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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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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하는 것은 커다란 행복이다. 게다가 그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나는 연극연출가라는 직업을 선택했고, 그 직업을 통해 넉넉하진 않지만 검소하게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다. 가족과 친구들은 이런 나를 부러워하기도 하도, 걱정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직업에 회의를 느끼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과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직종에 대한 걱정일 것이다.

연극을 하나하나 만들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또 다른 것이다. 다각적인 의미와 인생관을 가진 희곡을 만날 때는 전생의 소울메이트를 다시 만난 듯 반갑고 사랑스럽다. 그 희곡을 읽고 또 읽어가며 그 의미를 파헤치고, 작가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려 노력하면서 나의 숨결도 불어넣는다. 거기에 맘에 맞는 스텝과 배우들이 함께한다면 그보다 더한 행복은 없다. 함께 하나의 목표를 꿈꾸며 어떻게 하면 그 언어를 잘 전달할지, 어떻게 하면 그 모습들을 잘 표현해낼지 고민하는 과정은 괴롭고 힘들면서도 행복한, 메조키스트 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순간이 그렇게 지나가는 게 아까울 만큼.

그런데 요즘, 살아가면서 느껴야 하는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빠지곤 한다. 인간으로 태어나 진정한 행복을 누린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아주 단순한 물음에 또 봉착한 것이다.

유명한 철학자들을 인간은 진리를 추구하는 동물이고, 그 진리를 통해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도가, 유가, 그리스도, 부처, 칸트… 모두 그러한 이야기를 남기면서 인간으로서의 궁극적 행복은 진리 추구여야 한다는 아주 장엄하면서도 알쏭달쏭한 명제를 숙제처럼 남겨놓았다. 그래서 인간은 호모사피언스(지혜로운 인간)라나 뭐라나… 그런데 인간들이 집단을 형성하고 사회를 이루면서 호모 데멘스(광기의 인간)로 돌변했다나 뭐라나… 암튼, 현대인들은 진리를 추구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근대 산업혁명을 지나 인간들은 행복의 근원적 원리를 깨닫지 못하고, 그 목적만 남았다나 뭐라나….

며칠 전 안산 단원고 합동분향소 근처를 지나가며 우연히 보게 된 현수막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지금 내 아이가 살아 돌아온다면 따뜻한 밥 한 끼 같이 먹고 싶습니다.”

무언가를 하고, 성취하고, 성공하고, 만족하고. 이것도 행복이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가장 큰 행복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밥 한 끼 같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태그 행복의 조건,극단 사개탐사,박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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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선

박혜선 연출가, 극단 사개탐사 대표
주요작품
<억울한 여자> <만파식적 도난 사건의 전말> <웰즈로드 12번지> <이단자들> <가을 소나타> <트릿> 외
junegoo@hotmail.com
제 56호   2014-11-20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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