가인가?
    음... 나는 그동안 <옥탑방 고양이>, <오월엔 결혼할거야>, <연애시대>같은, 그러니까 제작사에서 만든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해 왔고, 또 한편으로는 <봄 작가 겨울 무대>, <커피 플레이>, <모범생들> 같은 작품을 연출했다.
    회사에서 제작하는 공연을 만들 때는 대중과 소통하려고 애쓴다. 내가 하고 싶어서 만드는 연극을 할 때는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한다.
    나는 세상과 나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다. 사회적인 시스템의 구조적인 모순, 결함, 그 안에 놓여있는 사람의 위기나 절망 그런 것들에 관심이 많다. 앞으로 그런 이야기를 가지고 공연을 만들고 싶다. 조명으로든, 음악으로든, 배우의 연기로든, 연극성을 가지고 잘 노는 연출을 추구한다.

    모델로 삼고 싶은 연출가는?
    솔직히 없다. 다만, 도움이 되는 존경스러운 선생님들은 몇 분 계신다.
    김동현, 이상우, 이성열 선생님에게 많이 배운다. 연극하는 태도, 삶의 자세를 배운다.
    음... 김우옥 선생님을 빼놓을 수 없다. 체험으로 연극을 만들어야 하고, 그 체험을 관객에게 줘야 한다는 것. 선생님의 연극관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캐스팅 하고 싶은 배우는?
    장영남 선배님이랑 꼭 한번 해보고 싶다. (웃음)
    어릴 때 되게 좋아했다. 사석에서도 한 번도 못 봤다. 그냥 좀 만나보고 싶다.

    십년 후 김태형의 모습은?
    제일 큰 목표는 꾸준히 작업을 하는 거.
    끊임없이 일을 하고 싶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출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작품을 2년이든 3년이든 한 편 씩 차곡차곡 만들어 가면 좋겠다. 나 스스로도 만족스럽고 관객들에게도 뭔가를 던져줄 수 있는 레퍼토리를 창작해 가고 싶다.
  • 공연 포스터
  • 김태형 (연출 / 극단 창작토마토 연출)
    주요작품 l <모범생들><연애시대><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족오락관><옥탑방고양이(초연)>
    <오월엔 결혼할꺼야(초연)>
    <봄작가, 겨울무대 1,2,3회>

태그 김태형, 모범생들, 창작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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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김은성 극작가
극단 달나라동백꽃 대표
주요작품 <로풍찬유랑극장><뻘><목란언니><연변엄마><순우삼촌><시동라사>외 다수
본지 편집위원.
웹진 2호   2012-06-2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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