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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코로나 시대, 대체되는 연극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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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시 : 2020. 4. 23. 목. 오후 6시
  • 장소 : 서울연극센터 아카데미룸
  • 진행 : 고주영(독립프로듀서)
  • 참석 : 성수연(배우), 신재훈(연출가), 쭈야(기획자), 이소연(극작가)
  • 정리 : 정진세 (본지 총괄에디터)
※본 좌담회는 참여자 및 진행스탭의 체온을 측정하고, 문진표를 작성하는 등 기본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진행하였습니다.
 
고주영
오늘 이 자리는 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겪고 있는지 이번 사태를 통해서 잃은 것은 무엇인지, ‘얻었다’는 표현은 좀 이상할지 모르지만, 이번 기회에 새롭게 생각하게 된 것 등이 무엇인지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자리에 모신 분들은 공연을 진행했거나 취소했거나 혹은 매체 전환을 했거나 다양한 대체방식을 택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게 하게 된 배경이나 과정이 어떠했는지를 나눠 주셨으면 합니다.
이소연
극작가 이소연입니다. 제가 신촌극장에서 <희곡상을 위한 희곡쓰기> 공연을 하고 있을 때는 코로나가 ‘심각단계’가 되기 전이었습니다. 마지막 날에 격상이 되었어요. 당시에 저희도 공연을 할지, 말지 논의했었습니다. 저희 공연에는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관객이 희곡을 쓰는 참여의 부분이 있어서 영상 같은 대안은 생각하지 못하고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어느 순간부터 관객이 공연을 취소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관객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만 어쨌든 공연은 그렇게 올라가게 되었어요. 그 외에 원래 4월 첫째 주에 하기로 되어있던 공연도 있었는데 취소되었습니다. 연습은 둘째 주까지 진행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쭈야
기획하고 연출하는 쭈야라고 합니다. 저는 작년 12월부터 세월호 6주기를 추모하고자 4개의 극장과 10개의 팀이 진행하는 세월호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어요. 기획과 제작에 참여한 공연은 두 작품이었는데, 그중 한편은 <내 아이에게>라는 공연으로 4월 7일, 8일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당시는 심각단계로의 격상뿐 아니라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권고되는 시점이었습니다. 3월부터 매일매일 공연을 하느냐 마느냐에 대해 논의했었고요, 두 개 공연 중에 다른 하나는 아예 6월초로 연기를 했습니다.
4월에 공연을 하기로 결정했던 이유는 일단 저희 팀이 세월호페스티벌의 첫 공연이었고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도 어떻게든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겠다는 의미를 지켜내자는 취지가 있었습니다. 티켓 오픈을 한 상태여서 미리 예매하신 관객 분께는 환불하고 4월 7일과 8일에 무관객으로 유튜브 생중계를 했습니다.
신재훈
저는 극단 작은방에서 연출을 하는 신재훈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하여 영상으로 공연하게 된 작품은 탈춤과 고전 희곡을 결합한 <오셀로와 이아고>였습니다. 이 작품은 4월 첫째 주 공연 예정이었습니다. 서울 시내의 국공립 극장들의 공연 취소 공문이 내려온 것이 3월이었고요, 저희는 4월 공연이라 가능성을 가지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공연 취소 지침이 4월까지 연장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아르코극장은 서울시 관할이 아니어서(문화부 관할) 원한다면 공연을 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까지 갈등했었습니다. 두 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하나는 공연을 해도 될까, 하는 것과 또 하나는 아르코 극장에서 제시한 옵션 때문이었습니다. 공연을 취소할 경우, 대관료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과 더불어 비대면 공연일 경우 영상 중계 1회를 보장하겠다는 구체적인 제안이었습니다. 결국 셋업을 이틀 앞두고 결정을 했습니다. 우리가 다른 어떤 것은 다 막아도 바이러스는 막지 못하겠다는 내부적인 판단을 수용하게 된 것이죠. 라이브로 1회, 녹화분 1회 이렇게 총 2회 공연을 했습니다. 실시간 중계와 수어통역과 문자통역, 음성해설이 합쳐진 배리어프리 버전 두 가지로 송출되었습니다.
성수연
배우 성수연이라고 합니다. 저는 4월 17일 개막하는 서울시극단의 <로드킬 인 더 시어터> 공연에 참여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3월초에 취소되었습니다. 시극단은 더더욱 서울시 소속이었기 때문에 취소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연출가와 함께 내후년 공연을 위해 사전 리서치 작업을 하기로 한 작업도 있었는데, 연출가의 한국행 비행기 편이 취소되고 출국이 불가능해지면서 그 프로젝트도 취소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6년 남산예술센터에서 했던 <그녀를 말해요> 공연이 극장의 “N플릭스” 프로그램을 통해 상영된 경험이 있습니다.
대체되는 연극 - 잃은 것과 얻은 것
고주영
예술장르 가운데 비대면 상황에서 가장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 장르가 ‘극장에서 하는 연극’인 것 같습니다. 특히 그간 우리가 강조했었던 ‘현장성’이 연극의 매력이자 고유성이라고 어필했던 것이 사라지면서, 그 상황에서 연극을 해야 했기 때문에 생각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상황마다 극단마다 다르겠지만, 가장 크게는 관객이 없어졌으니, 재정의 타격이 제일 컸을 것 같습니다. 관객참여형을 표방하는 공연은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고요. 대안이나 대체적인 방식을 통해 공연을 강행했지만, 계획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지거나 어려움을 느낀 지점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쭈야
쭈야
저희가 관객 없이 공연을 하기로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연극협회에서 소극장 측으로 전달된 서울시의 공문에서 관객석 또한 “2m 거리두기”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었습니다. 소극장에서 이를 따르게 되면, 총 70석 가운데, 4개 석 정도가 나옵니다. 그렇게는 사실상 공연할 수 없었습니다. 4월은 국가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던 시점이어서, 공공지원을 받아서 축제를 하는 입장에서는 그 내용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고요.
또 다른 큰 어려움은 생중계 영상을 송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유튜브 라이브 방식이 있고, 녹화를 해서 편집, 송출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진행할 비용과 기술이 없는 거죠. 다행히 너무나 감사하게도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 주셨어요. 그 과정에서 연극하는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영상 공연을 실행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6월 초로 미뤄진 공연의 경우에는 2월부터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또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준비하는 비용이 늘어나 재정적인 어려움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연습실 비용부터 대관료까지 예산은 더 많이 드는데, 티켓수익은 버리고 갈 수 밖에 없는 거죠. 개인으로서도 팀으로서도 부담이 크고, 극장 또한 공연이 없기 때문에 굉장히 큰 손해였습니다.
고주영
관객이 눈앞에 있다고 상정하고 작품을 준비할 때와 카메라를 통해서 1회만 송출된다고 생각할 때가 다를 것 같은데요, 작품의 미학적으로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쭈야
연극에서는 관객이 중요한 현장의 참여자라고 생각하거든요. <내 아이에게> 공연에서 연주를 맡기도 했던 제가 ‘이제 공연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멘트를 했어요. 그런데 객석에 관객은 없고 카메라만 있었을 때, 기분이 슬프고 씁쓸했습니다. 배우들이 조그마한 웹캠을 바라보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죠. 텅 빈 객석을 볼 때마다 연극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위해 리허설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신재훈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연극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관객을 두고 공연을 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셀로와 이아고> 같은 경우에는 배우들이 평소에 탈춤에 내재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 배제에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민의 시작으로 '배리어 프리' 공연을 기획했었는데, 그게 현장에서 실현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고주영
카메라의 프레임에서는 앵글이 정해지잖아요. 기록용이 아니라 라이브로 촬영할 때는 장면별로 필요한 적절한 프레임이 있고요. 이로 인해 연출이 달라지거나 하는 지점이 있었나요?
신재훈
제가 프레임을 선택할 수 없었죠. 카메라의 프레임은 일종의 시선이잖아요. 그런데 그날 처음 만난 촬영감독님이 촬영해서 생중계를 하기 때문에 제 생각이 들어가기가 어렵죠. 저는 공연 준비 때문에 생중계를 보지 못하고, 그 영상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가 잘 찍었다고 해도 연출가로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이 프레임으로 바라보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계속 들고요. 이런 것들이 사전에 합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주영
성수연 배우님은 기록용 영상이 공개되고 있는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겪고 있는데요, 어떠신가요?
성수연
성수연
확실히 기록용으로 찍었던 영상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녀를 말해요> 작품은 관객들에게 직접 말을 거는 연기가 많았는데 차라리 그러니까 덜 어색하더라는 지인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기록용으로 남겨진 다른 연극의 스트리밍의 경우에는 답답하고 소외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그러더라고요.
영상을 송출하는 것에 대해 이번 기회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코로나가 가고 스트리밍이 일반화가 된다면 프로덕션에 전담팀이 따로 있어서 연출에도 개입해야 하지 않을까... 제가 관객으로 극장에서 즐거움을 느꼈던 순간은, 무대 전면에서 드러나고 있지 않은, 다른 것들을 주체적으로 찾아볼 때였습니다. 그런데 공연의 영상을 전체적으로 잡으면 그런 순간들이 잘 안 보이게 되고요, 한편으로 클로즈업을 하면 그 장면에는 연출의 의도가 섬세하게 느껴져야 하는거죠. 과연 그렇게 되었을 때는, 그 영상이 내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연극 연출인가, 새로운 영상 장르인가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고주영
이소연 작가님의 작품은 관객참여 부분이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어떠셨는지요.
이소연
이소연
당시 제가 하던 공연은 일인극이었습니다. 극 중에서 혼자 연기하는 배우가 관객들에게 대답을 이끌어 내고 친근하게 다가가야 하는데, 관객 분들이 다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어서 그 중압감을 견뎌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관객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표정을 볼 수가 없으니까요.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는 부분을 많이 걱정 했고요. 물론 공연하면서 나아지기는 했지만, 프로덕션 차원에서 공연 내내 했던 고민이었습니다.
쭈야
영화는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보여 주잖아요. 반면에 연극은 관객이 보고 싶은 걸 보잖아요. 주인공이 아무리 연기를 하고 있어도, 어떤 관객은 그걸 보는 다른 배우를 본다든가 하죠. 연극이 영상처럼 송출된다면 어떻게 나가야 하냐고 지인들끼리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영화가 하나의 화면으로 나간다면 연극은 화면을 16분할해서 같은 장면을 동시에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농담처럼 말했습니다. 적극적으로 보고 싶은 장면과 포인트를? 갖는 것이 관객의 중요한 권리이자 즐거움인데, 연극을 영상으로 옮긴다면 그러한 재미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고주영
공연의 장르나 내용에 따라 잘 어울리는 형식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데, 연극은 무용이나 시각예술에 비해 창작결과물을 '영상화'하는데 대한 인식이나 고민, 경험과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형식의 연극들이 영상과 만날 때 기존의 매력과 장점을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지... 
쭈야
가장 많이 나온 피드백은(조명과 촬영의 문제로 인해) 배우들의 머리 부분이 하얗게 보였다는 것이었고요, 두 번째는 저희가 음악 공연이었는데, 음향 밸런스를 맞추는 장비가 부족해서 배우들의 성량과 음향 등의 볼륨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았다는 피드백도 있고, 전체 풀샷으로 찍었기 때문에 단조로움이 있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실제 관람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신재훈
신재훈
저희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네이버'여서 그런지 많은 관객이 관람을 해주셨어요. 최종 만 명까지도 들어왔고요, 유튜브는 3-4000명이 들어왔습니다. 공연 진행할 때 보면 댓글이 계속 올라오잖아요. 저는 좀 재밌더라고요. 조명이 약하면 조명 좀 켜주세요, 이러고요. (웃음) 비대면 공연을 진행할 때, 극장의 관계자분들이 관객으로 앉아 계셨거든요. 그런데 제가 오히려 그분들을 관객으로 인식하고 그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요. 네이버의 댓글보다도 객석에 앉아있는 저 열 명이 과연 공연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를 따지게 되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감각이나 기분이 좋았던 거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주영
영상으로 제작해서 SNS나 온라인 플랫폼에 배포하면, 더 많은 사람이 공연예술에 대한 향유의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지만, 사실은 오프라인에서 나타났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온라인에도 똑같이 발생하죠. 얼마나 좋은 영상 장비로 잘 찍고 공들여 편집하느냐가 다르고, 송출 플랫폼 역시 민간극단의 경우 선택의 여지없이 개별 채널을 활용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공공이나 규모가 큰 프로덕션, 축제에서 만드는 공연은 네이버TV 등과 같은 큰 채널을 활용할 수 있어서 많은 관객이 몰리지만, 민간에서 하는 공연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고요.
신재훈
말씀하신 공공과 민간의 차이는 저희가 좀 더 논의해 봐야 할 부분인 것 같기도 해요. 정말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요.
앞으로 연극은 어떻게, 무엇이 될까
고주영
고주영
영상은 사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빠르게, 어쩌면 간단하게 떠올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었던 거잖아요. 그래서 조금은 과하다 싶게 모두가 영상으로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시기가 지나가면 또 다른 매체로 번역하거나 하는 새로운 경향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코로나가 지나가더라도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연극’이라는 전제 자체가 흔들려 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극이 주장해왔던 연극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영상화하거나 혹은 영상이 아닌 다른 것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혹은 공연 자체를 더욱 변형시켜야 하는 것인지, 혹은 무대의 시대는 종말을 고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다양한 이야기가 주변에서 나오고 있는 듯합니다.
신재훈
아까 영상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했지만 사실 영상작업을 했기 때문에 공연이 취소되지 않았거든요. 물론 관객이 없었지만, 취소되지 않고 형식적으로나마 영상을 송출했기 때문에 얻은 것도 있어요. 저는 영상은 연극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너무 다르니까요. 하지만 대면할 수 없을 때 무대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공연이 취소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대체할 수는 없지만 하나의 기능은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좀 더 잘 보여줄 수 있도록, 민간에서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면할 수 없을 때는 영상을 활용하는 것도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쭈야
대형 극장이나 오페라 공연도 좋은 퀄리티 영상을 무료로 송출하는 상황에서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민간극단은 정말 살아남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상으로 계속 갈 거라면, 사실 극장보다 스튜디오가 낫죠. 소극장에서 장비도 없는데 촬영할 이유도 없고요. 치열하게 고민되는 점은 만나는 것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연극이라는 장르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만나야 한다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방법.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만, 극장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것처럼 무대와 객석 사이에 장치가 있거나 하는 식으로 라도요. 그 안에서 어쨌든 공연을 해야 하지 않을까, 만나는 것을 포기하면 연극은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수연
아무리 연극이 축소되어도 만나서 하는 연극은 명맥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특수한 경험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요. 사실 저는 스트리밍 되는 것에 불안을 느끼는 편이에요. 이러다가 극장에 찾아오는 관객이 적어지면 어떻게 하지, 편하게 영상으로 볼 수 있는데 굳이 극장에 찾아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관객과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익숙했는데 그것이 아닌 다른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에 아직은 공포를 느끼는 것 같고 제가 하고 있는 행위를 영상으로 찍어서 송출하는 것 말고 혹시 비대면하되 다른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영상을 통해서 관객을 늘릴 수 있는 순기능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주신 분들도 있어요. 사실 제가 공연했던 <그녀를 말해요>의 조회 수를 보고 놀랐어요.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스팍티비’의 기본 구독자 수가 꽤 있기 때문에 그러한 대형 플랫폼에서 송출될 때, 그 조회수 만큼 공연을 보고 나서 관객들이 어떻게 느낄지 궁금해요. 연극을 재미있게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고주영
퀄리티가 보장되지 않은, 잘 준비되지 않은 영상을 통해 처음 연극을 보는 관객들은 어쩌면 가장 재미없는 방식으로 연극을 접하게 되는 셈이죠. 예정에 없던 공연의 영상 송출에 대한 우려는 그 부분에 있는 것 같아요.
성수연
영국에서 하는 ‘NT라이브’처럼 송출되어서 잠재적인 관객을 확보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기록용 영상은 그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요. 영국의 경우, 스트리밍 공연을 두고 배우와 프로듀서의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배우협회에서는 온라인에서 공개된 공연(streamed show)의 경우, 프로듀서에게 수익이 발생했든 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들과 공연 제작에 참여한 백스테이지 크루들에게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서신을 보냈다는 내용을 SNS에서 보았어요. 이런 부분에서는 우리도 확실히 기준점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주영
기존에는 연습 일수나 공연 출연 횟수에 따라 출연료나 사례비가 책정되었잖아요. 이런 식으로 매체변환이 이루어진다면, 사례 산정에 대한 기준도 달라져야 할 것 같고, 공개 기간 등에 대한 기준도 만들어져야 할 것 같고요.
영상이 차선의 대책이라고 하면, 그런 경우에 창작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보상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 같은데요. 영상화되면서 창작자의 권리가 사라지거나 유통에 대한 창작자의 권리는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잖아요. 콘텐츠가 무한복제돼서 유통되는 경험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가이드도 정리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공연이 올라가게 되면, 어떤 보호 장치가 없기 때문에 엄청난 인신공격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성수연
실시간 댓글 이야기했을 때, 악플이 달리거나 하는 상대의 반응에 쉽게 노출되는 게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인 것 같아요. 온라인 대형 플랫폼에서는 여전히 페미니즘이나 퀴어 이슈에 대해 공격적인 여론이 많으니까요. 특정한 주제로 하는 작품을 플랫폼에서 중계했을 때, 과연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연극배우들이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을 감당하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어요.
고주영
혹은 그런 위험을 피하고자 온라인 매체의 성격에 맞는 공연을 만들게 되는 일종의 자기 검열이 생긴다거나, 표현을 순화하게 하는 장치나 조건으로도 왜곡될 수 있죠.
신재훈
말씀을 듣다 보니, 공연이 대체될 때는 창작자들에 대한 권리와 그들에 대한 배려, 그리고 예술가의 소외문제를 제일 높은 순위로 조망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고려되지 않으면 다른 진행들은 일단 멈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코로나를 극복해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지만, 이것이 또 다른 누군가를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것이라면 잘못인 것이죠.
이소연
저는 아직 재학 중인데요, 학교에서 올라가는 공연들도 대체방식을 고민하고 있어요. 낭독극이 나을지, 영상이 나을지 아니면 공연을 연기하는 게 나을지 생각하면서 우리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저도 영상디자이너와 협업을 해야 하는 것인가, 영상을 위한 글쓰기를 고려해서 다른 장르를 개발을 해야 하는 것인가, 배우의 몸에 VR카메라를 달아서 관객 시점에서 시야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하나 등등의 생각들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건 새로운 매체가 만들어지는 것이지 연극을 대체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SNS에서 관객들이 댓글을 달아 놓은 걸 봤는데, 내가 어떤 이유로 연극을 좋아했는지, 그간 어떻게 연극을 봤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관객들도 연극을 좋아하는 마음이 창작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주영
공통적으로 우리가 논의하는 토대가 극장공연인 것 같은데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것도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이번 사태에 열심히 대처하고 있는 극장관계자에게는 죄송하지만, 극장이 아닌 방식, 무대를 벗어나는 방식, 집합의 요소들을 새로운 것으로 변형시켜 볼 수 있도록 가능성을 타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오히려 연극의 정의가 확장되거나 경계가 조금 더 넓어지는 기회가 있지는 않을까... 아직까지는 여물지 않은 관념적인 생각에 머물고 있지만요.
코로나 감각, 우리의 과제
고주영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는 격리된 생활 속에서 다양하고 자발적인 퍼포먼스가 나왔잖아요. 아, 나야말로 극장이라는 공간, ‘예술’이라는 형태, 기획에 방식에 대해 너무 닫힌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반성이 들더라고요. 격리된 상태에서 이들이 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흥미롭고 감동적이고 삶과 맞닿아 있죠. 그런 방식을 지향한다고 말하면서도 익숙한 방식을 고집했구나...기존의 관성을 넘어서는 상상력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배우들의 안전 문제도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3월에 공연한 배우가 공연을 강행함에 있어서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가졌다는 사실을 나중에 듣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관객이 안 오는 것을 걱정하고, 관객의 안전을 생각하지만, 정작 배우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배려하지 않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너무 소홀히 한 것은 아닌가. 매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연극에서의 약속, 계약, 합의 문제 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꼼꼼하게 챙겨야 할 문제를 상기하게 해준 것이 이번 사태의 교훈인 것 같아요.
신재훈
저희가 포지션이 다르다 보니까, 다르게 느끼는 코로나의 감각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저는 먼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연극이 하나를 바꾸는 게 어렵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합의를 보면서 진행하는 매체였기 때문에, 날짜를 바꾸거나 조건을 바꾸는 게 쉽지 않구나를 새삼 느꼈었거든요.
쭈야
세월호 페스티벌에 열 팀 정도가 모였는데 만약에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으면 일반적으로 비슷하게 소통했을 것 같아요. 총괄팀이 있고, 참여하는 팀이 있고, 적당히 소통하고 그랬을 텐데 이번 코로나 사태 때문에 저희가 전체 모임도 많이 갖고, 그 안에서 다양한 질문들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왜 연극을 했을까?’ 그런 이야기도 하고, 관객을 만나지 못하는 괴로움도 함께 느끼고 그랬습니다. 연극제에 참여하면서 느끼는 연대감이 배가 되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 열악하고 급박한 위기 속에서 창의가 더욱 발현되기도 하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이소연
그전부터 저는 극작가에게 ‘연습실’은 무엇인가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연습실에 매번 가는 멤버도 아니었고, 루틴도 다르고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있고요. 다른 공연 때문에 연습실을 못 가다가, 마음먹고 가려고 한날 공연 취소 소식을 들었어요. 배우분들은 감정이 격해져서 울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확실히 공연을 한다는 감각이 작가와는 다르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고요,
성수연
저는 코로나 시대에 연습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고민했었어요. 배우들끼리는 거리를 유지하고 각각 연출가와 만나면서 연습을 하면 될까? 그럼 연출가는? 일주일에 몇 번만 만나되 각자의 공간에서 연습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매일 연습실 나가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사람들을 자주 안 만나니까 연기의 감각이 떨어질까 봐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요. 어느 날은 하루 종일 말을 안 하게 될 때도 있고, 갑자기 사람들 만나서 말이 꼬이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긴급지원 명목으로 공모사업이 뜨는데, 그런 영역에 서툴지만 어쩔 수 없이 응하게 되면서 피로감이나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요. 저의 작업을 제가 기획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이런 사태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배우라는 일을 못 하게 될 수도 있구나, 수입이 없어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들을 요새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주영
하나의 민간극단이나 민간 제작공연은 리스크도 크고, 발휘할 수 있는 힘이 적기 때문에 서로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상송출을 위해 여러 극단이 함께하는 기획으로 하나의 안정된 플랫폼을 잡을 수도 있겠죠. 이런 시기에 가능한 연대의 방법들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쉽지 않은 주제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태그 코로나, 연극, 영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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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세

정진세 본지 총괄에디터.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장,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공연예술 현장에서 창작과 비평 등의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lilytulips@nate.com
제179호   2020-05-14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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