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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는 테이크아웃드로잉에 예술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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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도 억울할 수 있다. 78억 원을 주고 건물을 샀다. 전 건물주는 세입자가 나가기로 법적 조정이 되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세입자는 나가지 않았다. 법적 조정은 전 건물주와 한 것이기 때문에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나가기로 했던 날로부터 1년이 지나자 법적 절차를 거쳐 강제 집행에 나섰다.

이번에는 같은 사안을 세입자의 입장에서 들여다보자. 전 건물주와 나가기로 합의를 해준 것은 재건축을 하겠다고 법적 조정을 신청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재건축을 하지 않고 매매를 했다. 전제조건이 달라졌기 때문에 따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애초 장기 계약을 전제로 임대한 건물이었고 4억 원을 들여 외관까지 고친 상태였다.

세상에는 다양한 입장이 있다. 싸이에게는 싸이의 정의가 있고 세입자에게는 세입자의 정의가 있다. 문제를 다양한 맥락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세입자가 어떤 사람이고 그가 그 공간에서 어떤 일을 해왔는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언론에 ‘카페'로 나오는데 세입자들이 운영하는 것은 예술공간 테이크아웃드로잉이다. 작가들의 프로젝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싸이 vs 테이크아웃드로잉 사태’는 네 가지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싸이와 싸이 측의 갑질 행태다. 일단 싸이의 부인, 싸이 본인, 싸이 매니저, 싸이 변호사, 싸이 임차인이 보여준 싸가지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형적인 갑질 행태를 보였다. 하지만 이것을 먼저 얘기해서는 안 된다. 이런 감정의 영역이 본질을 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은 싸이와 테이크아웃드로잉 측의 법적권리 문제다. 이 부분은 모두에 설명했듯이 다소 복잡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법적으로는 분명 싸이가 유리한 입장에 있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법은 테이크아웃드로잉이 보호받아야 하는 부분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제집행에 대한 중지 신청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셋은 예술에 대한 존중 문제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이 어떤 곳이고 어떤 역할을 한 곳이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애초 싸이 측은 새로운 임차인이 커피전문점을 할 예정이니 나가 달라고 했다. 이 부분을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싸이는 이 공간에 직접 왔다 가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공간이 어떤 곳인지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이렇게 무도하게 나오는 것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넷은 좀 더 구조적인 문제다. 싸이가 구입한 빌딩의 부가가치를 비약적으로 올려준 곳은 바로 테이크아웃드로잉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쫓겨나게 되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비슷한 사정이다. 자영업자들이 이런 리스크를 안고 영업하는 상황에서는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착취가 도미노처럼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로 이런 구조적인 모순까지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강제집행이 예고된 테이크아웃드로잉에 몇 번 다녀온 적이 있다. 한예종 교수 한 분이 대학원생들과 이곳에서 수업을 하고 있었다. 싸이 측에서 보낸 용역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걱정이 되어서 학생들과 협의한 후 여기서 수업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원로 큐레이터 한 분도 계셨다. 그분도 비슷한 이유로 와 있었다. 미술은 세상에 대한 발언인데 이런 부조리한 일 하나 막지 못하면 어디서 무슨 전시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작가도 있었다. 그는 싸이 측이 어떤 식으로 이 건물을 접수하는지를 작업의 주제로 삼았다고 했다. 일종의 ‘건물주 헌정 예술’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왜 이곳을 이렇게 소중히 생각하는 것일까? 간단한 이유다. 이곳에서 예술이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카페형 레지던시로 작가들이 입주해서 작업하는 곳이다. 카페와 작가의 작업 공간과 전시 공간과 스텝들의 업무 공간이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카페에 온 손님은 작가의 작업 과정과 결과물 그리고 그것이 기획되고 전시되는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심지어 카페에서 마시는 음료도 작가들의 작품이다. 작업의 결과물인 것이다. 예술로 시작해서 예술로 끝나는 공간이다.

이곳에 둥지를 튼 작가들은 이태원을 소요하며 이태원을 읽어낸다. 한 외국작가는 이곳에 거주하면서 주한미군 범죄가 일어났던 곳을 전부 파악했다. 그리고 그 범죄를 기록하는 예술을 남겼다. 다른 예술가도 이 공간뿐만 아니라 이태원 전체로 창작 공간을 확대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비유하자면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이태원 예술 생태계의 씨앗과 뿌리가 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이런 공간은 정부나 지자체 혹은 기업의 후원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예술가들이 뜻을 모아 만들었다. 운영비는 카페에서 벌어서 충당한다. 한국의 척박한 미술 시장에서 기념비적인 성공 모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곳에 싸이도 왔다 갔다. 그런데 그의 결론은 여기를 커피전문점으로 임대하겠다는 것이다. 왜 싸이 눈에는 예술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싸이가 테이크아웃드로잉에 예술을 허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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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시사저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나 '삼성기사 삭제사건'에 항의해 6개월 동안 파업을 벌인 후 사표를 내고 동료들과 시사IN을 창간했다. 블로그 '독설닷컴'으로 인터넷 논객 활동을 시작했으며 요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dogsul | 페이스북 facebook.com/dogsuldotcom
제67호   2015-05-07   덧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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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05-07댓글쓰기 댓글삭제

밥그릇하나더
싸이를 문화대통령이라 칭하는 것 만큼
테이크아웃드로잉을 한국 미술계의 성공적 기념비라 칭하는 것은
우습고 우습다
둘 다 그 저 자기 밥그릇을 열심히 지키고 있을 뿐 이다
밥 그릇 주변에 숟가락들이 모여들어 만드는 잔치가 과연
누구를 위한 잔치일지

2015-05-07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