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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을 이끄는 한 장의 사진이 아쉽다
연극 사진이 2% 부족한 이유

고재열 _ 시사IN 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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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포스터가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지는 않았지만 한국영화의 전성기는 멋진 포스터와 함께 왔다. 한 해 동안의 포스터가 묶여서 <씨네21>의 특집기사가 되기도 했고 책으로 나와 시대를 증언하기도 했다. 강한 아우라를 발산하며 극장에서 할리우드 직배영화를 몰아내는데도 한 몫 했다.

전 국민이 사진작가인 시대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일반인들의 사진 찍는 실력이 비약적으로 늘었고 더불어 사진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웬만한 사진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사진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현실에서 오히려 예전보다 사진 수준이 떨어지는 연극 홍보사진은 대학로의 숙제다.

제작비가 영화의 수십 분의 1에 불과한 연극 홍보 사진이 영화를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부 기자로서 홍보 사진이 미흡한 것이 못내 아쉽다. 사진이 같이 실려야 기사가 커지기 때문이다. 좋은 사진에 기사가 업혀가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런데 연극의 경우 황당한 사진이 딸려오는 경우가 자주 있다.

가장 심한 유형은 밑도 끝도 없이 등장하는 스트리트 패션 사진이다. 배우와 스텝이 대학로 거리에서 팸플릿 프로필 사진을 찍고 이미지 컷을 찍어서 보낸 것인지, 거리에서 찍은 사진이 함께 오는 경우가 있는데 대략난감이다. 조명도 필요 없고 배경도 필요 없으니 사진 찍기에는 최적이겠지만 그 사진과 공연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병사이야기

배우가 빛이 나야 연극이 빛난다. 무대가 빛이 난다고 해서 관객을 끌고 올 수는 없다. 그런데 요즘 대학로 연극 사진의 트렌드는 무대를 포함한 풀샷이 주로 쓰인다는 것이다. 지원금을 받고 제작한 작품의 경우 사후보고서를 작성할 때 무대를 드러내는 사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무대 제작에 돈이 쓰였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전지적 작가시점이 아니라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사진이 나와야 관객을 흡입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마지막 유형은 ‘노홍철 해바라기샷’이다. 홍보 사진을 찍을 때 연극배우들은 전부 노홍철이 된다. 방긋 웃으면서 해바라기들처럼 카메라를 바라본다. 홍보 사진을 찍는데 아직 의상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 그냥 모여서 방긋 웃으면서 찍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극배우는 역할을 할 때 가장 빛나는데 그런 사진이 만들어질 수 없는 구조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홍보 사진만 보면 그 연극의 제작규모가 보인다. 사진을 보면 그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어떤 지난한 과정을 거쳤을지 미루어 짐작이 된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이 아쉽다. 어떤 수식어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한 장의 사진이 아쉽다.

중대형 극장에서 올리는 작품은 홍보 사진부터 ‘때깔’이 다르다. 받쳐주는 사진이 있기 때문에 마음껏 기사를 키울 수 있다. 그리고 강렬한 사진은 배우의 스타성을 배가시킨다. 극에 몰입했던 캐릭터에 집중한 바로 그 순간을 잡아낸 한 장의 사진이 관객을 모으고 감동을 영원히 간직하게 해준다.

반면 엉성한 사진들은 작품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이미지를 왜곡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연극전문 사진작가나 극단전문 사진작가가 절실한데 실제 사정은 비전문가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홍보 사진에 들이는 비용이 150만원 내외이던 것이 30만원~50만원으로 줄면서 ‘찍어내는’ 사진 밖에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실은 현실이다. 어떻게 하면 연극도 빛나고 사진도 빛날 수 있을까? 전국민이 사진가인 시대인데, 사진 마니아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정규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드레스리허설이나 프레스콜을 하는데 이때 사진 찍을 사람들을 초대해서 좋은 사진을 기증받으면 어떨까? 너무 태평한 소리를 하는 것일까?

태그 관객, 사진, 연극,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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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2호   2012-05-03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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