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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은 다 같은 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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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에 걸친 공연이 끝났다. 작년부터 인기가 좋았던 공연답게 올해도 많은 관객이 찾아주셨고, 만석인 날도 여럿이었다. 거의 매회 단체 관객이 있었고, 러닝타임도 120분을 넘어 자연스럽게 몇몇 ‘관크(관객 크리티컬)’ 사례들이 발생했다. 하우스 팀을 긴장하게 만드는 3주였지만, 그럼에도 늘 그랬듯 무대의 조명은 꺼지고 공연은 막을 내렸다.
요즈음 주변을 둘러보면 관객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남산예술센터처럼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 극장에서 관객에 대한 논의를 깊이 있게 하는 것은 간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하우스 어셔로서 관객에 대한 생각을 말해보자면, 관객은 ‘다 똑같은 관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하우스 일을 하다 보면 겪게 되는 관객들이 있는데, 똑같은 객석에 앉아 있지만 조금은 다른 사람들―바로 ‘연극계’라는 곳에 속해 있는 일부 기성 ‘연극인’ 관객들이 그러하다.
‘일부’, ‘기성’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연극계’라는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인 단어가 자칫 모든 ‘연극인’을 지칭하는 것처럼 보일까 우려되어, 이 글의 사례들은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는 것을 밝힌다. 그러나 이런 구구절절함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특히 이 단어를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연극in’이라는 이름을 가진 플랫폼에서 논의해보기에 충분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 극장이나 시간이 지나도 회자되는 ‘관크’ 사례들이 있을 것이다. 남산예술센터에서 근무해 온 3년 반 동안에도 회자되는 사례들이 있다. 일반 관객의 사례부터 어느 정치인의 지각으로 공연이 딜레이된 사례도 생각이 난다. 그러나 언제나 먼저 기억이 나는 사례들은 일부 ‘연극인’들의 사례다. 그 사례들이 더욱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사례 자체가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이 연극이 상연되는 극장에서 그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에 대한 충격과 실망 때문일 것이다.
어떤 연극인은 술에 만취한 채 극장에 와서 자신을 제지하려는 하우스 어셔들에게 ‘자신이 누군지 모르냐’라고 하기도 하였고, 또 다른 연극인들은 지정된 좌석이 아니라 본인에게 편한 자리에 앉겠다고 고집한 사례들도 있었다. 어느 극장이나 비지정석이 아닐 경우 티켓에 발권된 좌석에 앉는 것이 원칙임에도, 본인 좌석으로 이동해주실 것을 요청한 안내원을 되레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융통성이 없는 사람 취급을 하기도 했다.
남산예술센터 객석 (사진출처: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
티켓을 발권받고, 극장 문 앞에서 수표를 하고, 객석에 앉는 사람은 누구나 관객이 된다. 하우스 팀에게 관객은 열 명이든, 백 명이든 다 똑같은 관객이다. 티켓에 찍힌 일련의 좌석번호는 알파벳과 숫자에 불과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무엇이 이런 사례를 낳는 것일까? 결국 자신은 다른 관객들과 다르다는 의식, 자신은 일정한 위치에 놓인 사람이고, 극장이라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그러므로 그렇게 해도 된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사회의 모든 것이 그렇듯, 극장에도 약속된 것들이 있다. 극장엔 티켓을 소지하고 들어와야 하고, 티켓에 적힌 번호에 맞추어 착석하는 등의 행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공연을 만든 연출이라 하더라도, 극장의 직원이라 하더라도 객석에 앉을 때는 티켓을 발권 받는다. 이러한 것 외에도 극장은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수많은 약속이 존재한다. 물론 어떻게 보면 귀찮은 과정일 수 있고 형식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럴 때 우리는 한 번 이 약속의 본질―이 약속이 왜 생겨났는지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특정 개인의 편의만을 위해 객석이 다른 의자로 바뀔 수는 없다.
공연을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극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이러한 일들은 실망과 당혹스러움을 남긴다. 공연을 아끼고 좋아하기에, 공연을 보러 온 일반 관객분들의 ‘관크’보다도 똑같이 공연을 아끼고 좋아했기 때문에 ‘연극인’이 되었을 사람들의 ‘관크’가 더 마음에 남는 것이다.
이 투박하고 짧은 글이 일부인 그들에게 가닿을지 모르겠지만, 소망해본다. 부디 ‘연극계’의 사람으로서 극장의 일개 스태프인 나보다 공연을 잘 알고, 극장을 잘 아는 만큼 그 위치에서 좋은 본을 보여주시기를. 공연을 아끼고 좋아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이제 곧 남산예술센터의 2019년 마지막 시즌프로그램 <휴먼 푸가>가 무대에 오를 것이다. 그때에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성숙한 관극 문화 속에서, 공연에 대한 좋은 담론들이 탄생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진정 공연을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가 뜻 깊은 시간 속에서 좋은 감상을 가져가기를 바란다.

태그 남산예술센터, 하우스 어셔, 윤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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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희

윤소희
2016년부터 남산예술센터에서 하우스 어셔로 근무하고 있다. 2018년부터 삼일로창고극장에서도 함께 근무하고 있다.
https://www.facebook.com/sohee.youn.52
제171호   2019-11-0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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