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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면 도적이고 뭉치면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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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 연극인들이 대학로에 모여있다. ‘서울연극제지키기 시민운동본부’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공연예술센터를 규탄했다. 지난 11월 14일 한국공연예술센터의 2015 정기대관 심의 결과에서 서울연극제가 탈락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탈락 이유는 서류 미비였지만 연극인들은 서울연극협회 소속 연극인들이 세월호 유가족 지원활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연극인들이 뭉쳐서 항의하자 정부가 한 발짝 물러났다. 서울연극제는 예정대로 공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정부에 맞서기 위해 연극인들은 ‘한국연극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장면2 : 영화인들이 부산 해운대에 모여있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한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항의하기 위해서다. 부산시는 연 초부터 지도점검을 하겠다며 BIFF 쇄신책을 요구하며 이 위원장을 흔들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쇄신이었지만 영화인들은 지난해 영화제 때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 벨>을 부산시장의 상영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상영한 것에 대한 응징이라고 판단했다.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 독립성 지키기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영화제를 보이콧 하겠다고 강경하게 대응하고 국민 여론도 불리하게 작용하자 서 시장은 한 발 물러섰다.

#장면3 : 음악인들이 예술의전당에 모여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신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겸 단장으로 임명한 한예진 씨를 임명한 것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한국오페라 비상대책위원회’는 한 씨가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맡기에는 전문성과 경륜이 한참 모자란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1월 26일부터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비대위는 한 씨가 문체부에 제출한 경력서에 상명대 산학 협력단 특임교수 경력을 부풀렸다며 이를 검찰에 고발했다. 한 씨에 대한 음악인들의 사퇴 요구에 대해 문체부는 아직 물러서지 않았다.

#장면4 : MBC 본사 앞에 MBC 노조원들이 모여있다. 회사 측이 예능국 권성민 PD가 웹툰에 자신을 유배자로 묘사한 것을 문제 삼고 해고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권 PD는 이미 회사로부터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정직 기간이 끝나자 회사 측에서는 그를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인사 조치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유배자로 묘사했다.

1월 말 재심이 열렸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회사는 해사행위가 명확하다며 해고를 확정했다. 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이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고 항의하고 있지만 MBC는 묵묵부답이다.

#장면5 : 이번에는 회상 장면이다. 광주비엔날레관 앞에 미술인들이 모여있다. 비엔날레 주최 측이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 그림을 내린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이 그림에 홍 화백은 박근혜 대통령을 그려 넣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림이 내려진 과정을 밝히는 과정에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의 지시가 있었고 윤 시장은 중앙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었다는 내용이 밝혀졌다. 광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많은 광주시민들이 홍 화백을 지지하고 미술인들도 함께 맞섰지만 그림은 끝내 걸리지 못했다.

흩어지면 도적이고 뭉치면 예술가다. 예술가들이 흩어져 있으면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압박하며 예술가들을 농락한다. 그러다 예술가들이 뭉치고 국민이 이에 호응하면 슬며시 꼬리를 내린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계속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정권이 예술가들을 뭉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상황을 만들어 놓았는데도 불구하고 항의하기 위해 예술가들이 모이면 보수언론은 예술가들이 정치적이라며 비난한다. 뭉치면 정치적이고 흩어지면 예술적인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예술가들에게 어떤 문화적 비전을 보여주었는가? <명량>과 <국제시장>을 보고 애국심만 강조하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예술을 권력의 프로파간다로 활용하던 20세기 독재자들의 얼굴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안 하는 시대가 가고 간섭만 하고 지원은 안 하는 시대가 된 것인가? 예술이 예술다울 수 있도록 정치의 고삐를 풀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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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시사저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나 '삼성기사 삭제사건'에 항의해 6개월 동안 파업을 벌인 후 사표를 내고 동료들과 시사IN을 창간했다. 블로그 '독설닷컴'으로 인터넷 논객 활동을 시작했으며 요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dogsul | 페이스북 facebook.com/dogsuldotcom
제61호   2015-02-05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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