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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비엔날레는 단풍축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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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비엔날레에 대한 이런저런 비난 기사를 보았다. 가을에 단풍축제처럼 흔한 비엔날레에 하나가 더 보태졌는데, 가보니 성급한 치적 사업이었고, 비엔날레라는 급에 미치지 못하는 전시였다는 내용이었다. 15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는데 볼만한 작품이 없고 작가들이 신작을 내놓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과연 그럴까?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시절 뇌과학과 예술을 접목시키는 실험을 하고 지리산프로젝트로 대지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 김지연 예술감독 콤비가 벌인 일이라, 의문과 기대와 걱정을 품고 제주비엔날레를 찾았다. 특히 일본군 공군기지 격납고를 활용한 알뜨르 전시와 저지리예술인마을의 제주현대미술관 전시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제주비엔날레를 비난하는 맥락은 성급하게 진행해서 비엔날레 흉내를 내었는데 비엔날레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 비난을 안고 제주비엔날레를 돌아본 후, 비엔날레라는 것이 무엇인지, 비엔날레는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비엔날레는 관람객에게 어떤 경험을 주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지역 경제의 관점에서, 비엔날레가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부흥에 효용이 없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이 부분까지 생각해 볼 겨를은 없었다.

제주비엔날레는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 질문을 던지는 방식은 어떤가? 그 질문은 우리에게 무엇을 생각하게 하는가?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전시회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생각할 더미를 듬뿍 떠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제주비엔날레의 테마가 ‘투어리즘’이었는데, 여행에 대해서 제대로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한다. 보기 좋은 풍경구에 그럴싸한 예술작품 놓아두고 인스타그램 명소로 만드는 방식이 아닌, 투어리즘에 대해 성찰하도록 이끌었다.

특히 알뜨르의 격납고 전시는 신의 한 수였다. 알뜨르는 일제시대 일본군이 군사 공항으로 쓰던 곳이다. 제주비엔날레는 이중 격납고를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이전에도 알뜨르에 답사를 왔던 적은 있지만 이번만큼 격납고를 많이 둘러보았던 적은 없었다. 작품을 보기 위해 열 개 이상의 격납고를 둘러보았다. 격납고를 둘러보면서 자연스럽게 태평양전쟁 그리고 이를 넘어서 중일전쟁 러일전쟁 청일전쟁까지 이야기가 확장되었는데 이전의 답사가 얼마나 주마간산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제주비엔날레 알뜨르 전시장의 김응용 프로젝트 매니저는 격납고가 오랜 시간 농민들의 쓰레기장으로 방치되어 있어서 전시를 위해 엄청난 분량의 쓰레기를 치웠다고 했다. 우리가 ‘기억의 의무’를 져버리는 사이 그렇게 일제의 잔재는 현재의 흉물이 되어 있었다. 따로 시간을 내어 격납고 외의 지하벙커나 동굴진지도 둘러보았다. 둘 다 방치되어 있었다.

진짜 소름이 끼쳤던 것은 일본 신사의 토리이(우리 절의 일주문 비슷한 신사 입구의 구조물로 ‘신의 영역’을 표시한다)로 보이는 기둥이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관제탑으로 쓰였던 시설의 콘크리트 기둥이었는데 전형적인 토리이 모양이었다. 김응용 매니저는 현장에 왔던 일본 아이모리박물관 직원도 신사에 있는 토리이와 비슷하다고 했다고 귀뜸했다(실제로 근처에 일제시대 신사터가 있다). 가운데로 산방산이 보이는데 지도로 선을 그어보면 일왕이 있었던 황궁 방향을 향한다. 그 콘크리트 기둥을 둘러싼 역사의 진실이 궁금했다.

역사의 어두운 부분을 되새기는 여행을 ‘다크 투어리즘’이라고 한다. 조심스럽게 역사의 어둠을 더듬는데, 어둠은 무겁다. 그 어둠에 빛깔을 더하는 것이 예술이다. ‘투어리즘’이라는 테마를 내건 제주비엔날레가 알뜨르의 무거움을 예술로 중화해 여행에 격을 더했다. 명명하자면 ‘다크 초콜릿 투어리즘’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시물을 따라 역사의 잔해를 둘러보면서 자연스럽게 좋은 곳 보고 맛있는 것 먹고 재밌는 것 해보는 것 외에도 여행의 모형이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제주현대미술관에 가니 더 깊숙이 투어리즘을 성찰했다. 제주의 ‘다크 투어리즘’ 테마는 이념을 빌미로 수만 명의 제주도민을 학살한 4·3사건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운데, 기획진은 제주 4·3을 고발하는 작가들과 광주 5·18을 을 기억하는 작가들을 함께 여행하게 해서 공동 작업(기억 여행)을 진행시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종 청소가 있었던 르완다 지역을 여행한 정연두 작가의 동영상을 상영한다. 그리고 가난의 풍경이 여행자들의 구경꺼리가 되는 모습을 작업으로 옮긴 작품을 보면서 ‘관광의 그늘’을 생각하게 한다. 그 무거움이 마음을 짓눌렀다. 최소한 단풍축제를 돌아본 소회는 아니었다.

태그 제주비엔날레, 단풍축제, 고재열, 리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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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시사저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나 '삼성기사 삭제사건'에 항의해 6개월 동안 파업을 벌인 후 사표를 내고 동료들과 시사IN을 창간했다. 블로그 '독설닷컴'으로 인터넷 논객 활동을 시작했으며 요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dogsul | 페이스북 facebook.com/dogsuldotcom
제127호   2017-11-09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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