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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은 어떻게 구현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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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서울변방연극제를 준비하면서, 올해 서울변방연극제는 정부지원을 받지 않고, ‘0’ 원으로부터 시작해 풀뿌리모금을 통해 축제를 운영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오랫동안 '변방’에서 날 선 목소리들을 제안하면서, 우리 시대의 예술이 제도의 안과 밖에서 어떻게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를 표출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즉 예술의 자율성에 대한 중요성 그리고 축제의 독립을 통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벗어나 주체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의지 표명이기도 하다.

‘예술적 자율성’과 ‘독립제작방식’을 표방하며, 지원사업의 수혜 없이 연극제를 준비한다는 것, 그것은 지원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예술지원의 제1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이며, 예술은 정치적이어도, 예술지원은 정치적이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의 주장이다. 그리고 풀뿌리 모금을 통해 시민과 예술가의 지지를 통해 만들어지는 축제 제작과정이, 현재의 권력과 자본, 문화 속에 내재된 ‘배제’와 ‘경계 짓기’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결국 ‘예술의 위치’와 ‘공공은 어떻게 구현되는가’의 의제를 함께 이야기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국가에서의 문화예술지원은 중요하다. 예술 분야에서 특히 연극 분야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노동에 의해 발생하는 비용증가현상이라는 이른바 ‘비용 질병’1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장르로, 자본의 시장구조에 친화적이지 않은 근본적인 태생 속에 놓여있다. 또한 공연 관람을 통해 한 사람의 독점적인 소유가 아닌 공유 형태, 또한 한 사람이 관람(소비)을 통해 다른 이가 배제되지 않기에 무임승차2가 발생하는 순수공공재적 특성, 그리고 인간의 삶과 생명을 핵심가치로 다루는 정신적 풍요로움과 감각의 척도로서의 기능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일은 중요하다. 자본주의라는 시장에서 발생하는 비용질병과 순수공공재라는 특성을 감안했을 때, 예술 지원의 필요성은 재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예술을 지원할 때에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예술지원의 제1원칙이자, 철칙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변화나 기조의 변화에 따라 점차 예술이 정치적인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자율성을 잃어가면서, ‘후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예술지원의 가장 기본적인 기조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재의 예술지원패러다임이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1. 비용질병
1960년대 보물(Baumol)가 보웬(Bowen)이 ‘무대예술: 예술과 경제의 딜레마’라는 책을 통하여 최초로 주장한 개념으로, 생산 부문에 있어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가 대신하지만, 공연예술은 생산 요소의 대체가 불가능함으로, 결과적으로 비용증가현상을 보임으로, ‘비용질병(cost disease)’이 발생한다는 것
2. 무임승차
예술은 한 사람의 예술작품이나 공연을 감상(소비)하고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감상(소비)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지 않고, 또한 거리에 서 있는 조각 작품이나 흘러나오는 음악 등을 돈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특정인을 감상(소비)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순수공공재적 특성 때문에, 누구나 돈을 내지 않고 소비만 하려는 무임승차자(free rider)의 문제가 나타나며, 시장에서는 어느 누구도 예술작품을 공급하려 하지 않는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공적 지원을 통해 예술작품의 공급을 촉진하고 있다

1972년 조성된 문예진흥기금이 일몰제에 의해 모금이 폐지되고, 현재 계속적으로 고갈되는 상태에서, 자율적인 창작기금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예술지원기금은 현재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은 예술은 가능하지 않은, 스스로 검열하고, 스스로 눈치를 보며, 줄세우기식의 예술형식으로 그 자율성을 잃어가고 있다. 문예진흥기금을 통한 예술지원에 있어 공개의 원칙은 어느덧 비공개 체제로, 지원할 곳과 지원하지 않는 곳은 예술의 좌우를 따지며, 공공예술지원기관 스스로 정치화되고 있다.

예술은 스스로 정치적이지만, 예술의 지원은 엄격히 비정치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예술은 스스로 자유롭게 다양한 상상을 키워갈 수 있으며, 세계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차원들을 스스로 사유하고 소통할 수 있다. ‘예술의 자율성’에 대한 기본원칙이 흔들리고, 정부와 다른 목소리에는 지원이 배제되고 통제되는 현재의 상황이 말해주는 것은 예술이 공공재로서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자본의 질서에 편입될 수 없기에 우리 사회가 함께 북돋아 함께 누릴 권리를 찾아가는 공동의 노력과 창작의 자율성에 대한 ‘개입’과 ‘통제’라는 정치화 과정만 남을 뿐이다.

우리 사회의 예술의 역할은 단순히 세계의 장식이나 재현을 넘어, 우리 사회에 다양한 상상력과 사유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새로운 동력이자 삶의 질의 가치 제고의 중요한 요소들이다. 예술의 역할은 스스로의 입을 막는 사전 검열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다양한 상상력과 사유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제17회 서울변방연극제가 올해 정부지원금 없이 '0'으로부터 독립적인 모금을 통해 축제를 운영하는 것은 자본 그 이면의 권력을 거부하고, 공공의 구현의 기본 원칙에 대한 질문과 자유롭게 원래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 '우리 사회의 예술의 공공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세계가 금전적인 평가 기준이 아닌 인간의 생명이나 자연미 그리고 인간의 품위와 살아가는 가치를 통해 경제를 말하자는 영국 경제학자 존 러스킨(John Ruskin)의 주장이 아니고서 라도 우리 사회에서 인간의 ‘생명과 삶’을 최고로 생각하는 핵심적 가치들은 단순한 재화 가치를 넘어서는 기본가치로, 인간이 문화를 향유하는 것의 중요성, 그리고 삶의 구조와 의식에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는 예술의 역할에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부여하며, 이 시대에 함께 논의할 공공의 의제로서의 가치로 논의되어야 할 ‘예술의 힘’을 믿는다.

때문에, 우리 사회에 예술은 ‘공공’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임무를 부여받게 되고, 예술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예술가만을 위한 고민이 아닌, 결국 예술 향유를 통해 사회의 제 가치와 감각을 발견하고, 실천해 가는 우리 사회 공동의 몫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이 무대 미학으로 표현되는 그곳의 자유로운 목소리를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가고 또한 공유하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변방’은 ‘경계’를 사이에 둔 ‘안과 밖’이라는 지정학적인 개념을 넘어, 그 위에 선, 그리고 그 아래에 깔린 사람들의 목소리를 실천적으로 배워가고 있다. 이것은 단지 ‘변방의 미학’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좌와 우, 위와 아래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이야기해야 할 것,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할 것들을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예술의 고유한 미학이다.

나는 ‘공공’이란 나의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권리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함께 감각하고, 함께 사유하고, 함께 실천할 권리들 속에 예술이 새로운 감각을 제안할 수 있다면, 그것이 스스로 검열되거나, 구조적으로 억압되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함은 그래서 중요하다. 공공은 어떻게 구현되는가. 그것은 권리의 감각이자 권리의 배분에 있어 검열되거나 배제되지 않은 자유로운 충돌들을 감각하고 매개하는 것이다. 거기에 가치들이 서로 논의될 때, 억압과 속박 없는 자유로움 속에 새로운 틈이 발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스스로 곡기를 끊은 행위가 어떤 의미가 될까. 질문은 던져졌다. 그것은 아마도, ‘예술적 자율성’과 ‘독립적 제작방식’을 통해 ‘공공은 어떻게 구현되는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하는 관객 그리고 시민들의 몫이 되지 않을까. 거기에 부단히 예술가들은 제 갈 길을 가야 한다.

태그 임인자,시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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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자

임인자 독립기획자
월간 <한국연극> 편집위원, 한국거리예술센터 운영위원을 맡고 있으며,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2010-2015), 아시아예술극장 창작 레지던시 '도시횡단프로젝트 광주' 프로젝트 예술감독(2013)을 역임했다. 2015년 서울연극제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을 수상했다. 제17회 서울변방연극제의 십시일반 프로젝트를 성사시켰고, ‘자유로운 예술활동과 지속성’을 주제로 새로운 활동을 모색 중이다.
moozuck@gmail.com
제72호   2015-07-16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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