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소외가 낳은 우리의 이웃
[고재열의 리플레이] 우리 안에 ‘일베’가 있다

고재열_시사IN 정치팀장/블로그‘독설닷컴’운영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거리로 나온 넷우익
「거리로 나온 넷우익(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
야스다 고이치 저, 김현욱 역

최근에 재밌는 책을 한 권 읽었다.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 씨가 쓴 「거리로 나온 넷우익」이라는 책이다. 일본에서는 「인터넷과 애국: 재특회의 ‘어둠’을 좇아서」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으로 발간 직후 일본 사회에서 화제가 되었다. 이 책은 일본의 대표적인 청년 우익 단체로 ‘조선학교 무상교육 반대’ ‘외국국적 주민에 대한 생활보호 지원금 지급 반대’ ‘핵무장 추진’을 주장하는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을 탐사 보도한 책이다.

이 책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저자의 집요함 때문이었다. 일본의 ‘국가대표 찌질이’라고 표현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은 재특회 간부들과 회원들을 집요하게 찾아다니며 인터뷰했다. 그리고 지방의 허접한 시위까지 일일이 찾아다니며 꼼꼼하게 기록했다. 그리고 그런 사소함 속에서 진짜 경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짚어내는 분석력까지,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그의 저널리스트적인 철저함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이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누리꾼들이 가장 자주 이용하는 게시판인 ‘2채널’의 ‘넷우익’들이 모여서 만든 재특회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의 ‘일베일간 베스트 저장소’는 쌍둥이처럼 닮았다. 둘의 행태를 보면 마치 평행이론의 사례인 듯 일본과 한국의 청년 우익 세력이 서로 조율하며 행동하는 것으로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역으로 한국의 일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 넷우익을 알아야 한다.

군국주의 일본을 칭송하며 종군위안부를 부정하는 재특회의 모습과 독재정권을 칭찬하며 광주민주화운동을 매도하는 일베의 모습이, 재일 한국인과 부락민을 비하하는 재특회의 모습과 호남인과 여성을 비하하는 일베의 모습이 소름 끼치도록 유사하다. 분석해 보지는 않았지만 유럽의 ‘네오나치’들도 이들과 닮아있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은 군국주의 일본의 망령과, 친일파의 망국병과, 히틀러의 망상을 모두 깨웠다.

한국의 극우를 살피기 위해서 일본의 극우를 살펴야 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우리의 극우가 일본 극우의 사생아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청년 극우 세력이 일본의 청년 극우 세력과 닮은 모습은 해방 공간에서 친일파가 득세하던 양상과 비슷하다. 주로 우익 성향의 인물들로 구성된 반민특위가 친일 경찰에 의해 해체된 후 친일파들은 ‘빨갱이를 잡자’며 친일청산 프레임을 공산주의자 청산 프레임으로 전환시켰다.

세월이 흘러 흘러, 일본의 넷우익은 A급 전범들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다. 전후 A급 전범으로 사형당한 육군대장이자 총리대신이었던 도조 히데키는 유서에서 재건군자위대을 용병제로 하라고 권유하고, 우익적인 학교 교육의 방향을 제안하고, 야스쿠니신사에 전범들을 합사하라고 했는데, 이것은 바로 일본 넷우익의 주장이기도 하다.

일베는 군부 독재자들의 주장을 답습한다. 5·18 추모사진전 전시물에 ‘광주민주화운동은 북한의 조종에 의해 일어난 폭동이었다.’는 주장을 담은 쪽지를 붙인 그들은 폭력의 논리를 내재화한다. 광주민주화운동의 과잉진압을 부정하고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등 ‘독재청산 - 민주화 프레임’을 깨고 종북 청산 - 개발 독재 부활 프레임’으로 진보진영을 공격하는 일베는 친일파들의 논리로 독재자를 옹호한다.

  • 야스다 씨는 일본 사회의 소외가 재특회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주로 소외된 사람들로 구성된 재특회 회원들이 ‘유사 가족’이라 할 만큼 강한 유대감을 느끼는 것이 활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헬로 키티 상품을 모으는 중년남성, 용무늬 점퍼가 가지고 있는 옷 중 가장 점잖은 옷인 청년, 미국인 남편과 부유하게 살며 유명인 친구를 많이 두고 있는 체 하지만 실제로는 바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등, 이들이 서로 잘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가 바로 재특회라는 것이다.

    고재열의 리플레이 극우의 목소리

    극우의 목소리가 극단으로 치닫게 된 이유가 ‘소외’라는 면에서 우리와 비슷하다.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최대한 20대부터 40대 사이에서는 야권 지지자들이 담론을 장악했다. 이는 선거에서 5, 60세대의 결집을 가져오기도 했는데, 동세대에서는 일베와 같은 일탈현상이 나타나게 했다. 담론의 장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얘기 못하는 보수 성향 20대부터 40대 세대에게 그들만의 해방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일베는 그들의 소외의식을 공격성으로 변환시켰다.


    정신과의사 출신인 일본의 사회학자 노다 마사아키는 저서 「전쟁과 인간」에서 일본인 과거사를 부정하고 식민 지배를 사과하지 않는 것의 결과가 사회적 소외현상으로 나타났다며 “일본은 ‘우리도 전쟁의 피해자다’ ‘침략전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쟁이었다’ ‘자학사관은 인정할 수 없다’는 식으로 과거를 부인했다. 체험의 부인은 콤플렉스를 만들고, 억압된 마음의 상흔은 감정의 경직과 병적인 충동의 폭발을 가져온다. 과거의 짐이라는 유산은 회사인간, 장·노년층에서 자주 보게 되는 억울증, 아이들이 자폐화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노다 마사아키의 분석대로라면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 일본 사회가 ‘이지메’를 낳고 ‘청년 극우’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독재에 대해서 반성하지 않고,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폄훼하는 우리에게 이것이 남의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2차 대전이 끝나고 프랑스 드골 정부는 나치 독일에 부역한 3만 8천 명의 프랑스인을 체포해 이 중 1천6백명을 처형했다. 이런 프랑스를 보면서 독일은 감히 나치의 복권을 주장하지 못했다. 친일파가 독립운동가에게 종북 혐의를 씌워 처벌하고 대를 이어 비난하는 한국을 보면서 일본은 거리낌 없이 욱일승천기를 흔들 수 있는 것 아닐까?


    야스다 씨는 「거리로 나온 넷우익」에서 이렇게 마무리했다. “재특회와 그 관계자를 취재하다 보면 허탈한 일이 너무도 많다. 동영상과 인터넷만 보고 얼마나 나쁜 녀석인가 생각해 긴장하지만, 실제로 만나면 평범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사람 좋은 아저씨나 착해 보이는 아줌마, 예의 바른 젊은이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작은 증오가 재특회를 만들고 키운다. 거리에서 소리치는 녀석들은 그 위의 고인 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저변에는 복잡하게 뒤엉킨 증오의 지하 수맥이 펼쳐져 있다.”


    노무현 추모 콘서트를 기획하고 <나는 꼼수다> 콘서트를 연출한 탁현민 교수는 일베 성향의 중년 남성에게 폭행 테러를 당했다. 나중에 사과하러 온 그 남자의 또 다른 모습을 보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딸 둘과 함께 산다는 어찌 보면 평범한 이 중년 남자가 이런 생각과 행동까지 한 것이 단지 그 사람만의 탓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그런 사람을 만나고 보니 그 평범함이 놀랍기도 하고 그 행동이 무슨 대단한 결기나 의기가 아니라 다만 못마땅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서글펐다. 간혹 일베와 같은 사이트에서 혹은 트위터에서 입에 담지도 못할 험한 말들을 하는 사람들의 실체가 밝혀질 때 그들 대부분이 그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걸 확인했을 때의 기분이었다.”


    일베는 이미 와 있었다. 다만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태그 고재열, 일베

목록보기

웹진 25호   2013-06-05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