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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보다 빨리 마케팅이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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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뜻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가 요즘 화두다. 아니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혹은 화두가 되고 싶어한다. 요즘 마케팅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ORION YOLO' '욜로햄' 'YOLO빙수' 'YOLO보다 YOLA 먼저' 'YOLO 모발이식' 'YOLO 인테리어 조명' '낯선 땅에서 참된 행복을 만나는 YOLO 여행'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온갖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YOLO가 화제가 된 것은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에서 인상적인 에피소드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혼자 아프리카를 여행 중인 미국인 여성 여행자가 배우 류준열에게 들려준 단어인데 시청자들에게 울림이 컸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 케어' 홍보 동영상에서 “YOLO, man”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오면서 더 이슈가 되었다.

불과 6개월 만에 YOLO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그런데 그 쓰임새는 이전의 '웰빙'이나 '힐링' 등의 쓰임과 그리 다르지 않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내야 하고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선망을 세워야 하는데 거기에 YOLO만큼 적절한 것은 없었다. 1990년대의 '신세대' 혹은 'X세대' 2000년대 초반의 '밀레니엄세대'라는 말처럼 마케팅에 남용되면서 YOLO는 벌써 영혼 없는 흔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YOLO가 이렇게 흔하게 쓰이는 것과 별개로 YOLO의 의미는 강하게 재해석되었다. 무료한 일상을 단숨에 버리고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훌쩍 떠나는 것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YOLO가 마인드의 전환이 아니라 결단의 산물인 것처럼 과포장 되었다. 그리고 인생 급변침을 감행하라는 주문처럼 사용된다. 그런데 YOLO의 이런 오남용에서 어렴풋이 산업화 시대의 유산이 보인다.

산업화 시대의 부산물 중 하나는 향락문화다. 1년 365일을 근면하게 살아야했던 산업화 전사들은 하루 날을 잡아서 놀 때도 전투적으로 놀았다. 그 하루 동안 1년 동안 쌓인 회포를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금수강산을 수놓은 각종 가든 등에서 이런 향락문화의 유산을 볼 수 있다. 더 먹을 수 없을 만큼 먹고 더 마실 수 없을 만큼 마시며 놀았던 흔적이 그 시대를 증거 한다. YOLO는 그때 그 잔칫상이 해외여행으로 바뀐 것 정도다.

우리의 레저가 아직도 제자리에서 공전하고 있다는 것은 캠핑문화로도 확인할 수 있다. 포만감으로 보상받는 휴식의 방식이 캠핑문화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많은 캠퍼들이 캠핑을 가도 캠핑장을 벗어나지 않는다. 캠핑장에서도 자신의 텐트를 벗어나지 않는다. 텐트에서도 화롯대와 버너 앞을 벗어나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먹방 캠핑이다. 외국에서는 캠핑의 방점이 캠핑 가서 하는 액티비티에 찍힌다. 하지만 우리는 텐트 설치와 철수를 제외하고 캠핑장에서 하는 행위의 대부분은 식사다. 그래서 캠핑 준비는 식단 준비가 우선이다.

다시 YOLO 이야기로 되돌아가 보자. YOLO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국의 래퍼 드레이크다. 2011년 그는 ‘더 모토’(The Motto)에서 ‘You only live once: that’s the motto nigga, YOLO'라는 가사로 YOLO의 개념을 알렸다. 그 2011년에 국내에서도 이미 YOLO의 맹아가 싹텄다. 다만 이름이 조금 달랐다. '제주 문화 이민'이라는 이름으로 3040세대의 제주 집단 이주가 시작되었다.

시작은 제주올레였다.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그 길옆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카페를 만들어 다른 올레꾼의 발걸음을 붙들었다. 이후 밥집과 술집이 들어서면서 제주는 '확장된 도시'가 되었다. '홍대옆 제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제주에 이런 아지트가 생기면서 제주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더욱 잦아졌다. 단순히 관광지를 놀러가는 것이 아니라 아는 사람을 찾아가는 마을이 되었다.

제주로 삶의 근거지를 옮긴 사람들의 생각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성이 있었다. 바로 '인생 중간 정산' 개념이었다. 지금 이런 식으로 계속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은 너무나 허무하다는 개념이었다. 이들은 속도를 늦추고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평생직장이 아닌 인생 2모작, 인생 3모작 시대라고 생각한 그들은 과감히 경작지를 바꾸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찾았던 제주에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취미를 직업으로 승화시키며, 새로운 삶을 개척하게 되었다. YOLO의 주문과 정확히 일치한다.

YOLO는 인생의 모험이다. 그런데 그 모험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촐라체 등정 중 크레바스에 빠진 후배를 구하고 『끈』이라는 에세이를 쓴 산악인 박정헌 대장은 산악인의 모험을 이렇게 정의했다. “산악인이 고산 등정을 할 때는 산을 오를 용기가 났을 때가 아니라 산을 오를 수 있는 계산이 섰을 때다. 모험은 위험에 대한 계산이 섰을 때 하는 것이다. 계산되지 않은 모험은 용기가 아니라 무모함이다.” YOLO에 대해서도 비슷한 공식을 대입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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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시사저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나 '삼성기사 삭제사건'에 항의해 6개월 동안 파업을 벌인 후 사표를 내고 동료들과 시사IN을 창간했다. 블로그 '독설닷컴'으로 인터넷 논객 활동을 시작했으며 요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dogsul | 페이스북 facebook.com/dogsuldotcom
제119호   2017-07-06   덧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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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06
욜로, 혼밥, 혼술, 캠프닉, 혼캠족, 브라운칼라, 제주이민.. 어떻게든 새로 팔 거리를 찾는 마케팅 업계의 염원이 담긴 신조어와 신풍속들. 뭐든지 프레임화되는 삶의 양식. 성냥갑에 갇힌 듯 답답해집니다.

2017-07-07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