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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같은 현실정치 vs 현실같은 개그정치
[고재열의 리플레이]

고재열_시사IN 문화팀장/블로그‘독설닷컴’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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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의 정치개그가 화제다. 대선 후보 때 버스요금을 70원이라고 하고 시내버스 요금기에 청소년용 교통카드를 들이대 망신을 샀던 그는 이번에는 다양한 ‘몸개그’로 유권자들에게 ‘빅웃음’을 주었다. ‘체험 삶의 현장’ 콘셉트로 선거운동을 하던 그는 매일 실수 연발이었다. 지하철 개찰구에서는 나오는 곳으로 들어가려 했고, 시민들과 체조를 할 때는 혼자 거꾸로 했고, 박원순 후보를 비꼬며 성대모사를 한 것은 패러디 동영상으로 만들어 지기도 했다.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냐”라는 막내아들의 페이스북 글이 논란을 일으킨 후 정 후보의 아내가 이를 두둔하려는 것이 알려지면서 패러디 용어가 나왔다. 이런 것들이다. 집안몽신, 패가몽신, 몽불허전, 몽나니, 몽충이, 몽부림, 몽신살… 속담으로도 응용되어서 ‘몽 심은데 몽 난다’ ‘윗몽이 맑아야 아랫몽도 맑다’라는 말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정 후보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자 ‘몽즙기’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이런 와중에도 정 후보는 박원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로 일관했는데 비난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논객인 진중권 교수는 트위터에 “남의 아들 얘기하려니 자기 아들이 걸리고, 남의 부인 얘기하려니 자기 부인이 걸리고, 색깔론을 펴자니 자기 아버님이 걸리고, 네거티브 좀 하려니 '네거티브 하지 말자'던 자기 자신이 걸리고…”라는 글을 남겼다. 같이 바둑을 두는 줄 알았는데 계속 알까기로 응수하는 정 후보를 보면서 박 후보 역시 “항간에는 박원순은 서울시 얘기만 하는데 정몽준은 박원순 얘기만 한다는 얘기가 있다. 미래 비전에 대한 얘기를 하자”라며 점잖게 타이르기도 했다.

    정몽준 후보가 ‘리얼 정치개그’를 선보이는 동안 브라운관에서는 ‘가상 정치개그’가 방송되었다. 바로 MBC <무한도전>의 ‘선택 2014’ 시리즈였는데, 현실의 정치와 달리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호평이 쏟아졌다. 5월3일부터 방송된 이 시리즈는 6·4 지방선거를 겨냥해 제작된 것으로 방송 9년 차인 <무한도전>이 향후 10년의 방향을 제시할 차세대 리더를 선발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시청률도 급상승해서 침체했던 <무한도전>이 반등하게 했다. 5주 연속 토요일 예능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수도권에서는 15%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성기 때의 인기를 회복했다.

    ‘선택 2014’ 시리즈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현실 정치에 대한 ‘낯설게 하기(소격효과)’를 시도했다. 평범한 출연자가 선거에 나서면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어 정치라는 엉터리 놀음에 국민이 취해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방송 기간이 지방선거 기간이랑 겹치면서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에서 패러디한 우리 정치의 우스운 격식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호응했다. 정치가 쇼가 된 것을 쇼에서 정치를 다룸으로써 일깨워주었다.

    ‘사전투표제 제도를 알리자’는 의도로 기획된 ‘선택 2014’ 시리즈는 현실 정치와 최대한 비슷하게 보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무한도전> 제작진이 선거관리위원회를 맡았고 차세대 리더 선발에 출마한 멤버들은 추첨을 통해 기호를 배정받았고 투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동시에 진행되었으며 오프라인 투표는 사전투표도 함께 진행되었다. 후보로 출마한 멤버들은 자신의 선고 구호와 로고송을 제작하고 공약도 만들었다. 시사 토론 전문 진행자인 정관용 씨에게 사회를 맡기고 후보 간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선거방송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했는데 최종적으로 유재석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 ‘선택 2014’ 시리즈를 제작하며 김태호 PD는 정치적 논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치인 이상으로 조심했다. 그는 정치적 논쟁을 피하기 위해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했다. 대략 이런 것들이다. ‘정치적인 것을 비정치적으로 다뤄야 한다. 특정 정치인을 연상시켜도 안 되고 특정 정당을 연상시켜서도 안 된다. 당연히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도움이 되어서도 안 된다. 그리고 정치에 대한 혐오감만 부추겨서도 안 된다.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어야 한다.

    이 상황을 요약하면 ‘정치를 비정치적으로 다루기 위해서 지극히 정치적인 입장을 취해야 했다’라고 할 수 있다. 시리즈가 화제가 되었지만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인터뷰도 제대로 못했다. 자칫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직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예능 저널리즘’을 구현했다. 그러나 그는 현실의 문제에는 침묵하지 않았다. 인터넷에 세월호 관련 MBC의 보도를 비난한 글을 올렸다가 징계위기에 몰린 후배 PD를 구명하기 위한 ‘권성민 PD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철회하라’라는 MBC 예능 PD들의 성명에는 동참하며 직접 행동했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와중에 김 PD와 <무한도전>팀에게는 두 가지 악재가 있었다. 하나는 멤버 중 한 명인 그룹 ‘리쌍’의 길이 음주운전 때문에 프로그램 초반에 하차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선택 2014’ 시리즈의 번외편으로 제작된 ‘홍철아 장가가자’ 편에서 여성의 나이와 외모를 중시하는 멤버들의 발언 때문에 여성비하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그는 길을 신속히 하차시켰고 ‘홍철아 장가가자’는 후편 방송분을 포기해 더 이상의 시비를 차단했다.

    마무리까지 깔끔했다. ‘선택 2014 시리즈’의 하이라이트는 선거 결과가 나온 이후다. 5월22일까지 36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인기투표에 참여해 우승자가 정해졌다. 김PD는 단순히 우승자를 정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당선 후 행보도 보여줘서 우승자가 공약을 지킬 지 여부도 가늠하게 해주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정치가 개그가 된 시대에 개그가 정치를 가르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재미와 함께 의미도 추구하는 <무한도전>의 이런 사려 깊음이 바로 10년 가까이 방송되고도 여전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일 것이다.

태그 정몽준의 정치개그, 김태호 PD의 정치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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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시사저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나 '삼성기사 삭제사건'에 항의해 6개월 동안 파업을 벌인 후 사표를 내고 동료들과 시사IN을 창간했다. 블로그 '독설닷컴'으로 인터넷 논객 활동을 시작했으며 요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dogsul | 페이스북 facebook.com/dogsuldotcom
제45호   2014-06-05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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