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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연환경 어떨까?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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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각종 지원제도에 따른 심사결과들이 발표된다. 수익구조에서 다소 비켜선 예술분야에는 단비 같은 수혜지만, 내가 되면 희극이고 남이 되면 비극인 상황에 늘 속수무책이다. 지원제도 개선에 대한 다양한 대안들이 쏟아지지만 큰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지원제도 전반이 개별적 성과산출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공연계 환경전반의 개선이 아닐까? 지난번 글에 이어 다소 공상적인 공연환경들을 꿈꿔본다.

비평가 D 씨.
지난 달 모 잡지에 게재한 공연비평으로 해당 연출가랑 실랑이를 벌였다. 제작환경도 모르면서 글로 칼부림만 한다는 비난까지 들으면서. 비평가가 미완의 창작작업에 마냥 박수만 칠 수는 없지 않나? 물론 창작자들의 반론공간이 없는 것도 안타깝기는 하다. 그러던 중 공연작품에 대한 방대한 토론공간이 생겼다. 작품이 발표되면 다양한 지면에 게재된 비평 글들이 모아졌고, 창작자들과 비평가들 간의 논쟁도 이어졌다. 한동안 감정적인 언쟁도 오갔지만 서서히 건강한 토론공간으로 자리잡아갔다. 무엇보다 일반관객까지 가세하며 공연감상의 깊이가 더해졌다.

연출가 E 씨.
좀 색다른 배우와의 작업을 기대하며 배우조합DB에 접근했다. 키는 좀 작지만 퉁퉁한 남자, 나이는 30대말 정도에 구수한 전라도사투리, 바이올린을 연주하면 좋겠다고 입력했다. 해당되는 배우들이 23명 정도 소개되었다. 심지어 상반신과 전신사진에 경력 프로필까지. 신상보호를 위해 연락처는 공개되어있지 않았다. 연기력을 알고 싶어 본인을 소개하고 오디션 요청을 제안했다. 조합에서 배우를 중개했다. 요청자가 신뢰되지 않는 경우는 거부될 수도 있었다. 며칠 후 연락이 왔다. 공개된 장소를 전제로 오디션이 가능했다. 처음 본 배우였지만 기대가 컸고, 내가 아는 K배우와도 친분이 있었다. K배우도 조합을 통해 다음 공연을 계약하게 되었다고 했다. 일종의 중개소였다. 민간이 사욕을 위해 만든 게 아니라 공공지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더욱 신뢰가 갔다.

무대미술가 F 씨.
공공극장과의 계약이 달라졌다. 납품방식으로 저작권을 귀속시키지 않고, 다양한 무대미술품목들을 예술작품으로 이해했다. 공산품이 아닌 디자이너 고유의 제작물은 저작권과 사용권 및 디자이너 명시 등 다양한 계약조항들을 품목별로 구분했다. 애써서 디자인한 작화막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표시하게 했다. 이제는 나도 모르게 다른 공연에 무작위로 사용되는 황당함은 사라질 것 같다. 이런 관행에 가장 환호했던 건 동료 의상디자이너였다. 공들여 디자인한 의상들이 마구잡이로 다른 공연에 쓰이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았던 터였다. 다소 복잡한 계약으로 기획자들이 힘들어하긴 했지만, 예술가로서 온전히 대우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극단 기획자 G 씨.
희소식이 생겼다. 공연제작지원금을 받고도 한숨부터 앞섰는데 출구가 보인다. 늘 고정비용으로 지원금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극장대관비용과 연습실 대관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듯하다. 공공이 다수의 민간극장을 인수운영하며 극장 대관비용을 대폭 축소시켰고, 공공건물의 빈 공간을 연습실로 전환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고정비용이 줄게 되니 객석점유율에 따른 예상수익도 커졌고, 출연료와 스태프 인건비도 올랐다. 물론 여전히 경제논리로는 풀 수 없는 예술조직의 대차대조지만 적어도 최저생계비는 가능해졌다.

호객꾼 H 씨.
매일같이 나오던 대학로지만 이젠 좀 낯설다. 관객 한명을 특정 공연에 입장시킬 때마다 받던 중개료는 분명 상상도 못할 금액이었지만, 이젠 그 생활도 끝이다. 이젠 나를 롤모델로 중고등학생까지 발 벗고 나서진 않을 것 같다. 단속과 신고에 따른 벌금에도 아랑곳 않던 우리가 정작 필요로 했던 건 안정적인 일자리였다. 그런 우리에게 공공기관이 나서 먼저 일자리를 제안했다. 월수입은 전보다 못하지만 수입의 불안정감도 없고, 무엇보다 욕먹고 욕하는 일이 사라져서 좋았다. 밤마다 포스터 도배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도 다른 일을 구했다. 환경정화 정책이 강화되었고, 선정되어야만 게시할 수 있다던 공공게시판이 확대되어 더 이상 면테이프 도배질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산적한 문제는 여전히 많다. 스타시스템에 따른 출연료 격차, 회계연도에 따라 구분되는 비수기와 성수기, 1년 단위 속전속결로 성과를 내야하는 지원환경, 토대구축이 없는 상태에서 쏟아지는 뮤지컬창작지원 등… 푸념으로 내뱉으면 술자리 안주거리지만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반드시 우리 세대가 해결해야할 문제들이다. 무엇보다 공론을 통한 다양한 대안과 합의가 진정 필요한 상황이다.

태그 이런 공연환경 어떨까,안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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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모

안경모 연출가
극동대학교 연극연기학과 교수.
공연예술의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적 역할에 주목하며 작품을 창작하려 애쓴다.
thtrman@hanmail.net
제62호   2015-02-16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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