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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예술가들의 무덤?
예술과 정치

고재열_시사IN문화팀장/블로그‘독설닷컴’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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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전히 정치는 문화예술인들의 무덤이었다. 문재인 대선캠프에 참여한 안도현 시인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문제 삼았다. 그는 '순정 부품만 쓰던 언어 수리공 안도현'이 정치를 시작하더니 정치인들을 비난하며 "뻘짓 그만 하시고 차라리 쥐구멍에 들어가라" "개그콘서트보다 웃기는 찌질이"와 같은 험한 말을 쓴다며 정치가 야속하다고 한탄했다.

    시인의 언어가 생의 결정체가 아닌 선거라는 전장의 총과 칼이 되는 것을 안타깝게 본 말이겠지만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쓴다는 것은 야만이다."라는 아도르노Adorno, Theodor Wiesengrund. 1903~1969, 독일의 사상가 의 말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언어수리공 안도현이 '뻘짓'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개그콘서트보다 웃긴' 우리의 정치상황과 '찌질이'와 같은 정치인들의 행태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편 안도현 시인은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김지하 시인에 대해 비난했다. 비난은 두 방향이었다. 먼저 시인으로서 김지하에 대해 "저는 문단에서 김지하 시인을 한 번도 뵌 적은 없는 까마득한 후배다. 김지하 시인은 90년대 이후에 문학적으로 미학적으로는 긴장을 많이 잃어버린 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리고 그의 행보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많은 분들이 김지하 선생이 변절했다고 하시는데 저는 변절이라기보다는 김지하 선생의 오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술 한 잔 마시고 할 때 '타는 목마름으로'를 저는 못 부를 것 같다. 공주가 여성을 대표하던 시절은 봉건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정치와 시인의 불화는 연원이 깊다.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 전국구 의원이 되었던 김춘수 시인은 "나는 정말 후회합니다. 국회의원 한 거 말이요."라고 말하며 정치권에 발을 디딘 것을 후회했다. 최근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중학교 국어 검정교과서 심사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시인인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의 작품을 교과서에 싣지 말도록 출판사들에 권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단은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작가회의는 "시인을 추방하는 사회는 가망이 없는 사회"라며 비판했다. 심지어 보수 성향인 소설가 이문열씨 마저도 "도 의원의 시가 지난 10년간 교과서에 실렸다는 것은 실을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란 뜻이다. 정치적 판단은 온당하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다행히 이 사건은 선거법 위반 여부를 의뢰 받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그는 혼자 하라'며 위법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 주어서 말끔히 종결되었다.

    정치와의 불화에서 소설가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간극장』을 쓴 소설가 김홍신 씨는 16대 국회의원으로 재직 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향해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한다. 옛말에 염라대왕이 거짓말을 많이 한 사람의 입을 봉한다고 했는데, 공업용 미싱이 필요할 것 같다."라는 발언을 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친노와 반노 사이를 진동했던 김한길 의원은 그가 『여자의 남자』라는 베스트셀러를 낸 소설가라는 사실이 잊힌 지 오래다.

    이번 대선에서는 공지영 작가가 화두였다. 문재인 후보의 멘토인 그는 "정권교체를 위해서 외부활동을 일절 하지 않고 집과 성당만을 오가며 간절히 기도하겠다."라고 밝히고 단식에 들어가자 비난이 쏟아졌다. "사람의 삶을 다루는 소설가가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작가가 정치를 외면하는 게 오히려 더 불행하다."라고 말했지만 그가 정치에 관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비난했다.

    진보 성향 소설가 중에서 가장 비난을 많이 받았던 사람이 공지영 작가라면 보수 성향 소설가 중에서는 이문열 작가가 욕을 많이 먹었다. 평소 보수적인 발언을 많이 하던 그가 안철수 후보에 대해 '언론이 키운 아바타'라고 비판하자 일제히 비난이 쏟아졌다.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순간 그들에게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화가도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를 닮은 아이를 출산하는 장면을 패러디한 작품을 만든 화가 홍성담 씨에게도 비난이 집중되었다. 비난은 두 갈래였다. 그의 작품을 정치적으로 해석한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 혐의를 들이댔다. 다른 한 쪽은 여성계였다. 여성계는 그의 작품에서 '출산비하'를 읽어냈다. 두 비난을 결합하면 '무리한 정치적 의도가 출산비하까지 이용하게 만들었다'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여하튼 그의 작품에 대한 판단의 몫은 평론가가 아니라 판사에게 넘겨졌다.

    연극계도 예외는 아니다. '고뇌하는 햄릿' 그리고 '문제적 인간 연산'을 햄릿과 연산군 이상으로 해냈던 유인촌을 잃었다. 이제 더 이상 유인촌은 그때 그 유인촌이 아니다. 관객들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시절 그가 좌파 낙인을 찍으며 진보적 문화예술인에게 가한 탄압과 압력을 잊지 못할 것이다. 정말 정치가 야속한 것일까? 다행히 대선은 곧 끝난다.

태그 정치, 예술, 고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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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시사저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나 '삼성기사 삭제사건'에 항의해 6개월 동안 파업을 벌인 후 사표를 내고 동료들과 시사IN을 창간했다. 블로그 '독설닷컴'으로 인터넷 논객 활동을 시작했으며 요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dogsul | 페이스북 facebook.com/dogsuldotcom
웹진 13호   2012-12-06   덧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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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사람
'관객들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시절 그가 좌파 낙인을 찍으며 진보적 문화예술인에게 가한 탄압과 압력을 잊지 못할 것이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2012-12-06댓글쓰기 댓글삭제


2012-12-08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