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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환경? 일상에서부터 연희를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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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실의 불안정감이 커질수록 미래에 대한 예측에 기댄다. 적어도 미래는 현실의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최근 듣게 되는 미래예측은 실로 다채롭다. 급속한 경제위기와 양극화의 고착, 근대적 산업구조의 붕괴와 직업의 재편이라는 사회경제적 예측부터, 3D프린터의 본격화, 무인자동차의 양산, 사물인터넷의 범람, 빅데이터의 활용과 인공지능의 대체라는 과학기술적 예측까지, 더 이상 막연한 공상이 아니다. 이미 이 모든 게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생활환경의 변화는 삶의 양상을 많이 변화시킬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들은 각기 다르다. 비인간적인 미래상으로부터 비켜서겠다는 독립선언이 있는가하면, 과학기술적 자양분을 활용해 내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까지 있다. 공연예술가가 왜 갑자기 미래예측이냐고 묻겠지만, 우리 공연예술이 어떤 환경에 놓이게 될지, 또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계획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한동안 첨단 과학기술을 예술표현의 제재로 많이 활용했다. 복잡한 기계 메카니즘의 디지털 제어부터, 홀로그램이나 인터렉티브 미디어의 활용, 무선장치를 통한 환영의 구현과 창조까지, 실로 극장은 과학박람회를 표방할 만큼 다양한 기술력을 구현했다. 제작비도 올랐고, 관객들도 그 효과에 경탄했다. 영화관이 3D의 구현으로 그 환영성에 집중했듯, 공연예술 극장도 기술이 만들어낸 환영성에 집중했다. 앞으로도 유효하고 계속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공연예술은, 과학기술로는 결코 구현할 수 없는 인간의 신비한 능력도 점점 주목했다. 인간의 마술과도 같은 능력이다. 비단 3단 고음의 기교나 고도로 연마된 무용테크닉, 무술적 기예뿐만 아니라, 인간이기에 가능한 작은 교감의 감성적 울림까지. 적어도 극장은 ‘실재’라는 공간에서 연희라는 실현이 만들어내는 ‘마술’이기 때문이다. 최근 공연예술의 양상이 현존성과 지각성에 더욱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관객들의 ‘실재’라는 기대치에 비해, 정작 공연예술의 제작주체들은 ‘마술’ 같은 ‘연희’ 능력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일상에서부터 연희의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일상의 유희적 연희는 사라지고 그 자리엔 영상과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매개체가 대체했다. 말은 서사적 구술이 사라지고 파편적이고 감각적인 감정어만 남았다. 서사적 구술은 SNS상의 공유나 문자메시지의 링크가 대체했다. 그나마 남아있는 몸의 유희는 클럽이나 노래방으로 밀려났다. 이제 일상에서의 연희는 객스러워지고 심지어 미친 놈 취급까지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일상의 연희가 사라지며 인간과 인간의 교감도 줄었다. 동감과 공감이 사라지며 사람들은 더욱 고립되었고 배타적 구별 짓기로만 겨우 자존감을 획득했다. 인간이 직접 만나 교감하는 공연예술의 순기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기계장치의 우유보다 헝겊을 더 그리워하는 원숭이 실험처럼.

아직도 내게는 연희적 일상에 관한 몇가지 강한 기억들이 있다. 70년대로 여겨지는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집안 어르신들이 탈상(脫喪)을 했다며, 앞마당에서 북을 치고 장구를 치던 모습이다. 아버지와 삼촌이 북과 장구를 두드리던 모습은 어린 내게 실로 충격이었다. 또 하나는 80년대 대학가의 풍경이다. 술이 거나하게 취하자, 누구는 시를 읊었고, 누구는 춤을 추었으며, 또 누구는 기타를 치고 또 노래를 불렀다. 사람들은 연희로 사람들을 만났고, 감흥 했고, 또 교감했다. 일상이 연희였고, 연희가 일상이었다.

미래의 과학기술환경이 주는 편의를 부정하려는 의도는 없다. 과학기술의 목표도 아날로그적 교감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디지털미디어의 화려함과 대비되는 인간의 연희적 마술이라는 매력이 더욱 넘쳐나길 바라는 것이다. 과학적 편의와 경제적 암흑이라는 대비적 미래환경에서 인간을 위무하는 공연예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에. 그러니 공연예술 주체들은 마술 같은 연희성을 서로 자극하고 독려해야한다.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연희를 펼쳐야 한다. 읊고 노래하고 두드리고 가장(假裝)하는 유희를. 그 즐거운 연희를 일상에서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태그 미래환경,일상에서부터 연희를 펼쳐보자,안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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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모

안경모 연출가
극동대학교 연극연기학과 교수.
공연예술의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적 역할에 주목하며 작품을 창작하려 애쓴다.
thtrman@hanmail.net
제64호   2015-03-19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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