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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를 열면 지원 정책이 변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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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변한다고 토론회를 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해야 하는 이야기들이 있으니. 지난 4월 21일 3-6시에 걸쳐 열린 ‘[온라인 토론회] 코로나19, 문화예술 긴급지원정책을 평가하고 제안하다’를 보고 든 생각이다. 본 프로그램은 무관중 토론회였고 유튜브로 생중계되었다. 총 6인의 발제자와 1인의 사회자가 모두 턱에 마스크를 걸고 있었다.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되고, 집에서 볼 수 있어서 ‘오, 편한데?’라고 잠깐 생각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서론에서 밝힌 공통적인 사항은 다음과 같다. 코로나 때문에 예술가들이 작품 활동을 못 하고 위기를 맞은 것은 사실이나, 코로나 이전에도 예술가들의 생계와 작업의 지속가능성의 위기는 이미 있어왔다, 원래 비수기인 시절이고 겨울에는 몇 달간 수입이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 기존에 잠재하던 위기 상황과 문제적 상황이 코로나19로 터져 나온 것이므로 이번 사태를 넘어서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듯했다. 요컨대 왜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12월부터 3월까지는 소득이 0원이었는데 이에 대한 논의는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어 위기관리 시스템이 부재하고, 문화재단, 협회나 복지재단 등의 대책이 메르스 사태 때의 재탕(대관료 지원, 단체 지원 등)인 것도 많다는 평가도 있었다. 대체로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지원 사업은 공모 형태의 창작활동 지원 형태를 띠고 있다. 이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발제자가 ‘살아남을 자들만 지원하는 듯한 느낌이다’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혹은 ‘예술인에 대한 또 다른 줄 세우기, 공모 사업 털어내기 위한 부담이 존재한다.’는 언급도 있었다.
온라인 토론회 현장 (스팍티비 유튜브 화면 캡쳐)
인천문화재단과 인천시가 발 빠르게 예술인을 직접 지원하는 모델을 제시한 점이 눈여겨 볼만했다. 중복 지원도 가능하도록 설계를 했고 정산 등의 행정적 부담은 덜어졌다. 지역 거버넌스 관련 논의들이 사업에 반영된 것이 아닌가 추측 된다는 발언도 있었다. 영등포문화재단의 경우 지역문화재단의 지역 예술인에 대한 대출 보증사업을 실시하는 것도 차별화된 지원 형태로 돋보인다.

종합 대책과 시스템의 부재, 공모 산업 중심의 지원, 예술 생태계에 대한 인식과 그 생태계를 보존하려는 마스터플랜의 부재, 메르스 때의 1+1 지원 사업 부작용이 되풀이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지적되는 가운데, 이번 코로나19사태는 새로운 지원사업을 실험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방식의 지원에 대한 인식 전환이 가능하지 않겠나 라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있었다. 인천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당사자(예술인)가 참여하는 거버넌스의 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 예술인에 대한 직접 지원을 통해 예술인 생존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 생태계 중심의 종합적 지원이 필요하고, 새로운 창작환경(비대면 방식의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보호 등 예술인의 권리 보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10년간 예술계가 요구하던 예술인 고용보험, 예술인 권리보장법, 예술인 복지 기금 등의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드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다소 피로감을 표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을 레버리지(leverage) 삼아서 해묵은 과제들을 해치우고 관점을 전환하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피해에 대한 지원을 넘어서 생태계 관점으로 접근해야만 예술계 내의 종 다양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이고 사각지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언도 있었다.

예술계 전체를 포괄하면서도 각 영역에 작동할 수 있는 협력적 패키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부 차원의 명확한 기조가 있어서 근거를 마련해줬다면 각 지자체나 재단들이 정책적 기획을 짤 수 있었을 텐데, 정부가 예술 생태계에 대한 이해 없는 단편적 시각과 산업적 차원의 지원책들에만 머물러 있으니,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상상력의 범위도 넓지가 않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정부와 문화 예술 위원회의 태도가 주목할 만했다. 예술계가 입는 피해를 예술가들만 부담해서는 안 되고 각 조직이 협력해야 하며, 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으로, ‘공연이 취소되더라도 가능하면 공연료를 지급하라’는 계약서의 불가항력 조항에 대한 윤리적 해석을 해냈다는 것이다.
온라인 토론회 현장 (스팍티비 유튜브 화면 캡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예술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며, 각 주체는 어떤 일을 나눠 할 수 있을지, 앞으로 계속 예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의 질문이 가장 흥미로웠다. 아쉽게도 이에 대해 해당 토론회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는 못했다. 예술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별로 피해가 없고 긴급한 재난 상황이 아니라는 자조도 있었다. 오히려 변화한 상황에서 어떻게 작업 활동을 할 것인지, 어떻게 발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상황으로 인식된다는 말이다.(실시간 채팅에서는 ‘동의하지 못한다, 엄청난 재난 상황이다’라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토론자 발언의 함의는 예술인은 언제나 긴급하고 언제나 재난 상황이었다는 요지였다. 채팅에서 예술인을 피해자로 프레이밍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원정책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에 대한 스터디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있었다. 진입하는 청년예술가들은 현 상황에서 예술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는 지적 또한 새겨들을 만 했다.

이 글을 쓰는 사이, 서울문화재단의 코로나19에 대한 긴급지원 발표가 있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것이 기존의 창작지원과 뭐가 다른가 하는 현장의 말들이 오갔다. 이게 무슨 긴급재난 지원인가? 그냥 원래 잘하던 사람들 더 잘하라고 돈 준 거 아니냐는 의견이어서 막상 지원을 받게 된 예술가들이 ‘받은 게 문제인가? 부끄러워해야 하나?’라고 의문을 가질 정도였다. 이름을 한 글자 가리고 발표했지만, (장르 안에서는) 누가 누군지 다들 알 수 있었다는 점도 그러한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하는 이유였을 것이다.

물론 현장의 날 선 목소리는 - 예술가들이 아니라 - 또 다른 창작지원 공모의 형태를 띤 지원 사업을 향하는 것이었다. 왜 직접 지원하지 못하는가? 왜 연말에 극장 잡기 어렵게 하는가? 예술인이 생존해야 예술이 지속되는 것 아닌가? ‘창작’이라는 결과물에 지원하는 것보다 생존을 위한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긴 비수기 후에 찾아온 재난이라는 상황을 왜 고려하지 않는가? 복지재단의 지원도 융자 위주라는 면에서 현장에서 많은 비판이 있었다. 어떻게 갚으라는 것인가? 두 달이나 걸린다. 그렇다면 긴급지원이 아니지 않나. 서울시에서 소극장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라며 2미터 간격을 유지하라는 공문이 분노를 자아낸 것은, 지원의 내용이 딱히 전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사를 접으라는 말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착한 임대인들이 과연 극장에도 월세를 깎아줬을지, 극장들이 대관료를 내릴 여력이 있었을지도 의심스러운 일이다.
온라인 토론회 현장 (스팍티비 유튜브 화면 캡쳐)
아무튼 이 자리가 과연 지원 정책에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이 토론회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 글을 쓰는 지금도 수많은 미래에 대한 질문과 과거의 것을 왜 그대로 뒀는지에 대한 반성과, 변화에 대한 설익은 기대와 혹은 절망 그사이 어디쯤 생각이 헤매고 있다. 코로나가 새로운 예술을 불러낸다 할지라도 그것을 창작하는 창작자가 그 ‘뒤’에 있을 것이다. 작품 다음에 사람 있으니까.

새로운 예술을 하라고? 언제는 그게 목표가 아니었는지 새삼스럽다. 전염병이 도니까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하는 것이 새로운 예술은 아닐 것이다. (이미 넷플릭스가 있잖아!) 진짜 새로운 예술은 그런 모습이 전혀 아닐 것이다. 아직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생각해 내야겠지.
*토론회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u26Tf71jvn0

태그 문화예술긴급지원정책, 온라인토론회, 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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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이리 배우
비건 지향 퀴어 페미니스트 이리는 극장과 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배우이자, 개인 작업을 궁리하고 있으며, 커밍아웃했고, 현재 유산소 운동을 한 달째 열심히 하고 있다. 이리는 본명이 아니며 페이스북 페이지 주소는 https://www.facebook.com/IriQueerFeminist 이다. 트위터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이디를 절대 밝힐 수 없다. 
제179호   2020-05-14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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