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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도 영화를 고르니 영화도 매체를 고를 수 있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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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수 분들이 가장 자주 호소하는 어려움 중 하나가 ‘섭외의 이중성’이다. 어렵고 힘든 단체를 위해 적은 개런티나 무보수로 재능기부 공연을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나중에 큰 판이 생겼을 때 이들이 자신들을 불러주는 것이 아니라 유명가수 위주로 섭외를 한다는 것이다. 대중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런 공연에는 유명가수 불러야지’ 하면서 그들에게만 밥상을 차려준다는 것이다.

요즘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영화 홍보대행사들이 영화 보도자료를 내내 보내주다 언론시사회 공지는 안 해주는 것이다. ‘왜 시사회 공지는 안 오지’하고 있으면 ‘성황리에 언론시사회를 마쳤다’는 보도자료가 온다. 모든 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고 매체가 많이 몰리는 큰 영화일 때 주로 그렇다. 말하자면 언론시사회 커트라인에서 짤린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우리 매체가 그리 유용한 매체가 아닌 것이다. 아마 시사주간지라는 장르 자체를 시사회에서 배제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영화중에서 영화사나 배급사 쪽에 지인이 있어 VIP 초대를 해주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그때마다 깜짝 놀라곤 한다. VIP 시사회가 열린다는 것은 기자시사회를 이미 했거나 당일 낮에 한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언론시사회 초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민중가수의 비애를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그래, 그들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의 한 영화는 그런 씁쓸함의 극한이었다. 이 영화는 제작하면서 ‘시사IN’ 로고를 사용하고 싶다고 부탁해서 로고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감독이 영화 시나리오를 쓸 때 시사IN 기자가 도움을 줘서 ‘스페셜 땡스’ 리스트에 우리 기자 이름이 들어가기도 했다. 그런데 역시나 언론시사회 공지메일이 오지 않았다. 화장실 들어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른 문제라기보다는 '시사주간지는 뺀다'는 커트라인의 문제였을 것이겠지만 사양산업 종사자의 비애를 느꼈다.

시사IN에는 평론가 두 분이 번갈아 가며 영화평을 써주고 있다. 대중의 관심이 몰릴 영화 보다는 의미 부여를 해줄 수 있는 영화를 주로 쓰기는 한다. 여기서 챙기지 못한 영화는 ‘B급 좌판’이라는 코너를 통해 알린다. 가끔 영화 관련 기획 기사를 쓰기도 한다. 기획 기사는 흥행 영화와 관련된 것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들이 보기에는 이런 것들이 그리 영양가가 있어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시사주간지’라는 장르의 매체가 그들에게 유의미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섭섭할 것은 없다. 매체도 영화를 고르니까 영화도 매체를 고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두 번째 씁쓸한 부분이 있다. 바로 선택의 기준이다. 영화마케팅사협회에서는 ‘영화행사 출입매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포털사이트(네이버, 다음, 네이트)에 기사 검색서비스 제휴를 맺은 매체의 소속 기자 및 리뷰 칼럼 등을 기고하는 칼럼가 및 저널리스트, 영화평론가협회 소속 평론가’로 기준을 발표했다.

일반인들은 별 느낌이 없겠지만 언론계 종사자로서는 씁쓸하다. 영화마케팅사협회에서 유의미한 매체와 무의미한 매체로 가르는 기준이 ‘포털사이트에 기사 검색서비스 제휴를 맺은 매체’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 소속이거나 신문협회 혹은 방송협회 소속인지 여부가 아니라 포털사이트사 제휴 여부가 기준이다. 말하자면 언론에 대한 인정 기준은 포털사이트인 셈이다. 그 부분이다. 우리 언론계는 스스로를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를 잃은 셈이다.

연극인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그걸 지금 느꼈어? 우리는 인생이 시베리아였어’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런 말에도 할 말이 없다. 그동안 매체는 눈을 부비면서도 눈부신 태양만을 보려고 했다.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원석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모두의 관심이 몰리는 그곳에서 찰나의 유희만 찾았을 뿐이다. 그러니 이런 대접에도 할 말이 없다.

얼마 전 광고주협회에서 발표 한 ‘나쁜 언론’ 리스트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사언론’이라 부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들이 ‘나쁜 언론’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독자를 기만한 죄로 우리 언론은 광고주에게 평가받는 처지가 되었다. 누구를 탓하랴, ‘기레기 시대’ 우리 언론의 슬픈 자화상이다. 답이 있을까?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부지런히 명함이나 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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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시사저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나 '삼성기사 삭제사건'에 항의해 6개월 동안 파업을 벌인 후 사표를 내고 동료들과 시사IN을 창간했다. 블로그 '독설닷컴'으로 인터넷 논객 활동을 시작했으며 요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dogsul | 페이스북 facebook.com/dogsuldotcom
제73호   2015-08-06   덧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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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네옆집아줌마
생각을 하게 하는 귀한 글입니다.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15-08-15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