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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상업화’를 도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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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장애인 화가였다. 그를 포함한 일행과 함께 전시회 뒤풀이를 위해 고깃집에 갔는데 삼겹살을 거의 집어 먹지 않았다. 곁들여 나온 야채만 먹거나 얼린 고기에서 나오는 찌꺼기가 열에 굳은 것을 집어 먹었다. “왜 그런 것을 드시느냐 고기를 드시라”라고 했더니 자기는 그걸 더 좋아한다고 했다.
장애인 화가가 좋아했다는 고기 찌꺼기는 어머니의 생선 대가리 같은 것이었다는 걸 오래지 않아 알게 되었다. 그 장애인 화가의 그림을 포함한 그림들로 후원 전시회를 열어주었던 갤러리 관장은 우리를 기만했다. 전시회를 잘 아는 지인이 정산 자료를 검토하더니 그림값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지적해 주었다. 다시 확인해 보니 천만 원 정도가 덜 들어와 있었다. 자료를 들이밀자 관장은 착오가 있었다며 차액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관장의 그런 행태를 보니 그 갤러리 전속 작가였던 장애인 화가가 고기를 집어 먹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런 자리에 불려 나올 수밖에 없지만 눈치를 봐야 하는 그의 입장이 소심한 젓가락질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 장애인 화가와 마찬가지로 많은 작가가 대인 관계에 소극적이더라도 그런 불편한 자리에 나오게 된다.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 복지가 요즘 화두인데 예술의 상업화도 같이 진행되었으면 한다. 예술은 상상력을 확장해주는 것이라는데 그 상상력 안에는 상업성도 있을 것이다. 예술가들이 예술 활동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열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술가들을 위한 비즈니스 플랫폼이 필요하다. 그래서 에어B&B를 닮은 아트B&B를 머릿속으로 구상해 보았다.
에어B&B에 언제든 구할 수 있는 방이 널려 있듯이 예술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든 받을 수 있는 아트B&B를 만드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예술 서비스를 올려 두고 가능한 시간과 받았으면 하는 금액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예술가를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원하는 비용대로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것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뮤지션들이 자신들이 공연할 수 있는 시간과 금액을 명시하는 플랫폼이다. 에어B&B에 숙소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고 예약 가능한 날짜와 금액이 나와 있어서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숙소를 구하는 것처럼 뮤지션이 자신의 음악을 소개할 수 있는 동영상 등을 올려 두고 공연 가능한 날짜와 금액을 올려두면 섭외하고 싶은 곳에서 연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의 상업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인테리어 감각이 좋은 화가는 ‘미술감독’으로서의 용역을 제공할 수 있다. 새롭게 레스토랑을 열려는 사람에게 인테리어 컨설팅을 해주고 비용을 받는 것이다. 1천만 원을 더 들여 인테리어 비용을 더 쓰는 것보다 ‘미술감독’에게 1백만 원의 컨설팅 비용을 주고 1억 원의 효과를 볼 수 있다면 시도해볼만 하지 않을까? 인테리어라는 기술의 영역에 있는 산업을 예술의 영역으로 승화시켜 보자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예술 소비자들이 ‘가장 예술적인 것이 가장 상업적인 것이다’는 것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 이 플랫폼의 목적이다. 우리는 예술을 감상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소비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예술 소비가 삶의 질을 혹은 서비스의 질을 높여준다는 것을 체험하면 돈을 지불하고 예술을 소비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정체된 예술 시장의 활로가 될 수도 있다.
예술가들이 이런 플랫폼에 자신을 소개하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입력해 둔다면 각종 공모전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공모전을 주최하는 곳과 플랫폼이 서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버튼 하나로 정보를 보낼 수 있게 해준다면 예술가들이 공모전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들이는 품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에어B&B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에서 통용되는 진리는 양이 곧 질이라는 법칙이다. 서비스의 규모가 커질수록(사용자의 경험치가 높아질수록) 서비스의 신뢰도도 그에 비례해서 커진다는 것이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IT 기술도 결합할 수 있다. 이를테면 블록체인 기술과도 결합이 가능하다. 이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예술 소비 행위에 대해 가상화폐로 환산해 축적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마케팅 기술과 IT 기술까지 결합해서 예술의 상업화를 도모하는 목적은 하나다. 그 장애인 화가가 눈치 보느라 억지로 모임에 나가서 또 눈치를 보며 고기를 먹어야 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다. 예술가들이 기본적인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이런 플랫폼을 개발한다면 예술가들과 함께 예술 소비를 경험한 국민들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태그 고재열,예술,상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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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시사저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나 '삼성기사 삭제사건'에 항의해 6개월 동안 파업을 벌인 후 사표를 내고 동료들과 시사IN을 창간했다. 블로그 '독설닷컴'으로 인터넷 논객 활동을 시작했으며 요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dogsul | 페이스북 facebook.com/dogsuldotcom
제151호   2018-11-08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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