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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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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옳은 말을 하고, 옳은 말을 듣고 싶어 한다. 이건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당연한 욕구이다. 아니, 꼭 인간만이 아니라, 동식물들도 거짓된 현상을 받아들이지 않는 당연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 해도 꿀이 없다면 벌들은 모이지 않는다. 물론, 그 중 경험이 없는 벌들이 그 주위를 맴돌아 희생되거나 허탕을 치긴 하지만. 그렇다, 희생되거나 허탕을 치지 않기 위해 옳은 것에 더 매달리는 것이다. 인간들도 희생되거나 허탕을 치는 걸 피하기 위해 옳은 말을 하고, 듣고 싶어 한다.

그런데, 요즘은 무엇이 옳은 말이고 무엇이 옳지 않은 말인지 참으로 분간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옳지 않은 말을 하면 안 된다고 배워왔고, 항상 옳은 말에 귀 기울이고 옳은 말을 해야 한다고 교육받아왔는데, 자라면서는 ‘선의의 거짓말’에 더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라는 대의명분으로, 또는, ‘다수의 이익을 위해’라는 감언이설로, 또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라는 최면으로 옳지 않은 말을 듣고도 모른 체, 아니면 속는 체 한다. 그리고 그런 말들은 사회 속 또 다른 진실이 되어 우리를 길들여 놓는다. 그래서 우린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옳지 않은지에 대한 판단의 기준조차 모호해진 상태 속에 남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어느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옳은 소리도 분위기를 봐 가면서 해야지, 안 그러면 공공의 적이 될 수도 있겠어…” 함께 대형 기획 작품에 대한 토의를 하던 중, 한 사람이 아주 논리적이고 옳은 방향성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명망 있는 대표가 갑자기 전혀 다른 것에 꽂혀선 그 의견을 무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대표의 기존 명망을 따르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작품은 그것이 가지고 있던 본연의 방향성과는 다른 방향으로 만들어졌고, 옳은 의견을 낸 사람은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다는 상황에 대한 그 선배의 결론이었다. 물론 그 공연의 일반 관람평은 그리 좋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이 왜 그 작품이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명망 있는 대표와 그 주변인들이 그것이 옳다는 최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에 그 쪽 평단은 그 공연에 대해 후한 평을 내렸다. 그래서 모두가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정말 무엇이 옳았던 것인지 모두가 헛갈리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옳은 말과 옳지 않은 말을 가릴 수 있는 기준조차 모호해진 현실의 상태… 참, 뭐라고 해야 할 지 막막하다. 정말 한심한 상황이지만, 그런 일들이 너무도 비일비재한 세상이다 보니 그냥 쓴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리고 이런 글을 쓰는 나도 옳은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참 웃기는 일이다.

태그 박혜선,극단 사개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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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선

박혜선 연출가, 극단 사개탐사 대표
주요작품
<억울한 여자> <만파식적 도난 사건의 전말> <웰즈로드 12번지> <이단자들> <가을 소나타> <트릿> 외
junegoo@hotmail.com
제58호   2014-12-18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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