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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우리에게 여전히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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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첫 작품은 뭐였어요?
동일
2014년에 데뷔를 했어. <라이겐>이라는 작품이 데뷔작이었고.
형 나이가...?
동일
80년생 38살.
데뷔가 늦은 편이네요. 유학파로 알고 있는데 그 영향인가?
동일
프랑스에서는 2009년부터 13년도 까지 있었어. 만 5년 있었네. 원래는 배우였어. 2009년까지.
왜 그만뒀어요? 형, 비주얼이 좋은데. 하하. 계속해보지.(진심)
동일
20대 때는... 배우로서 야망이 있었어. 나는 햄릿도 할 수 있고 이아고도 할 수 있고 연산도 해보고 싶고. 이런 게 있단 말이지.(웃음) 근데 막상 가면 안 시켜줘. 하하. 딴 것만 시켜. 그러다보니까 별로 재미가 없더라고.
그들이 뭘 시켰어요? (궁금)
동일
음... 웃긴 역할. 하하.
(웃음)햄릿 하고 연산도 해야 되는데 웃긴 역할만?
동일
응. 그리고 오퍼!(웃음) 그러다보니까, 이 뜨거운 나이에 자꾸 차가워지는 거야. 물론 배우는 것도 많았지. 근데 그 뜨거움이 자꾸 차가워지는 게 싫었어.
근데 지금 와서 연출로서 생각해 보면. 또 그게... 맞았던 것 같아.(웃음) 그 연출도 어렵게 연극하는데 나를 주인공으로 쓰기엔 너무... 도전적이고 위험한 선택일 수 있었겠구나. 이해하게 되더라고. 하하. 여튼 내가 가진 그 뜨거움이 사라지는 게 싫었던 것 같아. 연극이 흥미롭지 않아 지더라고. 나는 예술가의 꿈을 꾸고 있었고, 굶어가면서 힘들게 알바해가면서 연극하고 있는데 문득 ‘내가 뭘 하려고 이렇게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는 뭘 하면 좋을까? (사이) 그래. 공부를 하자!’ 근데... 배우는... 말고.(웃음) ‘작품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더 멋있지 않을까. 예술가로서 연극을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해야겠다.’ 생각하게 되었고.(웃음) 그래서 연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 한 거지.(웃음)
지겹게 듣는 이야기겠지만 묻습니다.(웃음) 어떤 걸 경험하고 왔어요?
동일
사람들은 프랑스유학 갔다 왔다고 하면, 마임 해봐. 이러거나 (웃음) 코메디 델아르떼, 마르셀 마르소. 이런 것만 물어보더라고.(웃음) 그래서 뭐 배우고 왔냐고 하면... 한국무용 배우고 왔다고 했어. 하하.
구체적으로 미학적인 것이든 스타일 적인 것이든 그런 것들을 배우고 오진 않았어. 그 연출만의 자기 색깔을 만들 수 있는 질문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 ‘너가 하고 싶은 연극은 무엇이니.’ ‘너가 연극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니.’ 같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더라고. 그러면서 다양한 장르의 예술분야를 접하게 하고.
그리고 내가 우리나라에서 고민해 온 범위보다 훨씬 넓은 이야기들 속에 들어가 본 것 같아. 음... 말하자면... 인종차별, 이민자,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 그때 당시에는 나한테 와 닿지 않는 이야기들이었지. 어쩌면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들이 그 때 그들에게는 국가적으로 가장 큰 화두였던 것 같아. 세계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고 어떤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시야가 넓어 졌던 것 같아.
긴 시간이었고, 적지 않은 나이(?)로 돌아왔을 땐 어땠어요?
동일
들어왔을 때 막막하더라고. 내가 생각보다 내성적이라.(웃음) 사람만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 돌아와서도 내가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사람도 만나고 해야 하는데. 그게 되게 불편 한 거야. 내가 일을 하기 위해선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데. 내가 좀 가식적으로 느껴지거나 자연스럽지 않으면, 그 자체로 좀 힘들더라구. 기웃기웃 거리는 것처럼 보일까봐 싫고. 그렇게 얼마간 있다 보니까 오히려 차분해 지더라고. 그러다가 창세에 들어갔지. 창세 배우들이랑 백석현 연출은 뜨거워. 그게 좋았던 것 같아.(웃음) 석현 연출이 (극단 신진연출가전을 기획해서) 끌어줘서 창세에서 <라이겐>이라는 작품으로 입봉을 하게 되었지. 그렇게 매년 한 작품씩 작업을 해왔어.
아! 주변에서 형 이름은 많이들 아는데 형을 실제로 목격한(?) 사람은 별로 없는 기현상이 있더라구요.(웃음) 물론 나는 ‘화학작용2’ 같이 하면서 재작년 말부터 이미 형을 알고 있지만.
동일
<변신> 때 한겨레 손준현 기자님께서 보시고 좋은 기사를 써주셨어. 화학작용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고. ‘젊은 극단을 찾아서’ 인터뷰 때 극단 창세 인터뷰를 해주시기도 하셨고.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할 때는 직접 전화까지 주셨어. 연습 하는 거 보러 오시겠다고. 연습 보러 오셔서 기사도 써주시고 본 공연도 보러오셨어. 사모님이랑. 손준현 기자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아...(사이) 아까 너가 얘기 했듯이 신동일 연출은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얼굴은 모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는 것도 그 때문 인 것 같고.(웃음) 내가 내 일을 묵묵히 하고 내가 좋은 공연을 위해 노력하면 누군가는 보러 와준다는 것을 느꼈어. 기자님도 내 그런 모습을 봐주신 것 같아.

형 작품을 2개 봤는데. 둘 다 원작이 있는 고전이었어요. 작품의 색깔이나 표현 방식이 사실주의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고.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이 모두 고전을 바탕으로 한 작업으로 알고 있는데 창작극 작업에 대한 호기심이나 욕심은 없나요?
동일
있지. 지금은 윤성호 작가랑 창작극 작업을 준비하고 있어. 국립극단 연출가 워크숍에서 만났는데 그 사람자체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가까워졌고 작업을 함께 해보고 싶어져서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어.(웃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젊은 연출가들이 생각보다 젊은 작가와의 관계가 밀접하지 않은 것 같아. 나 역시 그래서 창작극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젊은 작가들도 젊은 연출들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는 것 같고. 작가도 많고 연출도 많은데 서로 잘 몰라서 작업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저번에 다른 연출이랑 이런 얘기 나누다가 내년에 젊은 작가와 젊은 연출들을 매칭하는 페스티벌을 해보면 어떨까 얘기도 나눴었지.(웃음)
재밌겠다. 그런 면에선 나도 고민이 많았었던 것 같아요. 작, 연출을 하거나 아니면 작가와 연출로서 짝을 이뤄서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반면에 나는 글을 써보려고 해도 글은 못쓰지, 짝도 없지.(우울) 그러다보니 오래전에 돌아가신 분들(고전)의 대본들에만 기웃거리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웃음)
동일
비슷해!
작, 연출하는 연출가들이 굉장히 많은데, 나는 ‘작’을 못하니까. 물론 몇 줄 끄적거리다가 집어치웠지. 하하. ‘이것은 내 영역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내 나름 정말 열심히 하지만... 작, 연출을 같이하는 작업자를 보면 그러지 못하는 내가... 역시... 뭐랄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 같아. (웃음) 하루가 다르게 ‘격하게 변해가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그 때 그때 자기언어로 풀어내는 것. 그런 면에 있어서 반응 속도가 다르달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듯.(웃음) 어떨 땐 괜히, 고전 작품을 기웃거리고 있는 내 꼬라지가 촌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그러나보니...
동일
(격하게 공감하며) 나도. 나도. 그러다보니 듣는 말이...
정, 동일
(동시에) 올드하다! 푸하하.
동일
나도 엄청 많이 들어.(웃음) 나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별로 없어. 근데 작 연출을 하는 것이 유행? 혹은 대세처럼 되었잖아. ‘연출을 하려면 극작에 대한 능력도 있어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생기더라고. 나도 시도 해봤지. 뭐... 글을 써봤자. 한 두 글자?(웃음) 근데 (써놓고 보니) 아닌 것 같아. 이건 아닌 것 같아.(웃음) 접었지. 굳이 되지도 않는 걸 내가 억지로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기존에 있는 작품들을 내 방식대로 지금의 이야기로 끌고 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나는 텍스트의 힘을 굉장히 믿는 편이고 텍스트가 가진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 존중하려고 해. 본질을 지키되 그 안에서 시대와 맞닿아있는 부분을 찾으려고 하는 거지.
형 이야기 들으니까, 갑자기 내가 했던 고민이 생각나네. 나는 재작년에 정식으로 데뷔를 했는데, 그것(<베르나르다 알바의 집>)도 원작이 워낙 강한 작품이었어요. 근데 공연을 잘 끝마치고서 누워있는데 문득 ‘이 작업에서 연출로서 내 역할은 무엇이었나.’ 하는 질문이 강하게 들어오더라구요. 고전과 한 판 붙었을 때 결국 그 싸움에 져서 내가 사라져버린 느낌이랄까? 이미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무혈입성’한 느낌?(웃음) 아무튼, ‘연출을 과연 예술가라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에 빠져있던 시간이 있었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지만.(웃음)
동일
나도 작년에 가보톰파 만나면서 (국립극단 연출가 워크샵에 참여하면서) 영감을 얻고 자극을 받았던 것 같아. ‘연출은 프로덕션이 꾸려지고 나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 이미 연출은 배우들을 만나기 전에 작품의 콘셉트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건물을 짓듯이 차곡차곡 작품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들었지. 연습과정에서 즉각적으로 자극을 받아서 그때그때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연출의 탄탄한 설계가 바탕이 된 틀 위에서 배우들과 자유롭게 만나는 것. 그게 연출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 면에서 이야기 하자면 지금 연극계에서 젊은 창작자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당연히 반가운 현상이지만 젊은 연출들도 지금부터 튼튼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해. 내가 했던 작품들을 재공연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고. 계속 수정 보완해 나가면서 레퍼토리가 될 수 있을 만한 단단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 거지.

형은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무대에 올리고 싶어요?
동일
평범한 소시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 삶을 그저 살아가기에도 급급한 사람들의 이야기.
30대를 지나가면서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 근데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살아가기에도 벅찬 세상이 되고 있고 결국에는 잘못된 시스템 속 약자의 자리에서 계속 머물러 있는 것 같아.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 같아. 그런 이야기들을 그로테스크하게 혹은 우화적으로 풀어내고 싶어.
이제 데뷔한지 4년 정도 지난 거네요. 뜬금 질문! 형은 연극이 재미있어요? 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동일
보이지 않는 것들. 그것을 보이게끔 만드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을 무대 위에 드러나게 하고 그것을 통해 사유하게 하는 것. 그게 매력인 것 같아. 예를 들면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랄 할 때였어.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갈기갈기 찢기고 왜곡 당해서 인생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한 여자의 모습을 어떻게 무대 위에 연극적으로 구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어. 그것을 주인공의 움직임과 함께 입은 옷이 누군가에 의해 무참히 찢겨져 나가는 장면으로 시각화 했지. 그걸 본 관객들이 그 장면을 통해서 그 사람이 겪은 고통에 공감해주고 장면의 의도를 알아주더라고. 와~(웃음) 이게 재밌는 거야. 소설에서 글로 표현된 어떤 순간을 무대 위에서 상징적이고 연극적으로 풀어내는 그 순간 자체가 너무 재밌는 것 같아. 그 맛에 하는 것 같아.
그리고 또 하나는 또래의 창작자들 때문인데. (정)진새 형이나 (민)새롬이 형 같은 되게 건전한 형들을 보면서 느끼는 게 많았어.
건전한 형들.(웃음) 이거 꼭 써야겠다. 하하
동일
그 분들은 자기의 연극작업에 대한 고민도 많지만 ‘지금 우리의 연극’에 대한 고민도 많은 것 같아. 올바른 방향으로 바뀌길 바라는 것 같고. 그 고민이 진심이라는 게 느껴져. 내 또래인데 그런 생각을 갖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해. 정말 쉬운 일이 아니거든. 동시대에 이런 동료들이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한 것 같아.
나도 사회적 활동으로서의 연극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직접적으로 참여하진 못했어. 광화문 블랙텐트나 검열문제에 대한 대응활동이 있을 때도 나라는 연출을 아무도 모를 텐데 뜬금없이 가서 ‘함께 하고 싶습니다.’ 하고 말이 선뜻 안 나오더라고. 저번 연극인 연석회의 때도 함께 도와줄 사람 손들라고 했을 때도 손을 90%정도 들었어.(마음으로) 결국, 그때 이야기 못하고 이틀 뒤에 이해성 연출님한테 연락드려서 ‘저 연출하는 신동일이라고 하는데 함께 하고 싶습니다.’ 말씀드렸지.
프랑스에서 공부하면서 연극적 사회활동에 대해 많이 접했던 것 같아. 그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느끼기도 했고. ‘나도 한국에 들어오면 그런 일을 해야겠다.’ 하고 생각하기도 했었고. 그리고 여기 와서 주변에 활동하고 계시는 멋진 선배님들도 뵙고. ‘이제 내가 스스로 참여해야겠다. 나도 연극판을 좀 더 멋지게 만드는데 일조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는 상태지.
마지막 질문! 신동일에게 연극이란?
동일
글쎄... 오늘 질문 중에 가장 어려운 질문인 듯하네... 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웃음) 우리에게 여전히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것.’ 아무리 기술, 매체 등등 많이 발달한다고 해도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사회적 기능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해. 그런 점이 예술지상주의를 꿈꾸는 나에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져.(웃음)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신동일(극단 탐구생활 연출가)

대표작
<카타리나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변신> <라이겐>

태그 신동일, 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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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

김정 연출가
'프로젝트 내친김에' 연출

주요작품 <광장의 왕>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꿈> <손님들> 외
shinji8406@naver.com
제115호   2017-05-1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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