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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안의 거울, 거울 밖의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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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속에 연극이 등장하는 작품은 꽤 많다. 그 등장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프레임 삼아 그 속에 극중극 형식으로 또 하나의 극을 담는 방식을 가장 흔히 볼 수 있고, 루이지 피란델로의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처럼 제법 복잡한 구조로 연극을 다룬 작품도 있다. 연극이 작품 속에 구조적으로 위치되어 있지 않더라도, 안톤 체홉의 <갈매기>처럼 연극하는 사람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경우도 많고, 류보미르 씨모비치의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처럼 연극 자체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작품도 있다.
연극을 잘 모르는 사람도 알만한 대사,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이 유명한 대사 덕에 <햄릿>은 연극의 대표주자쯤 되는 듯한데, <햄릿>에도 연극이 등장한다.

햄릿은 자신의 아버지를 독살한 후 왕위를 찬탈하고 어머니와 결혼을 한 삼촌, 클로디어스한테 복수를 하려 한다. 마침 배우들이 방문하게 되어, 햄릿은 클로디어스의 죄상을 밝혀내기 위해 연극을 하기로 한다.

햄릿
…… 음, 옳지, 죄진 놈들은 연극을 구경하다가 하도 교묘한 장면에 감동되어 즉석에서 자기의 죄상을 불었다고 하지 않는가.
…… 음, 아까 그 배우들을 시켜, 숙부 앞에서 아버지 살해 장면과 비슷한 연극을 하게 해야겠다.
그리고 그 안색을 살펴보면서 급소를 찔러 보겠다. 그래서 움찔하면 그땐 주저할 게 없다……
- <햄릿> 2막 2장

만약 오늘날 어느 작가가 이런 식의 장면을 써왔다면 열에 아홉은, 말이 안 된다, 라는 지적을 받게 될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당시의 관객들한테는 연극이 이러한 장치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었을까? 그 답은 알 수 없지만 셰익스피어 자신은 극중극을 통해 클로디어스가 자신의 죄를 비추어 보았듯, 연극이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햄릿
…… 연극의 목적이란 예나 지금이나, 말하자면 자연을 거울에 비추어 선은 선한 태도로,
악은 악한 자태로 그대로 비춰내며, 시대의 양상을 본질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니까……
- <햄릿> 3막 2장

클로디어스는 햄릿의 의도, 혹은 셰익스피어의 믿음대로 연극을 보다가 죄책감 때문에 공연을 중지시키고, 잠시 후 기도를 한다. ‘악취가 하늘까지 찌르는’ 자신의 죄악을 들여다보고 고백하는 것에서 나아가, “살인죄에서 얻은 이득을 아직도 소유하고 있잖은가. 왕관과 야심과 왕비를. 죄의 소득을 보유하고서도 죄의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라며 용서와 회개를 포기하는 나름의 반성적 태도를 보인다. 만약 셰익스피어가 지금 살아있다고 해도, 여전히 연극이 클로디어스가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는 거울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을까?

<햄릿>에는 이 외에도 연극에 관한 언급이 많이 나온다. 햄릿이 무슨 극작가나 배우 지망생이기라도 했는지 연극판 소식에 빠삭하고(2막 2장), 당시에는 연출이 없었지만, 무슨 연출처럼 신파조의 대사는 하면 안 된다, 제스처는 자연스러워한다, 광대한테 애드리브를 못하게 해야 한다, 등등 디렉션을 하기도 한다. (3막 2장) 이런 장면들을 보다 보면 셰익스피어가 같이 작업하는 친구 같다는 상상이 가끔 들기도 한다. 작품 흐름에 지나치다 싶을 만큼 연극 얘기를 하고 싶은 뜨거운 친구, 그래서 좀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셰익스피어가 <햄릿> 여기저기에 연극에 대해 조금은 과하게 언급한 것을 보면, 당시는 그가 연극이 오락거리만으로 전락할까 봐 걱정을 하던 때였던 것 같다. 이제는 그 오락거리조차도 되기 힘든 이 시대에, 아마도 꽤나 뜨겁게 연극을 했던 그는 뭐라고 답할까? 인기가 많았고 대중성을 추구했던 극작가였다고도 하니 어쩌면 일찌감치 연극판을 떠나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어쩌면, 오히려 이러한 시대이니까, 아주 작은 거울이더라도, 연극이 인간의 거울, 시대의 거울이 될 수 있다고 답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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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새롬

부새롬 연출가, 무대디자이너
달나라동백꽃 대표
주요작품 <뺑뺑뺑> <달나라연속극> <로풍찬 유랑극장> <뻘> 외
puromy@gmail.com
제52호   2014-09-18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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