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힘겨워 하는 현장 연극인들을 위하여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얼마 전 연극인들의 캠핑 모임에 다녀왔다. 현장 연극인뿐만 아니라 연극 관련 지원 사업을 하거나, 연극 기사를 쓰거나, 책을 쓰는 사람 등 주변 인물들도 참석했다. 늘 대학로 주점에서만 만나다가 연극인들을 캠핑장에서 만나니 새로웠다.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학로를 벗어났지만 모든 이야기는 연극 이야기로 수렴되었다. 대학로와의 물리적인 거리가 그들의 연극에 대한 열정을 식히지는 못했다. 배우와 작가, 작품과 평론가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 이야기가 ‘돈이 돌지 않는 대학로'로 흘렀다. 관객 1000만 명이 든 블록버스터 영화 매출의 절반이면 대학로에서 제작되는 모든 연극의 매출을 합친 것과 같다는 것이었다.

대학로 연극의 1년 매출은 약 400억 원 정도다. 라이어 시리즈나 보잉보잉 시리즈 등 오픈-런으로 공연되는 인기 시리즈물의 매출과 상대적으로 흥행 성적이 좋은 소극장 뮤지컬까지 합산한 금액이다. 시장이 작으니 배우나 연출가는 물론이고 연극 관련 일을 하는 주변부 사람들도 가난하다는 것이었다.

위로가 되는 말을 하고 싶어서 ‘젊은 연극인들이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루었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 시사주간지 문화담당 기자의 특성상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계를 두루 보는데 젊은 연극인들의 예술적 성취가 다른 장르의 동년배 문화예술인들보다 뛰어다나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이런 이유를 들었다.

하나, 인풋 대비 아웃풋이 좋은 장르다. 개별 연극의 제작비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임새 있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여기에 지원을 하고 공연 규모를 키워주면 이에 맞춰 결과물의 퀄리티가 좋아진다.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주면 연극적 새로움을 보여주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둘, 스승 바짓가랑이를 잡고 사는 연극인들이 없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인이 양성되는 시스템은 대학교육이 주축이지만 아직도 도제식 교육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자체 시장을 형성하지 못한 장르에서 영향력이 있는 스승을 바탕으로 피라미드식 위계를 바탕으로 생태계를 형성한 곳이 많다. 그래서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스승 바짓가랑이를 붙들게 된다. 그것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극에서는 그런 경우가 드물다. 살 길은 늘 현장에 있고, 자신의 성과물로 평가받는다. 이런 건강한 시장이 존재하는 곳이 많지 않다.

셋, 3040 연극인들이 이전 세대와 결이 다른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전 세대는 연극이 미디어의 조명을 받던 시대에 연극을 했다. 연극에서 잘하면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고, 연극 작품을 통해서도 국민적 스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좋은 연극을 보여줘도 스포트라이트는 오지 않고, 연극계 안에서만 '살짝' 회자될 뿐이다. 하지만 이런 미디어의 소외에도 불구하고 이전 세대 연극과 결이 다른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취향 수준이 높은 관객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자기 색깔이 있는 연극을 보여주고 있다.

넷, 멀티미디어 활용을 잘 한다. 3040 연극인들의 작품에서 두루 볼 수 있는 경향은 스크린 영상물을 활용하는 등 멀티미디어 활용 능력이 좋다는 것이다.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다양한 연극적 효과를 이끌어낸다. 뮤지컬 등의 인접 장르의 강점도 잘 끌고 온다. 특히 출연자의 개별 역량을 파악해 연극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것은 일종의 소통 능력으로 3040 연극인들의 특징이다.

다섯, 인접 장르에서 3040 연극인들을 부르고 있다. 그리고 좋은 성과를 만들어 냈다. 고선웅 연출을 부른 국립창극단은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로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김태형 연출을 부른 고양문화재단은 오페라 <나부코>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변정주 연출이 뮤지컬 <러브레터>의 연출을 맡았는데 결과물이 기대된다.

연극은 충분히 무르익었다. 다만 밖에서 알아봐주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그릇은 만들었는데 물이 채워지지 않은 것이다. 젊은 연극이 새로운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일단 작품을 보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저절로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연극in]도 이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서 꽃봉오리가 빵빵해진 젊은 연극이 만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태그 힘겨워 하는 현장 연극인들을 위하여,고재열의 리플레이

목록보기

고재열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시사저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나 '삼성기사 삭제사건'에 항의해 6개월 동안 파업을 벌인 후 사표를 내고 동료들과 시사IN을 창간했다. 블로그 '독설닷컴'으로 인터넷 논객 활동을 시작했으며 요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dogsul | 페이스북 facebook.com/dogsuldotcom
제55호   2014-11-06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