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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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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최근 발표된 정부의 캠핑 관련 정책을 보고 든 생각이다. 마치 정신분열증 환자를 보는 기분이다. 어떨 때는 캠핑을 부추기다가 어떨 때는 캠핑이 모든 문제의 원흉인 것처럼 눈을 치켜뜬다. 지난 한 해 동안 정부의 캠핑 관련 정책은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했다.

어떤 면에서 정부의 캠핑 정책은 완벽하다. 캠핑에 대한 철학이 완벽히 없고, 캠핑 현실을 완벽하게 모르고, 캠핑에 대한 비전이 완벽히 없다. 그러면서 캠핑 산업도 육성하고, 캠핑장 안전도 확보하고, 캠퍼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면서, 자연보호도 할 수 있다며 호언장담 한다. 과연? 일단 지나온 과정을 살펴보자.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은 제2차 규제 개혁 장관회의에서 그린벨트 지역 안 사설 캠핑장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일사천리였다. 11월에는 관련 시행령이 개정되어 주민자치회 등 마을공동체에서 캠핑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정부의 움직임에 많은 지자체들이 그린벨트 내 캠핑장 설치에 착수했다. 특히 캠핑장보다 대여료가 비싼 글램핑장 유치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런데 지난 3월22일 강화도 글램핑장 화재로 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나자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3월24일 “캠핑장 안전점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미등록 불법 시설에 대해 타 업종으로 전환·폐쇄 조치 방안을 마련하고 야영 시설의 안전등급을 매겨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라고 발표했다. 마치 불법 게임장을 단속하듯 캠핑장을 잡아 족치겠다는 것이었다.

강화도 글램핑장 화재는 바닥에 깔린 실내 난방용 전기패널의 누전 때문에 발생했다. 선진국 글램핑장과 달리 우리나라 글램핑장에는 보통 이런 식으로 난방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난방시설 외에도 냉장고와 텔레비전 등 각종 전기·전자 기기가 즐비하다. 글램핑이라는 말이 ‘글래머러스 캠핑’에서 왔듯이 글램핑장은 화려함을 지향한다. 글램핑장은 벽이 천으로 된 것만 빼고는 펜션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일종의 숙박시설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시설 과잉을 부추긴 곳은 다름 아닌 정부였다. 지난해 11월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국립공원 내 캠핑장에 등급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캠핑장 등급을 편의시설 유무로 판단했다. 등급을 화장실만 있는 곳(☆), 수세식 화장실·취사장 등 기반시설과 소화기·구급약품 등 안전장비를 갖춘 곳(☆☆), 응급용 방송시설이 있는 곳(☆☆☆), 무선 인터넷이 사용 가능하고 풀옵션(텐트 등 다 빌려주는 곳)이 되는 곳(☆☆☆☆)으로 나누었다. 우수 야영장은 예약 시스템을 갖추고 계곡이나 해변, 탐방로가 100m 이내에 위치해 야영객들에게 체험할 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샤워장을 갖춰야 한다면서, 여기에 피크닉 테이블과 온수 샤워장을 제공하면 특급 야영장이 된다고 밝혔다.

국립공원 캠핑장은 국내 캠핑장의 기준이 되는 곳이다. 그런 곳을 정부가 시설 기준으로 평가하겠다고 나섰다. 당연히 앞으로 생겨나는 캠핑장들은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들 과잉 시설투자를 할 것이다. 지금도 우리 캠핑장은 온수가 나오는 샤워장을 비롯해 펜션 수준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풀장을 비롯해 유원지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야영장법을 개정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캠핑장 텐트 내 전기와 가스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시행규칙에 넣겠다고 발표했다. 국립공원 캠핑장을 평가할 때는 전기 등 각종 시설을 설치할수록 높은 평가를 하겠다던 정부가 일반 캠핑장에서는 아예 전기 사용을 금하겠다는 것이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처럼 캠핑과 관련해 정부가 취한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시설 과잉을 부추겨놓고는 시설 과잉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개발과 보전의 접점을 찾으려는 신중함은 좀체 찾아보기 힘들다. 아이러니는 정부기관이 만든 캠핑장이 정부가 발표한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캠핑장 관련 정책 가운데서도 일관된 흐름은 있다. 바로 캠핑을 통한 경제 활성화다. 개발 위주의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린벨트에 캠핑장을 허가하고 보존이 우선되어야 할 국립공원 내 캠핑장 등급을 매기는 기준이 시설 위주로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부의 캠핑 정책에 ‘철학’이 없는 게 문제라면, 캠핑장과 글램핑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캠핑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캠핑이 붐을 일으키고 글램핑장이 돈이 된다니까 너도나도 캠핑장과 글램핑장을 운영하면서 여러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캠핑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캠핑의 위험에 대한 대비 능력도 떨어진다. 특히 안전 문제에 취약하다. 그래서 곳곳에 허점이 노출된다.

이번 글램핑장 사고도 운영자가 사이트별로 전기 분전함만 따로 설치해서 누전을 막았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다. 캠핑장 사고 중에는 운영자의 안전의식이 부족해서 일어난 경우가 많다. 지난해 여름에 일가족 일곱 명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경북 청도군 캠핑장은 계곡 물이 불면 고립되는 곳이었다. 계곡의 절벽 위에 나무데크를 설치해 그곳에 친 텐트에서 놀던 아이가 계곡에 빠져 사망한 캠핑장도 있다. 정부는 그린벨트 지역의 글램핑장을 마을공동체에 관리를 맡길 예정인데, 운영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에 안전사고와 오·폐수에 의한 오염 등이 염려된다.

‘캠핑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캠핑은 자연과 함께하겠다고 가는 것인데,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려 할수록 불편해진다는 것이다. 이때 캠퍼는 자연조건에 맞서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자연조건에 순응할 수도 있다. 그런데 캠핑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위험에 대한 대응력의 차이가 발생한다. 자연에 순응하게 되면 스스로 위험에 대비하는 능력이 커진다. 위험이 커진 만큼 자기 책임도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자연이 주는 불편함을 문명의 이기를 활용해 극복할 경우 당장은 위험을 피하는 것 같지만 새로운 위험과 맞닥뜨리게 된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전기시설을 사용하면 누전 위험이 생기고 비가 오면 감전될 수도 있다. 텐트 안까지 난방을 하면 일산화탄소에 질식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캠핑 경험이 많은 캠퍼들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자연을 더 느끼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이들은 정부 정책도 ‘불편한 캠핑’이 자리 잡아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캠핑 정책을 세울 때도 캠핑에 대한 철학을 정립하고 긴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명목으로 캠핑장 난개발을 정부가 부추겨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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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시사저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나 '삼성기사 삭제사건'에 항의해 6개월 동안 파업을 벌인 후 사표를 내고 동료들과 시사IN을 창간했다. 블로그 '독설닷컴'으로 인터넷 논객 활동을 시작했으며 요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dogsul | 페이스북 facebook.com/dogsuldotcom
제71호   2015-07-02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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