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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1987>을 관람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마치 대응이라도 하듯 영화 <강철비>를 관람했다. 언론은 이를 두고 정치인들이 영화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좌우를 나누기 좋아하는 정치인과 언론 덕분에 영화도 '좌파 영화'와 '우파 영화'로 나뉘게 되었다.

하지만 <강철비>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의 전작은 고 노무현 대통령을 다룬 <변호인>이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얘기인가? 영화적 흥행으로 보면 승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 관람 다음월요일 <1987>이 개봉 후 처음으로 <신과 함께>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수위를 차지했다.

<강철비>가 우파 영화로 분류될 이유도 없다. 힘의 논리보다 대화와 소통을 중시하는 이 영화는 자유한국당의 대북관과 거리가 있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영화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시대상을 다룬 사회적 영화의 경우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개봉 전쟁과 함께 사회적 영화가 감당해야 할 또 하나의 전쟁이다.

실제 흥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남한산성>과 <범죄도시>의 상반된 흥행 성적은 개봉 당시 사회 분위기와 상관관계를 읽을 수 있다. <남한산성>은 압도적인 적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기본 정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될 당시(2017년 10월)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압도적인 적(박근혜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을 하던 시점이었다. 영화의 정서와 사회적 정서 사이의 괴리가 있었다. 반면 마동식이 강한 형사로 나와 무도하다 싶을 정도로 조직폭력배를 소탕하는 <범죄도시>는 적폐청산과 궤를 같이한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역대 북미 흥행 1위를 갈아치웠다. 반란군이 제국 군대에 밀려 우주판 삼별초 항쟁을 하고 있는 모습은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후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이 느끼는 열패감을 자극하고 있지 않을까? 블록버스터 특유의 스펙타클은 약한 반면 페미니즘 등 진보적 가치를 담고 있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흥행은 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시 정치와 영화 이야기로 넘어와 보자. 영화 <1987>의 배경이 되는 1980년대는 정권이 3S 정책을 폈던 시대다. 스크린 스포츠 섹스가 대중의 우민화를 위한 카드로 활용되었다. 그 오욕의 시대를 <1987>은 영화적으로 소환하여 대한민국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묻는다. 태극기를 손에 쥐고 애국가를 부르며 애국을 논할 수 있는 자격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시대에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순수예술은 마냥 순수하고 참여예술은 정치적이라 불순한 것이 아니다. 박정희 정권은 미술분야에서 단색화를 지원했다. 그렇게 해서 민중미술을 누르려고 했다. 순수예술의 사용은 정치적이었고, 민중미술은 정치적 박해의 대상이었다. 그 단색화단을 다시 복권시키려고 했던 것이 바로 박근혜 정권이다. 민중미술 화가들은 '수난 2대'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격렬하게 창작의욕을 불태웠다.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그들은 분노의 붓질을 멈추지 않았다.

<1987>의 흥행 전에 <택시운전사>가 있었고 그 전에 <변호인>이 있었다. 이런 영화의 흥행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역사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밝혀주는 것이다. 더불어 역사의 가짜 주인공들이 우리 역사를 주도해 왔음을 밝힌다. 사정기관의 적폐청산과는 결이 다른 사회적 적폐청산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 <1987>에서 장준환 감독은 모험적인 서사를 구사한다. 영화 전반부와 중반부 그리고 후반부의 주동인물이 다르다. 한 편의 영화에 세 개의 서사를 연결한 것이다. 이 모험적인 서사가 보여주는 것은 역사의 주인공은 우리 모두라는 것이다. 각각의 주인공들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 입니다'라고 말하며 역사의 바통을 다음 주자에게 이어준다. 그렇게 용기를 낸 개인의 합으로 진실이 밝혀진다. 감독은 '영화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우리 차례다.

태그 대중문화, 시대정신, 고재열, 리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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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시사저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나 '삼성기사 삭제사건'에 항의해 6개월 동안 파업을 벌인 후 사표를 내고 동료들과 시사IN을 창간했다. 블로그 '독설닷컴'으로 인터넷 논객 활동을 시작했으며 요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dogsul | 페이스북 facebook.com/dogsuldotcom
제131호   2018-01-1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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