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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순이 연출가? 왕눈이 모험가!
[김은성의 연극데이트] 작가/연출가 최진아

김은성_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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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고 마른, 눈만 땡그란, 최진아는 한눈에도 야물딱지게 생겼다. 생긴 것만 그런 게 아니라 말도 참 똑 부러지게 잘 한다. 얼핏 똑똑한 깍쟁이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겁 없는 여자다. 데뷔작 <연애 얘기 아님>에서 안정적이고 의존적인 연애는 싫다며 모험적인 삶을 추구 한다는 이유로 불쑥 무모한 이별을 감행하더니, <1동 28번지 차숙이네>에서는 십장 연출가로 변신해 무대 위에 실제로 집을 지어 올렸다. 떠난다면 떠나고, 짓는다면 짓고야 마는 왕눈이가 이번에는 시각적 감각에 매료되어 <본.다>라는 그 깊고도 넓은 관념과 철학의 땅으로 모험을 떠났다. 과연 그녀는 연극의 언어를 찾아 귀환할 수 있을 것인가?
  • 본다? 실험!

    -<본.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소감이 어떤가?
    관객들의 반응이 정말 각양각색이더라. 오늘 공연 직후 서너 분의 평을 들었는데 각자 해석이 다양하더라.
    <본.다>를 보러온 그들의 기대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리고 나는 어떤 <본.다>를 이야기 하고 싶었을까?
    되짚어보게 된다.

-<본.다>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가?
작품을 만들 때 작품의 주제에 대한 답을 얻어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제를 붙잡고 싶어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본.다>라는 강렬한 감각에 내가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본.다>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쓰기 시작한 작품이 아니다.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된 작품이고 공연 내내 질문은 이어질 것이다.

-<본.다>를 어떻게 보면 재밌게 볼 수 있는가?
오늘 어떤 선생님께서 공연을 보신 후 김지하 선생의 사연을 들려주시더라. 오랜 시간 지하 감옥에 갇혀있다 나온 후에 두부를 들고 있는 친구에게 김지하 선생이 그러셨단다.
"하얀 두부보다, 그리운 친구의 얼굴보다 빛, 빛을 보게 됐다는 게 너무 기쁘다."
이 말씀을 들려주신 선생님은 <본.다> 공연에 무언가 '본다'는 감동이 없지 않느냐? 묻고 싶으셨던 것 같다. 인정한다. <본.다>는 절대 그런 감격적인 순간을 줄 수 있는 연극은 아니다. 시각적인 볼거리도 없고 강하고 자극적인 장면도 없다.
나는 <본.다>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자는 말 걸기를 하고 싶은 거다. 드라마틱한 연극을 원하고 보러 오시면 아마도 재미없으실 거다.
'본다'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자, '본다'에 대해서 한번 덤덤하게 생각해봅시다. 이런 마음으로 관객들을 기다린다.

공연 포스터
  • -관객들 반응에 대해서 걱정이 많은가?
    그렇다. 부족한 공연이지만 뭔가 작은 것이라도 받아가는 관객을 만나면 감동을 받는다.
    픽션으로 이야기를 만들 때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확신이 있었다. 그러기에 관객반응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괜찮았다. 그런데 <본.다>는 이 연극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걱정이 크다.
  • -<본.다>는 이번이 마지막인가?
    아니다. 더 과감하게 파보고 싶다. 처음부터 다시 써보고 싶다.
    애초에 주인공이 없는 연극, 그러니까 누군가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없는 연극이길 바랬다. 주인공이 없어도 갈 수 있는 연극이 될 만큼 깊이깊이 파보고 싶다.
  • -앞으로의 최진아의 작업은 <본.다>와 비슷한 작업으로 예상하면 되는가?
    아니다. 한편에서는< 본.다> 작업을 계속 하겠지만, 이렇게 드라마가 없는 연극을 하다보니까 드라마가 있는 연극을 쓰고 싶어진다. 이야기가 가진 매력, 드라마가 가진 감흥이 있는 연극을 만들고 싶다.
  • 안정? 모험!

    -연극은 언제 시작했는가?
    대학교 때 동아리 연극반에서 놀았다. 공연이 끝난 며칠 뒤, 수업 땡땡이를 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계속 공연의 벅찬 기억이 가슴을 뜨겁게 하더라. 졸업하면 연극을 하며 살아야지, 그때 결심했다.
    스물일곱에 극단 연우무대에 배우로 들어갔다. 몇 작품에 출연하고 조연출도 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막막하더라.

    -어떤 점이 힘들던가?
    배우에게 요구되는 기다림이라는 인내심, 그것이 나에게 없었다.

    -기다림이라는 인내심?
    나는 주연하고 싶은데 안 시켜주니까 힘 빠지는 거지 뭐. (웃음)
    작업하고 싶은데 놀아야 될 때도 많고... 기다리는 시간을 견디기가 힘들더라.
    고민하다가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하게 됐다. 연출을 해보자 생각이 들었다.
    희곡을 고르기가 힘들던 차에 각색욕심이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그래, 나도 희곡 한번 써볼까, 고민할 무렵에 친하게 지내던 손기호, 김낙형, 윤정환 등이 작,연출을 병행하는 걸 보면서 나도 그들처럼 내가 직접 써서 연출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그렇게 탄생한 첫 번째 작,연출 작품이?
    <연애 얘기 아님> 이다.

    -제목이 상큼하다. <연애 얘기 아님>은 어떻게 세상에 나왔나?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랑 헤어진 후에 왜 헤어졌을까 깊이 생각해 봤다.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그 이유를 의심하게 됐다. 진짜 헤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돌아보니, 연애를 하면서 남자친구에게 의존적으로 변해가던 내 모습이 싫었던 거다. 의존적인 연애로부터 독립하고 싶고 모험하고 싶고 그런 욕심이 내 안에 있었던 거다.
    이별, 이별 후 연애에 대한 고민, 그런 과정 속에서 나온 작품이다. 안정적이고 화목한 삶 말고 무모하고 모험적인 삶을 추구하는 심리가 연애를 이별로 이끌어가는 이야기였다.
    그 작품을 시작으로 <사랑, 지고지순하다> <금녀와 정희> <1동28번지 차숙이네> <예기치 않은> 등을 발표해 왔다.
병사이야기
병사이야기
  • 결혼? 연극!

    -대표로 있는 <극단 놀땅>은 언제 만들었는가?
    2004년이다. 작년까지 단원이 나 뿐인 1인 극단이었다.
    절친한 연극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꾸려오다가 2011년 초에 김용준, 이지현, 정승길, 이준영, 김유리라는 쟁쟁한 멤버들을 영입하고 연극협회에 정식으로 극단등록도 했다.
    사실 극단으로 뭉치기 전부터 잘 알던 친구, 동생들이다. 그들과 함께 극단을 한다는 게 요즘 나의 커다란 행복이다.


    -연극을 좋아하는 기운이 넘쳐 보인다. 뭐가 그렇게 좋은가?
    연극을 하고 살면, 살면서 궁금한 게 생길 때 본격적으로 고민을 하면서 살 수 있다.
    연극을 하면서 직접적으로 삶의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런 직장이 어디에 있는가? 이렇게 서로를 잘 알고 이렇게 유대감이 좋은 관계가 연극 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
    무대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잊게 해주는 곳이다.

    -작업을 하면서 가장 희열을 느낄 때는?
    내가 안고 있는 문제를 배우와 스텝이 해결할 때. (웃음)
    희열과 질투를 동시에 느낀다. (웃음)
    연습 과정에서 배우와 이야기가 잘 되거나 장면이 잘 풀릴 때, 배우와 스탭이 만족하고 안심할 때 기분이 참 좋다.
    반면에 배우와 갈등이 있을 때는 힘들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배우는 납득을 못할 때...... 어렵다.

    -탐나는 배우가 있다면?
    염혜란! 혜란이를 정말 좋아한다.
    지금 <본다>에 출연하고 있는 8명 배우들 모두 평소에 좋아하는 배우들이고, 우리 단원들은 물론이고,
    아, 우미화! 미화도 뺄 수 없지.

    -존경하는 연극인은?
    손기호, 김낙형.
    기호의 리더십과 낙형이의 예술가로서의 독특함을 존경한다.

    -라이벌은 누구인가?
    낙형이! (호호호호호)
    낙형이가 가진 특별한 감수성.
    나는 가지지 못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 감수성, 정말 탐난다. 그는 실패한 작업도 많이 했지만 <멕베드>나 <나의 교실>에서 김낙형 연출이 보여준 특별한 감성은 압도적이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술자리에서의 낙형이의 말빨도 정말 부럽다. (웃음)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음...좋은 연극 만들고 싶다.
    그거다. 그게 다다.

    -결혼은 안하나?
    (활짝 웃으며) 하고 싶어! 하고 싶어! 하고 싶어서 죽겠어.
공연 포스터
  • 연극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보 관객들을 위해 한마디 들려 달라.
    (그녀는 언젠가 조카에게 했다던 말을 조용히 속삭였다.)
  • 연극 보러 가지 않을래?
    우리 앞에서 사람들이 직접 말을 해.
    어디에 그런 게 있니?
    그림이 그러니, TV가 그러니, 영화가 그러니?
    연극은,
    무대에서
    사람이 너에게 직접 말을 걸어.
    일상에서 만나지 못한
    다른 걸 말해 줘.
    우리, 연극 보러가지 않을래?
  • 공연 포스터
  • 최진아 (극작가 겸 연출가 / 극단 놀땅 대표)

    주요작품
    작/연출 l <연애얘기아님><사랑,지고지순하다>
    <그녀를 축복하다><금녀와 정희>
    <1동28번지, 차숙이네><예기치 않은>

    연출 l <다녀왔습니다><매직룸><담담담>
    <배우가읽어주는소설-윤대녕의 천지간>
    <박완서배우가다시읽다-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태그 최진아, 극단놀땅,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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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김은성 극작가
극단 달나라동백꽃 대표
주요작품 <로풍찬유랑극장><뻘><목란언니><연변엄마><순우삼촌><시동라사>외 다수
본지 편집위원.
웹진 3호   2012-07-05   덧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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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서
연극의 매력이 "사람이 말을 건다"라는 부분이 와닿네요. 초보 연극관람객인 저에겐 때론 그게 부담스럽지만, 그게 매력이란 걸 알아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2012-07-20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