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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연환경 어떨까?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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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논리에 내맡겨진 공연예술계도 파행이 많다. 대기업의 독과점이나 공정성 논란도 허다하다. 몇몇 스타들의 출연료는 상상을 초월하고, 제작비용은 더 커졌다. 고비용 프로덕션은 수익을 위해 극장을 차지해야만 하고, 그만큼 티켓가격도 함께 올라 관객부담은 더 커졌다. 공급 과다 현상까지 겹치며 객석은 더 줄었다. 많은 제작사와 극단들이 고비용저수입의 환경에서 주저앉았다. 급기야 경제성에 덜(?) 구애받는 공공극장이 직접 나서 선도적으로 공연을 제작했다. 좋은 작품도 쏟아졌고 관객들도 몰렸고 좋은 제작진들도 모아졌다. 하지만 인적역량이 빠져나간 민간은 제작이 더 어려워졌다. 물론 공공지원이 민간제작의 버팀목이 되긴 했다. 그러나 단발적이고 성과 지향적이라 여전히 공연생태계를 바꿔주진 못했다. 물론 시장논리에 대항하는 인디-프린지-오프 등의 제작도 많아졌다. 그러나 자본의 세련미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스스로를 소수자와 독립자로 자리매김했지만, 형식적 아마추어리즘이란 비판은 계속되었다. 시장논리에 대항하는 건 주류에서 밀려난 자들의 푸념일 뿐이라며. 분명 자본은 예술적 완성도를 흡입하며 상업성과 예술성의 경계도 허물었다. 하지만 성과와 경쟁에 매몰되며 소위 주류 공연인력은 점점 줄어갔다. 사람은 많지만 쓸 사람은 줄었다. 공연의 주제나 형식의 스펙트럼은 더 좁아졌다. 이 와중에 창작육성을 위한 사업들은 계속 확대되었다. 그러나 그 성과는 간헐적이다. ‘잘 만들면 선정해준다’가 아니라, ‘어떤 환경이 되면 더 잘 만들 수 있을까’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공연예술계의 여러 상황을 지켜보며 공공이 어떤 일을 해주면 좋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몇몇 가상환경을 떠올려 보았다. 이어지는 글은 그 상상의 결과이다.

관람객 A 씨.
새로 생긴 공연예매사이트를 들어갔다. 늘 보던 판매율이나 별점에 따른 순위가 없다. 다소 난감하긴 했지만, 대신 관심 주제나 소재, 극형식 등 다양한 검색필터가 있었다. 몇몇 조건을 입력하니 해당되는 공연들이 여러 편 소개되었다. 예매경력에 따라 연관주제나 좋아하는 제작진, 출연진들의 다른 공연도 안내되었다. 우선 팬들의 예매폭격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예매순위에 흔들리지 않아서 좋았고, 판매대행사가 특정 공연에 직접 투자하기에 예매순위가 의심스러운 것도 사라졌다. 금액에 따라 크기가 다른 배너광고도 없었다. 무엇보다 판매율이나 별점으로 내 감상을 의존하지 않아서 좋았다. 연기가 너무 좋아서 10점, 대본이 마음에 안 들어 4점, 평균해서 7점? 이런 평점이 과연 예술에 맞는 평가냐는 친구의 얘기도 떠올랐다. 물론 기사나 평론가들의 비평, 관객평가들은 평점 없이 게시되었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에서 만든 사이트라 특정 공연을 강요하지 않아서 좋았다.

아마추어극단의 B 씨.
고등학교 때 연극반을 기웃거렸던 터라 지금도 연극에 목마르다. 친구들끼리 모여 공연을 만들자고 오기를 부렸다. 그렇게 친구 다섯이 모였다. 무슨 작품을 하지? 희곡 찾기부터가 걱정이었다. 친구가 희소식을 가져왔다. 희곡뱅크가 생겼다고. 국내외 희곡들이 대거 소개되어 있었다. 검색필터도 다채롭다. 공연길이, 출연진 수, 성비, 장르 등을 입력하니 해당되는 희곡들이 소개되었다. 줄거리부터 공연경력까지. 번역희곡의 경우는 각기 다른 번역본들이 동시에 소개되었다. 비용을 내고 희곡 몇 편을 신청했다. 친구들과 함께 읽고 하나를 정했다. 그곳에서 공연권 비용도 중재했다. 아마추어에다 공연도 짧아 한잔 술값으로 충분했다. 무엇보다 도둑공연을 하지 않아 좋았다. 외국희곡의 경우는 번역자뿐만 아니라 원작자까지 공연권 대행을 한다고 했다. 뮤지컬의 경우는 연주 음원까지 대행하고. 공연되지 않은 희곡들까지 있어 세계초연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보였다.

예비배우 C 씨.
이제 갓 대학을 졸업했다. 극단에 들어가려 했지만 이미 단원 포화상태라 신입단원 모집이 없었다. 작품 공개오디션에 응하려 했지만, 프로공연 경력이 없어 오디션 서류도 못 넣었다. 대부분 오디션은 2-3년 이상의 프로경력이 조건이었다. 청년들의 진입 장벽은 공연예술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공공제작극장과 공공단체에서 이 조건을 없애주었다. 오디션경쟁이 더 치열해지긴 했지만, 진입 장벽이 사라지니 희망이 생겼다. 1차 오디션은 통과했다. 2차 오디션부터는 소정의 참가비용도 지급되었다. 무작정 청춘의 열정을 고문하는 게 아니라, 노력한 시간과 감정에 대한 배려였다. 비록 2차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다른 오디션을 위해 더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출신학교의 학연(學緣)과 술자리 인연인 주연(酒緣)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태그 이런 공연환경 어떨까,안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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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모

안경모 연출가
극동대학교 연극연기학과 교수.
공연예술의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적 역할에 주목하며 작품을 창작하려 애쓴다.
thtrman@hanmail.net
제60호   2015-01-22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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