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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열풍이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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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띠링~~~ ‘낸시랭 님이 Telegram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김규리 님이 Telegram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외수 님이 Telegram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승호 님이 Telegram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종일 울려댔다. 전화번호가 등록된 지인이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 가입할 때마다 알려주었다. 9월 29일 하루 동안 핸드폰에 전화번호가 등록된 4,000명의 지인 중 60명 정도가 가입했다. 이런 기세는 그 다음날도 이어졌다.

텔레그램에 ‘망명’한 지인들에게 이렇게 인사를 전했다. ‘낸시랭 동지! 환영하오. 망명지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구려. 만주벌판 한인촌에서 재상봉한 느낌이오.’ 다들 이 말의 의미를 바로 알아들었다. 카카오톡 등 국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가 수사기관에 ‘털리는’ 모습을 목도해 왔던 터라 쉽게 이해했다. 다들 ‘사생활 보호’를 위해 ‘모바일 해방구’를 찾아온 것이었다.

텔레그램 열풍이다. 텔레그램은 바이버처럼 반짝 주목받다 사그라질까, 아니면 구글 메일이나 트위터, 페이스북처럼 토종 서비스를 제치고 대세가 될까? 네이트온, 싸이월드, 미투데이… 이런 서비스들은 더 장악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도 IT 역사의 뒤안길로 밀렸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다음 카페나 아이러브스쿨 같은 서비스가 이렇게 기울었다.

텔레그램 제작자도 한국의 이상 열풍에 놀랐다고 한다. 특별히 마케팅을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빨리 성장하는 것을 보고 놀란 것이 당연하다. 텔레그램의 마케팅 대행을 해준 곳은 박근혜 정권이었다. 대통령이 사이버 여론에 대한 통제를 천명해서 카카오톡 등 토종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 대한 검열이 우려되면서 사람들의 집단 사이버 망명이 시작되었다.

지금 다음카카오는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울 것이다. 텔레그램 열풍을 다루면서 카카오톡 등 국내 모바일 메신저를 걱정하는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런데 이 기사들이 카카오톡 등 국내 모바일 메신저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수사기관에 너무나 친절했던 과거가 낱낱이 까발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지금 기사에서 하는 말은 이런 얘기다. ‘그동안 수사기관이 당신의 집을 마음대로 엿보고 필요하면 압수해 왔는데… 그리고 그것이 법적으로 강제되어 있는데… 수사기관이 앞으로는 잘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니 믿어주고 싶은 사람은 믿으시고 말 사람은 마세요.’ 이걸 믿어줄 수 있겠는가?

그동안 다음카카오는 수사기관의 무리한 수사에 전혀 대항하지 않았다. 그들이 티끌만 한 항의라도 했다면 이용자들도 사생활 보호를 위해 그들을 도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용자를 기만했다. 수사기관에 무제한의 정보를 주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지금 뒤늦게 그 비용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제도상으로도 보호받지 못한다.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 사업자는 3개월간 로그 기록을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수사기관의 요구가 있을 때 사업자가 거부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한다.

다음카카오는 ‘별일 없다. 카카오톡에 가만히 있으라?’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가만히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텔레그램 구명조끼를 입는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나의 결단’만큼 ‘주변의 결단’이 중요하다. 주변 지인들이 함께 옮겨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기사가 쏟아지는 시점이 텔레그램으로서는 첫 번째 티핑포인트였을 것이다. 이용자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면 그 뒤에는 자동적으로 늘 것이다.

카카오톡은 토종 IT 서비스의 낙동강 전선이다. 미투데이는 트위터에 밀렸고, 싸이월드는 페이스북에 밀렸다. 토종 IT 서비스가 글로벌 서비스에 판판이 밀리는 상황에서 고군분투 해왔다. 이런 간선망이 되는 IT 서비스가 붕괴되면 이후에는 글로벌 서비스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의 무리한 사이버 여론 단속 의지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버렸다.

요즘 텔레그램 기능 중 하나를 이용할까 말까 고민 중이다. 내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사람 전체에게 텔레그램 초대장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이다. 이런 식으로 텔레그램 어플리케이션을 확산하면 아마 피라미드 마케팅처럼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지인들에게 민폐가 될 것 같아서 주저하고 있지만 박근혜정권이 계속 사이버여론을 통제하려 들면 언젠가 눌러버릴지도 모른다. 명심하라. 죄의 삯은 사망이다.

태그 텔레그램 열풍이 말하는 것, 고재열의 리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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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시사저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나 '삼성기사 삭제사건'에 항의해 6개월 동안 파업을 벌인 후 사표를 내고 동료들과 시사IN을 창간했다. 블로그 '독설닷컴'으로 인터넷 논객 활동을 시작했으며 요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dogsul | 페이스북 facebook.com/dogsuldotcom
제53호   2014-10-02   덧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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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지못합니다
좋은 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14-10-07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