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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연극, 누구를 초대할 것인가?
입소문에서 나눔까지

고재열_시사IN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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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포스터
  • 많은 공연예술 작품과 개봉 영화들이 관객을 초대한다. 특히 인터넷이 보편화 되면서 이런 ‘무료 초대’는 더욱 일상화 되었다. 마음먹고 찾으면 무료 공연이나 무료 시사회를 일주일에 몇 편씩 볼 수 있을 만큼 보편화 되었다. 아직 공연예술 작품의 무료 초대에 관련한 연구결과를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연구가 필요할 정도로 그 패턴이 다양해졌다.

    공연예술 작품에 관객을 무료로 초대할 때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한다. 얼마나 초대할지에 대한 ‘초대의 경제학’, 누구를 초대할 지에 대한 ‘초대의 정치학’, 어떤 이슈에 주목할 지에 대한 ‘초대의 사회학’, 그리고 초대를 빙자한 ‘초대의 사기학’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이론적으로는 관객 초대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해야 하는데 실제 공연예술 작품 제작진이 관객을 초대하는 양상을 보면 ‘막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남발한다는 인상이다. 그래서 제값 주고 공연 보는 것이 억울한 느낌이 들게도 만든다. 특히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가 등장하면서 ‘팔로잉과 리트윗을 해주면 초대한다’ 등 단순한 방식으로 초대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무료 초대를 통해 입소문을 내게 해서 관객을 모은다는 것인 ‘초대의 경제학’이 갖는 기본 모형이다. 그래서 가장 효과적으로 입소문을 낼만한 집단을 찾는다. 하지만 무료 초대를 너무 과하게 하면 유료 관객을 잠식할 수 있다. 그리고 무료 초대를 남발하는 공연이라는 인상을 줘서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래서 무료 초대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중용을 지켜야 한다.

    초대 손님을 통해 공연에 화제성을 불어넣기 위해 유명인을 초대하는 경우도 많다. 미디어가 유명인의 동정에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유명인이 본 공연은 더불어 화제가 된다. 주로 동료 연예인을 초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한 대학로 공연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초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명인 초대가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초대의 정치학’은 간단하지 않다. 몇 년 전 유력한 모 정치인은 공연을 관람하다가 중간에 수십 명의 수행원들과 함께 우르르 나가버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덕분에 공연 관련 기사가 문화면이 아니라 사회면에 났다. 이 사건은 거물을 초대하는 것도 좋겠지만 최소한의 문화예술 소양이 있는 사람을 초대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초대의 정치학의 정치학’도 있다. 어느 유명인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공연 초대를 통해 확장시켰다. 한국에 와 있는 주한 외교사절단의 경우 새로 부임해서 지인이 적거나 국력이 크지 않아 부르는 곳이 적으면 스케줄이 한가한 편이다. 이때 이들을 공연에 초대하고 공연 주최 측에는 유력자들을 몰고 온다며 칙사 대접을 받는 것이다. 초대를 통한 호가호위를 하는 셈인데, 세상엔 참 다양한 재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초대의 사회학’은 어떤 집단을 초대하느냐 하는 것이다. 대체로 공연 제작진은 ‘관심이 몰리는 집단’을 활용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 초대를 통해 화제가 되기를 욕망한다. 그런데 어떤 집단을 초대하는지에 따라 그 연극 제작진의 철학이 보인다. 때로는 수준이 보이기도 한다. 가끔은 ‘관심을 가져야 할 집단’을 부르는 ‘초대의 미학’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초대의 사기학’이다. 분명히 ‘무료 초대’인 줄 알고 갔는데 가보니 ‘반드시 팜플렛을 사야 한다’고 말하고 팜플렛 가격을 요구하는데 그 가격에 티켓에 버금가는 경우, 혹은 70~80% 할인이라고 해서 갔는데 원래 공연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설정해서 할인된 가격이 일반 공연과 비슷한 경우 등 관객을 우롱하는 공연도 있다. 두말 할 필요 없이 사라져야 할 풍경이다.

    이렇게 초대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기적의 책꽂이’라는 소셜 디자인 기부 프로젝트 때문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책을 모으고 책이 꼭 필요한 곳에 책을 전달하는 프로젝트인데 많은 자원봉사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기부에 대한 기부’ 모형을 만들었다. 자원봉사자들을 공연, 콘서트, 시사회에 초대하도록 주선한 것이다. ‘이왕 초대를 할 것이면 좀 더 의미 있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많은 제작자들이 선뜻 응해주었다.

    덕분에 자원봉사자들이 풍족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었다. 공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들을 초대해 주었다는 사실과 자원봉사자들이 올린 감상평을 트위터에 올리고 전달해 주었다. 그래서 단체 관람을 하고 온 다음날엔 트위터 타임라인에 그 공연과 관련된 풍성한 감상이 올라오도록 주선했다.

    이렇게 초대 대상자를 ‘콕 찍어서’ 초청하는 공연은 관객들에게도 책임감을 느끼게 만든다. ‘나를 알아보고 초대했으니 나도 그 공연을 알아봐 주겠다’는 품앗이 효과가 발휘된다. 당분간 대학로 공연들의 초대 문화는 이어질 것이다. 이왕 초대하는 것 남발하지 말고 정말 공연을 보여줄 만한 사람을 보여줘서 관객의 지평을 넓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그 고재열, 공연,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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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2호   2012-06-2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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