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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칼럼] 관객 서비스 발전의 씨앗, 컴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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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활성화되고 공연장이 늘어남에 따라 극장을 관리하고 관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공연을 진행하는 하우스 매니저의 전문적인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중들에게 하우스 매니저란 직업은 생소하다. 부모님께서도 친구분들을 만나 “우리 딸은 하우스 매니저야”라고 소개하면 어느 도박장(하우스)에 다니는지 물어보시니 말이다. 공연 진행에 들어가기 전 조회일지를 작성하고,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공연장으로 향할 때, 종교는 없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에게 속으로 항상 기도한다. 오늘도 무탈하게,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공연을 진행하면 1회에 평균 600명, 주말에는 1,200여 명의 관객을 만나게 된다. 극장을 찾는 이 모든 관객이 만족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극장의 설비, 시스템 혹은 관객끼리의 마찰로 인해서 컴플레인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지금까지 근무하며 겪었던 기억에 남는 관객 컴플레인의 사례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매니저님, 손님께서 오렌지 알레르기가 있는데 주변 어딘가에서 오렌지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오렌지 알레르기? 모든 과일을 잘 먹는 내게 오렌지 알레르기는 너무 생소했다. 우선, 손님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오렌지향만 맡아도 알레르기 반응이 온다고 한다. 난감했다. 주변에 있는 손님들 가방을 일일이 열어서 오렌지를 원료로 만들어진 식품이 있는지 확인할 수도 없는 일. 어떻게 조치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극장 내 공조 시스템을 돌려 환기를 시키고, 손님의 자리를 이동시켜 줄 수 있음을 설명했다. 다행히도 손님은 이를 수용했고, 자리는 이동하지 않겠다고 했다.

공연장 내부의 온, 습도는 하우스 팀에서 민감하게 관리하는 항목 중 하나이다. 20분 간격으로 지정된 곳에서 온도를 체크하여 무전으로 보고 받는데, 극장 설비 상 의자 바로 아래에서 공기가 나오도록 되어있어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겨울보다 에어컨의 찬 바람이 나오는 여름이 온도를 조절하기 어렵다. 대극장에서 연극을 진행하는 중이었는데, 쉬는 시간에 60대의 중년 남성분이 손을 번쩍 들어 검지 손가락을 까딱이며 안내원을 호출했다. 빛의 속도로 달려간 안내원은 이내 울상이 되어 돌아왔다. 남자 손님은 함께 온 여자 손님이 춥다며 담요를 요청했는데, 극장에 보유하고 있는 담요가 없다고 답변하니 화를 내며 “그럼 아가씨가 출근할 때 입고 왔던 옷이라도 가지고 와!” 라고 큰소리를 냈다고 했다. 당시 극장에는 관객에게 제공하는 담요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사무실에서 개인 담요를 가져오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지만, 퇴근길에도 관객의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관객도 중요하지만, 함께 근무하는 근무자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도닥여 주는 것도 하우스 매니저가 신경 써서 해야 할 일 중 하나이다. 극장의 설비 상 매년 이런 일이 발생할 텐데 사계절 내내 담요를 제공하는 것이 솔루션이 될 수 있겠다 싶었고, 바로 담요 제공 서비스를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추위를 많이 타는 관객만이 아니라 짧은 옷을 입은 관객까지 쾌적하고 편하게 공연 관람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뮤지컬 1부가 끝나고 인터미션 때 있었던 일이다. 사실, 공연 시작 전보다 인터미션이 제일 긴장되는 시간이다. 인터미션 때는 타인의 관람 에티켓에 관한 컴플레인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안내원들도 인터미션이 없는 공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 정도다.) 30대 초반의 한 여성 관객이 나에게 와서 조용히 말했다. “저기요, 제가 지금 너무 화가 나서 그러는데 대신 말씀 좀 해주세요. 제 옆에 앉아계신 B구역 8열 6번 남자분이 공연 내내 일행분과 말씀을 나누시고 몸을 움직여서 주의를 드렸으나 전혀 개선되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 다시 말씀 드리면 그분과 싸울 것 같아, 화장실 다녀올 테니 그분에게 대신 꼭 전해주세요.” 엄청난 시한폭탄을 던져주고 가는 관객. 자리까지 정확하게 특정했으니 이 부분은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 이런 핵폭탄은 하우스매니저가 직접 짊어지고 가는 편인데, 역시나 B구역 8열 6번 손님의 저항 또한 대단했다. 그렇게 말한 사람이 누구냐며, 당장 알려달라며 객석에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때마침 옆자리에 손님이 돌아와서 앉아 있었다. 식은땀이 났다. 좋게 마무리하려 해도 2부 공연 시작이 불가할 만큼 날 잡고 놔주지 않았다. 이런 경우 관객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는다. 게다가 하필이면 600석 만석. 이쯤 되면 상황은 꼬일 대로 꼬인 꽈배기 같았다. 이때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 일어났다. 이 공연의 주 관객층이 50~60대였는데, B구역 8열 관객이 너무 막무가내라며 나에게 동조하는 객석 분위기가 만들어지더니, 직접적으로 상황을 제지하는 동년배 관객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소수였던 나의 입장이 다수로 전환되었다. 그 관객은 주위 분위기에 압도당해 조용해졌고, 부랴부랴 2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우스를 운영하다 보면 이 외에도 상상할 수 없는 수많은 일이 발생한다. 가끔은 머리가 아득해질 때도 있지만, 지나고 보면 컴플레인이 꼭 나쁘고 두려운 것만은 아니다. 특정한 컴플레인이 반복되면 극장 실무진들이 모여 새로운 해결방법을 찾고, 그 솔루션이 극장의 새로운 시스템으로 정립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주말에는 집회로 교통이 통제되는 일이 잦아 공연의 시작 딜레이가 빈번하다. 공연 중 지연관객 입장으로 인한 분위기 저해도 덤으로 따라온다. 이를 방지하고자 주말 집회가 있을 경우 예매자들에게 당일 오전에 집회 내용과 함께 대중교통 이용을 요청하는 SMS 전송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지연관객과 관련된 컴플레인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컴플레인은 언제나 하우스 매니저의 큰 과제이다. 모든 관객을 만족 시킬 수 없지만, 최대한 관객을 만족시키고자 치열하게 노력한다. 오늘도 극장 서비스는 관객의 컴플레인을 밑거름 삼아 발전하고 있다.

태그 하우스 칼럼, 컴플레인, 권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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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율아

권율아 하우스 매니저
하우스 어셔 아르바이트로 공연장에 처음 발을 들여 지금은 서울 중심권의 극장에서 7년째 하우스 매니저로 재직 중이다. 장애인 관객 서비스 및 접근성 향상에 대해 관심이 많다.
slavm1305@naver.com
제160호   2019-05-30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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